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마이너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창작]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50)-D-1

에이2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4.05.15 01:45:41
조회 2473 추천 40 댓글 30
														

https://gall.dcinside.com/mgallery/board/view/?id=projectmx&no=10229047&search_head=40&page=1(1~100,외전)


[시리즈] 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1)-아수라장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2)-귀찮은 여자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3)-진심(1)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4)-진심(2)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5)-진심(완)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6)-있을 수 없는 테러(1)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7)-있을 수 없는 테러(2)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8)-있을 수 없는 테러(3)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09)-있을 수 없는 테러(4)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0)-있을 수 없는 테러(5)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1)-잔혹동화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2)-두 테러리스트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3)-순수와 완전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4)-아카식 레코드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5)-성검을 뽑아라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6)-별의 소원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7)-이해하지 못할 짓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8)-만죠메 썬더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19)-운명공동체(상)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0)-운명공동체(하)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1)-정체성에 관한 고찰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2)-유비무환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3)-마네킹과 언데드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4)-종말의 축제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5)-밤은 지나가고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6)-발각(發覺)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7)-아무 짓도 안 했는데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8)-외전 99%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29)-잘못 울린 꾀꼬리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0)-언생천채(言生千債)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1)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2)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3)-먼지를 머금어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4)-잘 자요 굿 모닝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5)-찢어진 바지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6)-쉬운 일이 없다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7)-거룩함을 머금은 창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8)-누구를 위한 축제인가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39)-고장난 사고회로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0)-믿음이 중요하거늘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1)-성인의 미메시스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2)-Anarchy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3)-한편 트리니티는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4)-슈거 마운틴(상)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5)-슈거 마운틴(중)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6)-슈거 마운틴(하)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7)-바람대로 되지 않아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8)-안전불감증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49)-견란구계(見卵求鷄)
· 소설)그리고 모든 증오가 시작되는 곳(150)-D-1




전화가 끝나고 정확히 1시간 뒤, 히나를 데리고 오게 하기 위해서 나갔던 학생들은 한 명도 빠짐없이 전부 폐건물로 모여들었다. 그리고 소녀의 표정은 하나같이 밝지 못했다.


그리고 제일 밝지 못했던 쪽은 다름 아닌 선도부였다. 이오리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들어 올리지 못하고 있었고, 아코와 치나츠 역시 선생을 제대로 쳐다보지 못하고 있었다.


"큰소리치면서 떠났었는데, 결과가 이렇게 되어 버렸네. 한심해 죽겠어."


"뭐.. 괜찮아. 들킨 건 아니잖아. 다만.. 뭐가 어떻게 된 건지는 알고 싶긴 한데."


"어.... 그게 말이지."


작전의 실패를 보고해야 한다는 생각에 짓눌린 것일까. 무언가 목에 걸린 것처럼, 이오리는 좀처럼 입 밖으로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게.. 부장이.. 커피를.. 그러니까.."


그리고 이런 버퍼링이 계속되자, 아코가 마지못해 나서 입을 열었다.


"그냥 제가 이야기할게요, 이오리."


"그래.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선생의 의아한 듯한 물음에, 아코는 한숨을 쉬며 대답했다.


"네, 선생님.. 그러니까 말이죠.."



***


대략 한 시간 전, 이오리가 커피를 사 들고 선도부실에 들어온 시점. 이오리는 아무렇지 않게 히나에게 커피를 건넸다. 


"시원한 거로 머리 식히면서 일하자고!"


하지만 겉으로는 멀쩡한 듯 보여도 속으로는 긴장이 차올라서 메슥거릴 지경이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 자기 상관을 속인다는 것, 그것도 그냥 상관이 아닌 그 선도부장인 '소라사키 히나'를 속여야 한다는 부담감은 결코 가볍지 않았다.


'나 표정 제대로 하고 있나? 어딘가 어색하진 않겠지?'


카페인의 힘보다 벤조디아제핀의 힘이 더 강한 커피. 마시면 마실 수록 잠이 깨긴 커녕 의식이 날아가 버릴 음료. 히나가 잠들고 운반하는 동안 절대로 깨면 안 되기 때문에 수면제는 평소보다 2배는 더 많이 넣은 것이었다.


