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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와 노는 이야기 -2앱에서 작성

사월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0.04.24 03: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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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인데 춥지도 않냐.”
 “어차피 한 시간 가까이 벗고 있어야 할 거라 별로 상관 없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아, 목도리 돌려드릴게요.”
 “필요 없어.”
 “선배 여자친구분이 선배 목도리인 거 알아봐도 괜찮아요? 가져가지 않으면 저 계속 쓰고 다닐 텐데.”
 “……”
 
 꽤 추운데도 후배 녀석의 옷차림은 얇았다. 어차피 벗을 거라고? 이가 갈린다. 돌려주는 목도리가 든 종이가방을 챙기고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녀석을 쳐다본다.
 녀석은 시선을 피했다.
 
 “시간 끌기 싫어. 하기 싫으면 간다.”
 “후후후. 거의 물건 취급이네요. 해야 하니까 하는 거고 될 수 있다면 피하고 싶다는 그런 거?”
 “그래. 네가 고백하고 나서도 나는 너를 좋게 봤어. 상처 받았을까 봐 걱정도 했다고. 근데 그걸 이렇게 갚아?”
 “선배는…… 여자친구분을 정말 좋아하시네요.”
 “그 애는 너랑은 달라. 너 같은 거랑은……”
 “하아…… 이런 이야기나 하러 온 건 아니니까, 선배가바라시는 대로 빨리 끝내 드릴게요. 혹시 원하는 플레이 같은 거 있으세요?”
 
 플레이? 지금 이 녀석이 그딴 단어를 쓴 건가? 이건 장난이 아니다. 나는 협박 받아서 어쩔 수 없이 이러는 거고, 후배 녀석은 자기 몸을 쉽게 놀렸다.
 그걸 이런 식으로 얘기한다면……
 
 “눈매가 무섭네요.”
 “때려 죽이고 싶을 정도거든.”
 “해 보실래요?”
 
 후배는 자기 겉옷을 조금 겉어 올렸다. 배꼽을 드러내고 원한다면 해 보라는 식으로 굴었다. 주먹이 부들댄다.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놀아줄 생각은 없었다.
 
 “닥치고 벗어.”
 “말투 거친 거 봐. 저는 언제든 선배를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는데 조금 더 조심해서 행동하셔야 하는 거 아니에요?”
 “……뭘 바라는데.”
 “공주님 취급 해 달라고도 하고 싶지만…… 그런 건 안 바랄게요. 적어도 하는 동안은 가볍게 즐기는 척이라도 해 주세요.”
 “뭘 어떻게 즐기라는……”
 
 후배가 내 얼굴을 붙잡고 발돋움했다. 부드러운 감촉. 저번처럼 유린하는 키스가 아니라 녀석의 감정이 전해져 오는 느낌의 것이었다.
 
 “이런 형태가 돼 버렸지만, 아직도 사랑해요.”
 “……”
 “오늘은…… 오늘은 이대로 돌아갈게요. 다음 주 일정은 같이 생각해요. 조심히 들어가시길.”
 
 꾸벅. 숙인 허리 아래로 길게 땋은 머리가 흘러내렸다. 나는 굳어있다가 후배가 총총 떠나고 나서야 입술을 어루만졌다.
 
 나를 좋아한다는 건 진심이겠지. 뒤틀리고 추악한 진심. 하지만 기분이 이상하다. 이상해서 설명하기 어렵다.
 
#
 
 나를 덮쳤던 사건 이후로 후배는 학교에선 내게 거의 말을 걸지 않았다. 평소에 그럭저럭 친하게 지내던 사이였던 만큼 복도에서 마주치면 인사 정도는 하지만 다른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수준의 행동이었다.
 나는 대부분 여자친구와 함께 시간을 보냈다. 한 번 원하지도 않는 상대와 해버리긴 했지만 일주일이 넘게 지나니 죄책감도 다소 누그러든다. 보상의 의미로 여자친구에게 더욱 잘 해 줬다.
 
 “고민은 해결 됐어?”
 “고민?”
 “저번에 전화했을 때 좀 이상했었잖아. 이제 좀 나아보여서.”
 “아…… 기억해 줬던 거야?”
 “그럼! 여자친구잖아?”
 
 이런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기뻤다. 그만큼 솔직히 털어놓을 수 없는 건 괴로웠지만.
 
 “응…… 대충 나아졌어. 그냥 사소한 문제가 좀 있었던 거야. 너무 신경 안 써도 돼.”
 “아직 얘기는 못 해 주고?”
 “응…… 미안.”
 “아니야. 괜찮아. 비밀이야 있을 수 있지. 맞다. 주말에 놀러 안 갈래?”
 
