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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번역] 이츠키 팬픽 (4. 나카노 이츠키는 대답하고 싶어)앱에서 작성

마초코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2.07.27 11: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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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늦어. 너무 늦어요……」















겨울에 가까워질수록 일몰 시간도 빨라진다. 정신을 차리면 이미 해는 완전히 떨어져, 밤하늘의 구름 사이로 별 몇 개가 보인다.



기온도 뚝 떨어져, 위에 겉옷을 걸치지 않으면 추울 것 같은 11월 말.







저녁 준비와 내일 수업 과제 등, 골치아픈 일들을 모두 해치운 게 5시 즈음.



분명 아르바이트나 수업 때문에 늦을 거라고 생각해서, 예정을 변경해 저녁을 먹은 것이 7시 즈음.



3번 정도 전화해도 받지 않아, 약속을 잊어도 이상하지 않다며 포기하고 목욕을 한 것이 9시 즈음.







그리고, 평소보다 일찍 목욕을 마치고 스마트폰을 확인해도 아무런 연락이 없었던 것이 바로 지금, 10시 즈음이다.



약속시간으로부터 5시간이 지난 지금까지도, 그와의 메시지 이력은 내가 보낸 「연락 주세요」라던가 「무슨 일 있어요?」같은 내용만 일방적으로 이어져 있다.



마지막에는 「여자에게는 여러가지 준비가 필요한데, 이렇게 기다리게 하다니 뭐하는 건가요」라는 불만섞인 내용이 있었다.















「…………역시, 한 번 더 연락해 보는 게 좋을까요……」















대학 진학으로 인해 피할 수 없게 된 원거리 연애.



아무리 시대가 흐르고 기술이 진보했다 한들, 그가 곁에 있어줌으로써 생겨나는 온기와 안도감을 얻을 수는 없었다.







후타로가 고향을 떠날 때는 떼를 써서 그를 난처하게 만들었지만, 그 이후로 나를 배려해서인지 자주까지는 아니더라도 영상통화를 해주고 있었다.



그러나 서로의 대학생활로 예정이 맞지 않는 경우도 허다해, 제대로 약속을 잡고 하게 되었다. 그러다 보니 스케줄을 확인할 때마다 아무래도 얼굴이 풀어지게 되어, 그때마다 동급생들로부터 놀림을 받게 되었다.







다만, 그동안 지각하는 일이 없지는 않았지만 그가 늦을 때는 반드시 미리 연락을 해왔었다.











「혹시, 무슨 일이 있는 건 아니겠죠……」















아르바이트나 세미나가 길어져 연락을 하지 못하거나 늦잠을 자고 있는 거라면, 화를 내는 것으로 끝낼 일이다.



하지만, 만약 후타로에게 좋지 않은 일이 생긴 거라면.



당장이라도 그의 가족에게 연락을 취해야 하고, 시간이 늦었건 뭐건 그의 곁으로 달려가야 한다.







그런 최악의 패턴에까지 생각이 미치자, 스마트폰을 쥔 손이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어딘지 모르게 자신의 손도 창백해 보이지만, 그 원인은 결코 추위만이 아닐 것이다.



몇 번이고 연락했다가 「시끄러워」라며 혼나는 쪽이 마음이라도 편할 거라는 생각에, 스마트폰으로 오늘의 네 번째 전화를 건다.















「…………안, 받네요.」















스마트폰의 스피커에서는 오늘 귀에 못이 박힐 정도로 들은 연결음만이 흘러나온다.















「정말, 무슨 일인 거에요 후타로……」















가슴속에만 담아두려 했던 불안이, 저도 모르게 입에서 나오고 만다.



고교 시절부터 줄기차게 그에게 휘둘려 왔지만, 이것은 분명 그 중에서도 톱5에 들 정도의 대사건이다. 가슴속에만 담아둘 수 있을 리가 없다.







