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최동단에 위치한 네무로를 삿포로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는 건 미친 짓에 가까운데
무조건 새벽 6시 50분출 오오조라를 타고 가서 네무로 본선으로 환승, 1시 반 정도에 네무로에 도착
2시간 반 정도 네무로에 있다가 오후 4시출 네무로 본선을 타고 오오조라로 환승한 뒤 삿포로로 복귀해야 된다는 것 때문이다.
왕복 이동시간은 14시간이 넘는데 있을 수 있는 시간은 고작 3시간도 되지 않는다.
사실 나도 네무로를 갈 생각은 전혀 없었다... 원래 계획은 최북단 왓카나이 당일치기였단 말이다...
왓카나이도 오래 걸리는 건 마찬가지지만 그래도 편도 5시간에 환승이 없고, 가서 5시간 정도는 있을 수 있어 나름 여유롭다.
하지만 4월 8일, 왓카나이행 소야 본선이 지랄맞은 JR홋카이도의 자연환경으로 인해 선로가 와장창 개박살이 나 버렸다...
대체 버스가 있긴 하지만 그걸 타고 가면 왓카나이 냄새만 맡고 와야 해서 안 가느니만 못한 일정이 되어 버린다.
그래서 이걸 어쩌나... 하다가 찾은 대체제가 네무로였던 것이다.
만약 네무로에 갈 생각이 있는 일붕이라면 조용히 구시로에 숙소를 예약하도록 하자.
첫차를 놓쳐버리면 그날은 당일치기가 불가능하게 되는 네무로의 특성상 아침 일찍 일어나서 준비했다.
구시로행 오오조라가 6시 48분 출발이니
6시에 삿포로 역 근처에 가서 요기나 하고 있어야지 생각하고 5시 반쯤 집을 나섰는데
매우 큰 변수 두 개가 있었으니
첫 번째는 이날 본격적으로 비가 오기 시작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삿포로~스스키노 지하도는 5시 45분부터 연다는 것이었다.
우산을 사기 너무 아까웠던 나는 45분까지 지하도 입구에서 벌벌 떨면서 존버해야 했다...
여차저차 해서 도착하게 된 삿포로 역.
구시로까지 날 데려다 줄 특급 오오조라가 도착했다.

지정석은 처음이었던 나는 다소곳이 지정석권 거치대(?)에 지정석을 꼽아 놨었는데
이렇게 하는 사람이 거의 없어서 나도 이후부터는 지정석권 가지고만 있었다...

이날의 아침. 지금 생각해 보면 에키벤을 사는게 맞지 않았을까 싶다.

4월 중순에 아직도 눈이 녹지 않은 홋카이도의 위엄이 느껴지십니까?

한숨 자고 일어나니 풍경이 바닷가로 바뀌어 있었다. 이때부터 점점 빗방울이 떨어지는 주기가 빨라지기 시작했다...

구시로 역 도착. 역 사진 찍을려고 일부러 밖에 나왔다 다시 들어감

구시로 ~ 네무로 구간은 하나사키 선이라는 한 량짜리 동차를 타고 이동한다.
원래는 네무로까지 직행으로 가는 노선도 있었다는데, JR홋카이도의 십창난 경영 상태 때문에 폐지했다고...
11시 10분 쯤 귀여운 하나사키 선 탑승.


천장에는 철제 선풍기가 있다. 나 이런 열차는 처음 봤어...
왼쪽 선반 위에 보이는 돌덩어리가 바로 이번 여행을 책임진 45L 배낭 (ㅈㄴ무겁다)
중간중간 야생 동물들이 선로에 있어 호각을 자주 부는 편이다.
특히 사슴들은 질릴 만큼 보게 되는 편.
중간중간 보이는 역사들은 루팡 3세 캐릭터들로 장식되어 있었는데, 비랑 서리때문에 제대로 찍지는 못했다.



한참을 달리다 1시 반쯤 도착한 네무로 역.
몇 년 전까지만 해도 히가시네무로 역이 무인역이긴 하지만 최동단 역이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폐쇄되어 네무로 역이 최동단 역이 되었다.


네무로 역을 나와 왼쪽으로 조금 가면 관광 안내소가 있는데, 이 안에서 최동단 증명서와 100명성 스탬프를 모두 받을 수 있다.
100명성 챌린지의 첫 시작을 1번으로 하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점심을 먹으러 들른 곳은 에스칼로프로 유명한 The dorian
https://maps.app.goo.gl/EpC1ALxoxKvmWBqz7



에스칼로프를 주문(1200엔)
잘 양념한 볶음밥 위에 일본식 돈까스를 엄청 얇게 펴서 올려 주는 느낌의 음식이었는데, 꽤 맛있었다.
그리고 다들 네무로를 가면 노삿푸 곶을 가던데, 북방 영토 돌려달라는 말만 있는 곳에 2000엔이나 주고 가기는 싫었다.
무엇보다 시간 계산을 해 보니 거기 왔다갔다 하면 점심을 못먹음.
그 대신 고슈인을 받을 수 있는 일본 최동단 신사인 네무로 코토히라 신사에 가서 고슈인장이랑 고슈인을 받기로 결정했다.


가는 길에 보았던 항구와 북방 영토의 날 어쩌고 되어 있는 조형물.
저것만 봐도 기분이 나빠져 노삿푸 곶은 안 가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고슈인장+고슈인 합쳐서 2000엔. 내부에는 축제 시 사용하는 수레도 있어 구경할 수 있다.
그리고 지옥의 시간이 시작되는데...
네무로 역에서 에스칼로프 가게까지 걸어서 15분 가량, 가게에서 신사까지 25분 정도가 걸린다.
에스칼로프 가게까지 걸어가는 데 바람이 꽤 불고 부슬비가 내려서 좃댓다 싶긴 했는데
신사에서 역까지 돌아가는 길에 비가 본격적으로 내리기 시작한 것이다.
급하게 근처 세븐일레븐을 찾아 들어갔는데, 그까지 가는데만 해도 10분이라 너무 힘들었다.
이때 네무로 기온이 4도 정도였는데, 비바람까지 겹치니 진짜 죽을 맛이었음...
동영상 보면 거의 다 뒤져가는 숨소리가 들릴 것.
아마 이 우산이 없었다면 난 네무로에서 동사한 한국인으로 뉴스에 났을 것이다.


몸도 녹일 겸 들어가서 쉬었던 네무로의 이온 몰
내 생각에는 여기가 네무로의 번화가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네무로에는 뭐가 진짜 없었다.
그리고 러시아인들이 종종 오는지 매장 안에서 러시아어를 심심찮게 볼 수 있었다.
삿포로역으로 돌아오는 길에 찍은 바닷가 풍경 영상

이후 죽은 듯이 숙소로 복귀해서 술 한잔 가볍게 마시고 기절.
이날은 진짜 너무 춥고 힘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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