'입이 바싹 마르네..'


이오리는 목이 탔다. 별 행동하지 않았는데도 지치는 것만 같아, 소녀는 아이스 카페모카를 빨대로 들이키며 속을 잠재웠다.


"........."


히나는 자기 손에 들린 커피를 말없이 바라보았다. 보통의 상황이라면, 또 보통의 학생이라면 아무 생각 없이 곧바로 커피를 입에 들이키는 장면이 나와야 할 텐데, 지금 히나는 그러지 않고 있었다.


아코와 치나츠는 지금, 이 상황을 아무렇지 않은 듯 바라보고 있었지만, 그녀들 역시 긴장이 드는 건 마찬가지였다. 그저 커피 하나를 건네주는 일일 뿐인데도, 히나와 반대편에 선다는 일은 소녀들에게 큰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이었다.


'침착해, 긴장하지 마. 의심받을 행동은 하지 않았잖아. 일단 저 커피를 3분의 1 정도라도 마시고 나면, 잠드시는 건 시간문제야.'


그렇게 된다면, 지금 뒤에서 대기하는 흥신소 68과 미식연구부, 급양부와 기타 등등.. 나머지 학생들과 합류해 히나를 특제 쇠사슬로 포박한 뒤, 폐건물로 가면 되는 것이었다. 지금까지 해왔던, 실로 간단하며 평범한 일이지 않는가.


'그러니 침착해. 별일 아니잖아?'


"그런데 너희들, 왜 그렇게 나를 빤히 쳐다보고 있어?"


느닷없이 쏠리는 시선에 히나가 내뱉은 한 마디. 별거 아닌 한 마디일뿐인데도, 선도부 전원은 순간 가슴이 철렁였다.


"어, 어? 그랬어? 몰랐네. 우리 전부 그러고 있었구나?"


하지만 찔리면 안 된다. 그냥 쳐다보고 싶어서 쳐다봤다. 그런 식으로 넘겨야 한다. 이상한 반응은 곧 의심을 사기 마련이다.


".......그래?"


히나는 여전히 커피를 손에 잡은 채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 입에는 전혀 대지 않고 있었다. 그런 히나의 모습을 보고 이오리는 속으로 기도했다.


'마셔라.. 마셔라.. 제발 의심같은 거 품지 않고 마셔줘..'


-텁.


"!"


그리고 그 기도가 하늘에 닿은 것일까, 히나는 드디어 수면제가 든 커피를 입에 갖다대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애써 내색하지 않으며 아코에게 말을 걸었다.


"근데 아코 짱. 페로로 페스티벌에 있어 순찰 병력이나 감시 인원은 전부 배치를 해둔 거야?"


"그런 건 진작에 마쳐 놨었죠. 카이저 PMC 측에서도 병력을 파견한다고 하던데요?"


"뭐? 그 녀석들이? 왜?"


"총학생회가 지시했다고 하나봐요. 총학생회하고 해봐야 한 명뿐이지만 말이죠."


계속 가만히 있으면 이상할 수 있기에, 새로운 화제를 꺼내어 자연스레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이내 이오리는 치나츠 쪽으로도 고개를 돌리며 말을 걸었다.


"아무래도 우리 4일간 고생 좀 하겠네, 안 그래, 치나츠 짱?"


"네, 한동안 많이 바쁘겠네요~"


-꼴깍.


그리고 이 때 선도부의 귀에는 액체를 목으로 넘기는 소리가 들렸다. 계획은 순조로이 진행되고 있었고, 소녀들은 계속해서 연기를 이어갔다.


"그러니까 치나츠 짱. 이건~ 이렇게... 저건 저렇게..."


"네, 그래서 그렇게 되는 거죠. 그리고 또 그건 저렇게 되는 거고요."


-꼴깍.


"!"


똑같은 소리가 한 번 더 들려왔다. 느낌이 좋다. 이대로 몇 번만 더 넘긴다면 히나는 확실히 잠이 들 것이었다. 꼴깍 소리가 아니라 이제 꿀꺽꿀꺽 소리가 나올 차례였다.