무릎에 놓여 있던 손을 꼭 쥐고, 이 전자음이 그치기만을 간절히 기다린다.











「앗……」















얼마나 기다렸을까.



영원처럼 느껴지던 연결음이 뚝 끊기고, 화면에는 「상대방이 응답하지 않았습니다」라는 단적인 안내가 표시되고 있었다.



스마트폰으로써는 그저 사실을 주인에게 전했을 뿐인데, 자신이 보기엔 이만큼 보기 싫은 것도 없었다.















「…………후타로, 바보.」















어쩌면 후타로에게는 잘못이 없는 사정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도 이날을 손꼽아 기다리던 자신으로써는, 불평 한마디라도 해주지 않으면 뺨에 흘러내리는 물방울의 수가 끝없이 늘어날 것 같았다.







닦지 못한 눈물은 잠옷에 여러 개의 얼룩을 만들어 간다.



분명 이 정체는 그를 만나고 싶은 심정의 표현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눈물을 흘릴 때마다 가슴 속이 비어가는 듯한 이 감각을 설명할 수 없다.







동시에 몸속에서 따스함이 사라져 가고, 방금 전까지만 해도 느끼지 못했던 바깥의 냉기에 반응하고 말았다.















「읏……」















걸치고 있던 파카의 지퍼를 끝까지 잠궈 침입해 오는 냉기를 차단하려고 시도했지만, 손가락 끝은 계속 차가워지고 몸도 조금씩 떨리고 있었다.















「그냥, 잘래요……」















더 이상 기다리겠다는 선택지는 머릿속에 남아 있지 않았다.



감기에 걸리면 안된다던가, 내일은 일찍 나가야 한다던가 하는 그럴듯한 이유를 스스로에게 늘어놓고, 천천히 일어나 방안의 불을 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텅 빈 상태로 거실에 머물고 싶지 않았다.



실제로는 이 방에 있는 것은 나 혼자라도, 원래라면 다른 한 명이 마치 여기에 있는 것처럼 느낄 수 있었을텐데.



그게 불가능한 지금, 거실은 그저 어둡고 쓸쓸한 공간일 뿐이었다.















「아…… 스마트폰.」















침실의 문에 손을 댔을 때, 그만 스마트폰을 거실 책상에 두고 온 것을 깨달았다.



일부러 찾으러 가는 것조차도 귀찮았지만, 내일도 수업이 있기 때문에 알람 없이 잠드는 것은 역시 무섭다.















「……하아.」















스스로도 어디를 향한 것인지 알 수 없는 한숨이 나오고 말았다.



집 안인데도 숨이 하얗다. 연락을 기다리면서 난방조차 키지 않고 있었던 모양이다. 당연히 추울 수밖에.







단지, 덩그러니 놓여 있던 스마트폰만은 묘하게 따뜻했다.



오늘 하루 잠시도 몸에서 떼어놓지 않았으니 자신의 체온 영향도 있을 것이고, 계속 사용했으니 어느 정도 열이 나오는 것도 당연하다.







스마트폰을 손난로 대용으로 차가운 손바닥을 데워본다.



분명 그가 있었다면 「너는 여전히 바보구나」라고 말하면서, 나로서는 생각나지 않는 방법으로 따뜻하게 해 주었을지도 모른다. 이런 추운 생각 없이, 계속 따뜻한 마음으로 지낼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이번에야말로, 잘까요.」















다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상일 뿐이다.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며, 오늘 하루의 피로 때문에 도피하고 있었던 현실로 돌아와 다시 침실로 향한다.















「내일은…… 7시에 일어나면 괜찮겠네요……」















답답한 마음을 가슴에 느끼며 이불로 파고들어, 스마트폰 불빛만이 빛나는 방안에서 내일의 알람을 맞춘다.



이런 일을 자주 하니까 시력이 계속 떨어지고 있는지도 모르지만, 오늘만큼은 봐줬으면 좋겠다.















