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읽어보면 좋을 글.
아 근데 후일담이나 후속작같은 느낌은 아니야. 그냥 별개의 작품으로 봐주면 고맙겠어.
[언갤문학]복수자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237335
" 괴물과 사람, 그리고 천부인권. 어디까지가 인정되어야 할 선일까요? 8시 뉴스에서 알려드립니다. "
" 인간에 의한 괴물의 죽음을 놓고 이를 살인죄로 규정해야 할 것이냐에 대한 논란이 뜨겁게 지속되는 요즘... "
무심하게 TV를 돌린다. 어디를 돌려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다. 괴물, 인간, 살해, 천부인권, 살인죄... 최근 일어난 인간에 의한 괴물의 살해. 증오 범죄에 대한 이야기.
처음 몇 년 간은 확실히 평화로웠다. 한 때 전쟁했던 사이라지만, 그 때 인간과 괴물을 갈라놓았던 두려움은 없어진지 오래였다. 괴물이 인간의 영혼을 흡수해 짐승같은 힘을 지닐 수 있다는 이야기는 이미 지상에서는 잊혀졌고, 인간들은 낯선 괴물들이라는 존재를 뜻밖에도 모습만 다른 이웃처럼 받아들여줬다. 백인, 황인, 흑인, 개, 고양이, 식물에 이르기까지, 기본적으로 이들이 시간이 지나며 많은 존재를 존중해 온 탓도 있겠지만, 역시 어린 나이에 두 종족 사이의 대사라는 큰 직무를 선뜻 맡아준 프리스크의 덕이 컸다. 그 꼬맹이, 말하는 게 서툰 주제에 중요한 부분에선 꽤나 억척스럽게 일을 해냈었지. 하고 샌즈는 맥주를 한번 더 기울이며 픽 웃었다.
그러나 일이 언제나 그렇게 쉬워서는 안 되는 법칙이라도 있는 모양이다. 십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불길한 조짐이 보이기 시작했다. 다른 존재를 포용하는 것과 하나의 인간으로 대우하는 것은 그들에게는 달랐던 모양이다. 날이 갈수록 증가하는 인간과 괴물 사이의 범죄. 인간이 괴물을 때리면 선고유예, 괴물이 인간을 때리면 떨어지는 무수한 벌금에 구금, 이어지는 보복.
어느날 괴물 하나가 죽임을 당했을 때에도 당연한 듯이 집행유예가 떨어지자, 일은 벌어지고 말았다. 들고 일어난 많은 괴물들이 무자비하게 진압당해 죽거나 다쳤다. 단지 괴물이라는 이유로 길거리에서 묻지마 범죄의 희생양이 되는 일도 많아졌다. 모금, 1인 시위, 법안 상정. 그런 건 연일 이어지는 같은 논란에 지친 사람들에겐 아무 의미도 없었다.
죽임을 당한 괴물들 중에는 익숙한 이름도 있었다. 알피스, 언다인, 메타톤... 아스고어와 토리엘은 한때 왕이었다는 이유로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에게 암살당했다. 그리고, 파피루스도. 누군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나간 1인 시위 현장에서 시체도 찾을 수 없는 무참한 변을 당했다고 했다. 하필이면 샌즈가 한 달에 딱 한 번 바빴던 날, 지켜보지 못했던 그 사이에. 그걸로 샌즈의 인생은 어디론가로 떨어져 버렸다.
지하에서 나온 이후로 항상 밝게 웃던 프리스크의 얼굴도 이젠 볼 수 없게 됐다. 어떻게든 사태를 해결해보려고 발로 뛰다가, 어느 날부터 연락도 없이 어디론가로 사라진 꼬맹이, 어쩌면... 하고 샌즈가 과대망상일지 냉정한 추측일지 모를 생각을 하다가, 고개를 흔들어서 떨쳐낸다.
