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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just bros being bros -4-

뼈박핫산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3.13 00:09:53
조회 3505 추천 77 댓글 9
														

원저자 guiltyfanfic

원출처 http://archiveofourown.org/works/5340062


* 골친상간 주의

* 항마력은 있는데 긴 글 읽기 귀찮으면 #1만 읽어도 된다.


#1~4 : http://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4019

#5~6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75262

#7 :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181412



just bros being bros

2부


#8



  샌즈는 파피루스와의 또 달라진 사이를 어떻게 생각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예전보단 낫다. 동생의 예사로운 손길이 반갑고, 평소보다 활짝 웃으며 올려다보면 동생도 마주 웃어 준다. 그렇지만 예전과는 다르다. 다시는 예전 같아질 수 없다. 워터폴에서는 선을 넘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확실히 넘었으니까. 나쁘진 않다. 사실은 좋다.


  파피루스는 요리 공부를 계속 하고 있어서 집에 있을 땐 주방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요리를 하기도 하고 식탁에 앉아서 공부를 하기도 한다. 다행히 제대로 배우면서는 솜씨가 많이 늘어서 ‘먹을 수 있는’ 수준에서 ‘먹을 만한’ 수준을 넘어 ‘먹기 좋은’ 걸 만들 줄도 알게 되었다. 까불대고 다녀도 바보는 아니고, 워낙 성실한 성격이라 길잡이만 잘 만나면 뭐든 해낼 수 있을 거다. 올곧은 열정이 ‘의지’를 닮았다는 생각마저 떠오를 땐 기분이 좀 오묘하다.


  샌즈는 파피루스가 앉은 의자 등받이를 짚고 발뒤꿈치를 들어 동생 어깨 너머로 뭘 읽나 본다.


  “뭐 해?”


  “그냥 이거 외우는 시험 공부.”


  파피루스는 책장을 넘기며 대답한다. 샌즈는 녀석이 가끔 책 읽다가 어려워하던 게 생각나 물어 본다.


  “도와 줄 거 있어?”


  “괜찮은 것 같아.”


  “어. 시험 잘 봐.”


  도리어 방해 되는 모양이라 말은 그만 걸기로 한다. 좀 더 앞으로 기대어 파피루스의 광대뼈에 이를 대었다가 물러나 냉장고에 뭐가 있나 열어 본다. 식재료를 사러 가야 하나? 그릴비네 새 가게나 갈까? 동생의 요리도 좋아졌지만, 가끔은 기름진 게 땡긴다. 


  “에……”


  샌즈는 냉장고 문 너머로 돌아본다.


  “뭔가 잘 안 돼?”


  “그거…… 나도 해도 돼?”


  파피루스의 뺨에 주황빛이 퍼진다. 해골도 얼굴 붉힐 수 있나 보다. 마법의 힘이란. 허.


  “뭘?”


  “볼에 키스하기?”


  파피루스는 책을 내려놓는다.


  아. 방금 뭘 한 건지 이제야 깨닫는다. 이럴게 될 줄은 알았다. 평범한 것들을 해주다 보면 안 평범한 것도 해버리게 될 줄 알고 있었다. 매일 했던 것처럼 저도 모르게 그랬는데 생각해 보니 처음이다. 그래도 이젠 하지 말란 법은 없다. 아무래도 좋다. 동생이 행복하면 자기도 행복하니까.


  “하고 싶으면 해. 남들 있는 데서는 말고.”


  “형제끼리니까?”


  “응. 그래도 정 하고 싶으면 하든지.”


  “할래! 지금 당장!”


  드르륵 의자를 밀고 일어선다. 


  “임마….”


  굳이 말리지 않는다. 파피루스가 어깨를 잡는 기분은 익숙하다. 이빨이 왼뺨에 닿는다. 살갑고 다정한 느낌. 영혼 없이 키스할 때랑 비슷하다. 파피루스가 떨어져 웃는데 제 뺨이 화끈거린다. 녀석 뺨처럼 영혼이랑 같은 색으로 물들었으려나. 


  “네가 하기 싫은 건 하지 마. 알았지? 나 때문에 불편한 게 있으면 꼭 말을 해 줘.”


  왠지 모르겠지만 이 말을 해 둬야 할 것 같았다. 파피루스는 샌즈의 어깨를 잡고 있던 그대로 끌어당긴다. 가슴팍에 얼굴이 닿는다.


  “걱정 마! 위대하신 파피루스 님께선 하기 싫은 건 절대 안 해!”


  “거짓말. 나 때문에 안 해도 될 고생을 사서 하잖아.”


  “난 대단하신 동생님이니까, 형을 행복하게 해 주고 싶어!”


  팔을 들어 마주 안아 준다. 가슴 속이 찌르르하지만 아픈 건 아니다. 동생 품에 얼굴을 푹 파묻는다.


  “난 괜찮으니까 네 행복을 먼저 챙기면 좋겠다.”


  “무슨 걱정 하는 건지 알아. 형이 날 이용하는 게 아니야.”


  자신 있는 목소리에 조금 놀란다.