「…………바보 후타로. 여자를…… 여자친구를 이런 식으로 대하면 안 돼요…… 」















스마트폰을 슬립 모드로 설정해 테이블에 두고 잠을 청한다.



저도 모르게 마음속에 간직했어야 할 말이 나온 것 같기도 하지만, 아무도 듣지 못했으니 문제없다.



그 덕인지 조금이나마 가슴의 답답함이 줄어든 것 같아서, 이대로라면 어떻게든 잠들 수 있을 것도 같았다.











『♪~』



「정말……! 뭔가요!?」















조금 있으면 잠이 들 것 같은 타이밍에, 스마트폰에서 시끄럽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커다란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분명 침대 근처에 놓여 있었을 스마트폰인데, 아무리 손을 더듬어도 잡지 못해 짜증이 더해지기만 했다.











「네!! 여보세요!!」



「아ー 그게…… 여보세요……?」















그래서인지 「전화 상대가 누구인가」라는 건 아무래도 상관없었고, 수면시간을 방해한 상대에게 한마디 해주려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지배하고 있었다.



「옆방에 들리는 건 아닐까」라고 생각될 정도로 오랜만에 마음껏 소리를 지른다.



전화 상대는 밖에 있는지, 차가 달려가는 소리나 펑펑 쏟아지는 비가 아스팔트를 내리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그리고 자신의 기백에 졌는지 저쪽 목소리의 주인은 패기가 없다.















「……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요!!」



「그러니까…… 나…라고.」



「에……?」















한껏 열이 올랐던 것이 단 한 마디로 침착함을 되찾고 말았다.



그 목소리는 몇 년 전부터 들어왔고, 또 앞으로도 계속해서 듣고 싶은 그 목소리에 가까운 것이었으니까.







다만, 확신이 서지 않았다.



그 패기 없는 목소리에서 묻어나는 한숨. 달려서 숨이 찬다기보다는, 마치 무거운 것을 열심히 들어올리는 것만 같다.







왜, 이런 시간에 그런 일을 하고 있는 걸까.



왜, 그런 상황에 처해 있으면서 내게 전화를 하고 있는 걸까.







그렇게 생각하니, 들려오는 정보만으로도 머리가 혼란스러워졌다.



그래서, 나온 말은 그저 확인에 불과했다.















「후, 후타로……야?」















방금까지의 위세 따위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 버릴 것 같은 목소리로 묻는다.



잠시 들려온 것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건너편의 잡음과 자신의 심장 소리.



그리고, 금속을 움직이는 듯한 묘한 소리.















「그래…… 미안하다 이츠키. 기다리게 해서……」















이게 정말 현실인가 싶어 스마트폰에서 귀를 떼고 화면을 확인하자, 틀림없는 그의 이름이 비춰지고 있었다.







이제 곧 날짜도 바뀌려고 하는 시간.



6시간의 지각은, 정말이지 심장에 나쁘다.



















***



















「대, 대체 어떻게 된 거에요……!?」



「아…… 좀, 이것저것 있었어.」



「제가 얼마나 걱정한 줄 아세요!? 몇 번이나 연락했는데 받지도 않고……!!」



「이, 일단 진정해라 이츠키…… 무슨 일인지 제대로 말해줄 테니까. 그것보다, 이렇게 늦게 전화해도 괜찮아……?」



「이제 와서 그런 소리 해도 늦었거든요!!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후타로라는 것을 알고 나자 행동은 빨랐다.



졸음은 순식간에 가셨고, 재빨리 파카를 걸쳐 거실의 난방을 켜서 만반의 준비를 갖췄다.



조금 전까지와는 달리, 어딘가 다리가 붕 떠있는 듯한 감각에 사로잡혀 있다. 들뜬 기분을 억제하려고 해도 몸이 먼저 움직여 버린다.