마침 TV에서 무미건조한 아나운서의 목으로 읊어지는 파피루스의 이름과 사인, 급히 채널을 돌리려던 샌즈의 손에 평소보다 힘이 좀 많이 들어갔던 모양이다. 발동되는 청마법. TV는 땅에 처박혀 유리조각을 토해내며 부서져버렸다.
" 아, 미안해 그릴비. TV 부숴버렸어. 돈 구하는대로 갚을테니까, 외상값으로 좀 달아줄래? 오늘 맥주도 같이. "
샌즈는 일방적으로 가게 주인에게 외상을 구하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뭐, 괜찮다. 다른 주인이라면 몰라도 그릴비는 이해해 주겠지. 지하에서부터 몇 년 단'골'인데 나를 내치겠나, 하고 샌즈는 생각한다.
G에만 겨우 불이 들어오는 먼지만 가득한 폐허같은 가게를 나선다. 테이블에 걸쳐져 있던 맥주잔이 중심을 잃으며 떨어져 쨍그랑 깨진다. 갑작스런 소리에 놀란 손님이나, 저새끼 또 저러고 가네 하고 들리지 않게 욕을 할 종업원. 그리고 언제나 그렇듯이 묵묵하게 닦던 컵을 내려놓고 유리조각을 치우러 손수 나설 주인도 있을 법하건만, 아무도 오지 않았다.
* * *
탁, 타닥, 탁. 그릴비네를 지나 골목길에 접어들었을 때, 샌즈는 멈춰섰다. 사실, 한참 전에 미행이 붙은 건 알고 있었다. 나름 주도면밀하게 발소리를 맞춰가며 따라오고 있지만, 그정도론 샌즈의 귀를 속일 수 없다. 애초에 미행과 추적은 누구도 아닌 바로 자기 특기지 않은가. 그런 건 이'골'이 나 있었다.
'이 놈이 그 멀대새끼 형 맞지?'
'어. 그릴비네를 체크해두길 잘했지. 가게는 한참 전에 망했는데 꾸준하게 다니더라고.'
'알콜 중독자 새끼. 오늘 지가 어떻게 될지 상상이나 할까?'
그동안 속닥거린 바보같은 이야기들. 길이 살짝 넓어지는 시점에 우뚝 서서, 샌즈는 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 생각한다. 이런 일도 벌써 대여섯번이라 익숙하다. 시끄러운 건 질색이니 가능하면 보이는 상해 없이, 깨끗하게 처리하고 싶은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 미행하던 남자의 잡담 소리가 들려온다.
'야, 이 새끼는 때리면 무슨 소리가 날까? 얘 동생, '
목을 날릴 때 쾌감 쩔었었는데.
더 말을 할 수 없게, 뇌가 명령을 내릴 수 없게 된 건 순식간. 어둠 속에서 노란 눈이 빛을 발하고, 왼쪽 손이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난다. 몇 배나 되는 중력에 콰직, 하고 처박힌 머리는 급작스럽게 땅을 뚫고 나온 날카롭게 갈린 뼈에 관자놀이, 양쪽 눈, 비강, 어금니쪽 턱뼈를 차례차례 뚫린다. 뼈가 찔러 뚫는 그 하나하나가 모두 치명상. 공기를 뱉던 목구멍과 식도가 붉은 빛을 흩뿌리며 하늘을 난다.
죽은 토리엘에게 용서를 구할 새도 없이, 이미 조각날대로 조각나 있던 샌즈의 이성은 가볍게 선을 넘었다.
* * *
얼굴에 묻은 끈적한 것을 손으로 대충 닦아 벽에 문지른다. 한 놈이 도망가는 걸 잡지 못했다. 귀로 울리는 발자국 소리를 추적한다. 아직 멀리는 도망가지 못했군. 지금이라면 잡을 수 있다. 하고 공간 좌표를 계산하고 있던 샌즈가 문득 한대 맞은 듯이 비틀거리며 벽을 짚었다. 뭐야 이거.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으며 샌즈는 생각한다. 이거, 술기운은 분명 아니다. 파피루스를 지켜보고 있던 때의 버릇이 아직 남아 있어서, 맨날 마시러 다니는 것처럼 보여도 주량은 확실하게 체크하고 있던 그였다. 놓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좌표를 계산하려던 때, 이변은 시작되었다.
