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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번역] 가스터가 뼈박이인 소설 -3-

ㅃㅂㅎㅅ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01 23:46:24
조회 17630 추천 255 댓글 48
														

저자: sweetsinnerchild

원제: i gave an inch (you took a mile)

원문: http://archiveofourown.org/works/6164770/chapters/15262129


번역 피드백은 언제나 환영


1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196948
2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205860
3 : https://gall.dcinside.com/undertale/395636


빌미

3. 깨어나세요, 용사여!




  형제가 처음으로 습격을 당한 날, 파피루스는 꼼짝하지 못했다.


  누가, 왜, 어쩌다 그랬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훤히 보이게 쌓아 두었길래 훔쳐 먹던 식량의 주인 되는 패거리일 수도, 약육강식의 사다리에 발판 한 칸 더할 기회를 노리던 괴물일 수도 있었다. 한 순간 그림자가 덮치는가 싶더니, 웬 동굴에서 형이 흔들어 깨우기에 정신이 들었다. 빛나는 눈이 절박했다.


  “파피루스. 제발 눈 좀 떠. 파피루스.”


  눈이 마주치자 붉은 마력이 흩어지고 몹시도 안도하는 표정만 남았다가—


  “야 이 새꺄. 무슨 생각으로 그러고 있었냐? 왜 안 싸워? 너 죽을 뻔했잖아!”


  무슨 생각을 했던가 기억나지 않는다. 그 전까지 같이 마법 연습을 하던 생각만 난다. 꼬마 뼈다귀 시절 같지 않게 점점 덩치가 불어 가던 때라 형이 업고 도망치기도 버거웠을 것이다. 만일에 대비해 자기 몸을 지킬 줄은 알아야 할 텐데, 파피루스는 그래도, 그래도……


  “미안.”


  눈물을 글썽이며 우물대었다.


  “난 남을 해치지는 못하겠어. 난, 난—”


  샌즈는 바로 그의 말을 자르고 괜찮다고, 아무도 해치지 않아도 된다고 달래 주었다. 저래 봬도 속마음은 여려서 언제나 제게 져 주는 형이다. 동생 우는 모습은 절대 그냥 두고 보지 못한다.


  그 때 파피루스는 실감했다. ‘형이 있어서 정말 다행이야.’ 


--------------------


  지금 파피루스는 화를 주체할 수 없다.


  ‘불공평하다.’ 단 한 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휘젓는다. 가스터는 이미 그에게서 형의 너무 많은 것을 빼앗았다. 형의 시간, 형의 관심, 이제는 형의 애정까지. 빼앗고 빼앗고 빼앗아서 파피루스가 매달릴 몫은 얼마나 남았을지 알지 못한다.


  ‘불공평하다.’


  어쩌다가 그런 것이 시작됐을까? 보답? 그래, 가스터는 둘을 구해 주었다. 그는 샌즈에게 일자리와 먹을 것과 머물 곳을, 샌즈가 가장 필요했으나 파피루스는 절대로 줄 수 없었던 모든 것들을 주었다. 반면 파피루스가 줄 수 있던 것은 공허한 말뿐, 더 나은 세계를 바란다는 꿈과 희망뿐. 그 세계에서는 괴물들이 선량하고 아무도 남을 죽이지 않았다. 그 세계에서는 둘 다 무사하고 행복했다.


  그 세계가 부스러진다. 파피루스 자신이 무사하든 말든 소용 없다. 온 지하 괴물들이 간식을 쥐어 주고 도닥여 준대도 소용 없다. 가스터가 제게서 샌즈를 빼앗아 간 이상은.


  머릿속으로 샌즈가 두 눈 동그랗게 뜨고 흠모하는 눈빛으로 가스터에게 다가가는 장면이 그려진다. 샌즈가 먼저 시작했으려나. 가스터의 목에 팔을 두르고 서툴고도 조급하게 입맞췄을 것 같다. 아니면 가스터가 먼저 손짓하자 따라가서 고분고분 그의 손길을 받아들였을지도. 순전한 분노로 파피루스의 전신이 떨리며 뼈가 딱딱 맞부딪는다. 뱃속 깊숙이 시커멓고 사나운 것이 도사리고 으르렁대는 듯하다. 보랏빛 혀가 샌즈의 굴곡진 척추 마디마디를 더듬어 내리다 꼬리뼈 끄트머리에 감기고, 샌즈는 파르르 떠는 상상이 든다. 샌즈가 가냘프게 할딱이다 자기 팔을 깨물며 비명을 삼키는 상상이 든다.


  샌즈가 낮게, 추잡하게, 그리고 너무도 요란하게 신음하던 기억이 난다.


