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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AU Epilotale] Pure-White -下-

다이유-EK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2.10 00:0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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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편 Longing, Heartache Love에서 이어집니다.


Longing (클릭)


Heartach Love (클릭)


Pure-White 上편(클릭) 편(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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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때, 빠르지? "


그것은, 순식간의 일이었다.


자신의 뒤에 서있는 남자와 나란히 서있는 곳은, 알아볼 수 없을래야 알아볼 수 없을리가 없는 곳이었다.




이 곳을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 가슴이 뜨거운 울렁임으로 떨려온다.


그리움.


죄스러움.


미안함.


...그리고, 사랑했던 것.




ㅡ그리고 그 모든 감정들을 버린 한때의 자신은, 자신을 낳아준 고마운 그 자를 한 번 죽였었다.




" ... "


고개를 푹숙인 아스리엘은 무언가 가슴에서 울렁일때마다, 눈가가 뜨거워지는 것만 같았다. 그것을 꾹 참아내며, 두 손아귀로 주먹을 꽉 쥐어본다.


" ...헤, 너무 '골'때리게 빠른 지름길이라서 감동이라도 먹은 거야? "


그런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샌즈, 그의 입은 농담을 하고 있지만 목소리는 나름 진지해져있는데다 두 눈도 약간 가라앉은 것으로 보아 소년이 안타까워 보였던 모양이다. 그는 약간 고민이 담긴 움직임으로 그 곁으로 다가가는 것을 주저하다, 천천히 한숨을 쉬며 그 등의 위로 자신의 손을 얹는다. 말라붙고 딱딱한 뼈의 감촉은, 신기하게도 온기가 고스란히 전해지고 있었다.


" 언제라도 하게 될 수 밖에 없을 짓거리일텐데, 이왕 온김에 익숙해질겸, 가보는게 낫지 않겠어? "


" ...네... 고마워요, 어, 음... 샌즈... "


" 천만에. "


그가 자신의 손을 잡으라 했을때ㅡ더 이상 방귀쿠션같은 1회용에 불과한 장난거리를 기대하지 않아도 좋을 거란 말을 덧붙이면서ㅡ 아스리엘은, 순식간에 공간이 빠르게 왜곡되어가면서 검은 어둠으로 돌변한 것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어둠은, 왠지 모르게 아지랑이가 피어오르는 것 같은 그림자를 연상케 했다. 어찌보면 말도 안되고 비현실적인 묘사겠지만, 아스리엘 본인에게 있어선 적어도 그렇게 느껴졌다. 너무나도 빨라서 주변이 뒤로 뻗어나가 흐려지는 것처럼 보여진 것일까? 온통 새카만 화면인데도, 그런 생생함이 전해져서 신기했다. 이윽고, 얼마간의 시간도 지나지 않은 채로 정신을 차려보니 온통 노란빛의 공간이 자신의 앞에 펼쳐졌음을 볼 수 있었다.


고딕풍의 창문과 기둥들, 그것이 온통 방이 노란색이라서 노랗게 보여지고 있는 것인지, 그 공간 안을 메우고 있는 노란빛이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는지 알 수 없는 공간. 그 기묘한 분위기를 흘리지만, 분명히 가슴이... 그리고 머리가 기억하고 있는 이 공간을 마주하는 것만으로 아스리엘은 그리움에 사무쳐버렸다.


다시 시간을 되돌려 아스리엘, 그는 샌즈의 눈치를 한편 흘깃 살피다 자신을 향해 느긋하게 한 손을 친근하게 흔드는 그의 움직임을 보고는 표정을 풀며 숨을 가다듬어 보았다. 이윽고 결심한듯, 앞을 향해 나아갔다.




돌고 돌아, 회색으로 가득 물들어있는 복도, 그 위를 걸은지 얼마 되지않아 곧 저 너머로 아치의 양쪽으로 기둥과 안내문으로 보이는 한 석판이 두툼하게 벽에 걸려있는 풍경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알현실』


" ... "


지금이 아니면, 언제 기회가 다시 한번 더 오겠는가?


두 눈을 감고, 천천히 다시 심호흡을 해보는 아스리엘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아치의 너머를 향해 걸어본다.


또다시 펼쳐진 기나긴 복도. 그리고 다시 걷는다.


회색빛의 풀들과 장미로 뒤덮인, 회색의 벽들과 길게 뻗은 네모난 입구. 그 너머로 들여오는 익숙한 소리.


~~...


