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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 근세 제국 일반경제사 (1)

Basilio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11.14 19:10:15
조회 635 추천 14 댓글 6
														

15세기와 16세기에 걸쳐, 제국은 역사상 가장 큰 수준의 경제적 진보와 발전을 맞이했다. 공장제 수공업, 백신, 근대적 환전시 및 은행업, 관방학, 근대 통계학, 인쇄술 등이 모두 이 시기의 제국에서 발명되었으며, 이는 근현대 경제사에서 우리가 알고 있는 모든 개념의 근간이 되는 것들이었다. 이러한 발전을 바탕으로 제국의 경제는 성장을 거듭해, 17세기 초 콘스탄티노스 13세의 치세가 되면 과거 콤니노스 황조 시절을 방불케 할 정도로 중국을 제외한 모든 국가를 압도하는 호황을 맞이하여, 전설적인 수준의 부를 보여준다.


이러한 발전과는 별개로, 제국의 경제는 산업혁명의 바람이 불어오기 전까지 항상 농업과 그에 기반한 상공업에 의존하고 있었다. 실제로 제국의 경제 발전은 이 두 산업을 발전시키는 데 필요한 무역품의 도래와 항로의 개척에 의해 좌우되었는데, 흔히들 '근대 제국 경제의 5대 요소'로 일컬어지는 사포제, 메리노종, 수에즈 운하, 홍차, 그리고 철도 중 2개 요소가 15세기에 몰려있다는 것만 보아도 왜 경제 발전이 집중되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게 만들어준다. 따라서, 이번에 다룰 15~16세기의 일반경제사에서 선행되어야 할 것은 바로 제국의 '농업적'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제국의 농업 환경은 기본적으로 '다수의 강이 흐르는 높은 고도차의 지역에서 경작되는 다종다양한 작물'로 요약할 수 있다. 아나톨리아 서부와 남부 그리고 불가리아의 삼림지대, 세르비아와 아나톨리아 내륙의 목초지대, 프로폰티스 내해를 둘러싼 지역에 존재하는 영구경작지대와 그 주위의 일반경작지대, 그리고 고산지대의 고랭지농업과 함께 일부 계곡에 존재하는 관개농업지대까지 제국의 농업환경은 굉장히 다원주의적이었으며 거기서 재배되는 주요 식물만 하더라도 당시 학자들이 편찬한 '백과전람'의 내용을 따르자면 밀, 호밀, 보리, 인디카쌀, 귀리, 렌틸, 오트밀, 병아리콩 등의 식량작물, 양상추, 겨자, 콜리플라워, 양파, 순무, 당근, 파슬리 등의 채소, 마늘, 감초, 타임, 월계수, 자스민, 캐모마일, 펜넬, 오레가노, 바질 등의 향신료, 사과, 서양배, 포도, 올리브, 무화과, 석류, 살구, 오렌지, 체리, 대추야자, 엘더베리, 복숭아 등의 과일, 피스타치오, 서양잣, 헤이즐넛, 밤, 아몬드, 호두에 이르기까지 굉장히 다양했다.


특히, 이들 작물들 중에서도 에게 해 연안의 올리브와 무화과, 칼디아의 헤이즐넛, 킬리키아의 피스타치오, 폰토스의 체리, 뮈시아의 복숭아 등등의 몇몇 품종은 속국인 트라페준타에서 독점공급하던 헤이즐넛을 제외한다면 중앙정부가 직접 나서서 생산과 공급을 통제할 정도로 유명세가 대단했다. 당시 제국은 이들 품종에 대해 재배농가와 직접 계약을 맺고 전매제를 실시, 증산을 위해 보조금 지급을 비롯한 다양한 지원도 해주었다. 또한 원산지부터가 아나톨리아 내륙이었던 호밀은 빈민들과 기근지역에 대한 곡물선을 유지하기 위한 용도로 생산에 심혈을 기울인 끝에 전근대 유럽 최대의 생산량을 자랑했는데, 당시 제국의 시민들은 호밀을 '황제의 밀'로 부르며 비록 맛은 떨어질지언정 어떠한 상황이 닥쳐오더라도 배를 곯지 않게 해준다고 칭송한 바 있다.


