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알다시피 타순은 랜덤이 아니라 타자들의 실력에 따라 전략적으로 배치됩니다.

특히, 중심타선이라고 하는 3, 4, 5번 타순은 팀을 대표하는 강타자들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하필 3, 4, 5번일까요? 강타자를 중심타선이 아닌 다른 타순에 배치시키면 얼만큼 손해볼까요? 타순이 얼마나 중요할까요?

이를 확인해보기 위해 각 타순에서의 타점 기대값을 계산하여 비교해보았습니다.

19, 20, 21시즌 MLB statcast 데이터를 활용하였습니다.

1. 타순별 주자가 있을 확률

우선 19~21시즌에서, 모든 타석에 대해 각 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을 계산했습니다.

아래 표의 'batting_order'는 타순, 'ab'는 전체 타석수, 'runner_on_1b'는 1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 'runner_on_2b'는 2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 'runner_on_3b'는 3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입니다.

1~9번의 타자가 순서대로 나오기 때문에 당연히 전체 타석수는 1번 타자가 가장 많고(56901타석), 9번으로 갈수록 줄어드는 것(46022타석)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1번 타자의 경우, 타자가 타석에 들어섰을 때 1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은 약 22.5%였고, 2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은 약 15.7%, 3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은 약 8.1%였습니다. 나머지 타순에 대해서도 각 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을 확인할 수 있고, 위 표만 보더라도 4번 타순에 각 루에 주자가 있을 확률이 대체적으로 높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2. 안타별 각 주자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

그 다음 19~21시즌에서, 안타를 쳤을 때 각 루의 주자가 득점으로 연결될 확률을 확인해보았습니다.

예를 들어 single을 쳤을 때, 1루 주자가 득점할 확률은 약 0.9%, 2루 주자가 득점할 확률은 64.9%, 3루 주자가 득점할 확률은 99.3%입니다. 당연하지만 triple이나 홈런의 경우는 모든 루의 주자가 득점할 확률이 100%네요.

이제 (1. 타순별 주자가 있을 확률)과 (2. 안타별 각 주자가 득점할 확률)을 연결지어 타점 기대값을 계산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어떤 2번 타자의 single에 대한 타점 기대값은, 2번 타자에게 각 루의 주자가 주어질 확률(0.293, 0.174, 0.084)과 single에 의해 각 루의 주자가 득점할 확률(0.009, 0.649, 0.993)을 각각 곱하고 더해주면 됩니다.

3. 가상의 선수

타순의 효과를 확인하기 위해, 가상의 선수 A를 설정하겠습니다.

A는 18.5% 확률로 single을 치고, 5% double, 0.5% triple, 5% 홈런을 치는 타자입니다(타율: 0.290, 장타율: 0.500).

이 A가 9명 똑같이 복제되어 각 타순에 배치되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이 선수가 규정타석(502타석)을 각 타순에서 똑같이 소화했을때, 타점 기대값은 어떻게 될까요?

4. 가상의 선수의 타점 기대값

위 표는 모든 타순에서 (각 루의 주자가 주어질 확률) * (A가 안타를 칠 확률) * (A가 친 안타에 의해 각 루의 주자가 득점할 확률)을 계산하여 모두 더한 결과값입니다. 홈런의 경우 주자 뿐 아니라 타자 본인도 타점으로 기록되기에 더해주었습니다.

그래서 1번 타자 A의 경우, 502타석에서 1루 주자에 대한 타점 기대값(8.667) + 2루 주자에 대한 타점 기대값(17.666) + 3루 주자에 대한 타점 기대값(11.737) + 홈런에 의한 타자 본인 타점 기대값(25.1)을 모두 더해 63.17의 타점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같은 원리로 4번 타자 A는 78.25점을 기록하였네요.

그러나 모든 타순에서 같은 타석수를 소화한다고 가정하는 것은 형평성에 어긋납니다. 위에서도 살펴보았지만, 1번 타자는 소화할 수 있는 타석수가 가장 많고, 하위 타순으로 갈수록 소화할 수 있는 타석수가 줄어듭니다. 1번 타자 A가 억울하겠네요. 그래서 위에서 계산된 타순별 타석수의 비율을 이용하여 4번 타자(502타석)를 기준으로 나머지 타순들의 타석수를 조정하였습니다.

조정된 1번 타자 A의 타석수는 539.94로 늘어났고, 이에 따라 타점 기대값도 67.94로 늘어났습니다. 반면에 하위 타순들은 타석수가 줄어들어 타점 기대값도 줄어들었네요.

최종 결과를 보면, 모두가 예상할 수 있듯이 3, 4, 5번 타순에서 가장 높은 타점 기대값을 가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A가 4번에 배치되었을 때는 약 78점의 타점을 기록하지만, 9번에 배치되었을 때는 약 64점의 타점을 기록하게 될 것입니다. 이 차이는 선수의 타율, 장타율에 따라 조금씩 변하겠지만, 중심 타선에서 가장 많은 타점 기대값을 가진다는 것은 변함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지금까지 타점 기대값으로 타순의 영향을 살펴보았습니다. 왜 중심타선에 강타자들을 배치하는지 어느정도 이해가 되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