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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13 - (스노우딘 숲)

유동문학(221.141) 2016.04.25 14: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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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55446

11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60221





 파피루스가 내밀었던 한 손을 잡은 채로, 너는 뼈다귀 형제의 집을 나왔다. 파피루스의 손은 살점 없는 순전히 백골 뿐이었으나, 이상하게 차갑지는 않았다. 뒤에서 샌즈가 느릿느릿한 걸음으로 널 따라왔는데, 굉장히 느리게 걷는 것 같으면서도 뒤쳐지진 않았다. 파피루스는 지나갈 때마다 길에 있는 괴물들에게 인사했다. 좋은 날씨야, 친구들, 좋은 아침이야, 친구들, 이렇게 말하면서 지나갔다. 스노우딘은 분명히 항상 눈이 오는 날씨고, 지금은 아침 시간대도 지난 것 같았지만 괴물들은 인사를 웃는 모습으로 잘 받아주었다. 너에게는 크게 신경을 쓰는 것 같지 않았다. 

 파피루스는 스노우딘 마을을 나와서 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처음에 넌 절벽과 절벽 사이를 잇는 구름다리를 걸어가는 줄 알고 깜짝 놀랐지만, 알고 보니 그냥 땅을 구름다리처럼 보이도록 색칠해놓은 것이었다. 도대체 뭘로 색칠을 하면 땅을 구름다리처럼 보이게 할까 했지만, 더 깊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인간, 이제부터 나의 친구들을 소개해주도록 하겠다. 먼저 그레이터 도그다!"


 파피루스가 손을 뻗으며 친구를 소개하려는 듯 외쳤다. 하지만, 주변에는 눈만 쌓여있을 뿐이었다. 여기저기 눈더미가 쌓여있긴 했지만, 그레이터 도그라는 파피루스의 친구가 나타날 것 같진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눈더미 속에서 강아지 한 마리가 튀어나왔다. 머리만 빼꼼 내밀고 너를 쳐다보고 있었다. 귀여운 울음소리를 내며 왕왕 짖고 있었다.


 "귀엽다……. 아, 친구한테 귀엽다고 하는 건 실례인가……."

 "아니! 그레이터 도그만큼 귀엽다는 칭찬이 어울리는 괴물은 없지! 그레이터 도그도 정말 기뻐하고 있을 거야, 인간."


 너는 그 귀여운 강아지에게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려 했다. 그런데, 갑자기 강아지가 눈더미를 헤치고 솟아오르는 듯 했다. 엄청나게 거대한 갑옷을 입은 강아지였다. 덩치가 커지고 한 손에는 강아지 얼굴이 그려진 창을 들고 있었지만, 너에게는 여전히 귀여워 보였다. 너는 놀랍다기보단, 저 강아지의 머리를 더 이상 쓰다듬을 수가 없다는 게 아쉬울 뿐이었다. 하지만, 그레이터 도그는 고개를 낮추고 오히려 쓰다듬어주길 기다렸다. 너는 그레이터 도그를 계속 쓰다듬었다. 그러다보니, 그레이터 도그는 몸을 뒤집으면서 자기 발을 허공에서 헤집기 시작했다. 어지간히 기분이 좋은가보다. 막대기를 뼈다귀 형제의 집에 두고 온 게 아쉬웠다.

 

 "파피루스 씨, 그런데 왜 이 개는 갑옷을 입고 있어요?"

 "왜냐하면, 인간을 감시하고 지나가면 잡는 일을 하고 있거든."

 "아……."


 너의 얼굴이 순식간에 굳어졌지만, 파피루스는 여전히 웃으면서 대답했다.


 "녜헤헤! 너무 유능해 보이는 녀석들이지?! 하지만, 걱정 마. 얘들은 그냥 널 해골로 볼 거야. 해골 냄새가 날 거거든!"

 "해골?!"


 너는 옷 소매를 얼굴에 가져다 대며,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아무런 냄새도 나지 않았다. 애초에 해골 냄새가 뭔지를 모르니 알 수가 있을까. 강아지들이 느끼기엔 해골이라 느껴도 별 이상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인간을 봐도 인간이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니 그냥 괴물로 보는 것 같고, 냄새는 해골 냄새가 날 테니 해골로 볼 것이라고 생각했다. 참 납득이 빠르네. 너가 계속 그레이터 도그를 쓰다듬자, 그레이터 도그는 어느 순간 만족한 듯, 갑옷에서 뛰어나와 너의 손을 몇 번 핥아대더니, 갑옷을 다시 입고 다른 곳으로 가서 눈덩이 속에 숨었다. 눈덩이 속에 숨는 장면은 정말 기묘하기 짝이 없었는데, 도대체 어떻게 저런 작은 눈덩이 속에 숨은 건지 두 눈을 직접 봐도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래도 꽤 재밌는 볼거리라고 생각했다.

