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훈은 스스로에게 계속 자신을 합리화하는 말을 되뇌인다.
자신은 틀리지 않았다. 둘을 그대로 두었다면 아기와 산모
모두 옥에서 숨을 거두었을 것이다. 무사히 달아나는 것만
생각해야 한다.
허나 그렇게 되뇌일수록 이번에도 오판을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점점 더 선명해져 왔다. 아무리 사상범에게
순사들이 가혹하게 군다고 하더라도 임산부에게는 일단
그리 심하게 대하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며, 적어도 갓난
아이에게는 죄를 묻지 않을 것이었다. 어쩌면 이 아기는
무사히 태어난 뒤에 어미 곁을 떠나 다른 집에 입양된 뒤
다른 아기들처럼 평범하게 잘 자랄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렇게 일시적으로 상념에 빠져 괴로워하던 그를 다시금
일깨운 것은 위에서 일행들을 부르는 영훈의 목소리였다.
일단 이미 꺼낸 아기를 어미 뱃속에 넣을 수도 없는 노릇.
아기를 데리고 여기서 도망쳐야 했다. 일을 저질러 버린
이상 자신이 아기를 살려서 잘 키워내는 것만이 엎질러진
물을 주워 담는 유일한 방법일 것이다. 이번에도 그 생각이
틀렸을 지도 모르지만 호랑이 등에 올라탄 이상 도중에
내릴 수는 없는 것이니 뒷일이든 후회든 안전한 곳에서
해도 늦지 않을 것이다.
위층에서는 영훈이 책과 종이를 모아서 뗏목같은 경이를
만들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마 이것을 타고서 바닥에
안전하게 내려간 뒤에 달아나자는 계책일 것이다. 중훈은
뗏목 위에 올라 앉아 아기의 상태를 살폈다. 이제 숨소리가
조금은 편해진 것 같았지만, 도망칠 때 상태가 나빠질 수도
있었다.
네 사람, 아니 다섯 사람을 태운 영훈의 경이는 그 무게에
어울리지 않게 느리게, 마치 깃털이 내려 앉듯이 땅바닥에
내려 앉았지만 착지할 때의 충격은 무게를 다시금 깨닫게
하기에 충분했다. 이것을 미처 예상 못한 중훈은 착지 순간
앞으로 엎어질 뻔했고, 옆으로 몸을 틀어서 아기를 몸으로
짓누르는 것은 피했지만 대신 옆구리에 멍이 든 것 같았다.
몸을 추슬러 일어나자 옆의 금애가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태도를 보아하니 아마 그나 아기를, 혹은 둘 모두의 상태를
봐주려는 것 같았다. 그는 어차피 알아들을 수 없을 감사의
말을 하는 대신 조용히 고개만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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