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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12 - (우울증)

유동문학(221.141) 2016.04.24 13:19: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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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는 샌즈의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났다. 옆을 돌아보니 책상 위에 수건과 비누, 그리고 메모가 그대로 있었다. 너가 자고 일어났던 때로 돌아온 것 같았다. 너는 너의 왼쪽 가슴팍을 무의식적으로 확인해봤는데, 아무런 흔적도 없었다. 너는 또 시간을 거슬러 오른 것이었다. 너는 그대로 무릎을 감싸 안고 훌쩍 울기 시작했다. 어린 아이에게 심장을 관통 당해 죽는 경험은 너무나도 끔찍해서 말로 꺼내기 힘들 정도일 것이다. 너는 또 눈물을 끊임없이 흘리기 시작했다.


 "차라, 나 어떻게 해?"


 프리스크….


 "나 집으로 가고 싶은데, 저런 괴물이 있으면 못 갈 거야. 날 보자마자 죽였어. 대화도 하지 않고 죽이기부터 했어."


 프리스크, 그렇게 생각하지 마. 어떻게든 방법이 있을 거야.


 "흐끅, 너무 아파…. 또 죽고 싶지 않아…."


 프리스크, 다음에 그 물고기 자식을 만나면, 내 말을 잘 들어야 해. 내가 어디로 가라 하면 어디로 가고, 가만히 있으라면 가만히 있어야 돼. 너는 최대한 아무 생각도 하지 마. 그때가 되면 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창에 맞아 죽을 일은 없게 만들 거니까. 네가 앞으로 절대로 이딴 힘을 쓸 일이 없게 만들어줄게. 알았어?


 "응…, 고마워."


 하지만, 너는 아직 진정하지 못 했다. 계속 흐느끼며 가슴팍을 손으로 감쌌다. 죽음의 순간은 지나갔지만, 그 생생한 기억이 너를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었다. 죽음의 고통은 죽음만큼이나 괴로운 일이다. 그런 죽음의 고통을 두 번이나 겪기에는, 너는 너무 여렸다. 너는 위대한 영웅도 아니었고, 자비없는 살인마도 아닌 그저 한 여자 아이일 뿐이었다. 그런 고통 따위 버텨낼 재간이 있을 리가 없었다. 너는 분명히, 충분한 시간동안 울고, 충분한 시간 동안 위로를 받으면 괜찮아질 것이다. 하지만, 애초에 그런 상황이 필요하다는 것 자체가 난 마음에 들지 않는다.


 "차라…."


 자. 아직 잘 시간이야. 빌어먹을 워터폴 같은 곳 가지 말고, 조금 더 자야 해. 그리고 너는 나의 말에 대답도 하지 못 하고 잠에 빠져들었다.

 너와 함께 한 뒤 영혼을 되찾아가는 느낌이 들었다. 이 아이의 영혼이 나를 채워주고 있다. 그런 아이의 영혼이 고통받는 꼴을 난 볼 수 없다. 감정이 없는 나에게, 친절과 용기와 행복을 알려준 아이다. 너는 이제 이 지하 세계에서 나갈 때까지, 생채기 하나 나지 않도록 할 것이다. 인간과 다를 바 없는, 그 쓰레기 같은 괴물을 죽이고 싶지만, 그럴 수는 없다. 아이의 몸으로 못 하는 것이 아니다. 괴물의 몸은 나약하기 그지 없어서 이런 아이의 몸으로도 먼지더미로 만들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이 아이가 원하지 않고 있음을 난 잘 알고 있다. 이 아이는 죽이지도, 죽지도 않을 것이다.





 *




 "꼬마야, 일어나. 나보다 늦게 일어나는 건 처음 보네."


 너는 샌즈의 목소리에 눈을 떴다. 눈을 떠보니, 샌즈는 한 손에 핫도그가 담긴 접시를 들고 너에게 말을 하고 있었다. 너는 본능적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정신을 차리고 나서, 주변에 위협이 없는지 확인해보는 몸짓이었다. 너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 몸짓이다. 어린 아이가 일어나자 마자 목숨을 지켜야 한다니, 미친 물고기 새끼.

 너는 아무 말 없이 일어나서, 책상 위에 있던 컵의 물을 단숨에 들이킨다. 핫도그를 먹을 때 마시라고 책상 위에 둔 것 같았는데, 너는 그냥 일단 마시기부터 했다. 속이 별로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샌즈는 수상하다는 눈치로 너를 쳐다봤다.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어보지도 않았다. 그저 너를 쳐다보면서 핫도그를 들고 있을 뿐이었다. 너는 일단 샌즈에게 대답하는 게 낫다고 생각했다.

 

 "죄송해요. 너무 늦게까지 방을 차지하고 있었어요."

 "아냐, 난 전혀 신경쓰지 않아. 나는 내 방 말고도 갈 곳이 아주 많거든. 오래 잤는데도 굉장히 피곤해 보여, 꼬마 친구."