 주말에 놀러 가자는 건 노골적으로 주제를 돌리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감사히 받아준다.
 
 “가고 싶은 데 있어?”
 “기말고사 얼마 안 남았잖아. 공부 시작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놀아두고 싶어서. 딱히 생각해 둔 건 없는데 뭐 하고 싶은 건 없어?”
 
 데이트를 못 한 지 한 달 가까이 되던 시점이었다. 중간고사에 모의고사, 동아리 학술제니 하는 행사가 겹쳐 바빴고 마지막엔 후배 녀석의 일이 끼어들어 만회할 시간이 없었다. 한 번 노는 건 좋았지만, 어디로 가면 좋을까?
 나도 여자친구도 어디 가서 노는 것 보다는 틀어박혀 있는 걸 선호하는 스타일이었다.
 
 “영화관?”
 “보고 싶은 거 있어?”
 “아니. 무난해 보여서.”
 “으이그. 우유부단하기는. 근데 확실히 떠오르는 게 없긴 하다. 요새 추우니까 돌아다니기 좀 그렇잖아.”
 “응. 마땅히 떠오르는 게 없네. 너는 뭐 하고 싶은 거 없어?”
 
 여자친구는 과장되게 고민하는 척 하다가 손가락을 까딱이며 미소지었다. 단발머리가 찰랑거리는 게 귀여웠다.
 
 “우리 집 비는데, 올래?”
 “오우야.”
 
 거절할 이유가 없었다. 단 하나, 등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제외하고는.
 
 [금요일 저녁. 모텔을 잡아놨습니다. 신분증 검사도 안 하는 데니 그냥 오시면 돼요. 주소는…]
 
 저녁에 집에 오니 후배에게 메시지가 와 있었다. 주말 데이트의 기대감이 싹 가라앉는다. 모텔에 가라고? 어디서 하건 하는 짓은 똑같지만 그럼에도 기분이 나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계속 무언가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튀어나오려 했다. 억지로 집어넣는다. 후배 녀석에 대해 조금도 더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바라는 대로, 한 주에 한 번 해 주지. 그러나 그것 뿐이다. 녀석에게 관심을 주지도 않을 거고, 녀석과의 관계로 괴로워 하지도 않을 생각이다.
 
 그대로 여자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잘 때 까지 잡담을 하며 떠들었다. 후배 녀석의 생각은 한 순간도 하지 않고.
 
#
 
 “어서오세요.”
 “……”
 
 이런 덴 처음 오다 보니 어색하게 들어왔는데 녀석은 마침 옷을 벗고 있었다. 가느다랗지만 연약하지는 않은 팔다리와 군살 없는 허리는 잠시 내 눈길을 뺏었다. 머리카락 풀던 걸 멈추고 인사를 할 때는 조금 볼이 붉어졌다.
 
 외모만큼은 확실히 내 취향이었다.
 
 “머리 푼 게 정답이었나 보네요. 선배, 옛날엔 땋은 머리 좋아했죠? 그거 맞춰서 땋았던 건데 요즘엔 긴 머리로 취향이 바뀌셨더라고요.”
 “……?”
 “구글 아이디로 접속 기록을 확인했어요. 순애물 위주. 봉사, 여고생, 미소녀, 긴머리 등등.”
 “해킹한 거야?”
 “그런 선배한테 손해 갈 짓은 안 해요. 제가 어떤 모습이 되면 좋을 지 모르겠어서 좀 도움 받았던 거 뿐이죠.”
 “어떤….모습?”
 “중학생 때부터 자기관리를 시작했거든요. 선배한테 잘 보이고 싶어서. 2년 넘게 걸렸는데, 고등학교 가고 나서는 선배는 벌써 애인이 생겼더라고요.”
 “너, 나를 알아?”
 
 후배는 배시시 미소지었다. 어딘가 본 적 있는 얼굴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저 웃는 얼굴. 말투나 목소리. 익숙하지만 그때와는 달랐다.
 
 “서예 학원?”
 “기억 나셨어요?”
 
 후배는 그러면서 내 바지를 벗겼다.
 
 이 녀석은 이렇게 가느다란 미소녀가 아니었다. 적어도 몇 년 전까지는.
 
#
 
 나는 중학생까지는 서예 학원에 다녔었다. 글자 좀 예쁘게 쓰라는 부모님의 닥달로 억지로 다녔던 곳이었다. 분위기는 자유로웠고 다들 할 만큼 하다가 돌아가는 식이었지만 그럼에도 눈에 띄는 아이가 한 명 있었다.
 
