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인고에서 탈모 고친 썰. - 동인고등학교 미니 갤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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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6-04

[일반] 동인고에서 탈모 고친 썰.앱에서 작성

ㅇㅇ(185.107) 2023.08.04 03:23:37

조회 1262 추천 36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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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일은 문제집을 푸느라 정신 없던 중에 일어났다.

모의고사를 친 지 얼마 되지 않던 어느 날, 나는 교장실로 튀어오라는 선생님의 밀명을 받게 됐다.

송충이 선생님.

자신의 눈썹이 송충이를 닮았다는 의미에서

송충이라는 이름을 받았다고 하셨다.

그 분은 처음 봤을 때부터 위압감이 장난이 아니었다.

동인고를 위해 태어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선생님 중의 참 선생님 이셨다.

그런 분이 교장실에 나를 왜..? 그 분은 교장실에만 계셔서 평상시에 말도 걸어본 적이 없는데?

이러 저러한 궁금증을 갖고 교장실로 향했다.

"학생.. 내가 왜 불렀는지 알고 있나?"

송 선생님은 번쩍이는 대머리에 정장을 입으신 상태셨다. 마치 부처가 깨달음을 얻은 것처럼 매우 멋있으신 자태였다.

"학생! 김동붕! 송 선생님께서 왜 부르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나는 평상시 동경하던 송 선생님의 부름에 최대한 학생답게 대답했다.

"지금 당장 가발 탈모한다."

"학생 김동붕. 가발 탈모 하겠습니다"

내가 가발을 탈모하자 송 선생님께서 말씀을 시작하셨다.

"학생은 실내에서 모자를 쓰지 않는다. 학생의 규범, 그게 바로 동인 정신이다. 그런데 니 머리는 규범을 지키지 않고 모자를 쓰지 않나. 이건 교권 침해에 해당되는 중죄다. 단순한 모자의 문제가 아니란 말이다."

"학생 김 동붕.."

청천벽력같은 그의 말에 나는 말 없이 바닥을 향해 고개를 떨궜다.

빠져있는 내 머리가 너무 야속했다.

무엇보다도 내가 가장 동경하고 선생님 중의 선생님으로 여기는 송 선생님에게 그런 지적을 받았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치욕스러웠다.

그렇다면 이제 나는 퇴학인 것인가..?

말 없이 바닥을 쳐다보는 중에 갑자기 송 선생님이 나를 교장실 벽에 밀어넣고 짐승처럼 내 머리를 핥기 시작하셨다.

"아으....아흣..!"

나도 모르게 신음이 터져나왔지만 송 선생님은 아랑곳 하지 않고 계속 내 머리를 핥으셨다.

나는 머리만으로 갈 수 있다는 것을 그날 알게 되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죽어있던 내 모근이 씩씩하고 멋지게 세상을 향해 뻗어나오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송 선생님은 핥기를 멈추셨다. 그리고 내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맞추고 말씀하셨다.

"가발을 벗으려면 머리카락이 나야 한다. 이제 너도 당당하게 가발을 벗고 교칙을 지킬 수 있게 됐구나. 축하한다."

나의 머리로부터 송 선생님의 입술까지 연결된 은빛의 실이 반짝였다. 나는 송 선생님의 환한 미소를 보며 말 없이 닭똥같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학생 중에 대머리인 녀석이 있다는 말을 들으셨고, 그걸 고쳐주기 위해 직접 교장실에 나를 불러내셨던 거였다.

왜일까? 그의 환한 미소에 눈물이 나왔던 건.. 그의 따뜻한 배려심 때문에?

아니, 그보다 더 진하고 강력한 그 무언가가 호랑이처럼 내 가슴을 강타했기 때문이리라.

송 선생님은 당황하지 않고 내 볼에 흘러내리는 눈물을 핥아주시며 말씀하셨다.

"학생이 흘릴 수 있는 건 피, 땀, 성적 뿐이다. 오늘 교권침해는 그냥 넘어가겠지만 다음부터는 각오해야 할 거다, 학생."

"송.. 송 선생님.."

나는 그 때 송 선생님의 눈빛이 나를 그윽히 쳐다보는 것을 느꼈다.

그날 밤 누군가는 교장실에서 사탕을 핥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쯉 쯉

하지만 그건 사탕을 핥던 것이 아니라 나와 송 선생님의 끈끈한 우애의 증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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