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타임스=한아름 기자] 국산 우주 발사체 누리호가 네 번째 비상을 앞두고 있다. 2021년
첫 비행 이후 2·3차 발사를 통해 설계 성능을 증명한 누리호는 이번
4차 발사에서 전혀 다른 시험대에 오른다.
기술적으로는 밤중 태양동기궤도(SSO) 진입이라는 고난도 임무를 수행하고, 산업적으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 전 과정을 주관한 첫 ‘민간
주도’ 한국형발사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7일 새벽,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에서 치러질 이 발사는 한국 우주개발사가 ‘국가 주도 개발’에서 ‘민간 참여 상업 시장’으로 넘어가는 분기점이자, 뉴 스페이스 시대 한국 모델의 첫 실전 시험이다.

누리호가 25일 발사대에 세워졌다. 사진=항우연 제공
누리호의 기립 – 네 번째 비상을 위한 ‘준비의 과학’
25일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새벽까지
이어진 빗줄기가 잦아든 뒤, 누리호 4호기가 발사장으로 이동하기
시작했다. 순수 국내 기술로 만든 길이 47.2m, 총중량 200t짜리 3단형 발사체가 발사체 종합조립동을 천천히 빠져나와 제2 발사대로 향하는 장면은 그 자체로 한국 우주기술의 현재를 상징하는 장면이다.
애초 이송은 오전 7시 40분으로
예정돼 있었지만, 오전 8시 무렵 비 예보로 약 1시간 20분가량 지연됐다. 발사체
운용에서 기상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가장 까다로운 변수다. 결국 누리호는 오전 9시 무인 특수이동차량(트랜스포터)에
실려 발사체 종합조립동을 출발, 약 1시간 42분에 걸쳐 1.8km를 이동해 제2발사대에 도착했다.
발사대에 오른 뒤에는 ‘기립(stand-up)’이라는
또 하나의 고난도 과정이 기다린다. 누리호는 기립 장치인 이렉터(erector)에
실려 수평 상태에서 천천히 세워지고, 발사패드에 수직으로 고정된다. 발사체
하부에는 지상고정장치(VHD)가 네 곳에 설치돼 있는데, 이
장치가 누리호를 단단히 붙잡고 있다가 발사 직전 엔진이 최대 추력에 도달하는 순간 고정을 해제한다. 한마디로
거대한 몸체를 지탱하는 ‘마지막 손’이다.
이날 항우연은 오전 8시 30분
발사준비위원회를 열어 발사대 이동 여부를 최종 결정했고, 누리호는 오전 10시 42분경 발사대에 도착해 오후 1시 32분 기립을 완료했다. 이후에는
전원과 추진제 공급을 위한 엄빌리칼(umbilical)이 연결되고, 자세
제어 계통과 기밀 점검 등 각종 발사 준비 작업이 이어졌다.
겉으로 보기엔 ‘발사 하루 전 기립’이라는
짧은 일정 같지만, 그 뒤에는 10여 년 이상 축적해온 발사체
조립·시험·운용 기술이 촘촘히 쌓여 있다.
누리호의 몸체를 이루는 3단 구성을 조금 더 들여다보면 발전 과정이
더욱 생생해진다. 누리호는 75t급 액체엔진과 7t급 액체엔진을 사용하는 3단형 액체 로켓이다.
1단: 75t급 엔진 4기를 묶어 총
300t의 추력을 낸다. 이는 큰 트럭 20대를
동시에 들어 올릴 수 있는 힘에 해당한다.
2단: 75t급 단일 엔진이 비행을 이어받아 고도를 끌어올린다.
3단: 7t급 엔진이 마지막으로 점화돼 목표 궤도에 위성을 정확히 안착시키는 ‘마무리’ 구간을 담당한다.
연료는 케로신(항공유와 비슷한 기름),
산화제는 액체산소를 사용한다. 누리호에는 연료
56.5t, 산소 126t이 들어가는데, 두
물질이 엔진 연소실에서 만나 폭발적으로 반응하며 3300도에 달하는 고온의 화염을 만들어낸다. 철이 녹는 온도의 두 배에 달하는 극한 환경이기에, 연소실 주변에는
정교한 냉각 채널이 설계돼 있다. 터보펌프는 분당 1만 번, 초당 167번 회전하며 이 거대한 연료와 산소를 쉴 새 없이 엔진으로
밀어 넣는다.