이러한 다양한 작물과 농업환경은 제국의 '식량안보'를 크게 개선하는 것으로 직결되었다. 과거 고대 로마의 '빵과 서커스' 정책에서 시작되어, 드라가시스 황제와 토마스 1세, 안드레아스 1세 등등 후대의 황제들도 누누히 강조했던 이러한 식량안보는 비튀니아 평야, 엘리스 평야, 비톨라 평야, 테살리아 분지, 이오니아 평야, 마케도니아 평야 등 이른바 6대 곡창지대에 더해 코르푸 섬, 불가리아 평야, 티라스강 유역, 코소보 분지, 에노스강 유역, 아모리온 분지와 같은 다른 주요 농업지대까지 아우르는 거대한 식량 생산 사이클에서 나오는 막대한 생산력으로 나날이 강화되었고, 이러한 지역에서 생산되는 곡물들이 집하되는 전통적인 중심지였던 렘노스 섬은 콘스탄티노폴리스 항관과 곡물시장을 거쳐 남부 그리스, 아나톨리아 내륙, 그리고 레반트 전역에 식량을 공급하는 매우 중요한 역할 때문에 동지중해 전역의 상인들이 매일같이 드나드는 번영하는 곳이 되었다. 섬의 전성기엔 100여 척에 달하는 군함들이 이 섬을 지키고 있었을 정도라 하니, 그 중요함은 이루 말할 바가 없을 것이다.




이러한 식량안보의 확충은 비단 천혜의 환경 때문만이 아니었다. 앞서 말했다시피 제국은 여러 경제적 혁신을 거치면서 살아남을 수 있었는데, 그중에서도 기존의 삼포제 농업을 거쳐 개발된 신식 농법인 사포제 농업은 제국의 농업 환경을 근본부터 뒤흔들어놓았다. 밀, 보리, 순무에 더해 자주개자리(알팔파)를 4개 구역에서 각각 재배하는 것은 모든 곡물 경작지의 수확을 어림잡아 1.5배에서 2배 정도까지 늘렸는데, 여기서 특히 중요한 요소는 바로 자주개자리였다. 훗날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노포크식 사포제'와 차별점이 되는 이 자주개자리라는 식물은 주로 사료로 사용되는 토끼풀(클로버)과는 다르게 사람이 먹기에도 굉장히 훌륭한 영양분이 씨앗에 농축된데다가 줄기와 잎을 먹이면 소한테서 우유가 더 많이 생산된다는 큰 이점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도 뿌리가 토양 깊숙히까지 침투해 깊게까지 쟁기질을 하지 못하는 지중해식 농법의 단점을 비교적 척박한 아나톨리아의 토질 문제와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다.


이러한 사포제의 도입은 아나톨리아의 인구부양력 급증과 모직공업의 발전 기반 마련이라는 두 가지 이점을 동시에 가져왔다. 실제로 17세기 중반에 도달하면 아나톨리아의 인구부양력은 과거 마케도니아 황조 전성기의 아나톨리아 인구에 가까워진 800만 명까지 늘어나며, 그럼에도 인구부양에 필요한 식량보다 실제로 생산되는 식량이 더 많아 통계학적 계산을 따른다면 거의 그 두 배에 달하는 인구가 거주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될 정도였다. 이렇게 생산된 막대한 식량은 고스란히 레반트의 인구 성장과 대외 수출로 투입되며, 1650년대에 시작된 소빙기가 정점에 달할 때까지 지중해 세계의 인구부양을 책임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모직공업의 경우, 기존에 양잠사업과 견직공업이 주도하고 있던 제국의 직물공업 추세를 서서히, 그러나 확실하게 추월할 정도로 큰 변화가 일어났다. 자주개자리의 생산을 통해 소와 말, 그리고 양의 머릿수가 급증했는데, 그 예로 파플라고니아의 한 마을을 다룬 민정문서에서 1464년과 1512년의 세무조사 결과 양의 숫자가 53마리에서 117마리로 늘어난 것을 들 수 있다. 물론 이 마을은 정말 극적인 변화를 겪은 것이지만 아나톨리아의 다른 지역들도 전반적으로는 같은 추세라 각지의 양이 평균 1.3배에서 1.6배까지 늘어난 것을 확인 가능하며, 이러한 급성장은 당시 선풍적인 인기를 구가하던 공장제 수공업 열풍과 결부되어 아나톨리아 각지의 모직공장 건설을 촉발하고, 추후 설명할 메리노 품종이 이베리아에서 유입된 것으로 변혁을 맞이했다.


( 2편에서 계속 )




사실 예전부터 계속 써보고 싶긴 했는데 한번 맘먹고 써봄 ㅋㅋㅋ 가능하다면 기존 시리즈랑 병행해서 써볼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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