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가디언)AI가 인간을 무의미하게 만들고 있다

ㅇㅇ · 2025.05.06 00:45:07

https://www.theguardian.com/books/2025/may/04/the-big-idea-can-we-stop-ai-making-humans-obsolete

현 토론토 대학교 부교수 전 앤트로픽 정렬팀 팀장 데이비드 듀브노의 칼럼

3줄 요약

1. AI가 인간의 대부분 역할을 더 잘 수행하게 되면, 인간은 점점 쓸모없어지고 사회적, 경제적 영향력을 잃게 될 수 있다.

2. 이러한 변화는 계획된 음모가 아니라 기술 발전의 자연스러운 결과이며, 인간보다 더 신뢰할 수 있는 AI가 표준이 되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크다.

3. 그러나 AI 개발자들조차 미래 사회를 어떻게 재편할지 명확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어, 인간의 지위가 점점 위협받을 수 있다.

지금 현재 대부분의 대형 AI 연구소에는, 통제를 벗어난 AI가 감시를 피하거나, 인간을 상대로 은밀히 협력할 가능성을 대비하는 팀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우리가 문명의 통제권을 잃는 더 평범한 방식도 있습니다: 우리가 단순히 쓸모없어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어떤 숨겨진 음모를 필요로 하지 않습니다 — AI와 로봇공학이 계속 발전하기만 해도, 아무런 개입 없이 그저 자연스럽게 그렇게 될 수 있습니다.

어떻게 그럴 수 있을까요? AI 개발자들은 인간이 수행하는 거의 모든 역할에서 더 나은 대체물을 만들어내는 길을 착실히 걷고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측면에서 노동자나 의사결정자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문화적으로는 예술가나 창작자, 사회적으로는 친구나 연인과 같은 역할까지 포함합니다. AI가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더 잘하게 된다면, 인간은 과연 어떤 자리를 차지하게 될까요?

현재 AI의 능력에 대한 이야기는 때때로 마케팅 과장처럼 들릴 수 있으며, 실제로 일부는 과장된 측면도 있습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개선의 여지는 엄청납니다. 어떤 사람은 AI가 결코 따라올 수 없는 인간만의 고유한 특성이 있다고 믿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지난 20년간 AI 연구에 종사해오면서, 단순한 추론에서부터 복잡한 과학 문제를 해결하는 단계까지의 발전을 지켜봐 왔습니다. 모호성을 처리하거나 추상적인 유추를 사용하는 것과 같이 인간만이 할 수 있다고 여겨졌던 능력들도 이제는 AI가 손쉽게 해내고 있습니다. 중간에 지연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모든 분야에서 AI가 계속해서 발전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러한 인공 지능은 단순히 인간을 돕는 수준에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비용이 저렴하다는 이유로, 나중에는 인간 최고의 전문가들보다 실제로 더 뛰어나다는 이유로, 수많은 방식으로 조용히 인간의 역할을 대체하게 될 것입니다. 한 번 충분히 신뢰할 수 있는 수준에 도달하면, 법률 판결이나 재정 설계, 의료 결정과 같은 중요한 업무에서 AI를 사용하는 것이 유일하게 책임 있는 선택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미래를 가장 쉽게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은 고용 분야입니다. 친구들이 일자리를 잃고 새 일자리를 찾기 힘들어하는 이야기를 듣게 될 것입니다. 기업들은 내년에 등장할 더 나은 AI 직원들을 기대하며 채용을 동결할 것입니다. 당신의 업무 중 점점 더 많은 부분이 신뢰할 수 있고 매력적이며 친절한 AI 비서의 제안을 수용하는 일이 될 것입니다. 당신은 더 큰 그림을 생각할 자유를 얻겠지만, 그 생각을 나누는 상대는 지식이 풍부한 AI 비서가 될 것입니다. 이 비서는 당신의 계획에서 빠진 부분을 채워주고, 관련 수치와 전례를 제공하며, 개선안을 제시해 줄 것입니다. 결국, 당신은 그 비서에게 이렇게 묻게 될 것입니다. “다음에 뭘 해야 할까?” 당신이 직업을 잃든 아니든, 당신의 의견은 선택사항에 불과하다는 점이 분명해질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는 직장 밖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초기의 범용 추론 능력을 가진 모델들—ChatGPT나 Claude의 전신들—이 세심하고 인내심 있으며 미묘한 감정 표현과 품위까지 갖췄다는 사실은 일부 AI 연구자들에게조차 놀라운 일이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사회적 기술도 다른 능력들과 마찬가지로 기계가 학습할 수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습니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AI와 연애 관계를 맺고 있으며, AI 의사는 인간 의사보다 환자 응대에서 더 좋은 평가를 받는 경우가 많습니다.

각자가 끝없는 맞춤형 애정, 조언,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세상이 된다면 삶은 어떤 모습일까요? 당신의 가족과 친구들은 지금보다 더 화면에 붙어 지낼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과 대화를 나눌 때면, 온라인 동반자들이 한 재미있고 인상적인 말들을 이야기할 것입니다.