  엷은 불빛에 비추이던 창백한 뼈. 갈비뼈 안쪽을 따라 미끄러지던 가늘고 긴 손가락. 침대에 아무렇게나 널브러진 형. 들려 올라간 척추가 그리던 완벽한 곡선…… 이 생각을 하고 싶었던 건 아니다. 부들거리는 팔다리를 억지로 추스르며 되새긴다. 이건 신뢰의 문제라고. 형이 평생 함께 해 온 동생보다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남을 더 믿어 줄 줄은 몰랐다. 동생 앞에서도 절대 드러내지 않으려던 맨몸을 가스터에게 보일 줄은 몰랐다. 게다가 샌즈가 제 모든 걸 내놓은 반면 가스터는 끝까지 벗지 않았다. 그 모든 역경을 함께 헤쳐 와 놓고 형이 자길 버릴 줄은 몰랐다. 그자 덕에 전보다 윤택한 삶을 맛보았기로서니 벌써부터 저 자신을 송두리째 바칠 줄은 몰랐다.


  ‘역겨워.’


  (샌즈가 저를 올려다 보며 떨리는 목소리로 ‘파피루스.’ 하고 불러 주는 상상이 든다.)


  지금 이 순간에도 그 짓을 하고 있을지 모르겠단 생각마저 든다. 파피루스만 몰랐을 뿐이지 가스터의 ‘조수’라는 직함조차 거짓일지 모른다. 연구니 실험이니 짐짓 대단한 척 둘러대는 이야기를 곧이곧대로 믿은 그가 그저 어리고 순진했나 보다. 이걸 멈춰 보기로 한다. 형이 그를 버리고 가스터에게 가진 못할 거다. 그가 보내 주지 않을 테니까. 샌즈를 찾아서 여길 떠나기로 한다. 가스터만 없어진다면 샌즈도 자기가 하던 일이 얼마나 부끄러운 건지 깨달을 것 같다.


  파피루스는 일어나서 문을 열고 샌즈가 나가지 말라고 신신당부한 방 바깥으로 나간다. 뒤는 돌아보지 않는다.


--------------------


  “팝, 모든 괴물들이 네가 바라는 것만큼 상냥하진 않아.”


  하루는 샌즈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철 좀 들란 뜻이었을 거다. 그 땐 차마 대답하지 못했다.


  ‘나는, 형만 상냥하면 돼.’


--------------------


  연구소 안에는 긴 복도들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한 복도를 따라 걷다가 똑같이 생긴 다른 복도로 들어서길 거듭하지만, 파피루스는 어디로 가야 하는지 잘 알고 있다.


  비명 소리만 따라가면 된다. 죽어가는 자들의 비명은 처음에는 무서웠지만 차츰 익숙해졌다. 수도에서 사형 선고 받은 범죄자들이라고 샌즈가 일러 주었다. 파피루스는 자기가 끼어들 수 없는 일이라고 되새기곤 했다.


  파피루스는 그늘에 숨고 모퉁이에 붙으며 이 문에서 저 문으로 나아간다. 대단히 조심해야 하고 운도 많이 따라 줘야 하지만, 평생 길거리를 떠돌던 재주가 어디 가지 않았다. 서두르는 연구원이나 화난 경비병은 없는지 끊임없이 살핀다. 그들이 수석 과학자 있는 곳을 아무에게나 알려 줄 리 없다. 그 아무가 고작 말단 직원의 동생이라면 더더욱. 오히려 그 말단 직원이 자기 방에 어린 동생을 숨기고 있다는 것도 모를 것 같다. 어쩌면 샌즈는 하루 종일 가스터 곁에만 달라붙어서 그가 부르면 부르는 대로 시키면 시키는 대로 자칭 ‘조수’ 노릇만 하는지도 모른다. 형에게 연구를 도울 만한 실질적인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절대 맞추고 싶지 않았던 퍼즐 조각들이 딱딱 맞아떨어져 간다. 하나같이 그 직책의 거짓됨을 가리키고 있다. 국왕의 총애까지 받는다는 천재 과학자가 어째서 못 배운 떠돌이를 자기 아래 들이려 했을까?


  이젠 알 것 같다.


  흥분과 확신으로 골수를 두근거리며 계속 나아가는데, 비명이 뚝 그친다. 가엾은 괴물이 고통에서 해방된 모양이다. 그러나 귀 멀어 버릴 듯한 정적만 남자 파피루스는 갈 길을 찾지 못한다. 처음으로 후회가 든다. 그냥 방에 있을 걸, 형이 돌아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만나서—


  (형을 범하며 비열하고 오만하게 웃음 짓던 가스터가 기억 난다.)


  아아. 역시 지금 찾기로 한다. 어차피 방에 돌아가는 길도 모르고 그걸 물어 볼 사람도 없다.


