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훈이 울기 시작한 아이를 품고 밖으로 나가 문을 닫고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못하던 그는 다시 고개를 돌리고 공책에 자기 할 말을 적기 시작했다.
<그러면 저는 일단 의원에 돌아가 며칠 동안 턱을 좀 치료하고 돌아오도록 하겠습니다>
<다만 제가 치료 중에 좀 시험할 것이 있는데, 혹시 두 분 중에 도와주실 분이 계신지요?>
<혹은 어르신께서 이쪽에 관심이 있을 것 같은 회원분을 따로 소개해주셔도 괜찮겠습니다>
<일단 사례는 넉넉하게 해 드릴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고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틀 전, 집에 와서 약으로 적당히 치료와 마취를 한 뒤 '후라스티크 설저리 오브 더 훼이스(Plastic Surgury of the Face)'를 읽으며 곰곰히 생각해 보니 턱이 날아간 것은 어찌 보면 잘 된 일이라 할 수 있었다.
최근 서양의 의학자들이 '이빨과 같은 국소부위는 만병을 일으키는 다양한 벌레(서양에서는 병원균이라 부르는)들 중 일부의 서식지라 병의 발병을 막기 위해서는 제거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고 하지 않던가? 물론 그런 이론이 본격적으로 나오기 전부터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이빨이 벌레들의 서식지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있었다. 이빨이 손상되는 병을 충치(蟲齒)라고 부른 것이 그 증거다.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이번 부상은 그런 위험한 부위가 좀 많이 극단적인 방법으로 제거된 일일 뿐이다. 오히려 망가진 턱을 고치는데 참고할 서양 의학 서적도 있으니 이것을 보고 다른 사람의 눈에 띄지 않고 상대적으로 그가 부족한 서양 의학 쪽 기술을 향상시킬 기회를 얻었다고 생각하면 좋을 것이었다. 그리고 추가로 자신이 부족한 분야를 좀 더 잘 아는 사람에게서 도움을 구해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데 성공한다면 앞으로의 구락부 활동에도 더 유리할 것이었다.
일단 소란이 벌어진 날 어찌어찌 집에 들어간 뒤 가게를 돌보는 점원 아이에게 당분간 사정이 있어서 환자를 볼 수 없으니 일단은 남아있는 고약이나 팔고 급한 사람이 새로 오면 이웃의 다른 의생이나 의사에게 보내라고 지시는 해서 며칠 시간은 벌어 놓았지만, 고약의 재고나 지금 사용 중인 진통제의 재고를 생각하면 가급적 빨리 턱을 완치해야 할 것이었다.
마침 책에 자기처럼 부상으로 턱이 없어지다시피한 사람의 사례(길래스 박사는 지지대를 장착한 뒤 어깨 등의 피부를 길게 잘라내 상처에 이어 붙여 상처 부위를 재생하게 만드는 튜브 시술법으로 성공을 거두었다) 가 나왔으니 치료 방법은 명확했고, 관건은 구락부에서 누가 도와주러 올 것인가와 책에서는 망가진 부위에 병원균이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 튜브를 사용했다고 했는데, 그의 생각에는 새로 붙일 피부에 적당히 벌레를 죽일 만한 / 꼬리를 재생하는 도마뱀과 같이 잘려진 부위를 재생할 수 있는 활력을 불어넣는 고약(아직 만들려고 하지도 않았지만)을 만들어 붙이면 굳이 그러지 않아도 될 것 같다는 점 정도였다.
중훈은 생각을 멈추고 세 사람의 반응을 살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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