'조금만, 조금만 더 마셔라..'


같은 생각의 셋. 이제 조금만 더 들이키면 거의 다 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몇 모금만 더 마셔준다면 수면제는 그 효과를 확실히 발할 것이었다.


"..........."


 그런데 뭔가 이상했다. 두어 번 정도 꼴깍이는 소리가 들린 뒤에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다. 그래도 일단 소녀들은 굳이 의식하지 않은 채 이야기를 계속 나누었다.


"그래서 이오리? 아무래도 이 시간대에는 이쪽에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알았어. 그렇게 할게."


그리고 여전히 소리는 들려오지 않고 있었다. 계속해서 들려와야 할 것이 들려오지 않는다. 이상했다. 확실히 이상했다. 그래서 이오리는 곁눈질로 히나를 쳐다봤고, 이내 그녀가 커피를 들이키지 않은 채, 다시 빤히 쳐다보고 있다는 걸 보았다.


'뭐지..? 왜 안 마시는 거지?'


마음 속에는 불안이 싹텄지만 그래도 일단 고개를 돌린 채 이야기를 계속하려 했다. 언젠가는 마실 것이라 생각하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아코 짱.. 이거 말이야?"


"이오리."


그리고 그 때, 히나가 어느 순간 이오리의 옆으로 커피잔을 든 채로 다가왔다. 이오리는 순간 깜짝 놀랐지만, 애써 그 마음을 숨긴 채 입꼬리를 올리며 대답했다.


"왜 그래? 커피가 맛이 없어?"


"입맛이 없어서 그런가.. 어째 잘 들어가지가 않네."


"어?"


이건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더 당황스럽게 하는 건 히나의 다음 말이었다.


"그래서 말인데 이오리, 네가 마셔볼래? 어째 화학 약품 맛이 나는 거 같아서 말이야."


"으, 응? 굳이?"


"어. 그래줬으면 하는데.."


수면제를 첨가했다는 걸 숨기기 위해 시럽과 샷까지 추가했는데, 그걸 느낄 수 있단 말인가. 히나의 날카로운 촉에 셋은 등골이 오싹해졌다. 하지만, 이럴 수록 더욱 침착해야 하는 법. 이오리는 곧바로 빨대 하나를 새로 꺼내서 히나의 커피를 한 모금 빨아마셨다.


"별 이상 없는데? 화학 약품 맛같은 것도 안 나고."


"그래?"


소녀의 말에서 셋은 왠지 모르게 서늘함이 느꼈다. 그저 기우였으면 했지만, 나쁜 예감은 항상 들어맞아버린다.


"미안한데, 그럼 네가 다 마셔줬음 해."


"......부장, 왜 그래?"


"아,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해야겠네. 지금, 여기서, 다 마셔줬으면 하는데..?"


그렇게 말하는 히나의 눈빛은 예사롭지 않았다. 마치 카스미나 하루나를 테러 현장에서 맞닥트렸을 때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부장, 갑자기 왜 그래~ 무섭게. 나는.."


"이오리. 여기서 다 마셔봐."


"어.. 그.."


"이오리."


말이 짧아지면서 점점 목소리가 내려간다. 어느새 그녀의 어조는, 부탁이 아니라 명령을 하는 투로 바뀌었다. 히나의 분위기가 갑자기 냉랭해지자, 아코가 이를 가로막기 위해서 히나에게 말을 걸었다.


"히나 부장님, 그... 이오리한테 갑자기 너무 고압적이지 않나요? 갑자기 부장님이 왜 그러시는 지..."


"아, 그렇지. 아코. 네가 한 번 이거 여기서 전부 마셔볼래?"


"부, 부장님?"


180도 돌아가버린 히나의 태도에 선도부는 전부 당황스러워했다. 그리고 히나는 그런 소녀들을 더욱 쏘아붙힐 뿐이었다.


"내가 있잖아. 불면 증세 때문에 두 달 전부터 수면제를 달고 살았거든? 그게 없으면 잠을 못 잤으니까."


"네?"


"그리고.. 수면제란 것들은 하나같이 쓰더라. 종류 별로 다 먹어봤는데 하나같이 전부 썼어..."