 "잠을 제대로 못 잤어요."


 샌즈가 너를 한 번 더 주의 깊게 보더니 말했다.


 "밤 사이에 또 울었나?"

 "…, 네."

 "눈이 퉁퉁 부어있어. 나갈 거라면, 집에서 조금 쉬다가 나가는 게 나을 거야. 뭐, 괴물들은 너가 인간인지도 제대로 못 보니, 어떻게 보이든 상관은 없지만. 네 눈이 그것보다 몇 배는 부었다고 해도, 원래 그렇게 생긴 괴물인 줄 알 걸"


 너는 머쓱 웃어보였다. 농담을 받아들일만한 기분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너는 웃어보였다. 샌즈는 너에게 핫도그를 건네주었다. 이 핫도그는 단순히 빵과 소세지만 있는 것이 아니라, 어려가지 야채도 들어간 것 같았다. 소세지가 왠지 고양이 모양이라는 것만 빼면, 맛있어 보이는 핫도그였다. 그리고 외관이 상당히 훌륭해서 핫도그보단 푸짐한 샌드위치라고 보는 게 더 맞는 것 같기도 했다.


 "파피루스가 아침에 나가기 전에 스파게티도 했는데, 먹어보겠어?"

 "아니요. 괜찮아요."

 "현명한 선택이야."


 샌즈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핫도그를 다 먹고 기분이 좀 나아지만 거실에 나와서 쉬고 있어도 상관 없다고 말했다. 그러고 나선 방을 나섰다. 너는 맛있어 보이는 핫도그를 한 입 물어서 먹었다. 굉장히 맛있었다. 평범한 핫도그에 푸짐한 야채를 넣으니 생각 이상으로 맛있는 음식이 되었다. 너는 이곳에 오고 나서부터 대접받는 음식이 모두 맛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핫도그를 한 입 더 입에 물었다. 집에서 먹던 음식보다 훨씬 더 맛있었다. 집에서 먹던 음…,


 "흐끅…"


 너는 또 울기 시작했다. 이제 네가 바깥 세상에서 사라진 아이가 된지 하루가 되었다. 엄마와 아빠가 얼마나 너를 찾고 있을지를 생각하면,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집에 갈 수 있는 가능성이 점점 희박해짐을 느끼면서, 네가 느끼는 슬픔은 점점 커졌다. 어제 워터폴에서 거슨과 홍차를 마실 때까지만 해도, 너는 희망에 가득 찬 아이였는데, 갑자기 나타난 그 망할 물고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 너는 그렇게 울면서도 핫도그를 한 입 더 입에 물어넣었다. 눈물을 닦으면서 한 입 더 핫도그를 먹는다. 한 입 더 먹었다. 목에서 새어나오는 울음소리를, 너는 핫도그로 막았다. 어린 아이에게서는 볼 수 있으리라고 생각할 만한 모습이 아니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었다.

 너는 입에 가득찬 핫도그를 계속 씹었다. 밀어넣은 핫도그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천천히, 조금씩 계속 씹어서 목 뒤로 넘겼다. 소세지와 야채가 네 이빨에 씹히는 감각을 느꼈다. 천천히 그런 감각을 너는 느꼈다. 의미 있는 행동은 아니었다. 먹는 행동에 집중하면서, 슬픔을 잊어보려는 너의 몸부림이었다. 너는 그러면서 마지막 남은 두 입 크기의 핫도그를 입 안으로 밀어넣었다. 너의 눈에서 눈물이 찔끔, 하나 더 나온다. 너는 재빨리 그 눈물을 닦았다.

 퉁퉁 부은 눈, 음식이 잔뜩 들어 찬 입 안, 케찹과 샐러드 드레싱이 묻은 입가, 눈물을 닦는 너의 소매, 그리고 얼굴에 드리운 죽음의 공포. 그게 바로 프리스크의 모습이었다. 나는 여기서 뭐라고 말해야할지 모르겠다. 그 물고기 자식을 더 욕해줄까, 힘내라고 말해줄까, 슬슬 나도 너의 우울함에 같이 빠지게 된다. 무엇을 해야할 지 모르겠다. 다만, 그 물고기 자식을 한 번 더 보고 싶다는 생각을 내가 했다. 그 생각을 하는 동안, 너는 핫도그를 마지막으로 삼켰다. 입 안에 남은 음식은 더 이상 없었다.


 "그러지 마, 차라."


 그 물고기 자식이 널 죽였어.


 "그래도, 그러지 마, 차라. 난 너를 느낄 수 있어서 알아."


 후….


 "차라, 내가 생각하는 걸 너가 알고 있듯이, 나도 너가 생각하는 걸 알아. 물론, 좀 집중해야 들을 수 있긴 하지만, 너가 생각하는 걸 난 느낄 수 있어. 그, 물고기 괴물에게서 느끼는 분노는 나도 이해해. 날 죽였으니까, 나는 그 물고기 괴물에게 분노할 만큼 용감한 아이가 아니니까 무서워 하는 거야. 너는 용감하니까, 분노하는 거겠지. 네가 나 때문에 이렇게 분노한다는 게, 엄청나게 고맙기도 해. 하지만, 뭔가 이상해."


