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관 없는 앞부분 생략)

문득, 경치 속에 위화감을 느끼고, 멈춰섰다.

조금 앞의 전신주 아래에, 사람이 웅크리고 있는 게 보였다.

무심코, 숨을 깊게 들이쉬었다.

그 그림자는 낯이 익었으니까.

어른스러운 의복에 몸을 감싼, 아름다운 여성.

가로등에 비쳐져서, 약간 밤색으로 보이는, 윤기가 흐르는 검은 머리카락.

옅은 화장, 그걸로 충분할 만큼, 반듯한 얼굴.

기억 속에 있는 "그녀"와는 전혀 다르다.

하지만 그것이 "그녀"라는 걸, 나는 알았다.

현심감이 동반되지 않은 상태로, 천천히, 천천히 그 전신주로 다가갔다.

그리고, 그 아래에 있는 인물에게, 말을 걸었다.

「…… 이런 시간에 뭐 하고 있어」

내가 말하자, 전신주 밑의 여성은, 나를 확 올려다보고.

「수염, 조금 나 있네」 　

옅은 미소를 띠고, 그런 말을 한다.

「……아침에 밀어도, 저녁에는 다시 나 있어」

「그래. 매일 면도 잘하는구나」

「그래.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니까」

「후후, 그렇구나」

여성은 이상한 듯이 히죽거리며 어깨를 흔들고, 나를 빤히 봤다.

나도, 그녀를 정면에서 빤히 본다.

「그런 복장도, 어울리네」

「그치? 비장의 옷이니까, 이거」

그렇게 말하고, 어른스럽고, 세련된 원피스 자락을 집는 그녀.

어른스러운 복장, 그리고 어른스러운 표정.

모든 것이, 그 무렵과는 달라져 있었고.

하지만, 어쩔 수 없는, 그리움이 느껴진다.

「요시다 씨」

눈앞의 여성이, 천천히 말했다.

「다시, 만났네」

가슴 속이, 뜨거워진다.

이런 날이 오는 걸, 나는 분명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우리들은 그저 만나서, 그리고, 다시 한번 혼자서 걸었고.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우연이 아니다.

서로의 확실한 인생의 걸음 속에서, 다시 한번, 만날 수 있었다.

그것이 이렇게 기쁘고, 자랑스러울 줄이야.

「그래……다시 만났네, 사유」

이름을 부르자, 그녀는 수줍은듯이 웃었다.

그리고, 장난스러운 표정으로 말한다.

「아저씨, 재워줘」

그걸 듣고, 나도 무심코 뿜고, 고개를 끄덕였다.

「시끄러운 사람이 한 명 있는데, 괜찮냐?」

「물론」

아마도 이 재회를 뒤에서 꾸민 사람일 여대생(※아사미의 호출로 고토와의 저녁식사를 거절함)을 생각하면서, 둘이서 함께 웃는다.

나의 인생 속에서, 사유는 무엇이었나.

그녀를 잊으려고 하면서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대답은, 아직 얻지 못했다.

그녀는…… "증명" 했을까

그녀에게 나와의 만남이, 그녀의 인생 속에서 "좋은 일이었다"라고, 긍정할 수 있었을까.

그런 이야기를, 차분하게, 듣고 싶었다.

나의 인생은 계속된다.

사유의 인생도, 계속된다.

깎고 남은 수염, 혹은, 여고생의 교복.

그런 "기호"를 걷어내고도, 나와 그녀 사이에는, 명확하게 서로의 존재가 새겨져 있다는 걸 알았다.

따뜻하고, 마음대로 되지 않고, 그리고, 둘도 없이 소중한.

앞으로의 긴 여행길에서, 그녀와의 역사를 꼭 쥐고, 조금씩……걸어간다.

그녀에게도, 그렇다면, 정말 좋겠다.

「있지」

옆에 있는 사유가, 불쑥, 중얼거렸다.

곁눈질로 나를 보며, 그녀는 말한다.

「다녀왔어, 요시다 씨」

그리고, 사유는……배시시, 웃어보였다.

(끝)

깎고 남은 수염, 혹은, 여고생의 교복. < 원래 이걸 제목으로 하려고 했었다는데 마지막에 이걸 살리네 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