그리고, 히나는 오른손 검지 손가락으로 이오리가 들고 있는 커피를 가리키고는 눈가를 더욱 꾸깃대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왜 커피에서 익숙한 수면제의 맛이 느껴지는 걸까? 그리고 왜 내 뚜껑 부분에만 지문 같은 게 묻어있는 걸까...?"


이 순간 셋은 속으로 제대로 움찔거렸고, 히나는 어느새 팔짱까지 끼고는 확신한다는 듯 말했다.


"그리고 왜 너희들은 내가 커피를 마시는 지 안 마시는 지 그렇게 신경을 쓰고 있던 걸까..?"


그리고 이 시점에서 셋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만약 너희들 중 한 명이 이걸 마시고 잠들지 않는다면 내가 무릎 꿇고 사과할게. 하지만.. 그럴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을 거 같은데 말이야."


".................."


"너희들, 수면제 탔지? 솔직하게 이야기해봐."


수면제 작전이, 완전히 실패해버렸다는 사실을.



***


"이렇게 된 겁니다. 저희의 확실한 실책이에요."


히나가 설마 수면제에 익숙해져 시럽과 샷까지 추가한 커피에서 수면제의 존재를 눈치챌 줄은 몰랐던 그녀들이었다. 확실하게 잠들게 하기 위해 수면제를 조금 더 투여했던 게 잘못이었을까, 자신들도 모르게 히나를 의식했던 것이 잘못이었을까. 히나는 커피를 직접 마셔보라는 외통수를 걸어버렸고, 이 시점에서 더이상 어찌할 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뭐.. 아쉽게 됐네. 그래도 뭐 우리들의 관계성을 들키진 않았잖아?"


"그랬죠. 하지만.. 당분간 히나 부장님의 경계도가 높아져서, 함부로 접근은 못하게 될 것 같습니다."


계속 일만 하는 걸 보니 걱정스러워서 저지른 일이었다. 미안하다 같은 소리로 일단 그 상황을 벗어났던 셋이었지만, 히나의 경계도를 크게 키워버리고 말았다. 그해서 지금 이렇게 선도부원은 강제 퇴근을 하게 된 것이었다.


"그렇다고 거기서 들킨 김에 싸울 수도 없으니, 일단 이렇게 오긴 했는데. 하.. 한심해 죽겠네. 진짜.. 부장을 데려오는 일이니 조금 더 신경을 써야만 하는 문제였는데. 왜 이렇게 바보처럼 굴었지..?"


"죄송해요, 선생님. 도움이 되어드리지 못했어요.."


셋은 작전의 실패에 크게 낙담했으며, 또 침울해져버렸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선생에게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점이 가장 큰 부채였다.


"그럼 뭐.. 어쩔 수 없지. 수고했어."


"어?"


"히나를 해주하지 못한 건 아쉽게 됐지만, 지금 당장 히나를 해주하지 않으면 우리가 뭐 큰일이 나는 상황은 아니니까. 그리고 애초에 쉬울 거라고 생각도 안 했어."


꽤나 큰 실책이라고 생각했건만, 선생의 태도는 너무나도 태연했다. 샬레에 있을 때도 학생들이 작전에서 패퇴해 돌아와도 수고했다라는 한 마디만 할 뿐이긴 했지만, 이오리는 지금같은 상황에서도 똑같은 반응을 보일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선생님은 가끔 보면 너무 관대한 것같기도 하단 말이야..'


"그리고 너희들도 다 다녀오느라 수고했어. 히나를 해주할 방법은 다른 걸로 다시 한 번 짜보는 게 낫겠네."


그리고 선생은 깍지를 끼고 기지개를 한 번 펴더니, 이내 잔뜩 모여든 게헨나의 소녀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일단 지나가버린 건 잊고, 지금 해야할 걸 다시 정리해보자. 그래.. <페로로 페스티벌>. 거기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 번 나눠보자고. 서서 이야기하면 다리 아프니 앉아서 하자. 여기 밑에 깔개같은 게 있나.."


"제가 찾아보겠습니다, 서방님."


"빠밤빠밤! 아리스는 퀘스트를 받았습니다!"


