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도 그렇고 10월이 되면 참가하려는 마라톤 대회를 대비해 LSD에 열을 올리는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그 중에 초보자들의 글을 보면 좀 안타까운게, 저렇게까지 할 필요가 없는데 너무 무리한 스케쥴을 소화해내려고 한다.

그건 마라톤 전에 30km가 넘어가는 장거리주를 소화하면 완주율을 높이고 페이스다운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기저에 깔려있어서라고 예상해본다.

나는 LSD의 효과, 적절한 빈도와 거리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LSD를 글리코겐이 고갈되는 시점까지 수행하게 되면 글리코겐 고갈자극이 주어져서 체내 글리코겐 저장량이 증가하게 되고, 다리가 좀 더 마라톤에서 버틸 수 있게된다.

그럼 LSD만이 이런 효과를 얻을 수 있게되냐면 그렇지도 않다. 조깅을 통해서도 마찬가지의 능력을 얻을 수 있다.(다만 LSD가 글리코겐 저장능력을 향상시키는데 더 유리할 뿐이다.)

각 주자 수준마다 글리코겐이 고갈되는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3시간주, 30km 또는 그 이상의 거리주를 수행할 필요는 없다.

잭 다니엘의 러닝 포뮬러에서는 적정 거리주의 거리를 주간 마일리지의 30%로 보고 있고,(물론 이 거리주라는 것이 마라톤 대비용 LSD와는 다르다)runalyze에서는 서브5 주자는 24km, 서브4 주자는 28km, 330주자는 29km, 싱글주자는 30km, 서브3주자는 31km, 249주자는 32km, 30분대 초반 주자는 33km, 20분대 주자는 34km로 제시하고 있다. (그렇지만 실제로 저 정도 기록을 내는 주자들은 제시된 거리보다 더 긴 LSD를 소화하고 있을 것이다. 갑론을박이 충분히 있을 수 있지만 나는 어지간한 주자들이 36km가 넘어가는, 특히 40km까지 뛸 필요가 있는지 회의적이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각 주자들 수준에 따라 소화할 수 있는 훈련량에 차이가 나고 적절한 LSD 거리는 이 훈련량에 비례하기 때문에 각 주자들 수준에 따라 차등적으로 LSD 거리가 설정되야 하는 것이 맞다.

초보들은 러닝 이코노미가 낮고, 러닝이코노미가 낮다는 것은 같은 거리를 뛰었을 때 소모하는 에너지가 고수들보다 더 높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는 글리코겐 고갈 시점이 빠르다는 것을 시사한다.

초보들은 이미 20km 중후반에 글리코겐이 고갈됐음에도 불구하고 3시간주, 30km 또는 그 이상의 거리주를 수행하면 실질적으로 과훈련을 하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런갤에서는 스피드 훈련은 매우 보수적으로 접근하면서 LSD는 너무 쉽게 보는 것이 참 안타까울 따름이다.

LSD야 말로 다리가 만들어져있지 않으면 부상직행열차 수준으로 매우 가혹한 훈련이다.

조깅을 통해 충분히 다리를 만들고 난 뒤에 내 스피드 대비 마라톤 기록을 향상시키기 위해 LSD가 동반되야 하는 것이지 완주하기 위해 조깅도 충분히 되있지 않은 상태에서 과한 LSD를 소화하는 것은 건전하지 못하다.

나는 조깅 만능론자는 아니지만 최소한 마라톤에서는 초보던 고수던 LSD보다는 기본적으로는 조깅량을 많이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위에서 말한 러닝 포뮬러가 됐건 runalyze가 됐건 여타 러닝 서적들을 보아도 목표 마라톤 기록에 따른 적정 조깅량이 매우 높게 설정되어 있다.

극단적인 예로 하프기록이 같은 두 주자가 있다고 했을 때 한 주자는 격주로 LSD를 수행하고 월간 200km를 달렸다고 하고

다른 한 주자는 4주 간격으로 LSD를 수행하고 월간 300km를 달렸다고 했을 때 경험적으로 후자가 마라톤에서 더 좋은 기록을 낼 가능성이 높다.

그 이유는 LSD를 얼마나 더 길게, 더 많이 수행했냐보다는 전체 훈련량이 마라톤에서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LSD로 배양할 수 있는 글리코겐 저장능력, 페이스 다운에 저항하는 능력은 하면 할 수록 무한정 게속 올라가는 것은 아니고 한계치에 도달하면 훈련 효율이 떨어진다.

너무 적게 수행하는 것도 안되지만 무한정 많이 한다고 스피드 대비 마라톤 기록이 비약적으로 게속해서 상승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반면, LSD로 배양된 능력은 한 달 정도 LSD를 하지 않았다고 해서 바로 떨어지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마라톤 전 마지막 LSD는 한 달 전, 늦어도 3주 전에 끝마치는 것이 바람직하다.

반복주기는 4주 정도, 적어도 3주 간의 텀을 두는 것이 건전하다.

시기적으로 이번 주말이 JTBC에 대비하는 마지막 LSD 찬스라 봐야한다.

요약하면

많은 초보들이 자기 수준에 벗어난 과도한 LSD 거리를 수행하고 있으며,

LSD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충분한 조깅이 선행되어야 하며

LSD훈련 간에는 충분한 텀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 몸은 휴식할 때 비로소 성장하며 최고의 훈련은 휴식임을 잊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