2010년부터 약 12년
동안 2조원에 가까운 예산이 투입된 한국형발사체 개발 사업은 이처럼 기립과 연결, 연료 주입 같은 ‘루틴한 절차’가
가능한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자체가 하나의 성과다. 누리호 4차
발사는 이 성숙해진 시스템을 민간 주도 체계와 결합하는 첫 시험장이다.

누리호에 거는 기대가 이번에는 남다르다. 사진=항우연 제공
누리호의 27일 새벽 발사 –
밤하늘 위에 그리는 비행 타임라인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 발사체 역사상 처음 시도되는 새벽·야간 발사다. 우주항공청은 26일
오후 발사관리위원회를 열어 추진제 충전 여부와 발사 시각을 최종 확정한다. 변수인 기상·고층풍·우주환경 요소가 모두 허용 범위 안으로 들어오면, 발사 시간은 당초 계획대로 27일 새벽 0시 54분부터 1시 14분 사이로 잡힌다.
이번에 굳이 ‘새벽 1시
전후’라는 고된 시간대를 택한 이유는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목표로 하는 태양동기궤도(SSO) 때문이다. SSO는 위성이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지역 상공을 지나가도록 설계된 특수한 궤도다. 매일 같은 시각, 같은 태양광 조건에서 지구를 바라볼 수 있어 장기 관측·비교 연구에
적합하다. 이 궤도에 정확히 위성을 넣으려면 발사체가 지나가는 시점도
‘분 단위’로 맞춰야 한다. 그 시간대가 바로 27일 새벽 1시 안팎이다.
야간 발사는 낮 발사보다 고려해야 할 변수가 더 많다. 작업 환경은
어둡고, 온도 변화가 크며, 상층 대기의 바람(고층풍)과 열환경 관리가 까다롭다.
그만큼 누리호 운용팀의 경험과 시스템 신뢰도가 높아졌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이제 한국은 “우리가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궤도로 위성을 보낼 수 있는가”라는 한 단계 높은 질문에 답을 시도하는 셈이다.
발사 순간, 일반 시민·학생들이 TV 중계나 온라인 스트리밍을 볼 때 눈여겨봐도 좋을 ‘타임라인’도 있다. 새벽이라 로켓 동체는 어두운 하늘에 묻히고, 엔진 화염만 눈에 들어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시간과 숫자가 훨씬 중요한 ‘관전
포인트’가 된다.
누리호 4차 발사 비행 과정은 대략 다음과 같이 전개된다.
T+0초: 카운트다운 0, 1단 엔진 4기
점화
300t 추력이 200t 발사체를 밀어 올리며, 굉음과 함께 누리호가 발사대를 떠난다.
T+125초(2분 5초) / 고도 약 63.4km: 1단 분리
1단은 임무를 마치고 고흥
남쪽 약 430km 해상으로 낙하한다.
T+234초(3분 54초) / 고도
약 201.9km: 페어링(위성 덮개) 분리
대기권을 벗어나면서
위성을 외부 환경으로부터 보호하던 덮개가 열리고, 필리핀 동쪽
1585km 해상으로 떨어진다.
T+272초(4분 32초) / 고도
약 257.8km: 2단 분리
2단은 호주 북쪽 약 2800km 바다로 떨어지고, 이제
3단만이 위성을 품고 비행을 이어간다.
T+807초(13분 27초) / 고도 600km: 차세대중형위성 3호 분리
이번 임무의
주인공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가 먼저 분리된다. 목표 고도는 3차 발사 때보다 50km 높은
600km로 설정돼 있다.
T+827~927초(13분 47초~15분 27초): 큐브위성 12기
순차 분리
2기씩 짝을 이뤄 18~23초 간격으로 총 6회에 걸쳐 사출된다. 마치 민들레 씨앗이 흩어지듯 작은 위성들이 서로 다른 궤도와 임무를 향해 퍼져나간다.
T+1284초(21분 24초): 비행
종료
3단 엔진까지 모든 임무를
마치고 비행이 종료된다.
누리호 발사는 발사지휘센터(MDC)의 총괄 지휘 아래 발사관제센터(LCC), 비행안전통제센터(FSC) 등의 통제를 받으며 이뤄진다. 누리호와 탑재체에 대한 비행통신 및 추적·관제는 나로우주센터와 제주추적소, 팔라우추적소 등이 나눠 맡는다. 이번 4차 발사에는 누리호 제작을 주관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인력 32명이 MDC·LCC·발사대 운용에 직간접으로 참여해 실전 경험을 축적한다.