히나를 데리고 오지 못한 상황을 상당히 심각하게 받아들일 거라 생각했던 선도부였지만, 선생은 그러지 않았다. 지름길이 막혀버렸다는 사실은 분명 뼈아픈 것이었지만, 선생은 작전이 실패했다고 학생들이 부채감을 느끼거나 우울감에 빠지지 않았으면 했다. 그리고 그런 선생의 뜻을 마음속으로 잘 알았는지, 이에 대해 뭐라고 하는 학생들은 단 한 명도 없었다.


"..........미안."


그리고 그것이 더욱 미안했던 이오리였지만, 선생은 빙긋 웃으며 말할 뿐이었다.


"그럴 필요 없다니까. 난 너희들이 내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언제나 고마울 뿐이야."


".............."


말은 이런 식으로 했지만, 선생은 이에 대해 정말 아무렇지 않게 여기는 건 아니었다. 히나 루트가 막힌 지금 딱히 해주할 만한 학생이 없었으니까.


온천개발부는 지금 감옥에 갇혀 있고, 만마전은 딱히 연이 있는 학생이 없으며, 그렇다고 게헨나 외에 더 꾀어낼 학생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다른 학교와도 떨어져 있는 지금, 좀처럼 연결고리를 잡을 만한 게 보이지 않았다.


'이제 당분간 해주 활동은 반강제적으로 못하게 되는 건가...'


선생의 머릿속에서 남은 명단을 굴리고 또 굴려본다. 하지만 좀처럼 그럴듯한 학생은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선생은 자기도 모르게 한숨이 튀어나왔다.


"Rabbit 소대 애들이 코우사기 공원에 계속 있었다면 데리고 오려는 시도는 해봤을텐데...."


"빠밤빠밤?"


그리고 그 때, 아리스가 돗자리 비스무리한 걸 어딘가에서 가져오더니 선생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왜 그래, 아리스?"


"예전에 만난 적이 있습니다! 엄청 잘 싸우던 사람들이었습니다!"


고개를 갸웃거리며 묻는 소녀에게 선생은 웃으며 대답해준다.


"그래, 아리스도 아는구나? 모두 하나하나 뛰어난 아이들이야."


단합이 되지 않는 상태에서도 단 네 명으로 발키리를 추풍낙엽처럼 쓰러트려나가던 그녀들이었다. 그리고 그녀들은 카이저 PMC에게 납치되어있던 선생을 구해줬었기에, 더욱 기억이 강렬하게 남아있었다.


"우리 쪽으로 오면 정말로 큰 전력이 될 거야. 천군만마겠지."


"모두 같이 힘을 싸워 싸웠었습니다! 다시 한 번 만나고 싶습니다."


그리고 선생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해준다.


"응, 내가 아는 최고의 저격수도 Rabbit 소대에 있거든. 미유는 날 어떻게 미워하고 있을까 모르겠네."


분명 그녀라면 자신을 쓰레기통에 처박아두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니 고개가 절로 가로저어진다.


'원, 미야코도, 사키도, 모에도.. 전부 그립구만. 얘네들 굶고 있진 않겠지..'


그녀들에 대한 걱정에 선생은 잠시 사색에 잠겼다. 하지만, 그 사색은 오래가진 못하게 되었다.


"우왓! 다들 왜 그러십니까?"


"아리스?"


순간 아리스가 깜짝 놀라며 큰 목소리로 말하자, 선생은 곧바로 눈을 뜬 채 아리스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아리스의 푸른 눈동자가 바라보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어, 얘들아? 무슨 일..이니?"


저격수들이 옹기종기 모여 선생을 쳐다보고 있는 것이 아니겠는가.


"서, 선생님? 그 최고의 저격수..는 내가 아니었던 거야?!"


노란색 눈동자가 좌우로 흔들리는 채 얼굴을 가까이 들이미는 흥신소 사장의 모습에, 선생은 곧바로 고개를 뒤로 빼며 대답했다.


"어? 어... 아니, 아루야. 그런 뜻 아니야! 그냥.. 어, 립서비스같은 거니까!"