  “이제 형하고 더 가까워진 느낌이야. 아직도 말 안 해 주는 비밀이 있는 건 아는데, 그래도 예전보다는.”


  고개 들고 동생을 올려다본다. 감정이 북받쳐 오르는데 괜찮은지 모르겠다. 녀석의 믿음 덕분에 아주 오랫동안 마비되어 있었던 진짜 감정들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조만간 말해 줄게. 그게 어, 진짜 말하기 힘들고 복잡한 일이거든? 말해 주긴 할게. 대신 너 이번 학기 끝나고 나서가 좋겠다.”


  “약속할 수 있어?”


  약속을 하는 건 정말 싫지만, 파피루스를 위해서라면. 마른침을 삼킨다.


  “그래. 약속할게.”




#9


  악몽을 꾸었다.


  새삼스레 뭘 그리 겁먹는지 몰라도 대단히 충격 받았다. 왼눈에 푸른 안광을 이글거리며 벌떡 일어나 헉헉 숨을 들이킨다. 얼마나 급히 일어났는지 갈비뼈가 놀라 욱신거린다. 비명을 질렀다는 자각도 없이, 덜덜 떨리는 두 손을 들어 꽉 다문 입을 틀어막는다. 몸서리가 그치지 않아 뼈끼리 따닥따닥 부딪친다. 팔다리에 힘을 줘 본다. 무릎을 세워서 고개를 처박고 입 막은 손으로 무릎까지 꾹 누르며 진정시킨다.


  그걸로도 부족했나 보다. 얇은 벽 너머 옆방에서 동생이 깨어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망설이는지 잠시 조용하다가,


  “형?”


  대답하지 못한다. 거친 숨소리가 새나가지 못하도록 숨을 멈추고, 앞쪽 벽만 뚫어져라 쳐다보며 가슴을 진정시킨다. 그러나 눈 속 홧홧한 기운은 아무리 애를 써도 가라앉지 않는다.


  아무리 애를 써도 파피루스는 항상 죽는다.


  자기 잘못은 아니다.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할 수 있는 것과 할 수 없는 것의 경계는 명확하다. 몇몇 시간축에선 파피루스를 구하려고 뛰어든 적도 있지만, 그러면 자신이 먼저 죽고 만다. (드문 경우지만) 파피루스가 차라를 상대해야 했단 건…… 상상하고 싶지 않다. 


  끼익. 벽만 노려보던 눈이 문틈으로 들여다보는 동생 얼굴로 돌아간다.


  “형 괜찮아?”


  대답을 하려는데 말이 나오지 않는다. 애를 먹으며 억지로 다시 숨을 쉰다. 동생은 걱정되는지 문을 열고 들어온다. 숨을 내쉬고, 들이쉬다, 돌연 흐느낀다. 속이 아리다. 언제 났는지 광대에서 턱으로 구르는 눈물이 뜨뜻하다. 뜨겁고, 차갑고, 먹먹한 감각들이 껍질처럼 뼈를 동여매서 아무 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어깨를 잡아 주는 동생 손의 감촉마저 흐리다.


  “형 왜 그래?”


  하, 그 말이 그 말이지만 대답은 해줘야 하는데.


  윗몸을 숙이고 파피루스의 어깨에 얼굴을 기댄다. 한 손은 동생의 잠옷을 잡지만 다른 손은 계속 입을 막고 있다. 파피루스는 침대에 대강 걸터앉은 채 샌즈를 안고 살살 머리를 쓸어 준다.


  마침내 좀 가라앉아서 숨을 고르고 이야기해 본다.


  “그냥 꿈이 좀…… 너무 안 좋은 꿈을 꿨다.”


  포옹을 풀어 눈을 마주보려 하지 않고 그저 더 꼭 안아 주는 동생이 더없이 고맙다.


  “무슨 꿈?”


  “헤…… 내 동생 착하구나. 그게 무, 무슨 꿈이더라?”


  부들부들한 잠옷에 얼굴을 비벼서 눈물을 닦는다. 이마에 녀석 아래턱이 닿는다.


  “형, 좀……”


  걱정스러운지 작아지는 목소리. 숨기거나 둘러대면 안 될 것 같다. 심호흡을 거듭하며 마음을 다잡고 파피루스의 옷깃을 꽉 붙잡는다.


  “네가 죽는 꿈. 계속 죽는 꿈.”

 

  마침내 눈에 박힌 불티가 사그라지고 덩그러니 빈 구멍만 남은 것을 느낀다.


  “아무리 열심히 노력해도, 널 구할 수가 없었어.”


  “그, 그래……”


  동생은 말을 잇지 못하는 것 같다. 언제나 별별 일에 조잘대던 녀석답지 않게.


  “그래도 그냥 꿈이잖아. 그치?”


  “그치.”


  샌즈는 웃음이 나려는 것을 참는다.


  한동안 그저 고요하다.


  그러다 샌즈가 귓속말이나 다름없이 조그맣게 묻는다.


  “있잖아, 오늘…… 같이 잘까?”


  파피루스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인다.




