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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프리스크 패러블 - 18 - (언다인 전투)

유동문학(221.141) 2016.05.03 14:23:51
조회 4338 추천 89 댓글 22

1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35193

17.5화 https://gall.dcinside.com/board/view/?id=undertale&no=397131






 "꼬마야, 진심이냐?"

 "걱정마요, 샌즈."


 샌즈가 나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왕실 근위대장과 꼬마 아이가 싸운다는 것이 마땅치 않은 듯 했다. 당연한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언다인에게 결투를 하자고 말했을 때, 언다인은 코웃음을 쳤지만, 제대로 된 결투 장소로 이동하자고 했다. 그래서 언다인과 나는 집에서 나와, 스노우딘에서 워터폴로 가는 길목의 안개가 자욱한 곳으로 들어왔다. 언다인과의 결투를 하기엔 안성맞춤인 장소라고 생각했다. 파피루스가 언다인에게 뭔가 계속 말하고 있었지만, 언다인은 듣지 않는 것 같았다. 파피루스가 아무리 프리스크에 대해 말해봤자, 저 미친 물고기 새끼는 전혀 듣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직접 몸으로 체험하게 해주는 수밖에 없었다.

 샌즈는 나를 잠깐 쳐다보더니,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프리… 아니, 차라, 무슨 생각이야?"

 "제가 무슨 배짱으로 인간을 모두 죽이려 했는지 보여드릴게요. 물론, 언다인을 죽이진 않을 거지만."


 인간을 죽이려고 했던 것은 분명히 나쁜 짓이었지만, 그때 아스리엘의 영혼을 잠식해 주도권을 빼앗았던 기억이 있었다. 고맙게도 당시의 아스리엘이 날 방해해서 제대로 움직여보지도 못 했지만, 영혼을 움직이는 그 감각은 분명히 기억한다. 프리스크는 지금까지 괴물과 싸움다운 싸움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날아오는 창이나 불들을 진짜로 피했다. 하지만, 괴물이 공격하고자 하는 것의 본질은 영혼이다. 괴물과 싸울 때 움직여야할 것은 내 영혼이다. 내 몸에 창이 꿰뚫린다고 해도, 영혼이 멀쩡하다면 아무 상처도 나지 않는다. 물론 내가 공격할 때에는 얘기가 다르겠지만, 나는 아예 공격할 생각이 없으니 별로 신경쓸 필요가 없다.


 "인간, 너는 무기가 없나?"

 "무기는 필요 없어요."

 "헛소리를 하는구나."


 언다인이 흉측한 표정으로 웃으며 창을 휘둘렀다. 그러자 내 손에 마법의 창이 생겼다. 언다인이 던졌던 것보다 더 단순하게 생겼지만, 그럭저럭 쓸만했다. 정정당당하게 싸우고 싶다는 생각이었나보다. 정 피할 수 없을 때에는, 이 창으로 막으면 될 것 같았다. 프리스크의 영혼이 초록색으로 물드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도 언다인의 공격 중 하나인 것 같았다.


 "전투 준비!"


 샌즈와 파피루스가 옆으로 물러섰다. 언다인이 창을 꼬나쥐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나는 피할 준비를 했다. 언다인의 창을 웬만하면 피하고 싶었지만, 만약에 맞는다고 해도 피할 자신이 있었다. 언다인과 프리스크의 체격 차이와 싸움의 숙련된 정도를 따지자면 물론 내가 훨씬 불리하긴 하지만, 나는 프리스크의 영혼에 흠집 하나 내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다.

 그러나 내가 다리를 움직이려고 했을 때, 다리는 움직이지 않았다. 다리에 감각은 느껴지지 않고, 창을 잡고 있는 두 손만이 움직일 뿐이었다.


 "무슨 짓을 한 거에요?"

 "네 영혼이 초록색인 한, 나에게 맞서야할 거다!"


 빌어먹을 물고기 새끼가, 처음에 보자마자 창을 꽂아놓고 정정당당하게 맞붙는 척하고 있네. 저 생선 대가리를 그냥 창으로 찍어버릴…, 아, 내가 참자.