" ... "


아스리엘은, 침을 꿀꺽 삼키고는 발소리마저 죽이면서 천천히 들어갔다.




그가 들어가자... 그의 눈 앞에 펼쳐지는 풍경은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지저귀는 새의 소리, 그리고 따스하고 온화한 바람의 은은한 숨결. 화사하게 내려앉는 빛... 푸른 잎새들과 노란꽃으로 뒤덮여있는 꽃밭의 바닥.


그리고...




" 덤 디 덤... 덤 디 덤... "




순간 아스리엘은 본성이 이끌리는대로, 목놓아 외칠 뻔했지만 간신히 자신의 입을 어떻게든 틀어막고야 말았다. 


보라색의 망토, 황금빛 어깨 갑주와 뾰족한 왕관... 그리고 갈기같은 황금색의 머리칼. 그 뒷모습만으로 풍겨지는 인자함과 부드러움에, 아스리엘은 두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을 참아낼 수가 없었다. 프리스크 앞에서 모습을 드러낸 이후, 너무 자주울게 된 자신이 원망스럽고 창피하기도 했던 그였지만, 이 순간에 흘리는 눈물에 누가 나무라겠는가?


그 그리운 뒷모습의 앞, 그 푸근한 품 속으로 달려들어 안기고 싶었다.


그리고 외치고 싶었다.


그토록 부르고 싶었던, 미안하고 고맙고... 사랑하는 그 이름을.




그러나 아스리엘은... 온 몸으로 전해지는 전율과 두 눈에서 흘러나오는 눈물, 그리고 막혀오는 코에도 불구하고, 너무나도 괴롭고 힘겨웠음에도 불구하고 쉽게 입술을 떼어낼 수가 없었다. 정성스럽게 포장되있는 선물을 들고있는 양손이, 오랜만에 디디는 꽃밭을 부드럽게 딛은 채로 지탱하고 있는 두 다리가, 모두 위태롭게 떨리고 있었을 뿐이었다. 


" ...오? 누가 온 건가... "


" ...! "


" 잠시만 기다리게나! 꽃에 물을 거의 다 줬다네. "


느릿느릿하고 차분한, 무겁고 둔탁하지만 그것으로도 감출 수 없는 부드러움과 자애로움. 나지막히 시를 읊조리는 것처럼 뒤에 선 '누군가'를 향해 천천히 말을 건네는 '그'.


" ...됐다! "




ㅡ그리고, 천천히 뒤를 돌아 푸근한 미소를 그려보이는 그였다.


" 반갑구나! 내가 뭘... "




하지만, 그의 앞엔 아무도 없었다.


방금 전에 느꼈던 인기척과 꽃밭을 밟는 무언가의 소리에, 누군가가 왔다고 생각하여 몸을 튼 그였지만 그 시선에 마주하는 그 누구도 없었다.


" ...어라... "


기분탓인가. 대왕, 아스고어는 꽤나 고급스러운 느낌을 풍겨내는 '물뿌리개'를 내려놓으며, 주변을 둘러본다. 혹시나 자기보다 키가 낮은걸까 생각하지만, 그렇다기에는 확 트여있는 넓고 높은 공간 안에서 작은 괴물 하나 발견하지 못하는 것도 힘들 것이리라고 곧 바로 납득해버린 그였다. 


...그 대신에, 꽃밭 위로 사뿐하게 놓여있는, 정성이 묻어나오는 포장으로 묶여있는 상자를 발견했을 뿐이었다.


" 음? "


아스고어는 선물을 내려다보길 얼마, 곧 바로 프리스크와의 얼마 전에 있었던 대화를 떠올린다.


" ...산타의 선물인가. "


프리스크의 믿을 수 있는 친구ㅡ혹은 프리스크 자신일지도 모르는ㅡ가 자신을 대신하여 오늘, 드넓은 지하세계의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며 산타로서 선물을 주고다녔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따스해지면서도 미안해진 그였다. 또한 자신이 다른 이들을 돌볼 수 없단 사실에 허전함도 들었지만, 매년마다 내심 흥분하면서 기다려왔던 일들을 누군가가 대신하는 것이니 당연하게 생기는 감정이리라고 납득해버린다.


" 흠... "


조심스럽게 다가가, 선물을 들어올린다. 그리고 손끝에서도 조심스러움이 대놓고 보여질 만큼 느릿하게, 큰 덩치답지 않은 작고 신중한 움직임으로 포장끈을 풀어보았다. 천천히, 뚜껑을 열어 접시삼아 선물곽의 아래로 겹쳐 그것을 들어올린다.


