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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험용책 4앱에서 작성

사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14 22: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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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175.115) 2020.04.06 11:52:31



작성자-얀갤용계정

반지의 사용법에 익숙해진 것은 좋았다. 걸어서 내려간다면 적어도 사흘 정도 잡고 내려가야 할 길을 고작 몇 십분만에 내려왔으니 말이다.


문제는 숲에 떨어질 확률이 높다는 것이고, 동이 트고 있긴 하지만 이 새벽에 숲을 거니는 건 굉장히 위험하다는 것이다.

숲에 사는 늑대 같은 들짐승들은 어떻게든 가까스로 물리칠 수 있을 테지만, 정말 곤란하게도 나는 지금 무기 하나 없는 몸이다.

일단 숨죽여 이동하되, 괴수나 맹수들이 습격해 온다면 바로 반지를 껴서 나무로 뛰어오르도록 하자.


생각을 정리하며, 거의 땅에 닿을 정도의 높이가 되자 나는 다시 반지를 착용했다. 몸이 가볍게 뜨는 것이 느껴졌다. 손에 잡히는 나뭇가지를 타고 천천히 땅으로 내려왔다.


아, 자연이여!

정말 놀라울 정도로 상쾌하고 들뜬 기분이었다. 마치 나의 첫 모험처럼, 풀냄새는 싱그러웠고 은은히 들리는 풀벌레 소리가 마음을 안정시켰다.


마음 같아선 '야호!' 하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지만 이 위험한 새벽에 들짐승들을 깨울 순 없기 때문에 가볍게 주먹을 하늘로 치켜세우는 것으로 만족했다.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방향을 짐작해 보았다. 하늘에 떠 있을 때, 마을은 확실히 산 남쪽에 있었다. 그렇다면 북쪽으로 방향을 잡은 다음 정반대로 향하면 될 것이다.


여기서 더 시간을 끌면 용에게 발각되고 말 것이다.

비행하며 숲 속에 있는 나를 찾는 건 꽤 어려운 일일 테지만, 혹시라도 나무 틈 사이로 내가 보인다면, 혹은 용이 분노한 나머지 숲을 화염으로 모두 쓸어버린다면 답이 안 나오는 상황이었다.


주변 바닥에서 날카로운 돌멩이를 집어 나무에 표식을 새기며, 나는 숲 바깥 쪽으로 걸어나갔다.


--------------------



"이상해..."



나무 한 그루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해..."



분명 이 나무는 내가 몇 분 전에 표식을 새겨놨던 나무였다. 분명했다. 이 나무 주변에 독버섯이 자라 있고 날카롭고 큰 바위가 있는 걸 보아, 난 분명 여기를 지나쳐 갔다.


그런데 왜 나는 이 곳을 맴돌고 있는 것인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른 나무들도 살펴봤지만, 표식이 남아있는 나무는 그 어디에도 없었다.


마을 밖 숲은, 내 기억이 맞다면 울창하긴 하지만 길을 잃을 정도로 나무가 빼곡히 자라 있는 숲이 아니었다. 적어도 하늘을 올려다보면 이 시간대쯤이면 파란 하늘이 보여야만 했다.


하지만 지금 이 숲은 빛은 들어오지만 하늘은 보이지 않고, 눈 앞의 길은 밤이라도 된 것 마냥 어둠에 휩싸여 있었다.


머리를 굴려 보았다. 아무래도 이건 누군가가 건 환술인 것 같은데...

환술을 걸 만한 괴물이 이 곳에 있는가 하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이 곳은 사람들의 왕래가 잦아 이 정도 환술을 걸 만한 괴물이라면 모험가들이 퇴치하고도 남았다.


다르게 생각하면 내가 세 달 동안 산에 갇힌 사이 한 놈이 이 곳에 둥지를 틀었을 수도 있다.


헛웃음이 나왔다. 용의 아가리에서 벗어나자마자 이제는 뭔지도 모를 괴물의 환술에 걸리다니.

