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족
2000년대 만들어진 영화들은 소시민에 대한 담론이 있었다. 2000년에 제작된 "38선의 여병"이란 작품은 저예산 영화였지만, 상당히 독특했다. 기존의 남자들만 나오던 전쟁서사에서 벗어나 여성이 주축이 된 영화였다. 그리고 중국인민지원군 여병과 한국인 임산부, 그리고 미국인 종군기자의 유대감을 통해 애국주의와 더불어 국제주의를 겸비한 작품이었다.
결말은 한국인 임산부가 무사히 아기를 출산하도록 성공한 여군들은 동굴을 포위한 미군에게 항복한다. 그리고 손을 올리자 허리춤에는 수류탄이 있었고 자결로써 생을 마감한다. 겉으론 연약한 여성이었지만, 속으로는 강인한 외유내강적인 면모는 2010년대~2020년대를 지배한 주선율 영화들과 달리 이질적인 전쟁서사를 만들었다.
2007년 영화 집결호의 내용은 이와 같다. 1948년 화이하이 전역 윈허전투 당시 국민당군의 맹공에 중원야전군 소속 독獨2사 139단 3영 9연 소속의 연장(중대장) 구즈디는 병사들이 모두 전사한 가운데 홀로 살아남는다. 혁명 이후 군의 개편 가운데서 자신의 원소속이 사라짐을 알고 위에 언급한 소속을 되뇌이며 자신을 잊지않고 혁명에서 잊혀진 그들의 명예를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영화의 결말은 원래 구즈디가 죽는 걸로 되어 있었지만, 구즈디가 죽으면 사람들에게 절망감을 준다는 시나리오 작가 류헝의 고집으로 살아서 47명의 명예가 회복되는 작위적인 해피엔딩으로 마무리 된다.
이 작품을 통해 감독(펑샤오강)과 작가는 잊혀진 상처의 회복을 통해 과거의 혁명역사와의 결별을 고하는 데는 성공했다.(물론 평론가 중에 영화는 민족 국가에 봉헌함으로써 이 47명을 재익명화했고 단절된 역사를 다시금 확인한 것에 그친다는 평가도 있었다.)
근데 드라마 펑더화이원수와 비슷한 시기 나온 2016년 작품 "나의 전쟁"이라는 영화는 집결호와 유사하면서도 다른 면모를 보인다. 자신의 소속을 끊임없이 되뇌이며 개인으로서의 존재를 상기시키는 구즈디와 다르게 "나의 전쟁"의 주인공 쑨베이촨의 소속은 모호하다.
기껏해야 9연(9중대)이 전부다.(비슷한 때 나온 한국 전쟁 영화 고지전도 주인공들 소속은 모호했지만 악어중대라는 명확한 정체성도 있고 영화 후반부에 왜 악어중대라 불리는 지 자신들의 정체성을 이야기 한다.) 시기와 장소도 명확한 집결호와 다르게 모호함과 가상역사의 경계를 넘나들다가 마지막에 와서야 537고지(저격능선)라는 명확한 이름이 나온다. 그리고 그마저도 주인공이 걸어온 순간(영화의 시작에서 끝까지의 기간은 몇개월이었다.)을 보자면 고증적으로 말이 되는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이 537고지도 모호함을 보인다.
가상과 익명의 역사와 지리, 소속은 "나의 전쟁"이란 영화를 흡사 SF영화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10년 전 영화 "집결호"가 잊혀진 개인의 희생을 마침내 국가로부터 인정 받는 대단원으로 막을 내린다면 쑨베이촨의 대사와 전우 장뤄동의 눈물은 모호함으로 인해 그들이 끝내 거대역사의 의미체계 안으로 귀환할 수 없음을 시사한다.
"아무래도 적진의 사령부로 제일 먼저 돌진하는 임무는 완수하지 못하겠어"
"오늘 이 정도면 할 만큼 했어. 놈들을 실컷 패줬잖아."
"무서워?"
"무섭긴, 아버지 돌아가신 뒤로 난 천애고아인걸"
(....)
"이봐, 오늘 우리가 한 일을 나중에 누군가가 기억해줄까?"
"누군가는 꼭 기억하겠지."
영화 "나의 전쟁"(2016) 후반부에서
물론 "나의 전쟁"이 준비가 완벽한 작품은 아니었다. 감독도 호러, 스릴러 영화 전문 감독이고 영화 안팎에서 잘못된 광고로 한중 외교에 악영향을 미치기도 했다. 그래서 영화는 흥행에 참패한다.
https://youtu.be/lYXg55YEjHo?si=c_zAXIkwMLaWIzci
https://youtu.be/lYXg55YEjHo?si=c_zAXIkwMLaWIzci
한중 관계가 최악으로 치닫는데 어쩌면 첫 시작일지도 모르는 영화 "나의 전쟁"의 홍보 광고
그렇다 해도 6.25 전쟁을 어디서 이야기하고 어떻게 이야기 해야하는지에 대한 준비가 안된 상황에서 만든 이 영화는 항미원조전쟁이란 사회적으로 미완성된 담화를, 블록버스터 장르를 통해 관객에게 억지로 주입하기엔 너무 일렀으며, 그렇기에 감독도 철저하게 익명화로 만들었다는 것을 의미하는 앞서 언급한 "집결호"와 더불어 포스트 혁명 서사 작품 중 하나라 생각하면 이해하기 편할 것이다.
출처: 중국인들의 한국전쟁-항미원조抗美援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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