 파피루스는 혼자서 여러가지 말을 외치더니 너를 끌고 또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일일이 들어주기도 힘들만큼 난잡하면서도 쾌활한 말들이었는데, 너는 이미 그 말의 내용보단 그 음색을 듣기로 했다. 파피루스의 표정과 목소리의 높이나 크기만 들어도, 그의 기분이 어떠하고 무슨 말을 할 수 있는지 알 수 있었다. 1분 동안 '나, 위대한 파피루스'라는 말로 시작해서 '하였노라'로 끝나는 말을 열 번 정도 한 것 같았다. 그래도 너는 기분이 조금씩 나아지기 시작했다. 너의 기분을 좋게 만들어주기 위해 이 모든 말들과 행동을 한다는 사실이, 너에게 미소를 찾게 만들어주었다.

 파피루스는 다른 개들도 소개시켜줬다. 서로 코를 비비고 있는 도가미와 도가레사는, 귀여운 꼬마 해골 냄새가 난다면서 너를 반겼다. 그들의 머리 또한 쓰다듬어주니 정말로 좋아했다. 그리고 정체를 알 수 없는 레서도그란 개도 만났는데, 왠지는 몰라도 쓰다듬을 수록 목이 길어져서, 너는 그걸 보다가 도망쳤다. 목이 길어지는 강아지는 귀엽기보단 무서운 게 사실이다. 정말이다. 그리고 입에 개껌을 물고선 그걸 불태우고 있는 도고라는 개도 만났다. 움직이는 걸 감지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을 가진 개라고 파피루스는 소개했지만, 그건 너도 할 수 있었다. 애초에, 움직이는 걸 감지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란 게 뛰어난 게 맞는 건지 구분이 잘 가지 않았다. 그 개 또한 쓰다듬어주니까 좋아했다.

 너 기분 풀어줄려고 하는 거야, 아니면 개들 기분 풀어주려고 하는 거야, 저 해골은?


 "파피루스 씨, 저 이제 기분 괜찮아요. 계속 이렇게 절 챙기실 필요 없어요."

 "아니야. 뭔가 부족해! 내 친구 개들이 너랑 놀아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너가 개들과 놀아줬잖아. 이건 내 계획이 아니었어. 너가 너무 착하다는 걸 깨닫지 못 한 내 탓이로군 그래! 여기서 눈싸움을 하고, 눈사람을 만드는 일도 괜찮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그건 너무 뻔해! 전혀 즐겁지 않아! 그리고 샌즈 형이 끼어들기 시작하면 눈싸움은 엄청나게 지겨운 일이 되버린다고." 

 "내게 좋은 생각이 있어, 파피."


 지금까지 계속 조용히 따라오기만 하던 샌즈가 입을 열었다. 파피루스가 미덥지 않다는 표정으로 샌즈를 쳐다봤다. 하지만, 샌즈는 말을 이어갔다.


 "꼬마가 처음에 우리가 무섭게 생겨서 우느라고 제대로 퍼즐을 못 풀었잖아, 그렇지? 그러니까 인간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에 데려다주고, 혼자 스노우딘까지 오게 해서 퍼즐을 풀게 하는 거야. 물론, 너의 멋진 퍼즐도 보여줄 수 있고 인간도 그걸 즐길 수 있겠지. 개들은 이미 인간과 친해졌으니 공격하지 않을 테니까 별로 위험하지도 않을 거야."

 "에헤헤…."


 너는 웃으면서도 그게 속으로 별로 좋지 않은 계획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나와 함께라고 해도, 혼자 남겨지는 건 불안하다고 생각했다. 그 물고기 괴물이 인간을 잡길 좋아하는 거라면, 스노우딘에 나타나지 않을 거란 보장은 없었다. 그 기백이나 힘을 보았을 때, 아마도 대장 쯤 되는 위치에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 괴물이 순찰을 다니지 않을 리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너가 그 생각을 말하기도 전에, 파피루스는 엄청나게 큰 미소를 지으며 소리쳤다.


 "그거 아주 훌륭한 생각이야, 샌즈! 인간이 나타난 뒤로 엄청나게 똑똑해지고 있는 것 같아, 형은! 샌즈 형이 인간을 그 다리로 데려다 줘. 내가 퍼즐들을 다시 정비하고 올 테니! 드디어 내 퍼즐을 인간에게 보여줄 수 있게 됐어. 내 인생 최고의 날이야! 녜헤헤!"