그 안에 들어있는 것은, 인간계에서 온 것인지 낯선 이름들로 가득한 라벨이 붙어있는 씨앗들이 담겨있는 작고 투명한 봉투들이었다. 그리고 그 아래로 들어있는, 노란색의 무언가를 오른손으로 조심스레 꺼내, 남은 선물들을 땅 위로 내려놓고 펼쳐보았다. 




그것은, 노란색의 얇고, 초록색의 두터운 금들이 번갈아 무늬로 그려져있는ㅡ더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노란 줄무늬들이 그려진 연두색의ㅡ 긴팔의 스웨터였다.


" ...! "


이건...


말없이 스웨터를 한참을 내려다보길 얼마, 왼쪽의 가운데보다 조금 아래로, 실로 빈틈없이 꼼꼼하게 꿰매여있는 글씨가 새겨져있었음을 조금 늦게 확인할 수 있던 아스고어였다. 




'최고의 아빠'




" ...아스리엘? "


ㅡ아스고어는, 고개를 들어올리며 작게 읊조리는 것처럼 이름을 불러보았다.





아스리엘은 자신이 앉아있는 옆의 입구 너머, 자신을 부르는 그 목소리에 답하는 대신 홀로 조용히 흐느꼈다. 작고 가쁘게 반복되는 숨차오름으로도 덮어낼 수 없는 크나큰 슬픔의 울음이었다. 작고 엷은, 뜨뜻미지근하고 짭짤한 폭포수가 두 눈에서 멈추지않고 계속해서 흘러내리고 흘러내릴 뿐이다.




아무 것에도 찔리지 않았고, 아무 것에도 쪼개지거나 하지 않았는데... 


왜이렇게...


...왜 이토록 가슴이 미어지고 아파오는 걸까?




모자와 작은 수염이 벗겨져내리면서 드러난, 작게 뿔이 솟아난 앳된 얼굴의 소년 괴물은 조용히 흐느꼈다. 고요한 정적이 깨지지 않을 만큼, 작은 속삭임에도 묻혀버릴 것만 같은 그 작은 울음은 조용했음에도, 그 어느 것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울음이기도 했다.




' ...메리 크리스마스... 아...빠... '




그리고 아스리엘은, 순백의 털로도 가릴 수 없을 만큼 양 눈꺼풀이 부어오를때까지 눈물을 멈추지 못했다.



=====


" 그래서, 진정좀 된 것 같아? 꽃돌이? "


아스리엘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 뭐, 네가 그렇다면야. "


한 쪽은 침묵하고, 한 쪽은 느긋하게 떠벌이는 괴상한 대화가 오가고 있는 이 곳은 눈이 뒤덮여있는 곳이었다. 슬픔에 빠진 아스리엘이 힘없이 걸어와 샌즈의 '지름길'을 따라 스노딘 마을로 되돌아온 것이었다.


" 나는 즐거웠다고 말하고 싶지만... 네 표정을 보니 그렇게 말하려니 내 양심이 크게 찔리는 군. "


" ...상관...없습니다. "


" 그래? 그럼... 즐겁고 슬펐다, 꽃돌아. ...라고 해야하려나? "


어처구니 없다는듯, 엷게 웃음을 지어보고야 만 아스리엘을 바라보고 나서야 평소의 느긋하게 미소짓는 표정으로 되돌아 올 수 있던 샌즈였다.


" 봐, 웃는게 더 보기가 훨씬 좋잖아. 안그래? "


" ...고마워요, 샌즈. "


" 이봐, 감사 인사는 꼬맹이 녀석에게 해. 나는 그저 거들어 준 것 뿐이니까. "


" 하지만... 그래도, 진심으로 감사드려요. 샌즈. "


" ...헤, 나도 피차일반이야. 꽃돌이. "


이윽고, 케첩통을 들어보이고는 그것을 살짝 흔들어보이는 샌즈였다. 아스리엘에게서 '산타의 선물'로 받은 것이리라. 그 반면으로 아스리엘, 그는 항상 웃는 표정을 짓는 저 해골의 미소는 늘 똑같은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잠시나마 가져봤지만, 왠지모르게 지금의 웃는 얼굴은 너무나도 편안하고 미묘하게 다르다고 느껴지고 있었기에 그 찰나 동안 가졌던 쓸모없는 의심따위를 지워버린지 오래였다. 시종일관 똑같아 보이는 그 웃는 얼굴에 바리에이션이라도 정해져있는 것일까. 