「일단, 지금부터 집에 들어갈 거니까 조금만 기다려 줘.」



「……아까부터 신경 쓰이던 건데, 귀가가 너무 늦지 않나요??」















거실 의자에 걸터앉아 편한 자세를 취한다.



난방을 방금 켠 참이라 발밑은 꽤 춥지만, 덕분에 조금은 냉정해질 수 있었던 것 같다.







다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자, 차락 하고 열쇠를 꺼내는 소리가 전화 너머로 들려온다. 그와 동시에, 아까도 들려왔던 금속을 움직이는 듯한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온다.















「……잠깐만 기다려봐 이츠키. 지금 좀 바쁘니까.」



「그냥 문을 여는 것 아닌가요?」















후타로는 정말 방문을 여는 데만 집중하는 듯 대답이 없었다.



찰칵찰칵 금속음을 내면서 「다녀왔습니다」라고 혼자 중얼거리는 목소리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그로서는 드물게 피로가 만연한 것처럼 느껴졌다.







다만, 그것도 마치 기분 탓이었나 싶을 정도로 평소처럼 「잠깐만 기다려줘」라고 말하고는, 스피커 너머로 사각사각 분주하게 소리를 낸다.



아마 들고 있던 짐을 정리하거나 옷을 갈아입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평소 같으면 생활음 같은 건 듣기 싫지 않냐며 뮤트로 해놓으면서, 오늘은 그것마저 잊고 있는 것 같다. 여전히 묘한 금속음도 들려오고 있고―















「……」



「미안 이츠키, 기다렸지.」















시간을 보니 10분쯤 지났을까.



무심코 머리를 풀 회전시키는 바람에 시간이 지났다는 것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후타로 쪽은 대충 정리가 됐는지, 크게 한숨을 내쉬며 통화를 이어나간다.



그리고, 작게 찰칵거리는 금속음도―















「이츠키, 우선 사과를……」



「후타로.」















평소보다 한 톤 낮춘 목소리는, 그의 사죄를 말끔히 덮어버렸다.



통화 건너편에서는 어딘가 움찔한 기색이 느껴졌지만, "그런 반응"을 한다는 것부터 자백하는 거나 마찬가지였다.



영원처럼 느껴졌던 몇 초 동안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그가 말을 시작해주길 마음 어딘가에서 바라고 있었다.







사과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을 거라고.



……하지만, 그렇게 되지는 않았다.















「왜, 왜 그래 이츠키……」



「이번 일로, 당신에게 지각에 대해 나무라거나 그에 대한 사과를 요구하지는 않겠어요.」



「어……? 아니 그래도, 연락도 없이 늦어서 걱정시킨 건 미안했……」



「그런 것쯤은, "지금 당신의 상황"을 감안하면 별 문제가 아니겠죠.」



「뭐, 뭐야……」















아, 역시.



대화를 진행하다 보니, 그동안 머릿속에서 쌓아온 가설이 진실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깨닫고 말았다.



맞지 않았으면 하는 가설이었지만, 여기까지 정황 증거가 갖추어지면 이미 증명된 것이나 마찬가지.







이상하게 솔직한 점.



어째선지 평소보다 조금 높은 목소리.







이건 모두, 그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을 때 하는 버릇.



특히, 나에게만은 알리고 싶지 않을 때.















「……걸을 수 없는 거죠?」



「…………윽.」















자신의 입에서 나온 것은, 상대방의 마음속까지 얼려버리는 듯한 목소리.



마치 설녀라고 생각될 정도로 쌀쌀한 말투 때문인지, 전화 건너편에서는 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니, 정확하게는 "당분간은" 자력으로 걸을 수 없다, 라는 건가요?」



「…………」



「덧붙여, 부상의 이유도 내게 말하기 꺼려진다 이거죠…… 그쪽에서 여자한테 무슨 짓이라도 당한건가요?」















내가, 몇 년이나 우에스기 후타로의 여자친구를 했다고 생각하는 걸까.