 파피루스는 잔뜩 신이 난 채로 어딘가로 달려갔다. 그 속도가 엄청 빨라서, 결국 너는 파피루스를 볼 수 없게 됐다. 파피루스는 인간의 기분을 풀어준다는 목적을 잊어버린 것 같았다. 자기 퍼즐을 인간에게 보여주지 못 했었다는 사실이 그를 괴롭혔었나보다.. 그리고 너는 폐허를 나오고 나서 있던 다리 위에 있었다. 샌즈가 그새 너를 이곳으로 이동시켜 준 것이다. 아니, 내가 말하고 있는 새에 온 거야? 도대체 이건 뭐 어떻게 하는 거야?


 "샌즈, 이건 어떻게 하는 거에요?"

 "지름길을 알고 있는 것 뿐이야, 친구."


 샌즈는 한숨을 쉬면서 말을 하기 시작했다.


 "미안, 너는 이걸 원하지 않았겠지만, 너랑 단 둘이 이야기할 시간이 필요했거든."

 "네…?"

 "정확한 이유는 지금 당장 말하기엔 이야기가 길어지지만, 나는 널 지켜야할 의무가 있어. 꼬마야, 내가 봤을 땐 너는 희망에 가득 차고 신이 나야 마땅한데, 왠지 몰라도 지나치게 우울해보여. 내가 틀렸나?"


 너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있었다. 너의 그 모습을 보면서 샌즈는 웃고 있었지만, 웃고 있지 않았다.


 "물론, 걸어다니는 해골, 너를 위협하는 괴물들, 이런 것들을 보면 우울할 수 있어. 이상한 반응은 아니지. 하지만, 뭔가 더 있어. 나는 네가 폐허에서 문을 열고 나오는 것을 지켜봤지. 용감하고, 희망에 가득 차있는 발걸음으로, 손에는 나무 막대기를 하나 들고, 네 머리에 묶은 리본이 너의 표정 덕분에 밝게 빛나는 것 같았지. 물론, 내가 나타난 뒤로 울음을 터뜨리느라 계속 그러진 못 했지만, 그건 우리 모습에 익숙해지면 끝나는 일이었어. 그런데, 오늘 아침부터 뭔가 이상한 걸 느꼈어. 네 표정을 봤지. 그 표정은…."


 순간, 샌즈의 눈동자에서 무언가가 사라졌다.


 "마치 한 번 죽은 사람의 표정이더라고."

 "…!"


 너는 목에서 터져나오는 놀란 소리를 숨길 수가 없었다. 샌즈는 너에 대해서 정확하게 꿰뚫고 있었다. 이 해골 자식 도대체 뭐야?


 "내가 일 하나를 제대로 못 하는 것 같지? 미안해. 하지만, 약속하지. 너에게서 그런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도록 하지. 내 게으른 성격이 너 덕분에 고쳐지겠군."


 너는 샌즈가 하는 말을 이해하지 못 하고 있었다. 그저 가만히 듣고 있을 뿐이었다. 그리고, 샌즈는 자신의 감상에 취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샌즈의 왼쪽 눈이 파란 빛으로 불타고 있었다. 그 눈은 이글이글 불타듯이 일렁이고 있었지만, 그것의 근원은 모양새처럼 분노 때문이 아니라는 것을, 너는 느낄 수 있었다. 눈이 불타는 해골의 모습은 너 같이 어린 아이에게 공포감을 심어주기에 충분한 모습이었지만, 이상하게 넌 무섭지 않았다. 오히려 믿음직스러웠다. 왠지, 샌즈도 널 믿고 있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도대체 왜?


 "넌, 만족하지 않는 부류가 아니야. 그냥 엄마 아빠가 보고 싶은 인간 꼬마일 뿐이지."


 너는 이해하지 못 했지만, 고개를 끄덕였다. 너는 평범한 인간이다. 위대한 영웅도 아니고, 자비없는 살인마도 아닌, 그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에봇 산을 들렀다가 실수로 떨어지고 만, 작은 꼬마 여자아이일 뿐이었다. 너가 지니고 있는 것은, 그저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의지 뿐이었다. 죽었다가 살아나는 능력도 원하지 않았다. 다만, 집으로 돌아가고 싶을 뿐이었다.


 "헤헤, 말이 길어졌네. 꼬마 친구. 어쨌든 기억해둬. 난 너에게서 지하 세계의 희망이 보여. 너가 온 뒤로…, 굉장히 안정적이거든."

 "희, 희망이라니요…?"

 "앞으로 계속 가. 파피루스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그 말을 끝으로 샌즈는 너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너는 샌즈가 무엇을 말하고 있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하진 못 했지만, 가슴 속에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너는 샌즈와 친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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