실수였다. 학생들을 평가하여 순위를 매기려는 의도는 결코 아니었지만, 그저 미유를 칭찬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말한 것이었지만 선생은 자기도 모르게 순위를 매겨버린 것이었다. 그래서 바로 황급히 손사래를 치며 수습하려 했으나 이미 때는 늦어버렸다.


"아.. 그랬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단 말이지? 그래.. 나는 좀 못 미더웠을 지도 모르겠네.


"에이, 이오리. 무슨 소리야..."


"그런가요... 아무래도 저는 딱히 선택받지 못했나 봅니다. 제가 이런 말을 할 입장은 아니지만서도.. 아니, 애초에 쓸모없었는 지도."


"아냐, 아냐, 아냐. 하루나. 절대 아냐. 추호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니까."


이오리는 팔짱을 끼면서 퉁명스럽게 말했고, 하루나는 다소 죽은 눈으로 선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선생은 어떻게든 웃으며 넘겨보려 했다.


"너희들은 전부 훌륭한 저격수들이야! 방금 건 그냥 아무것도 아니니까.. 잊어주지 않을래?"


하지만 소녀들은 처음에 선생이 뱉었던 말이 자기도 모르게 새어나온 진심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지금의 선생이 어떻게 말을 하든 그녀들의 귀에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그리고, 지금 또 한 명의 소녀는 볼을 부풀리며 눈가를 찌푸린 채 선생을 쳐다보고 있었다.


"뿌우...."


"히요리.. 그러니까 그런 게 아니라니까..."


"뭐가요."


"아냐.. 아니래도."


하지만 소녀는 볼을 더욱 빵빵하게 부풀릴 뿐이었다. 평소 뿌에엥거리며 울상을 짓는 소녀일 뿐이었지만, 저격수의 프라이드가 건드려져 버렸는지 소녀는 자신이 삐졌다는 것을 온몸으로 표현하고 있었다.


"맘대로 하세요."


고개를 홱하고 돌려버리기까지 하자, 선생은 굉장히 당황스러워하면서 삐질거리고 있었다.


"너 이런 캐릭터 아니잖아.. 왜 그래.."


그리고 이내 다시 선생에게 선택받지 못한 저격수들은 실망이 어려있는 눈으로 쳐다볼 뿐이었다.


"미, 미안해. 얘들아.. 화 풀어.."


아루도, 이오리도, 하루나도, 그리고 히요리도 선택받지 못했다. 카스미자와 미유보다 낮게 평가되었다는 것, 저격수 소녀들의 마음에는 생채기가 나고 만 것이었다.


"얘들아...."


그리고 이 소녀들을 달래주기 위해, 선생은 땀을 삐질삐질 흘려대며 온갖 플러팅을 더한 칭찬들을 해줘야 했다.


-후기-


선생 : "미유를 아냐고요? 내가 아는 저격수 중에 최고였어요."

여러분들의 성원 속에 150화를 달성했습니다! 이 소설을 봐주는 독자분들에게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자동등록방지