#10


  알피스의 연구소는 오늘 한가하다. 장비를 시험가동해 보았는데 결과가 제대로 나오려면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서 샌즈는 토리엘의 학교에 가서 과학 실습이나 시켜 주기로 한다. 꼬마들에게 기막히는 물리 현상을 구경시켜 주는 건 늘 보람차다. 녀석들도 좋아라 하는 것 같다. 아마도.


  오늘은 평범하게 간다. 칠판에 또박또박 ‘저절로 도는 회오리바람’이라고 적는다. 꼬마들은 신이 나서 착실하게 조를 짜고 샌즈가 알려주는 대로 조그만 회오리를 만들어낸다.


  “바람 싸움 하고 싶어요!”


  한 녀석이 소리치고 나선다. 샌즈는 오른눈을 찡긋한다.


  “꼬마야. 너희 바람한테 ‘자비’ 좀 가르쳐 주는 건 어때? 허?”


  모든 조가 회오리를 만들었다. 아이들은 교실 벽에 다닥다닥 붙어서 회오리끼리 부딪치는 걸 구경한다. 두 회오리가 합쳐지는 걸 보니 다음에 어떻게 될지 훤해서 누가 다치기 전에 실습을 끝내기로 한다.


  문을 닫고 오는 길에 (돌아보니 다른 회오리들도 합쳐져선 벽에 붙여 놨던 책상이 빙글빙글 날아다닌다. 별 탈 없겠지.) 뒤에서 자그마한 기침 소리가 들린다. 프리스크다. 평소보다 더 활짝 웃으며 인사해 준다. 


  “안녕, 꼬맹이. 여긴 뭐 하러 왔어?”


  프리스크는 잠시 가만히 생각하다가 수화로 말한다. 


  ‘당연히 공부하려고.’


  “잘 왔네.”


  샌즈는 또 웃어 준다. 시계를 보니 세 시다.


  “집에 데려다 줄까?”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인다.


  ‘토리엘 아주머니네 집.’


  “알았다.”


  같이 학교 현관을 나서고, 아스고어가 애지중지 가꾸는 뜰을 지나서, 토리엘의 집 쪽으로 길을 따라 걷는다. 조용하다. 프리스크는 원래 조용하다. 나란히 걸을 땐 수화를 하기도 힘들고 알아보기도 힘들다. 그래서 갑자기 할 말이 생각난 샌즈는 발을 멈추고, 프리스크도 멈춰서 샌즈를 쳐다본다. 아이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한 손 검지를 들어 흔든다.


  ‘왜?’


  아무 것도 아니라고 할까 싶지만, 샌즈는 이 꼬마에게만큼은 거짓말을 하지 않아도 된다.


  “파피루스가 리셋이 어떤 건지 얘기해 달래.”


  프리스크가 너무 놀라는 걸 보고 더 자세히 설명하기로 한다.


  “아니. 괜찮아. 아직 뭔지는 몰라. 그냥—


  샌즈는 한숨을 쉬며 바닥에 발을 비빈다.


  “걔 보기보단 똑똑한 거 알지. 관찰력도 좋고. 퍼즐도 잘 풀고. 내가 숨기는 게 있단 걸 알아보더라고. 그러니 궁금한 거지. 나중에 알려준다고 했어. 그러니까 얘긴 해줘야지. 리셋하고…… 헤. 전부 다.”


  프리스크는 손가락으로 글씨를 쓴다.


  ‘차라.’


  “그치.”


  프리스크가 눈을 피하지만 샌즈는 마저 말하기로 한다.


  “이번 학기 끝나면 말해 준다고 했는데, 야, 근데 생각해 보니까,”


  샌즈가 뒷목을 긁적이자 프리스크는 다시 보아 준다.


  “겨울방학 하잖아. 그맘때쯤 되면 기프트롯한테 선물도 주고 해야지. 나랑 너랑 팝이랑 같이 스노우딘 가는 거 어때? 내가 시간축 장비 이것저것 다 거기 두고 왔거든. 팝한테는 기프트롯 선물 주고 나서 인간들 크리스마스인가 뭔가 즐기자고 하고.”


  프리스크는 잠시 자기 손을 내려다 본다.


  ‘나를 미워하진 않을까?’


  샌즈는 프리스크에게 어깨동무를 하고 살짝 안아 준다.


  “야 꼬맹이. 나도 이해해 주는데 파피루스가 못 해줄 리가 없어. 혹시라도 이해 못 해준대도 최선을 다해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줄 놈이야. 설마 그러지도 못하고 네가 미워져도, 어차피 용서해 줄 거야. 알지?”


  프리스크는 고개를 끄덕인다. 샌즈는 팔을 들어 꼬마의 머리칼을 다정하게 헝클어뜨린다. 어린 나이에 너무 많은 일을 겪은 아이다. 견뎌내야 했던 그 처지가 조금도 부럽지 않다.


  “집에 가자, 꼬맹아.”


  끄덕.


  둘은 다시 걷는다.





* 주어 없어서 누구 시점인지 헷갈리는 문장 있으면 알려줘라.

* 파피 캐붕인 건 안다. 이 소설 최대 단점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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