 언다인이 내게 달려들어 창으로 찌르려 했지만, 나는 손에 들고 있던 창으로 막아냈다. 어거지로 창을 밀어내며 언다인의 힘을 버텨냈다. 프리스크의 몸이 어린 아이라 힘든 것도 있지만, 언다인은 괴물치곤 근력이 꽤 강한 것 같았다. 이 괴물 자식들은 애한테 못 하는 짓이 없어. 옛날만 해도 날 먹이고 키워줬던 괴물들인데, 이젠 보자마자 창을 꽂아넣는 미친 물고기 새끼가 있다니. 인심이 너무 각박해졌다. 인심? 괴심?


 "딴 생각하지 마라, 인간!"


 언다인이 손에 들고 있던 창을 없애버리더니, 다른 손으로 내 머리를 찍었다. 나는 미처 대응하지 못 했고, 그대로 언다인의 창은 내 머리를 관통했다. 하지만, 아직까진 괜찮았다.

 언디안의 창이 내 머리를 관통하자, 영혼이 떨리는 것이 느껴졌다. 초록색 영혼을 향해 수많은 작은 창들이 사방에서 날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것이 언다인의 마법 공격인 것 같았다. 내가 프리스크의 영혼을 더 깊게 느끼자, 내 손에 들고 있던 창이 곧 영혼의 창임을 깨달았다. 그 창으로 사방에서 날아오는 창들을 막아냈다. 솔직히, 영혼을 움직이는 방법만 알면 애들 장난 수준이다.


 "느아아아아아아!! 죽어라, 마지막 영혼!"


 언다인이 수차례 내 몸에 창을 꽂아넣었다. 그럴 때마다 느껴졌다. 수많은 방향에서 몰려오는 창들, 가끔씩은 나를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상한 것들도 있었다. 하지만, 애들 장난 수준이다. 이런 꼬마의 몸이라고 해도, 영혼만 지키면 그만이다. 인간과 괴물의 전쟁에서 괴물이 진 이유를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애초에, 프리스크 같은 어린 애의 몸으로, 나보다 더 뛰어난 괴물의 힘을 '간신히 버텨냈다'라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괴물의 한계를 알 수 있다. 저런 갑옷을 입고 있으며 걸어다는 체구의 괴물의 힘을 간신히 버텨내는 게 어린 아이의 몸으로 애초에 가능할 리가 없다. 그런데 프리스크의 몸으로도 버텨낼 수 있는 정도의 힘이라면, 알만 하다.

 언다인이 내 몸에 수많은 창을 꽂아넣었지만, 아무런 상처도 주지 못 하고 그대로 사라졌다.


 "너는 모두의 꿈과 희망을 가로막고 있어!"


 언다인이 공격을 멈추고 뒤로 물어나며 말했다. 동시에 프리스크의 영혼이 다시 붉게 바뀌는 것이 느껴졌다.


 "인간들의 싸움을 알고 있지. 거대한 검, 거대한 로봇! 알피의 역사책에서 그런 것들을 봤어. 굉장히 멋지다고 생각했어. 하지만, 넌? 넌! 그냥 꼬마 애일 뿐이야! 너가 여기서 파피루스나 샌즈랑 친해져서 달라지는 건 없어! 너가 착한 척해봤자 소용 없다! 우리에게 득이 되는 건 너가 죽는 것이다! 네 존재 자체가 범죄야!"


 말이 좀 심하네. 존재 자체가 범죄라니. 태어나서 미안하다, 이 미친 물고기 새끼야. 안 그래도 내가 왜 태어났는지 고민 많이 했었는데 굳이 너가 또 말해주는구나.

 입 밖으로 내뱉고 싶었지만, 그러다간 프리스크가 단번에 주도권을 다시 잡아버릴 것이다. 이런 말을 하는 건 프리스크가 원하는 게 아니다. 내가 하는 것은 프리스크가 다치지 않게 도와주는 것이지, 내 의견을 말하는 건 선택지에 없다. 나는 프리스크가 하고 싶은 말을 했다.