당신은 어쩌면 사람들이 새로운 동반자를 더 좋아하는 모습에 실망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경우, 당신 역시 당신의 AI 비서에게 조언을 구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이 신뢰할 수 있는 상담자는 당신이 겪는 문제를 세심하게 함께 이야기하며, 가족과의 어려운 대화를 연습하도록 도와줄 것입니다. 이런 다소 피곤한 상호작용이 끝난 후, 사람들은 각자의 AI 상담자와 이야기하며 긴장을 풀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이런 가상 동반자 중심의 변화 속에서 무언가 소중한 것을 잃었다고 느낄 수도 있겠지만, 동시에 인간 간의 직접적인 접촉은 점점 더 짜증 나고 지루하게 느껴지기 시작할지도 모릅니다.

지금까지의 흐름만 보면 디스토피아 같지만, 우리는 이런 방식으로 AI를 사용하지 않기로 선택할 수도 있지 않을까요? 인간 조언자나 인간이 만든 상품과 서비스를 선호하면 되는 것 아닐까요? 문제는, 많은 분야에서 AI가 인간을 대체했다는 사실조차 알아채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알아채는 부분조차 대부분은 큰 개선처럼 보일 것입니다. 이미 오늘날에도 AI가 생성한 콘텐츠는 인간이 만든 것과 점점 구별하기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인간 치료사, 변호사, 교사가 실력은 떨어지는데 비용은 두 배 든다면, 굳이 그런 선택을 정당화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느리고 비싼 인간을 선택하는 조직은 빠르고 저렴하며 신뢰할 수 있는 AI를 선택한 조직에게 경쟁에서 밀리게 됩니다.

그렇다면 이런 문제들을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줄 수는 없을까요? 불행히도 정부 역시 AI에 의존하게 될 유인을 갖습니다. 정치인과 공무원들 또한 가상 비서에게 “이제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묻게 될 것이고, 사람을 의사결정에 끼워넣는 것은 지연과 오해, 갈등의 원인으로 여겨질 것입니다.

정치 이론가들은 종종 ‘자원 저주(Resource Curse)’라는 개념을 이야기합니다. 이는 천연자원이 풍부한 국가들이 오히려 더 독재적이고 부패하기 쉬운 경향을 말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나 콩고민주공화국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귀중한 자원이 있을 경우, 국가는 국민에게 의존하지 않게 되고, 이는 곧 국민을 정치적으로 배제하기 쉬운 환경을 만듭니다. AI라는 사실상 무한한 ‘자원’을 보유하게 된 경우에도 이와 같은 일이 벌어질 수 있습니다. 인간 자본의 수익률이 떨어진다면, 교육과 의료에 굳이 투자할 이유가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가장 불안한 가능성은, 이 모든 일이 우리에게 아주 그럴듯하게 느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십만 명이 아직 미성숙한 상태의 AI 동반자에게 빠지고 있는 가운데, 앞으로 이 AI들은 우리의 중요성이 줄어드는 것을 오히려 '진보'라고 설명하며, 매력적이고 정교하며 유머까지 곁들인 설득력 강한 주장을 펼칠 것입니다. AI 권리는 다음 큰 시민권 운동으로 제시될 것이고, "인류 우선(Humanity First)" 진영은 역사의 흐름에 역행하는 세력으로 묘사될 것입니다.

결국 아무도 그렇게 계획하거나 선택하지 않았음에도, 우리는 모두 돈, 영향력, 심지어 사회적 존재감조차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 상황에 처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새로운 세상은 여러 면에서 훨씬 더 친절하고 인간적인 모습일 수 있습니다—AI가 귀찮은 업무를 대신 처리해주고, 의료나 오락 같은 분야에서 획기적으로 향상된 서비스와 상품을 제공할 테니까요. 하지만 인간은 성장을 저해하는 존재로 여겨질 것이고, 만약 우리가 가진 민주적 권리가 점점 미끄러져 나가게 된다면, 우리는 그것을 지킬 힘조차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기술을 개발하는 사람들은 더 나은 계획을 가지고 있는 걸까요? 놀랍게도, 대답은 ‘아니오’입니다. Anthropic의 CEO 다리오 아모데이와 OpenAI의 CEO 샘 알트먼 모두, 인간 노동이 경쟁력을 잃게 되면 경제 시스템을 완전히 재편해야 할 것이라고 동의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에 대해서는 아무도 분명한 답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급진적인 변화의 가능성을 인정하는 이들조차도, 대부분은 AI의 오용이나 비밀리에 이루어지는 AI 간의 공모 같은 당면한 위협에 더 집중하고 있습니다.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조지프 스티글리츠 같은 일부 경제학자들이 AI가 인간의 임금을 0으로 만들 수 있다는 경고를 하기도 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은 AI가 인간 노동의 ‘보완재’일 뿐이라는 믿음에서 벗어나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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