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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둑3앱에서 작성

사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09 19: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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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긋한 된장국 냄새에 정신을 차렸다. 내 앞에는 상다리가 부러질 정도의 밥상이 차려져 있었다. 된장국에 장어 그리고 각종 반찬, 내가 좋아하는 것들이다

원래라면 좋아했겠지만, 알몸으로 의자에 손발이 묶여있는 상황에서는 아니다.

생각해보자 생각을, 난 재용이 누님 집을 작업하러 왔다가 전기충격기에 기절하여 깨어나니 지금 이 상황이다

예전에 돈 많은 사이코패스가 사람을 납치해 살인하는 영화를 본 적이 있다. 영화를 볼 적엔 누가 저런 속임수에 속냐며 주인공들을 비웃었는데 이젠 아니다.

침착하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도 산다고 했지만, 이 상황에서 침착할 사람은 없다

발버둥을 쳐봤지만, 밧줄은 풀리지 않았다. 시발 뭐든지 다 풀어버리는 내가 이딴 초보적인 장치에 죽게 생겼다



"여보, 일어났어?"



뒤에서 들리는 나긋나긋한 여성의 목소리. 서서히 다가오는 소리가 들렸고 어느새 희고 고운 손은 내 어깨를 쓰다듬고 있었다.

등에 닿은 푸근한 가슴의 촉감, 긴 갈색 머리카락에서 나는 향긋한 향은 나를 자극했다. 이럴 때 반응하지 마라 제발



"오늘은 여보가 좋아하는 냉이된장국을 끓여봤어, 처음 하는 거라 맛은 보장 못 해"

"저…. 저기"

"그리고 당신 최근에 힘이 없는 거 같아서 장어도 구웠고……. 뭐야 벌써 효과가 나오네?♥"

"자…. 잘못했습니다 제발 목숨만은"

"뭘 잘못했는데?"

"남의 집에 함부로 들어와서…. 급하게 돈이 필요했습니다. 부디…. 살려주세요"

"무슨 소리야? 남의 집이라니? 우리 집이잖아"



그렇게 말하곤 여자는 내 앞자리에 앉았다. 처음으로 여자의 얼굴을 보았다. 아무리 봐도 아는 얼굴은 아녔다. 사채업자의 얼굴도, 깡패의 얼굴도 아녔다.

...솔직히 말하면 내 이상형에 가까웠다. 길거리에서 만났다면 말이라도 걸어볼 얼굴이었는데 이런 식으로 만나서 아쉬울 정도로 내 이상형이다.

세상에는 귀신보다 무서운 것들이 많다. 목줄 풀린 맹견, 사채꾼, 가난 그중에서 가장 무서운 건 미친놈이다.

아까부터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이해가 안 간다. 내가 왜 '여보'인지, 여기가 왜 '우리' 집인지, 애초에 이 상황이 이해가 안 간다



"여보 오늘 많이 피곤했구나 자, 아~"



여자는 나를 아이 대하듯 숟가락으로 밥을 떠서 먹이려 했다. 너무나 사랑스러운 동시에 무서운 눈빛으로 날 쳐다보면서 말이다

여기서 넘어가면 안 된다. 넘어가면 난 평생 이러고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여기서 한번 강하게 나가보자. 너무 강하면 죽을 수도 있으니 적당히 강하게



"..저…. 저는 당신 여보가 아니에요…. 제발 풀어주세요"

"...."

"여기서 본건 아무한테도 말을..."

"시끄러워"



갑자기 분위기가 달라지더니 내 입을 벌려 밥을 쑤셔 넣었다. 그러곤 턱을 잡고 강제로 씹게 했다.



"케…. 케헥"

"내가 여보를 위해 얼마나 노력했는데 이러는 거야?"



여자는 화가 난 목소리로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냈다. 작은 사진첩이었다.

사진첩 안에는 내가 도어락을 풀고 있는 사진, 보안장치를 해제하는 사진, 내가 물건을 훔치는 사진....

증거로 내면 사형까지 갈 정도의 수많은 사진들... 분명 주변에 아무도 없는 걸 알고 작업했는데 어떻게 저 여자가...

여자는 울먹이면서 말했다



"내가 지금까지 당신 사고 친 거 다 눈감아줬어."

"게다가 오늘 아침엔 우리 아가씨 내일 수술이니깐 병문안도 갔다 왔어!"

"외삼촌네 병원이니깐 잘해달라고 외삼촌한테 말하기까지 했는데..."



방금 저 여자가 한 말은 나에겐 이렇게 들렸다.



"내가 증거를 가지고 있으니 내 말을 들어라"

"니 여동생도 내 손 안에 있다 그러니 내 말을 들어라"



난 어찌 되던 상관은 없다. 하지만 내 여동생만큼은 어떻게든 지켜야 한다. 난 모든 걸 체념하고 말했다. 이판사판이다.



"..여…. 여보, 내가 잘못했어…. 방금 내가 어떻게 됐었나 봐. 하…. 하하"



미친 사람한텐 똑같이 미친 행동을 보여야 정상적인…. 대화를 할 수 있다.

효과는 있었나보다 여자는 눈물을 그치고 나를 사랑스럽게 바라보면서 말했다.



"괜찮아 난 당신을 정말 사랑하니깐 그 정도는 괜찮아. 일단 밥부터 먹자 자, 아~~"

"..아~"



치욕스러웠다. 하지만 살기 위해, 그리고 여동생을 위해 어쩔 수 없다.



"헤헤 우리 여보 잘 먹네! 아까도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어때 맛있어?"

"..으…. 응 맛있어!"

"....."



갑자기 또 조용해졌다. 시발 뭔갈 잘못했나? 리액션을 더 해야 했었나? 아니면 표정을 더 화사하게 했어야...

...아무래도 난 잘한 것 같았다. 너무 잘해서 문제였던 거다. 여자는 갑자기 내 앞에서 옷을 벗기 시작했다.



"난 자기가 잘 먹는 모습 보니깐 나 뜨거워졌어..♥"



여자는 속옷만 입고 내게 다가왔다. 이런 상황에서 제발 반응하지 마라 일차원적인 몸아



"히히♥ 당신도 뜨거워졌구나…. 그런데 오늘 여보 피곤한 거 같으니깐.."

"..그…. 그래 나 오늘 피곤해서..."

"..주사맞으면 될 거야!"

"....뭐?"



여자는 탁자 위에 있던 주사를 나에게 순식간에 꽂았다.



"...무…. 뭐야…. 이거…. 무슨..."

"이거 맞으면 오늘 밤은…. 난 부끄러워서 말 못 해♥"



온몸이 뜨거워지고 머릿속이 새하얘진다. 숨 쉬는 것조차 흥분되기 시작됐다. 마지막 남은 이성이 날아 ㄱ…. 이 앞에 있는 여자.... 너무 아름답다.



"자 침실로 들어가자 여보"



여자는 묶여있던 날 풀어줬다. 지금이 도망칠 기ㅎ…. 내가 왜 도망치려 하는 거지

사랑스러운 여인은 날 침실로 끌어당기며 속삭였다.



"사랑해 여보"

"...나도 사랑해"



침실 문은 닫혔고 내 기억은 다시 끊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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