추천 비추천

40

고정닉 3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자동등록방지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말머리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2868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2870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11308001 공지 호출기 1호 [37] ㅇㅇ(118.235) 24.05.27 93742 225
10256626 공지 현재 진행중 / 진행 예정 이벤트 모음글 [15] 오토매틱깡통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16 62758 60
11245958 공지 한국서버 미래시 관련 정보 [10] 바위여왕아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23 43665 21
10528752 공지 블루 아카이브 마이너 갤러리 공지 (2024.04.15) 개정판 [3] 호감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07 29094 14
10386680 공지 블루 아카이브 갤러리 정보글 2.0 📖 [32] 바위여왕아리아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3.26 109482 15
11016343 공지 블루아카이브 갤러리 각종 정보글 모음 [5] solharu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07 26508 13
10526521 공지 ❗+블루아카이브 애니메이션 시청 완벽 정리❗+ [56]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4.07 68464 195
11192042 공지 [중계공지] 블루 아카이브 The Animation 중계 [57] kaito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5.19 21252 58
9292130 공지 블루아카이브 갤클리스트 모음집 (2024/02/28) [1] 호감가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9 62185 17
9847062 공지 기부 관련 정보글 모음집의 모음집 [1] 매실즙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2.13 47964 22
9272984 공지 갤 내에서의 굿즈 교환 및 대리수령에 대한 공지 [3] 유다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4.01.08 52329 27
11512778 일반 출근/등교충 현황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이애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5 11 0
11512777 일반 ~~도 안봤다고? 의 팩트 [1] ㅇㅇ(118.39) 05:34 15 0
11512776 일반 에이미 찌찌는 왜이리클까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4 13 0
11512775 일반 아오 코딩뭉치겜 [1] 남자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4 19 0
11512774 일반 불@#법자료 많은곳<<<haein.sa [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4 44 2
11512773 일반 내가 처맞아가면서 손리세 하는 거 아니란 거 배우고 나서 [4] 늦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3 31 0
11512772 일반 말할 수 없는 이유로 기분이 막 좋아지면 비추ㅋㅋ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3 24 0
11512771 일반 하늘이 이쁜 아침이다 [4] 데자와레이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3 23 0
11512770 일반 근데 미네 픽업일이 2주년 패스 직전이었다면서? [1] 놀래는고양이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3 30 0
11512769 일반 아리스랑 야스하고싶어 울었어 [6] 날개치는아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2 29 0
11512768 일반 오랜만에 친창 들가니 372일짜리 시체도 하나 보이네 [11] Elysio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2 29 0
11512767 일반 제 친구인데 평가점 [4] 나의소중한공주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2 24 0
11512766 일반 유우카한테 집에서 쉬라고 하면 어떻게됨? [3] Lindo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2 24 0
11512765 일반 게헨나파츠존나모아야되는이유 [5] sleep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2 38 0
11512764 일반 망가진 히나만화 이거 나만꼴리냐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54 0
11512763 일반 아까 혀 혐짤 올린 사람인데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34 0
11512762 일반 꼴릴수록 샴푸 씀 [5] 플렛지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1 47 0
11512761 일반 바니걸 아리스 말랑말랑 가슴 만지고싶다 [5] 날개치는아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47 0
11512760 일반 창문에 아침 해 입갤 ㅋㅋㅋㅋ [5]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56 0
11512759 일반 겜 취향이 [2] 첸카토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27 0
11512758 일반 아는형이 그러던데 GS알바 하면 블아빵 폐기 나온다고함 [10]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30 70 0
11512757 일반 블루아카이브 의외로 ㅇㅁ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34 0
11512756 일반 아 ap딸려 [2] 날개치는아리스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31 0
11512755 일반 내 연락처 현황 [2]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64 0
11512754 일반 갑자기 짜장 존나 땡기네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9 39 0
11512753 일반 짤 꼴릴수록 퇴갤함 2트 [7] KnowLN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64 0
11512752 일반 나기빵에서 좋은띠부가 나오는느낌이들음 [1] Ariu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0 0
11512751 일반 광고 뭔가 느낌있네 [4] 응애미카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39 0
11512750 일반 5만원주고 4페스리세계산게 신의 한수였네 [9]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8 48 0
11512749 일반 통계에 따르면 인간의 70%는 물이래 [11] sleepy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79 0
11512748 일반 좆기는 왜 다른 생명체들 열받게 만드는 방향으로 진화한거냐 [1] 바른미카당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28 0
11512747 일반 최고학력 초졸 최고티어 플래티넘 멋져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0 0
11512746 일반 인권 빙고라는거 왤케 제각각 다르노 [2] 놀래는고양이콘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54 0
11512745 일반 쿠로가케 등에있는거 볼때마다 굥 생각남 [2] 먕신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0 0
11512744 일반 중국집은 마라탕이라는 새끼들 <- 미각장애 [3]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7 44 0
11512743 일반 메리스 유입 빙고 늦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6 41 0
11512742 친구/ 응애뜌뀨이의 마지막 4명이 될 참하고 고운 처자 구함 [15] 정신병아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56 0
11512741 일반 혐주의) 혀 뭔가 이상해진거같은데 이거 뭐 잘못된거냐? [14] ㅇㅇ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93 0
11512740 일반 96번째 띠부띠부 [3] Lindows갤로그로 이동합니다. 05:25 43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