사아악, 하는 환청같은 소리. 죽은 인간이 묻힌 피가 스며드는 듯이 기어다닌다. 뱀 수십마리가 온 몸을 기어오르는 듯하다. 팔 뼈, 정강이 뼈, 골반 뼈, 목 뼈에서 흘러드는 것들이 쏟아져내려 갈비뼈 사이에 있는 샌즈의 영혼을 달아오르게 한다. 두근, 두근. 이미 사라진지 오래인 그의 심장을 대신해 영혼의 정수가 펌프질을 시작한다. 그 펌프질에 힘입어 이미 살이 없는 육체가 된 샌즈 안에서 언젠가부터 강과 같이 흐르는 붉은 액체에 불같은 기운이 섞여든다. 평온했던 붉은 강이, 영혼이라는 화산에서 흘러나오는 용암을 받아들여 온 몸을 불사르며 휘몰아친다.
그 시점이 되어서야 샌즈는 깨닫는다. 이것이, 그것. 심판자가 된 후로 멀리서 지켜 보기만 했던 바로 그, EXP. Level Of ViolencE. LV. 분명히 괴물일 터인 자신이 인간을 죽여 그것을 흡수하고 있다. 이런 게, 가능한 것인가.
" 아...윽... "
EXP를 올리는 행위가 방아쇠였던 것인가. 퍼져나가는 Lv와 함께 잠겨 있었던 기억 같은 것이 해방된다. 지금의 시공간의 얘기는 아니다. 그보다 훨씬 오래 전의 것. 파피루스의 죽음. 복수자를 자처했던 소녀. 살해당해 기어다니던 자신. 그런 자신을 흥미롭다며 바라보던 과학자. 그 손에서 나오던 자신을 채우던 붉은 것...
" 가...스터, 그 새끼. 나한테, 무슨, 짓을... "
억지로 균형은 잡고 있지만 청마법, 왼쪽 눈이 제어가 되질 않는다. 치직, 치직. 부서진 TV를 가득 메운 노이즈처럼 왼쪽 시야가 붕괴되어 떠돈다. 푸른 파리 떼, 그리고 노란 거미 떼가 몰려와 수정체 안쪽을 기어다닌다. 붉은 박쥐떼가 몰려와 뇌를 버석버석 갉아먹는다. 눈 안에 있는 것을 손으로 잡지도 못하고 허수아비처럼 양 팔을 휘적대다 넘어진다.
아아, 이렇게 있어선 안 된다. 이 패거리가 전부가 아닐 수도 있는 시점에서 이러고 있을 수 없다. 어딘가, 이 상태를 수습할 수 있는 곳으로. 몸 속에서 자글거리는 것들이 내뱉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하며, 샌즈는 공간을 뛰어 넘었다.
* * *
깜깜한 어둠 속. 아직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시력으로 필사적으로 두리번거린다. 안전한 곳이라고 떠올렸을 뿐. 좌표도 제대로 계산하지 않은 즉흥적인 공간이동. 언제 시공간 사이에 떨어져 분해되어도 이상하지 않을 미친 짓이다.
그런 것치고는 정상적인 공간에 떨어진 거 같아서, 샌즈는 일단 안심한다. 아직 어딘지 파악이 잘 안되지만, 그런 건 지금은 어떻게 되어도 좋다. 그런 건 중요한 게 아니다. 중요한 건, 이 붉은 빛으로 물든 청마법의 정수, 왼쪽 눈을 어떻게든 제어하는 것. 그리고 이, 거슬리는 목소리를 어떻게든 하는 것.