나무에 기대 주저앉았다. 하늘은 여전히 나뭇잎밖에 보이지 않았다. 적어도 이 정도 환술이라면 용이 날 찾아내진 못하겠지. 애써 긍정적인 생각을 해 보았지만 확 나빠진 기분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갑자기 화가 머리 끝까지 솟구친 나머지 땅을 걷어차고 돌을 던지며 고함을 질렀다. 뭐라 지껄였는진 모르겠지만, 아무튼 살면서 해본 욕 중 가장 험한 말이 나왔음에는 분명했다. 숨을 씩씩거리며 고르던 그 때,


뒷쪽의 수풀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났다.


황급히 땅에 굴러다니는 돌멩이를 집어 뒤를 돌아 수풀을 응시했다.

이가 빠드득 갈리는 것이 느껴졌다. 손발이 긴장한 채 덜덜 떨렸지만, 정신은 그 어느 때보다 또렷했다.


쉽게 잡아먹을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마라, 이 새끼야. 넌 나랑 같이 뒈지는 거야.


독기를 잔뜩 품은 내 앞에 수풀을 부스럭거리며 나타난 것은,

놀랍게도 어린 소녀였다.


--------------------


용은 이성의 끈을 간신히 붙잡으며 산 주위를 계속 비행했다.


입에서 나오는 그르렁거리는 소리는 마치 천둥 소리와 같았으며, 거친 날갯짓과 비행은 주변의 들짐승들을 겁 먹고 도망치게 만들었다.


용은 푸른 눈을 매섭게 굴려 주위를 살폈다. 그 눈빛에는 애증이 섞여 있었다.


놈은 나의 보물이다. 그리고 그 보물이 나의 보물들을 채간 채 달아났다. 나의 허락도 없이, 나에게 말도 하지 않고.

참을 수 없었다. 그 빌어먹을 미물이 자신의 보물을 훔쳐간 것이 매우 가증스러웠지만, 그 미물을 누군가가 채 갈 것이라 생각하니 견딜 수 없었다.


용은 분노에 사로잡혀 비명을 지르듯 포효를 내질렀다. 꼬리로 암벽 하나를 세차게 쳐 무너뜨렸다. 그로 인한 산사태에 들짐승 몇 마리가 깔려죽은 듯 했지만 별로 개의치 않았다.

용의 관심은 보물들에 쏠려 있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보물들을 되찾고 말 것이란 의지가 눈에서 이글거렸다.



"잘도 나를 기만했구나, 이야기꾼이여."



혼잣말로, 하지만 이야기꾼이 들으라는 듯이, 용은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잘도 나의 보물을 훔쳐서, 잘도 나의 거처에서 빠져 나갔구나. 하지만 기뻐해라. 난 네가 어떻게 빠져 나갔는지 매우 궁금하니 말이다. 어떻게 나의 보금자리에서 도망쳤는지 얘기를 듣고 싶구나."



용은 다시 암벽 하나를 꼬리로 세차게 치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이야기꾼이여, 나의 보물아, 이 일을 그냥 넘어갈 생각은 하지 말아라.


지금 당장 내게 돌아오지 않는다면 그 팔다리를 잘근잘근 씹어주마. 그리 한다면 감히 내게서 도망친다는 생각을 하지 못하겠지."



말을 마친 용은 또다시 포효하며 광풍을 일으켰다. 그 황금빛 비늘로 햇살을 머금으며 찬란한 광채를 숲 속에 뿌렸다.


용은 숲 위를 비행했다. 이야기꾼이 산을 내려와 도망쳤다면, 저기 보이는 마을이라는 개미굴로 갔음에 틀림없었다.

하지만 놈의 짧은 팔다리론 이 숲을 벗어나지도 못했을 것이다. 용은 이를 갈며 재빠르게 숲 주위를 정찰했다.


그러다 문득, 숲 중앙의 한 구석이 기분 나쁘게 꾸물거리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녀석인가?

그래, 그 놈은 신비한 재주를 부릴 줄 아니 저기로 도망쳤을 수도 있겠구나.

만약 그 놈이 아니라면 감히 나를 기만한 죄로 모조리 태워주마.


용은 불쾌하다는 웃음을 내뿜으며 숲의 한가운데를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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