" 선물 주인이랑 네 공주님께서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 같으니, 나는 이쯤하고 물러나줘야 겠는 걸. 어차피 파피루스가 잔뜩 투덜대면서 언제 이야기를 읽어줄지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를테니까. "


" 신세졌습니다. "


" ...그 녀석의 미소를 부탁하마, 꽃돌아. "


그리고 아스리엘은 무언가 답하려는듯 뒤를 돌았으나, 그 잠깐의 순간만에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샌즈였다. 그 목소리를 끝으로... 전혀 흔적도 없이 사라져있었다. 지금까지 걸어온 눈밭 위의 발자욱만이 도중에 멈춘 채로 남아있었을 뿐이었다.


기이한 해골이다.


만사가 귀찮은 것처럼, 숨쉬는 것도 귀찮아할 것 같은 인상의 뒤편으로 숨겨져 있는 '본성'을 마주했던 자신이었다. 그러나 그 '본성'이란 것은, 어디까지나 스스로의 정의감을 위해서 행하는 것일 뿐이지 그 자체가 그 본성에서 흘러나오는 살벌함만으로 잔인무도한 녀석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이란 편견에 불과하다고 지금에 이르러 생각할 수 있게 된 아스리엘이었다. 더군다나 그 자신이 플라위였을때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워버리고 싶을 만큼 최악이었는데 샌즈는 오죽했을까. 그렇기에 잠시나마 자신이 그에게 공포를 가졌던 것은 기억의 경험과 잔상에 의한 것이고, 그 순간으로 샌즈를 악하다고 판단하기에는 무리가 확실히 있다는 결론을 내릴 수 있던 것이리라. 비록 만사가 귀찮은 것처럼 행동을 하는 것처럼 보여도, 다른 지하세계의 친구들을 배려하면서 정의감있는 행동으로 나름 화답해주는 그 모습에서 동경의 마음을 품게 된 것 같은 자신이기도 했다.


" ...물론 인간들에겐 있어선, 사람마다 틀리겠지만. "


더군다나 자기 스스로 생각해도 마음이 아픈 그 일들을 저지른 이들이라면, 샌즈를 마주했다간 뼈도 못추릴 지도 모른다. 그 잠깐 동안의 생생한 상상에 동경의 마음과 별개로 경험의 기억은 별 수 없는 것인지 아직까지 남아있는 오싹함이 자신을 싸늘하게 간질인다.


" 남은 건... 엄마의 선물인가. "


토리엘... 그녀는 결국 아스고어가 산타였을 때와 마찬가지로 폐허의 밖으로 메모장을 붙여놓거나 하는 행동따윈 하지 않았다. 물론 몇 명을 제외하고 스스로 은둔해서 살고있는 상황인데, '나 여기서 숨어살고 있어요'라고 광고하는 우스운 노릇이나 마찬가지이니 그럴 행동을 하는 것조차 의미없겠지만 말이다. 엄마가 좋아해줄까? 이번엔 프리스크와 머리ㅡ그리고 이따금 입술도 몇 번ㅡ를 맞대면서 고민하고 고민한 끝에 마련한 선물이다. 그녀의 고운 마음씨라면 어떤 것이든 포용해줄 것이라 생각하나... 어머니를 위한 아들의 마음이란 것은 그런 사실과는 별개이니 어쩔 수 없는게 아니겠는가?


선물을 말없이 내려다보길 얼마, 산타 모자와 가짜 수염, 그리고 보따리는 더 이상 의미가 없어보이므로 주변의 눈치를 살피며 벗고는 한 손으로 가볍게 들어올린채 천천히 걷기 시작한 아스리엘이었다. 플라위였을 적에, 프리스크를 따라 아스고어의 궁전까지 이르렀던 자신이었지만 다시 되돌아온 육신으로 감회에 젖은 채로 걸어보는 것은 처음이었다. 저 멀리 끊겨져있는 샌즈의 발자욱의 옆으로, 아스리엘의 발자욱은 계속해서 그를 따라 이어진다. 소복히 쌓인 눈밭을 밟을때마다, 뽀드득하고 밟히는 소리가 귀를 상쾌하게 간질였을 때였다.


" 어? "


묘하게 자신의 발걸음과 엇박자로 겹쳐지는, 작게 울리는 눈 밟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올려본다.




이윽고, 건너편에 보이는 인영의 모습이 시야에 확연히 담기게 되자, 반가움에 미소지어보는 자신이었다.