  그저 운에 맡기고 계속 걸으려는 차에 작고 희뿌연 것이 지나간다. 우중충하기 일색인 곳이라 새하얀 마법의 자취가 유독 돋보인다. 어느 문 앞 허공에 머무르기에 더 살펴 보니, 간밤에 형을 잡아 누르고 제 눈앞에서 문을 닫던 구멍 뚫린 손이다.


  손은 문 안에서 건네는 서류철을 받아 들고 마저 날아간다. 파피루스는 그 뒤를 밟는다.


  손은 일정한 속도로 날아서 통로를 몇 군데 더 지나고, 별 특징 없는 철문 앞에 다다르자 서류철을 문 옆 작은 책상에 내려 놓고 빠르게 두 번 노크한 다음 다시 집는다. 따라 온 파피루스는 모퉁이 뒤에 숨어 그 쪽을 엿본다. 문이 홱 열렸다가 손이 들어가자 다시 홱 닫힌다.


  저 방에 가스터가 있다. 아마 샌즈도 있을 것이다.


  파피루스는 얼른 문으로 걸어가서 방금 본 것처럼 빠르게 똑똑 두드린다. 문이 열린다. 파피루스가 들어서자 똑같이 닫힌다.


--------------------


  가스터다.


  왕실 과학자가 파피루스 앞에서 방금 그 서류철을 넘겨 보고 있다. 보기만 했는데도 신경이 곤두서고 머리 끝까지 불 붙듯이 화가 치민다. 샌즈를 독점하던 행위와, 그러는 내내 파피루스를 똑바로 쳐다보며 그가 갖지 못한 것을 조롱하던 눈길이 기억 난다. 그의 이를 뽑아내고 두개골을 으스러뜨리고 싶단 충동이 고스란히 돌아온다.


  자신만은 남을 미워하거나 해치지 않겠다고 생각하던 파피루스지만, 지금 이 감정은 순전한 혐오라고밖엔 설명되지 않는다. 그렇지만 저 목을 반으로 꺾고 싶은 마음이 간절할지언정 그를 만나러 온 게 아니다. 만나려던 건 샌즈인데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계획이 틀어졌다. 형이 가스터의 그림자처럼 붙어 다닐 테니 같이 만날 줄로만 알았지, 자신과 가스터 단둘이 있게 될 줄은 생각지도 못했다. 가스터 곁이 아니면 샌즈는 어디 있는 걸까?


  “드디어 새장 밖에 나왔군.”


  파피루스는 정신을 차리고 가스터에게 집중한다. 가스터는 파피루스에겐 신경 쓸 가치도 없다는 듯이 서류철만 들여다본다. 파피루스는 그의 무심함에 넌더리가 난다.


  “용건은?”


  “샌즈 형 어딨죠?”


  “근무 중.”


  가스터는 여전히 서류철만 보면서 귀찮다는 듯 대꾸한다.


  “어디서요?”


  “그 아일 찾는 용건은?”


  팔락, 종이 넘기는 소리. 태연자약하게 무시하는 꼴을 파피루스는 더 이상 참지 못한다.


  “저희 나갈 겁니다.”


  서류를 훑던 손가락이 아주 잠깐 멈춘다.


  “오늘 바로요.”


  “그런가.”


  가스터의 눈길은 서류에서 떠나지 않는다.


  “무통보 사직이라. 샌즈 군도 알고 있겠지?”


  파피루스는 잠시 말문이 막힌다. 가스터는 드디어, 드디어 눈을 든다. 그의 얼굴에 먹물 같은 웃음이 번진다.


  “몰라?”


  서류철 든 손이 방 맞은편으로 날아가고, 가스터는 눈을 치켜뜨고 짐짓 놀라는 척 파피루스를 조롱한다.


  “이야, 진로 문제도 서로 대신 결정해 주나? 참으로 우애 깊은 형제로군.”


  “형도 이해할 걸요.”


  열이 올라 되는 대로 쏘아붙인다.


  “아무렴. 샌즈도 여기 들어올 땐 네가 이해할 줄 알았겠지.”


  “그 때는 저도, 아니 형도, 남의 도움이라도 받아야겠다고 생각했겠죠.”


  상황은 변하기 마련이다. 정말이지 천지 차이로.


  “지금은 아니에요. 저흰 박사님한테까지 도움 받을 필욘 없어요.”


  “너는 그렇겠지. 그런데 샌즈는 어떨까?”


  가스터는 잠시 뜸을 들였다가 다시 묻는다.


  “너 굉장히 이기적이구나?”


  이기적이라니? 파피루스는 형을 위해서 이러는 건데.


  “아닌데요.”


  부루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어린애 고집처럼 느껴져 파피루스는 얼굴을 찌푸린다. 가스터에겐 파피루스 말은 아무래도 상관 없는 듯하다.


  “맞잖냐. 여기 나가면 뭐 하고 살려고? 예전처럼 형이 지켜 줄 것만 믿고 너는 뒤에서 구경만 할 테냐? 그렇게 연약한 아이를—”


  “형은 약하지 않아요.”