떨리는 손으로 후드를 뒤집어쓰며 웅크린다. 당신이 한 짓을 봐라. 그 놈도 누군가에겐 알피스, 누군가에겐 토리엘, 누군가에겐 아스고어, 말도 안 되는 소리가 영혼이 고동칠 때마다 귀를 때린다. 귀를 막아도 멈추지 않아. 존재하지도 않는 달팽이관을 파내려 얼굴을 쥐어뜯어도 멈추지 않는다. 닥쳐 씨발. 파피루스를 죽인 놈들이다. 그딴 놈들한테 내가 사랑하는, 내가 사랑했던 사람들의 이름을 함부로 붙이지 마. 샌즈가 존재하지도 않는 환각의 주인에게 욕지기를 내뱉으며 떨고 있을 때, 문득 끼이익- 하는 문 소리가 들렸다.
" ?! "
겨우 조금 진정된 왼쪽 눈을 개방한다. ...불행히도 시력은 아직도 반밖에 돌아오지 않았다. 한 명을 놓쳤으니, 아마 신고가 들어갔겠지. 숨어있는 몬스터들의 모습을 기가 막히게 찾아내던 그들이다. 어쩌면 자기한테도 추적기 하나쯤은 달아놨을지도 모른다. 사람을 둘이나 죽였으니 아마도 즉결처분.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먼저 치는 수밖에. 왼쪽 손에 청마법을 준비한 채 그나마 정상인 귀를 기울인다. 자신의 이름을 조심스럽게 부르는, 살짝 앳된 듯한 익숙한 목소리.
" ... 꼬맹이? 프리스크?! 너야? "
잔뜩 경계하고 있던 샌즈가 동작을 멈춘다. 아아, 이 목소리. 듣고 싶었던, 정말로, 듣고 싶었던 목소리. 그 목소리가 자신을 확인한 듯 서럽게 울부짖으며 샌즈를 찾는다.
" 거기 있어 프리스크, 내가 갈 테니까... "
말을 듣지 않는 다리를 억지로 일으켜 허우적거리며 소녀를 찾는다. 어차피 보이지 않는 눈 따위는 무시하면 된다. 거슬리는 환각 같은 건 잊어버렸다. 모두가 죽고 샌즈에게 남은 건 이제 이 아이뿐. 한때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본 적도 있었지만, 이제 한줌도 채 남지 않은 자신의 세상 속에서 살아있는 건 이 아이뿐.
닿았다. 흐릿하지만 따뜻한 인간의 체온이 분명하게 느껴진다. 살아, 있었구나. 보고 싶었다는 속삭임에 하고 대답도 한 마디 하지 못하고 그저 안는 팔에 힘을 더한다. 등, 팔, 얼굴, 겨우 잡은 것을 놓치지 않으려는 듯 필사적으로 온 몸을 더듬어 확인한다.
" 거기까지다. 샌즈 더 스켈레톤. 무기를 버리고 투항하시지. "
그 순간, 낯선 남자의 목소리와 함께 어둡던 방이 밝아진다. 갑작스럽게 퍼져나간 빛에 샌즈의 눈이 지잉- 하고 기능을 잃는다. 안겨 있는 소녀의 모습, 자신을 지켜보는 검은 옷의 남자, 총을 겨눈 5명 남짓의 군인들, 혼란스러운 샌즈의 눈이 소녀의 얼굴을 향한다. 그 순간 샌즈가 본 것은 언젠가, 어느 시공간에서 봤던 소녀의, 자신에게 칼을 겨누던 동생 살인마를 닮은 얼굴.
" 너...!!!! "
가슴 어디엔가에서 붉은 빛이 끓어오른다. 휘둘러진 왼팔에 느껴지는 작열감. 0.1초도 되지 않는 사이에 일어난 한순간의 착각. 그렇게 모든 것이 끝났다.
* * *
" 으... 아아아아아아아아아... 아아아아아아아아...!! "
해골이 세상에 없었던 목소리로 울부짖고 있다. 피투성이가 된 소녀의 몸을 필사적으로 끌어안고. 소녀는 아직 살아있지만, 그것도 이제 수초밖에 남지 않았다. 사방에서 심장을 노리고 발사된 뼈가 입힌 치명상이 소녀의 목숨을 용서없이 앗아간다. 마지막 순간, 잠깐 의외라는 표정을 했던 꼬맹이는, 이해한다는 듯이 희미한 웃음을 띄웠다.