그는 그것도 잊고, 내가 눈치채지 못하면 이대로 넘어갈 속셈이었던 모양이다. 이제 지각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없고, 날 속이려고 했던 것에 화가 난다. 이마에 핏줄이 돋아있을 지도 모르겠다.







일상 생활 속에서 금속음은 곳곳에서 들려온다.



열쇠고리 스치는 소리, 식기를 포개는 소리, 밖이라면 공사장 등등. 예를 들자면 끝이 없다.



다만 집 안에서, 그것도 연속해서 금속음이 들려오는 일이란 흔치 않다.







그렇게 되면 간단했다.



그 금속음은 후타로 자신이 몸에 지니고 있거나, 아주 가까운 곳에 있는 것이다. 평소 액세서리라곤 전혀 하지 않는 그에게, 몸에 지니는 금속제품이란 전무하다.



즉, 그 금속음의 정체는 그에게 있어 현재 필수불가결한 것. 그리고 그가 때때로 내뱉던 거친 숨결도 고려하면, 그것이 "목발" 소리라는 걸 알 수 있다는 것이었다.











「……미, 미리 말해 두겠는데.」



「……뭐죠?」















그리고 잠시간, 서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상대방의 심정을 알아내려고 안간힘을 썼다.



다만, 지각한 일과 부상을 숨긴 것이 들통난 것으로 부채감을 느꼈는지, 그가 먼저 더듬거리는 말투로 변명을 시작했다.















「매, 맹세코 뭔가 당한 건 아냐…… 대학 계단에서 미끄러지는 바람에 다친 것 뿐이야. 말하지 않은 것도, 너에게 걱정을 끼치고 싶지 않아서……」



「다친 건 인정하시는 거죠?」



「아니, 인정이라고 해야 되나…… 그냥 조금 삔 것 뿐인데, 간호사가 괜히 신경을 써준답시고 억지로 목발을 준 거야.」



「그건 괜한 신경을 써준 게 아니라, 간호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처치를 한게 아닌가요? 그리고, 순순히 인정하세요.」















이후로도 한참동안 입씨름을 한 끝에 어느덧 영상통화로 옮겨갔고, 최종적으로는 이쪽이 일방적으로 몰아붙이게 되었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저는 "결코" 화난게 아니에요. 다만, 당신이 너무 자기 일에 무관심한 게 어이가 없을 뿐이에요.」



「그런 걸 보통 화났다고 하지 않나……?」



「아니거든요? 잘 들으세요. 다쳤다고 확실히 인정하고, 필요하다면 저를 의지해 주세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니까 그 점은 포기하세요.」



「하지만……」



「여자친구니까 당연하잖아요!! 다친 이유가 꼴사납다고 해서 쓸데없이 허세를 부리지 말 것!! 어짜피 금방 낫는다던가 멋대로 판단하지 말고 얌전히 집에 있을 것!! 알겠어요!?」















마치 포위망을 만드는 것처럼 그를 몰아붙이는 것도 고등학생 때보다 훨씬 잘 할 수 있게 됐다.



언니들에게도 「예전에 비해 무서워졌다」라는 둥 의외의 말을 듣고 있다. 못난 그의 곁에 있던 폐해인지도 모르지만 그런 건 지금은 상관없다.















「자기 몸 상태는 자기만 알 수 있으니까요. 숨기지 말고, 어려울 때는 순순히 저를 의지하세요.」



「…………」



「대답은?」



「……응.」



「좋아요.」















그다지 적극적인 대답은 아니었지만, 일단 잘못했다고 느끼는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고 있어 오늘은 이 정도로 해두자고 생각한다.



문득 시선을 떼고 시계를 살펴보니, 그에게서 전화가 걸려온 지 벌써 두 시간 정도가 지나 있었다.



대화가 일단락되고 차분해지자, 급속도로 몸이 차가워지는 것을 느낀다. 오랜 시간 열을 내며 말한 탓인지 피로도 쌓여버렸다.