" ...안녕, 울보 왕자님? "


" ...프리스크. "


다리 라인이 확연히 드러나는 검은 레깅스, 황갈색의 부츠와 포근하고 푹신해보이는 베이지색의 털 스웨터, 그리고 하얀 털로 장식된 엷은 푸른색의 재킷. 어깨에 닿을락말락 내려온 머리칼과 감겨져있는 두 눈, 그리고 웃고 있는 예쁜 입술... 프리스크의 모습을 마주하면서, 가슴이 조금씩 두근거려온 아스리엘은 그녀에게로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 어서와요, 나의 왕자님. "


" 어? 아아... 응... 다녀왔어... 프리스크. "


프리스크는 아스리엘에게로 다가가 뺨에 가볍게 입맞춤을 하고는, 이윽고 등뒤로 자신의 두 손을 숨긴 채 미소지으며 입을 열었다.


" 일단은 눈을 감아주겠어? "


" 으응, 어? "


" 눈.을.감.아.주.세.요. "


" ...으, 으응... "


한 박자 한 박자, 또박또박 강요하듯 말하는 그녀의 어투에 눌린듯 어쩔 수 없이 천천히 두 눈을 감아보이는 아스리엘. 선물보따리와 모자, 그리고 수염은 엉겁결에 땅 위로 살포시 떨어졌지만 토리엘의 선물은 그의 손에서 벗어나지 않고 조심스럽게 쥐여져 있었다.


얼마 지났을까, 자신에게로 다가오는 발걸음과 눈의 마찰음과 함께, 목과 어깨쪽으로 무언가의 보드랍고 따스한 감촉이 선명히 느껴졌다. 이윽고 그녀의 따스한 입김이 자신의 코끝을 간질이자 얼굴이 살짝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던 아스리엘이었다.


" 이제 눈떠도 돼. "


아스리엘은 조심스럽게, 감았던 두 눈을 천천히 떠보았다.




자신의 코앞으로 다가온, 가까이 마주한 그녀의 사랑스러운 얼굴. 그리고 자신의 어깨 위와 목의 주변으로 둘러진 부드럽고 따뜻한 목도리. 그것은 자신과 프리스크를 한데로 봉합하듯 하나로 묶어주고 있었다. 프리스크는 쑥스러운 표정으로 고개를 살짝 숙이다, 다시 이내 자신에게로 시선을 맞추며 입을 열었다.


" 너를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 그리고... 오늘 고생한 산타에게 주는 나의 감사야. "


" ...프리스크... "


" 또 울려구? "


" ...어? 아아...으... 아, 아냐...! "


" 푸흣... "


어느샌가 뿔이 작게 돋아나 자신과 마찬가지로, 자라난 티를 내고있는 아스리엘의 앳된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사랑스럽고 귀엽고... 멋지고 아름다운, 자신만의 왕자님. 프리스크는 아스리엘의 뺨의 위로 자신의 손을 갖다대어 조심스럽게 쓰다듬듯 어루만지고는... 자연스레 자신의 입술을 그의 것으로 갖다댄다.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그와의 키스를 할때마다 느낀 부드러운 감촉과 따스함은 그 어느 것과도 견줄 데가 없었다.


서로 말없이, 고요한 정적이 포근하게 자신들을 감싸는 감미로운 침묵의 순간을 즐긴다. 이윽고 서로 조심스럽게 입술을 떼며, 이마를 맞대어본다. 그러자 서로의 코 역시 맞닿았다.


" ...우리도 도가미와 도가레사에 도전해볼까? 우리도 코 비비기 챔피언이 될 수 있을텐데. "


" ...그래? "


" 아니면 입술도 상관없는데. "


" 프리스크~! "


" 푸흣... "


정색하는 척, 장난꾸러기를 나무라는 것과도 같이 답하는 아스리엘이었지만... 이내 온화하게 표정을 지어보인다. 이윽고는 서로의 품에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자연스럽게, 물흐르듯이 안기어본다. 프리스크의 몸을 감싸는 아스리엘의 따스한 팔. 그리고 아스리엘의 몸을 감싸는 프리스크의 따스한 팔. 서로의 체온과 상냥함을, 그 단순한 행위만으로 공유하고 교감한다. 프리스크의 등 뒤에 감겨진 아스리엘의 두 팔끝의 손에는 정성스럽게 포장되있는 토리엘의 선물이 여전히 조심스럽게 쥐어져있었다.




" 메리 크리스마스, 아스리엘. "


" ...메리 크리스마스, 프리스크. "



=====



8분 늦었지만, 새해복 많이 받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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