 ….


 "나도, 그 물고기 괴물이 싫어. 보고 싶지 않아. 보자마자 또 날 죽일 거 같아. 하지만, 그 괴물도 괴물들을 위해서 그렇게 하는 거야. 화가 나는 건 이해하지만, 그 물고기 괴물이 인간을 죽이길 좋아하는 미친 괴물이라곤 생각하지 않아. 나는 너한테서 물고기 괴물에 대한 분노보다 더 큰 게 느껴져. 너는 그 괴물에게 화가 났지만, 그 앞에, 그 밑에 있는 더 커다란 분노가 느껴져. 내가 감당하기 힘들 정도의 엄청난 크기의…, 부정적인 감정이 느껴져. 헤헤, 내가 이렇게 말을 잘하는 지는 몰랐는데, 너 덕분인가봐."


 미안해, 프리스크. 내가 좀 심했던 걸지도 모르겠어.


 "이렇게 사과하면서 이야기를 끝내려고 하는 건 너답지 않은 거 같아. 더 이상 말하고 싶지 않아서 그런 거야?"


 나중에 말해줄게, 프리스크. 그거에 대해선, 더 많은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 말해줄게.


 "응, 알았어."


 너는 그러고 나서 너는 옷 매무새를 정리하고, 책상 위에 있던 수건으로 입가를 닦았다. 그러면서 마지막으로 나온 눈물 한 방울마저, 애초에 눈물 따위 나오지 않았다는 듯이, 수건으로 닦아냈다. 너는 그런 기분으로도 나를 이해하려고 하는 거야? 도대체 어떻게…?

 너는 여전히 우울했다. 이런 기분으로는 집으로 돌아갈 수 없다. 이런 기분이라면 집으로 가는 것보다 우울증에 걸리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다. 이런 기분을 누군가가 어떻게든 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샌즈에게 가볼까, 하고 너는 생각했다. 샌즈는 왠지 너에게 편안한 인상을 줬다.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 모두 다 샌즈가 먹여준 것이었다. 그리고 그 음식들은 모두 맛있었다. 너는 거실로 나가서 샌즈를 보고 싶었다. 너는 책상 위에 컵에 따라진 물을 마신 뒤, 방을 나섰다. 그런데, 아까 저 물 다 마셨었는데?

 너가 방문을 열고 나서자, 다른 목소리가 들렸다. 높고 째지는 목소리였다.


 "샌즈! 인간 아직 방에 있지?!"

 "어, 네 스파게티랑 내 핫도그를 맛있게 먹었지."

 "훌륭해! 인간의 기분이 한층 나아지기위한 전초 단계가 완벽하게 이뤄졌어! 샌즈!"

 "그런 거 같네."


 파피루스였다. 위층을 올려다보더니, 파피루스는 너를 발견했다. "인간!" 이라고 크게 외치면서 성큼성큼 너에게 다가왔는데 별 느낌은 없었다. 해골의 모습이 슬슬 익숙해지기 시작하기도 했고, 파피루스가 샌즈의 동생이라는 생각을 하니, 조금 거부감이 없어지는 것 같았다. 그리고, 너는 이제 너무 많이 무서워해서 더 무서워할 수가 없었다.


 "이제 날 봐도 울지 않는군, 기분이 좋아졌다는 거겠지. 하지만, 이것으론 부족해!"

 

 파피루스는 너와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무릎을 꿇고 한 손을 내밀었다. 파피루스는 짝눈을 더욱 비틀며 웃긴 표정을 지었다. 너의 표정이 한층 미소에 가까워졌다.


 "인간! 너에게 어제 커다란 슬픔을 안겨줬음에 사과한다. 그런 짓을 하는 건 매우 옳지 못 한 행동이었어…. 하지만, 나는 그걸 만회하도록 하겠다. 앞으로 오늘이 가장 행복한 날이 될 수 있도록, 나, 위대한 파피루스께서 도와주겠다! 내 손을 잡고 따라오면 정말 재밌는 일로 네 하루가 가득 차도록 만들어주지!"


 너는 파피루스의 눈을 보았다. 눈동자가 없는 그 공허한 눈에서, 밝은 빛이 나는 듯 했다. 너는 이상할 정도로 쾌활한 파피루스에게서, 묘한 에너지가 들끓는 게 느껴졌다. 너는 어쩔 수 없이, 미소를 지으며 파피루스의 손을 잡았다.


 "네, 알았어요. 파피루스 씨."

 "녜헤헤!"


 파피루스는 기묘한 웃음소리를 내며 호탕하게 웃었다.


 "샌즈! 형도 따라와! 나를 보조해야겠어!"

 "원한다면, 파피."


 샌즈는 소파에 누운 채로 대답했다. 왠지 좋은 일이 생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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