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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썰] 엔드타임) 서약하지 않는 자 칸토-2 아카온과 첫만남

만빡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3.08.04 14:35:52
조회 1872 추천 23 댓글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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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칸토는 아카온과 그의 친위대 카오스의 검이 제국 기사들과 싸우는 광경을 목격함. 그러던 중, 기사 한 명이 노출된 아카온의 후방으로 달려오고 있었음)


시간이 멈췄다. 온 세상이 정지하며 소리가 멎었다. 칸토는 숨을 참았다. 카오스의 선택받은 자 아카온. 세상의 모든 악마들이 조아릴 자. 그럼에도 그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그는 여전히 죽일 수 있는 존재였고, 등에 검을 꽂는 것으로도 대포알과 지그마의 전령의 손에 들린 망치와 동일한 결과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더 나은 결단력이 고개를 위로 젖히게 만들었다. 구름은 여전히 소용돌이치며 얼굴들을 이뤄내고, 다시 분해되어 구름이 되었다. 신들이 지켜보고 있었다. 지금이야말로 그가 아무것도 보지 못한 척을 하기에 좋은 시점이었다. 


여기에 없는 것처럼 행동하는 거야


칸토가 스스로에게 되뇌였다. 


선택받은 자의 안위는 신들이 직접 챙기라 해


하지만 생각이 스치는 와중에도 칸토는 앞으로 걸음을 옮겼다. 그의 검이 말의 다리를 잘랐고 짐승이 비명을 질렀다. 기수가 안장에 떨어졌지만, 잠시 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적의 검이 칸토의 것과 부딪혔고 그들은 죽어가는 말 위에서 대결을 벌였다. 하지만 대결은 오래가지 않았다. 상대는 부상을 입었고, 어쩌면 이미 죽어가는 중일 것이다. 검을 든 그의 팔이 떨리고 칸토의 검이 어깨에 꽂히자 그는 무릎을 꿇었다. 다위 자르가 제련한 검이 기사의 두꺼운 갑옷을 가볍게 찢었고, 기사는 자신의 말 위에 죽은 채로 쓰러졌다.


칸토는 시체에서 검을 빼냈다.


'감사를 표하지, 전사여'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칸토는 몸을 돌렸다. 삼안왕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칸토는 이곳과 키슬레프의 거리가 얼마나 될 지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다. 아카온이 기사의 시체를 내려다봤다. 그리고 다시 시선을 올려 칸토의 장식하나 없는 갑옷을 살폈다. 칸토는 자신의 흑철로 만들어진 바로크식 갑주에 어떠한 신앙적 상징이 없음을 인지하고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가 서약하지 않는 자로 불리는 아주 훌륭한 이유가 존재했다. 그는 단 한번도 해골 옥좌로 향하는 888의 계단에 오르지도 않았고, 너글의 정원에서 축복을 찾아 헤매지도 않았다. 신들은 믿을 수 없었다. 그들은 사람에게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제공했다. 사람이 제발 그만해 달라고 애원할 때까지도.


'무릎 꿇으라,'


아카온이 말했다.


'힘들 것 같습니다. 무릎에 부상을 입어서'


칸토가 말했다. 하지만 그의 입에서 말이 새어나가기도 전에 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 그들 주위로 전투는 여전히 진행 중이었다. 하지만 현재 바로 이곳에서 그는 끔찍한 침묵의 무게가 그를 짓누르는 게 느껴졌다. 전쟁의 소음이 희미해졌다. 그는 위를 올려다 보길 거부했다. 왜냐하면 만약 그가 위를 올려다 본다면, 넓고 굶주린 하늘의 무언가 또한 그를 내려다 볼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신들이 처음으로 그를 지켜보는 상황이었다.


'해냈구나, 멍청한 놈아'


칸토가 생각했다.


'그들의 관심을 끌어버렸어. 이제 그게 뭔 뜻인지 알게 될 거야'


허나 그러지 않았다. 그는 신들의 관심을 끄는 게 무슨 결과를 초래하는 지를 보았다. 하지만 그는 수 세기 동안 신들의 시선을 피하려 했다. 그는 적당한 수준으로만 행동했고, 넘치는 일은 하지 않았다. 생존하기에 적당하되, 절대로 풍요롭진 않게. 덩어리 한 가운데에 숨은 쥐라고 할까. 


'서약하지 않는 자 칸토'


아카온이 말했다. 즐거움이 담긴 듯한 목소리였다. 칸토는 아카온이 그의 이름을 어떻게 알고 있는 것인지에 대해선 신경을 껐다. 아마 신들이 그의 귓가에 속삭여줬으리라. 


'너는 고어울프(고&펠:해골의 길에 나온 최종보스)와 함께 했고, 이전에는 기록되지 않은 자 체르피코와 함께했지'


아카온이 고개를 젖혔다.


'그들이 말하길 체르피코의 강철과 크리스탈로 만들어진 거대한 거북이가 여전히 황무지에서 걸음을 옮기며 주인을 찾고 있다던데'


'맞습니다'


칸토가 말했다.


'실제로 그러합니다'


'이 시대에 신과 다른 이들의 그림자 속에서 피신처를 찾지 않는 자들은 보기 드물지. 하지만 넌 그들과 다르다. 공포와 두려움 중 무엇 때문이지?'


'공포 때문입니다'


칸토가 쉰 목소리로 말했다. 아카온의 눈이 별처럼 빛났고 그는 기이한 차가운 불길의 열기가 그를 휘감는 게 느껴졌다. 마치 몸 안에서부터 가죽이 벗겨지는 느낌이었따. 에버초즌이 그의 어둡고 저주받은 영혼의 모든 부분을 분석하는 것 같았다.


'무엇이 두렵지?'


'죽음. 광기. 변화입니다'


칸토가 입을 다물기도 전에 말이 새어나왔다. 그는 끔찍한 관심들이 더욱 강렬해진 것이 느껴졌다. 그리고 고양이에게 잡힌 쥐의 느낌이 어떠한 지를 실감했다. 고양이가 한 마리인 것도 아니었다. 그리고 그들의 신이 지금 그를 내려다 보며 발톱을 박아넣을 지 고민하는 중이었다.


'난 내가 첫 숨을 내쉬기도 전에 저주를 받았다. 모든 인간이 그러하지'


아카온이 거의 다정하다 할 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우린 매 순간과 흐르는 시간마다 변화한다. 뱀이 자기 가죽을 벗든 우리 자신을 잃어가지. 옛 것에 매달리는 것, 그게 광기다. 흐름에 저항하는 것. 그게 광기다. 두려워 할 건 없다, 서약하지 않는 자. 지금은 두려워 할 때가 아니야. 최악은 이미 벌어졌다. 종말의 나팔이 울려퍼졌고, 천상과 대지의 토대는 무너져 내리고 있다.


그의 대검이 앞으로 뻗어졌다. 칸토는 두 눈을 감았다. 그는 주마등을 보았다. 달렸고 싸웠던, 색깔, 소리, 어딘가와 저멀리의 삶. 칸토는 카오스 황무지에서 발을 옮기는 거북이의 느린 울음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바로 그 순간 그는 형언할 수 없는 슬픔을 느꼈다.


부드러운 소리가 났고 그는 아카온의 검의 평평한 면이 그의 어깨에 닿는 순간 그는 두 눈을 떴다.


'일어나라. 그리고 두려워 마라. 일어나라, 그리고 내 그림자를 피신처로 삼아라, 서약하지 않는 자. 우린 종말로 달려갈 것이고, 우리의 승리는 분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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