누리호의 발사 과정. 이미지=항우연 제공
누리호 4차 발사 이전과 달라진 점 – ‘시험 발사’에서 ‘복합
임무 운용’으로
누리호는 이미 3번의 발사를 통해 기본 성능을 검증했다.
1차 발사: 3단 엔진 연소가 조기 종료되면서 목표궤도 진입에 실패했다.
2차 발사: 탑재체 분리에 성공하며 궤도 투입 목표를 달성했다.
3차 발사: 실용급 위성을 실제로 올리며 설계된 임무를 수행, 기술적 자신감을
확보했다.
4차 발사는 이 연속선 위에 있으면서도 성격이 조금 다르다. 단순히 “또 한 번 성공하느냐, 실패하느냐”를 넘어, 다음과 같은 변화들이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다.
첫째, 생산·운용 체계
자체가 달라졌다.
이번 4차 발사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이 주관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항우연이 축적한 설계·시험·제작
기술을 민간에 이전하고, 체계종합기업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발사체 제작과 총조립, 구성품 참여업체 관리 등 제작 전 과정을 주관했다.
발사 운용은 아직 항우연이 중심을 잡지만, MDC·LCC 등 핵심
시스템에 한화 인력이 함께 참여하며 단계적으로 역할을 넓히고 있다. 5·6차 발사에서는 민간의 비중이
더 커질 예정이다. 연구소가 주도하던 구조에서, 민간이 시장을
상정해 제작과 운용을 익히는 구조로 옮겨가는 과도기적 장면이다.
둘째, 임무가 ‘복합 위성
운용’ 단계로 진입했다.
이번 발사에는 중형급 위성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와 함께 국내 기업·대학·연구기관에서 제작한 큐브위성
12기가 탑재된다. 3차 발사 당시 7기가 탑재됐던
것과 비교하면 거의 두 배 수준이다. 이로 인해 위성부 중량은 3차
대비 약 460kg 증가한 960kg을 기록했다.
덕분에 이번 누리호는 단일 위성을 올리던 단순 구조를 넘어, 서로
다른 크기·임무·운용기관을 가진 13기 위성을 정확한 궤도에 순차 분리하는 ‘복합 임무 운용 능력’을 시험한다. 태양동기궤도 진입을 위한 임무 프로파일이 바뀌면서 비행
시간도 길어졌다. 발사 효율뿐 아니라, 각 위성이 계획된
궤도와 타이밍에 얼마나 정확히 안착하는지, 궤도 투입 정밀도와 사출 신뢰도까지 모두 중요한 평가 항목이
된다.
셋째, 위성 탑재·사출
기술이 한 단계 고도화됐다.
이번 발사에는 다중 위성 어댑터(MPA)가 사용된다. 과거에는 대형 위성 하나를 중심으로 설계된 구조였다면, 이제는 중형
위성 1기와 큐브위성 12기를 효율적으로 탑재하고, 서로 간섭 없이 순차 사출할 수 있도록 구조가 개선됐다.
3차 발사 당시에는 도요샛 3호기가
제대로 사출되지 않았지만, 내부 카메라가 이를 즉시 포착하지 못해 확인이 늦어지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이번에는 사출 과정을 모니터링하는 카메라를 2대
더 추가해, 모든 큐브위성이 정해진 타이밍에 정상적으로 우주로 나가는지 영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했다.
넷째, 탑재 임무 자체가 ‘우주과학·바이오·신소재’로 확장됐다.
주탑재체인 차세대중형위성 3호에는 세 가지 핵심 장비가 실린다.
오로라 및 대기광
관측기(ROKITS): 지구의 오로라와 대기광을 넓은 시야로 관측해,
대기권 상층부에서 일어나는 빛 현상을 분석한다.
전리권 플라즈마
및 자기장 관측기(IAMMAP): 지구 주변 자기장과 플라즈마 환경을 측정해, 우주환경 예측 자료를 제공하고 적도전류제트(EEJ) 및 적도전리권
이상현상을 연구한다.