 돼지.
 
 선생님을 제외한 모두가 돼지라고 불렀다. 초등학생인데도 살이 뒤룩뒤룩 쪄 있던 애였다. 항상 구석에서 혼자 연습했고, 시간이 되면 조용하게 돌아갔다.
 
 마음이 좋지 않았다. 학원에 나만큼 오래 다닌 사람은 없었다. 나라고 인망이 있는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그 애 옆에서 놀아주곤 했다. 상황은 조금씩 나아졌고, 죽을 상이던 녀석은 학원에서는 조금 얼굴을 피고 다닐 수 있었다.
 
 아니. 그것만이 아니다. 중학교 3학년이 됐을 때도 이 녀석과 몇 번 만났던 기억이 난다. 얼굴과 분위기가 확 바뀌어서 알아보지 못했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녀석이었다. 영재반 후배.
 여전히 살집이 있었고 옷차림도 촌스러웠다. 하지만 묘하게 나를 잘 따르던 녀석이었다.
 
 -선배는 여자친구 안 만드세요?
 -나 좋아해 주는 사람이 없어서.
 -선배 인기 있지 않아요?
 -내가 인기 있다는 것도 처음 듣는 거긴 한데, 그렇다 쳐도 취향에 맞는 사람이 있어야지. 연애가 그렇게 쉽니?
 -선배 취향은 뭔데요?
 -……안 가르쳐 줄래.
 
 후배 녀석이…… 그때 후배라고?
 
 확실히 이목구비는 비슷하다. 하지만 전혀 다른 사람이라 해도 좋을 정도였다. 동아리에서 녀석을 다시 만난 건 작년이었으니 2년의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사람이 이렇게 바뀌어?
 
 “어렸을 때 돼지였던 애 상대로도 흥분하시네요?”
 “헛소리 하지 마. 네가 이렇게 한 거잖아.”
 
 가느다란 팔다리. 풀어헤친 머리카락. 조신한 말투. 조금씩 의심이 고개를 들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야?”
 “선배 취향에 맞는 사람이 되려고 열심히 했거든요. 진짜 죽기 직전까지 열심히 했어요. 여기 자사고라 공부도 열심히 해야 되는데 살 빼고 자기관리 하고 하려니까 2년으로도 부족하더라고요. 그래도, 짜잔. 성공했죠?”
 “…….내 취향에?”
 “네. 저는 되게 어렸을 때부터 선배 좋아했거든요. 중학교 때 선배 취향이 너무 궁금해서 몰래 조사했어요. 아이디야 어깨너머로 보였고, 패스워드는 손가락 움직임으로 짐작했고. 야한 거 되게 많이 보셨더라고요. 남자들은 그게 보통인가?”
 “……!”
 
 당황스럽지만 그 전에.
 
 “그걸 보고…… 변했다고?”
 “가느다란 팔다리. 군살 없는 몸매. 조신해 보이지만 헌신적인 소녀. 선배 취향이죠?”
 
 정확히.
 
 “죽을 만큼 열심히 해서 선배 취향의 여자가 됐는데 선배는 벌써 여자친구를 만들었더라고요. 그…… 언니를 나쁘게 말하고 싶진 않지만, 고작 그런 언니랑요.”
 “……고작 어쩌고 하지 마.”
 “아무리 봐도 평범하잖아요. 적당히 착하고, 적당히 재미있고, 얼굴이나 몸매는 아무리 좋게 봐 줘도 귀엽다 수준. 제 쪽이 낫지 않아요?”
 “닥쳐. 그 애를 그런 식으로 표현하지 마.”
 
 불끈, 주먹에 힘이 들어갔다. 후배는 쓴웃음을 지으며 옷을 마저 벗었다.
 
 “이런 비유가 안 좋다는 건 알지만…… 가지고 싶은 게 있어서 2년 동안 열심히 돈을 모았는데……  돈을 다 모으고 보니 누가 헐값에 사 간 느낌이었어요.”
 
 무심코 팔을 들어올렸다. 내려치지 않은 건 최저한의 자제력이었다.
 
 “저는 별로 상관없어요? 그게 아니면…… 죽을 만큼 거칠게 하셔도?”
 
 후배가 다리를 벌린다. 나는 반 걸음 뒤로 물러난 다음- 마음을 가다듬고 녀석을 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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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본격 서스팬스 성인소설(거짓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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