" 뭘, 이해했다는거야, 왜 그런 표정이야, 용서하지마, 용서하지 말라고, 프리스크, 이 빌어먹을 꼬맹이가...!! "
마지막 표정을 본 영혼이 엉망진창으로 짓눌린다. 차라리 부서져라 외치는 샌즈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영혼은 무심하게 프리스크의 남은 것을 빨아들인다. 누구 것인지 모를 기억이 들어온다.
영문도 모르고 잡혀온 회색 방, 모두가 죽어버린 뒤, 절망한 프리스크가 아무리 시도해도 리셋이 되지 않아서 시작한 자해. 혹시라도 자기가 상처를 입는 게 리셋의 방아쇠가 아닌가 생각한 거겠지. 그 모습을 보며 소녀를 납치한 자들은 그렇게 해서 되겠냐며 소녀를 더욱 부추겼다. 상처는 점점 심해지고, 프리스크는, 끝내, 자기 한쪽 눈까지.
온 몸이 붕대로 뒤덮힌, 한쪽 눈이 없는 소녀의 시체를 안고, 심장에서 터져나오는 피에 젖으며 샌즈는 오열한다.
" 뭐야 그게, 뭐냐고 그게!!!!!!!!! "
붉은 눈에서 청마법이 파동처럼 퍼져간다. 사방에서 뼈가 튀어나와 박혀간다. 빽빽하게 튀어나온 뼈가 남자의 정강이, 허벅지, 골반, 팔꿈치를 부수고, 비명을 채 뱉지도 못한 혀를 밀어내고, 목을 파괴한다. 빨갛게 달아오른 뼈가 견딜 수 없다는 듯 꺾어지다 사방으로 터져나간다. 날카로운 칼날이 되어서 비산하는 뼛조각. 총이 고철이 되어 날아간다. 인간이 만든 조잡한 방어구를 비웃는 것처럼 군인들의 온 몸이 쥐어뜯기며 내동댕이쳐진다. 시전자의 몸에도 칼날이 박혀 파란 점퍼가 빨갛게 물들어가는 와중, 마지막 미소를 띤 소녀의 시신만큼은 마치 다른 시공간에 있는 양 평온했다.
" ................... "
정적.
이곳저곳 할퀴어진 샌즈의 상처가 자동으로 수복되어간다. 원래라면 단 한대를 허용해도 치명적이었을 HP 1의 약한 몸은 이제 없다. 거슬리는 목소리도, 누군가에겐 사랑받았을 사람을 죽였다는 죄악감도 그저 잠시 뿐. 그 잠시를 넘기면 쌓인 EXP에 따라, 그저 몇 명의 인간을 죽였다는 간단한 사실 하나만으로 강인한 몸이 되어간다. Love란 그런 것.
프리스크의 시신을 안은 샌즈가 조용히 발걸음을 옮긴다. 걷는 길을 따라 가스터 블래스터가 포효해 길을 뚫는다. 일어난 자욱한 먼지가 샌즈가 가는 길을 따라 원형을 그리며 밀려난다.
아우성.
건물을 나온 이형의 괴물을 보며, 많은 사람들이 경악하는 소리가 들린다. 겨눠지는 총. 발사되는 5.56mm의 탄두 수십 개. 그러나 그 탄두는 샌즈에게도, 웃음 띤 어느 소녀의 시체에도 닿지 않는다. 시간이 멈춘듯 힘을 잃고 후두둑 떨어져내리는 탄환들. 피로 물든 후드를 머리에 걸친 해골이 실성한 듯 웃으며, 무대를 시작하자는 듯 왼쪽 손을 들어올린다. 작열하는 보랏빛 안광.
" 그래, 다 같이, 한번 미쳐보자고...! "
머릿속에서 붉은 목소리가 감미롭게 속삭인다.
* 7,312,410,813 명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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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수자 FI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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