한숨을 돌리자 새삼스럽게 자신의 모습을 알아차린다. 어느새 기세로 일어서서 허리에 손을 얹은 채로 후타로와 "이야기"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아무리 그래도 여자로서 이런 행동을 남자친구 앞에서 계속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미 늦긴 했지만, 그가 풀이 죽어 카메라에서 시선을 떼고 있는 틈을 타 재빨리 옷차림을 가다듬고 착석한다.



약간 얼굴이 화끈거리는 것을 자각하며, 화면 속의 그에게 묻는다.















「……이것저것 잔소리를 해버렸습니다만, 이건 전부 당신을 생각해서 한 말이에요. 당신도 『동아리 권유는 조심해』라고 저한테 잔소리를 하잖아요?」



「그야…… 그렇지.」



「그럼, 가끔은 저도 괜찮은 거죠? 그러니 기분 푸세요.」



「애 취급 하지 마……」



「네네.」















화면 너머로 흐트러져 있는 후타로를 보면, 부상 탓인지 여느 때보다 기세가 꺾이고 여린 티가 드러나 있다.



평소에는 표표한 이미지가 강한 만큼, 조금은 귀엽게 느껴진다.



만약 눈앞에 그가 있었다면 마음껏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을 것이다. 그만큼 지금의 그는 귀엽다. 항상 이 정도로 귀여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그걸 말하면 더욱 기분이 나빠질 것 같으니 입을 다물어 두는 게 현명한 선택일 것이다.



대신 마음의 셔터를 누르며 그런 그를 기억 한 구석에 남겨두고 있노라면, 그가 「이츠키」라며 귀를 살짝 붉히며 물어오기에 미소를 지으며 응한다.















「왜 그러세요?」



「……아, 그게.」















후타로가 머뭇거리며 오른손을 머리 뒤로 향한다.



솔직히 말하기 민망할 때 나오는 그의 버릇.















「다음 휴가는, 언제야……?」



「모레부터…… 사흘간이네요. 수업도 휴강, 아르바이트도 그 동안은 쉬구요.」



「……그렇군.」















그렇게 말하고 나서, 후타로는 시선을 이쪽으로 돌리지 않고 자못 생각에 잠긴 듯 입을 다물었다.



그 질문으로부터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지금이라면 손에 잡힐 듯이 알고 있다.



일부러 "하기 쉽도록" 자신의 예정을 전해 두었는데도 아직 결단할 수 없는 걸까.



스스로 제안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모처럼이니까 그의 입에서 듣고 싶은데―















「……이츠키.」



「네……」



「그게, 말이지. 너만 괜찮다면, 도와주지 않겠어……? 몸이 이 모양이라 뭔가 해주기도 힘들고, 놀러갈 수도 없지만…… 아, 물론 이쪽으로 오는 교통비는 내가 부담할게. 그러니까……」















몇 년이나 함께 지냈지만, 그가 내게 의지해온 적이 있었던가.



있다 하더라도 그건 사귀기 전의 기브 앤 테이크 관계였고, 아무런 부채감 없이 순수하게 의지해온 적은 없었다.







반대로, 내가 의지한 적은 많다.



귀엽지 않은 부분도 많이 보여주고 있을 텐데, 싫은 내색을 아예 안하진 않더라도 어떻게든 내 소망을 이뤄주고 있다.







그 답례라고 생각하면, 대수로운 일도 아니다.



그런 것보단, 소중한 사람이 힘들어 하는데도 의지해오지 않는다는 것이 더욱 슬프다.



데이트에 지각하는 것보다도, 기념일을 바람맞는 것보다도, 멀리 떨어진 곳으로 그를 떠나보냈을 때보다도 더.







그래서, 만약 그런 기회가 왔을 때는 이렇게 말하기로 사귀기 전부터 정했다.















「네, 그럼요. 남자친구의 부탁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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