바이오 캐비넷: 저궤도 미세중력 환경에서 세포 분화 특성과 3D 조직 배양을 실험하는
우주의학 실증 장치다. 국내 위성이 우주에서 수행하는 본격 바이오 실험으로는 사실상 첫 시도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강경인 우주항공청 우주과학탐사부문장은 차세대중형 3호에 탑재된 바이오
캐비넷이 “국내 위성으로는 처음 시도되는 우주의학 분야 실험·실증”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우주환경 관측과 미세중력을 활용한 연구를 더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누리호의 주탑재 위성 차세대 중형 위성 3호. 사진=우주항공청 제공
큐브위성 12기도 면면이 화려하다.
항우연의 국산 소자부품 우주검증지원 플랫폼 1호(E3_TESTER_KARI-1)는 12U급으로, 국내 부품들이 우주 환경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작동하는지 시험한다.
스페이스린텍의 비천(BEE-1000)은 우주에서 단백질 결정 성장
실험을 수행해, 신약 개발에 필요한 고품질 결정 확보 가능성을 타진한다.
서울대의 스누글라이트(SNUGLITE) 2기는 ‘편대 비행’을 통해 지구 대기를
3차원적으로 관측하는 실험을 수행한다.
KAIST의 K-HERO는
큐브위성에 소형 추진계를 장착해, 초소형 위성도 능동적으로 궤도를 조정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다.
인하대의 INHA-RoSAT은 말아서 넣었다가 우주에서 펼치는 롤
형태 태양전지판을 검증한다.
세종대의 SPIRONE은 우주에서 바다 플라스틱을 관측하는 임무를
수행해 해양 오염 문제 해결에 기여할 가능성을 모색한다.
이 밖에도 코스모웍스의 JACK-003/004, 우주로테크의 COSMIC, 쿼터니언의 PERSAT01, 한컴인스페이스의 SEJONG-4,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의 ETRISat 등이 각각의 기술을 우주 환경에서 시험한다. 누리호 4차 발사는 한국 우주과학·우주바이오·우주소재 연구를 함께 띄워 올리는 ‘실험실 플랫폼’이기도 한 셈이다.

누리호에 탑재되는 위성 13기. 이미지=항우연
민간 우주 시대 시금석 – 누리호가 여는 ‘뉴 스페이스’의 한국판 모델
누리호 4차 발사는 기술적으로는 밤중 SSO 진입과 13기 위성 사출에 도전하는 고난도 임무이지만, 더 큰 의미는 ‘누가, 어떤
방식으로 로켓을 만들고 쏘는가’라는 구조 변화에 있다.
우주항공청과 항우연은 2022년부터
2027년까지 총 6863억원을 투입해 한국형 발사체 고도화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 사업 안에 4·5·6차 발사가 모두 포함돼 있다. 표면적으로는 “같은 누리호를 네 번 더 쏘는 사업”처럼 보이지만, 실제 목표는 두 가지에 가깝다.
첫째, 반복 발사를 통해 국산 발사체 기술의 신뢰도와 상용 수준 운용
능력을 끌어올리는 것.
둘째, 이 과정 전체를 민간 기업과 공유하며 ‘한국형 뉴 스페이스’ 생태계를 여는 것.
이번 4차 발사는 바로 두 번째 목표가 본격적으로 시험되는 첫 무대다. 항우연이 지난 10여 년 축적한 한국형발사체(KSLV-Ⅱ) 관련 설계·시험·조립·운용 기술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라는 체계종합기업으로 이전되고, 한화가
제작과 총조립, 협력업체 관리를 맡으면서 한국형 발사체 산업의 ‘주인공’ 구도가 서서히 재편되고 있다.
민간이 발사체 제작을 주도한다는 것은 단순히 “정부 대신 민간이 만들어
준다”는 의미를 넘는다. 민간 기업은 글로벌 발사 서비스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고, 비용·품질·일정·신뢰성을 동시에 맞춰야 하며,
고객(위성 개발사, 해외 수요자)의 요구를 반영한 맞춤 발사가 가능해야 한다.
이번 4차 발사에서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제작·총조립을 책임지고, MDC·LCC에서 발사 운용 기술까지 실제로 체득하게
되면, 이후 5·6차 발사에서는 민간이 발사 운용 전반을
이끄는 그림도 현실적인 시나리오가 된다.
이는 국내 다른 민간 우주기업들에도 기회와 자극을 동시에 제공한다. 이미
이노스페이스, 페리지에어로스페이스 등은 소형 발사체 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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