  주먹을 그러쥐고 악문 잇새로 내뱉는다.


  “이용해 먹지 않았느냐. 너 살리자고 싸우는 거 도와 줄 만도 한데 너는 도운 적이 없어. 형 그늘에 숨어서 형 혼자 목숨 걸고 싸우게 했지. 더러운 짓은 네 몫까지 형에게 다 시키고, 그런 형에게 착하고 바르게 살자고 설교를 했지.”


  “그게 아니라.”


  파피루스는 입을 떼어 보지만 말이 목구멍에 걸린 듯이 나오지 않는다. 그걸 가스터가 어떻게 알았을까. 아니, 어떻게 알았는진 중요하지 않다. 맞는 말이다. 그 날 이후 샌즈는 배로 힘겹게 싸워서 자신과 파피루스 둘 다 지켜내면서도 파피루스에겐 아무것도 시키지 않았다.


  “아니긴 뭐가 아니야.”


  가스터는 한 마디 한 마디 음미하듯 느긋하게 말한다.


  “너는 한 번만 제대로 맞아도 먼지가 돼 버릴 형에게 싸움을 맡겼다. 사실은 네가 더 강하면서, 아무 소용도 없는 양심을 지키느라고.”


  “소용 없진—”


  “덕분에 넌 짐덩어리란다. 참으로 편하지 않느냐? 네가 무슨 말을 하든 옳다고만 하고 떠받들어 주는 사람 있는 것. 알아서 다 챙겨 주니 손가락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지. 그런데 그거, 상대한텐 피곤하거든.”


  나른하던 말투가 돌연 차고 날카로워진다.


  “샌즈는 지친 거다.”


  “그만 해요.”


  파피루스는 저도 모르게 쏘아붙인다. 아닐 거다. 그럴 리 없다. 뭐가 잘못됐는지 이젠 알 것 같다. 형에게 설명하기만 하면 된다.


  “아닐 걸요.”


  “내 말 믿으라고 강요하진 않으마.”


  손이 다른 서류철을 들고 돌아온다. 가스터는 그것을 받아 읽기 시작한다. 더는 상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파피루스에게 시간을 내어 준 건 잠깐의 변덕이었다는 듯이.


  “가지 말라 붙잡지도 않으마. 내 밑에서 일하겠단 괴물은 차고 널렸다.”


  파피루스가 대꾸하려는 순간, 똑똑똑 빠르게 세 번 잇달은 노크가 들리더니 끼익 문이 열리고 인기척이 난다.


  “오늘 네 모험은 여기까진가 보구나.”


  샌즈가 들어온다.


--------------------


  파피루스의 눈에 처음으로 보이는 것은 단정치 못한 실험복. 구겨지고 주름 졌다.


  ‘바닥에 벗어 놓은 것처럼.’


  저절로 떠오르는 쓰디쓴 생각. 그 다음으로 보이는 것은 파피루스에게서 가스터에게로 옮겨 가는 시선, 그리고 순간순간 변해 가는 표정. 당황, 경악, 공포—


  그리고 눈 깜짝할 새 다가와 파피루스를 자기 뒤로 떠밀고 가스터 앞을 가로막는다.


  “이 쓰레기야, 말이 다르잖—”


  샌즈가 소리치려 하지만, 가스터가 말을 자른다.


  “난 아무 짓도 안 했다.”


  가스터는 조용히 타이른다. 샌즈의 머리 너머로 서류철 든 손이 탁자로 돌아가는 것이 보인다. 언제부터 형보다 키가 컸던가, 문득 의아하다.


  “동생이 자넬 보러 왔어.”


  잠시 팽팽한 긴장이 흐르고, 파피루스를 붙잡은 샌즈의 손에 힘이 더 들어간다.


  “맞아.”


  파피루스가 말하자 샌즈는 휙 돌아본다.


  “형한테 할 얘기가 있어서 왔어.”


  “방에서 기다리지 그랬어. 내가 방에만 있으라고 했잖아, 파피루스—”


  “급한 일이라.”


  파피루스는 가스터를 똑바로 쳐다보며 끼어든다. 가스터는 미소만 짓는다.


  “샌즈 군, 동생은 방에 바래다 주지 않겠나.”


  순간 샌즈의 손이 뻣뻣이 굳는다.


  “아니면 혹시, 보여주는 거 좋아하나?”


  “아뇨.”


  샌즈는 질린 듯이 쏘아붙인다.


  “파피루스, 이만 들어가자.”


  형이 손을 잡고 밖으로 데려가 주는데, 싸늘한 연구실에 가스터만 남겨두고 둘이 같이 돌아가는데, 어느 모로 봐도 지금 형은 자기 편인데—


  파피루스는 왠지 자기가 졌다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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