천생 문과 패붕이에게 너무나 어려운 수학

"원소 { 1, 2, 3, 4, 5 }를 가진 집합 A와, 원소 { x, y, z }를 가진 집합 B에서 A->B 관계인 함수 f2가 아래와 같을 때, 단사함수인지 판별하시오."

다행히 이 부분은 집중해서 공부가 되어 있었고

모든 A원소 1, 2, 3, 4, 5가 x를 향해있었기에,

거침없이 단사함수가 아니라고 답을 써내리고, 원소 x에 짝대기를 찍 그어 소거해버렸다.

그 때,

무언가 눈에 아른거렸다

x를 소거하고 남은 B = { y, z }

B = yz......

Byz......

Byzantium......?

그렇다!

동로마 제국이었다!!!

그걸 깨달은 순간, 온 몸이 번개를 맞은 듯 저릿하고 눈 앞에 섬광이 번쩍였으며

아찔한 기분에 천장을 바라보자

콘스탄티노스 드라가시스 팔레올로고스 황제께서 천사들과 함께 내려와

친히 내 머리에 손을 얹어주시었다

그대로 눈 앞이 캄캄해지고 정신이 아득히 멀어져갔다......

눈을 떴을 때,

강의실엔 시험 감독을 제외한 나 혼자 남아있었고

시험 시간의 절반이 훨씬 넘어간 11시 40분이었다

아뿔싸!!

큰 일 났구나 생각이 든 나는 서둘러 볼펜을 다시 잡고 시험지를 보았는데

내가 모르는 것까지 모든 문제가 풀려있었다

선이 호쾌하고 마무리가 맵시 있는 필체가,

나는 그것이 콘스탄티노스 11세 폐하의 필체임을 확신했다.

감사하고 경건한 마음으로 동방교회식 성호를 한 번 긋고

그대로 제출하고 강의실을 빠져나왔다

비록 중간고사는 조졌지만

기말고사는 콘스탄티노스 11세 폐하의 은총을 받아 만점 받을거란 확신이 든다

C를 받아도 과분하다고 생각한 과목이었는데

덕분에 B를 받는다면,

그것을 폐하께 하사 받은 'β'라 여기고

소중한 학점으로 기억하겠노라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