 "전 싸우고 싶지 않아요, 언다인 씨!"

 "네 존재가 우리의 자유를 가로막고 있다! 하지만, 드디어 우리가 햇빛을 볼 날이 오게 되는 거야!"


 언다인은 듣는 척도 하지 않았다. 대화로 이 상황을 푸는 건 어려워보인다. 하지만, 어떻게 해야할지가 문제였다. 공격도 할 수 없고, 상대방이 대화할 생각도 없다면, 나는 도대체 어떻게 해야할까? 토리엘처럼 중간에 포기할 것 같지도 않았다. 언다인은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 같았다. 언다인이 옆에 있던 눈덮힌 바위를 들어넘겼다. 딱히 날 공격할 생각은 없는 것 같았다. 아니, 저건 왜 뜬금 없이 저러는 거야? 미쳤나?


 "느아아아아! 장난은 끝이다!"


 언다인이 나와 더 멀찍이 떨어지더니, 등 뒤에서 창을 수도 없이 만들어내 나에게 던지기 시작했다. 아무리 그래도 저런 거에 맞긴 싫었다. 나는 옆으로 몸을 던지며 창들을 피했지만, 창은 끝도 없이 계속 날아왔다. 나는 계속 몸을 던지고, 달리고, 한끝 차이로 피했다. 귀 옆으로 창이 스치며 머리 카락이 바람에 휘날렸고, 허리 옆으로 지나치는 창들은 등줄기에 소름이 끼치게 했으며, 다리 옆으로 지나가는 것들은 오금을 저리게 했다. 하지만, 분명히 피했다. 언다인은 날 맞추지 못 했다. 곧, 언다인은 창을 날리길 멈추고, 누군가를 떠올리는 듯, 중얼거리며 땅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그러자, 땅바닥에서 마법의 창이 솟아오르는 기미가 보였다.

 나는 또 몸을 던져 굴렀다. 그냥 달려서 피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했다. 이건 거의 미친 짓이었다. 옆에 있던 해골들마저 자리를 피해 도망칠 정도였다. 언다인은 사정을 봐주지 않고 계속해서 땅에서 창을 솟구치게 했다. 슬슬 언다인이 던지는 창에 맞아죽는 게 아니라, 구르다가 죽을 것 같았다.


 "이런 개…."


 난 아무도 듣지 못 할 만큼의 작은 소리로 욕을 뱉어낼 뻔했다. 언다인은 이 짓을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나는 겨우 자세를 고치고 옆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창을 요리조리 피하다가도, 가끔씩 나를 관통할 때면, 영혼을 향해 쏟아지는 창줄기들을 피해야만 했다. 저 언다인을 어떻게 멈춰야할 지 방도가 생각나지 않았다. 눈밭에서 구르다보니, 손과 귀가 시려오기 시작했다. 추워, 젠장.

 그러나, 그런 추위도 금방 사라졌다. 가슴에서부터 느껴지는 온기가 손끝과 귀까지 감싸안았다.

 이번엔, 프리스크가 날 지켜주고 있다. 보호받는 입장이 된다는 건 역시, 나쁜 기분은 아니다. 나는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언다인에게 외쳤다.


 "이봐요, 언다인!"


 언다인이 고개를 들어 날 쳐다봤다. 그 순간에도 창 공격은 멈추지 않았다.


 "이거 너무 느린데요? 더 빨리 좀 해봐요!"

 "이, 이 꼬마가…, 도발을 해?! 느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화난 초밥 냄새가 안개 속을 휘감았다. 언다인은 멀찍이 떨어져서 창 공격을 해대는 것을 그만두고, 다시 창을 꼬나쥐고 나에게 달려들었다. 성급하게 창을 던지고 휘둘러댔다. 하지만 나는 달려드는 언다인을 비웃듯 옆으로 피했다. 언다인은 자신의 허점을 깨달은 듯, 옆으로 스쳐지나가는 나를 쳐다봤다. 이건 분명히 내가 공격해야하는 순간이었다. 프리스크의 영혼이 붉어졌을 때 창은 사라졌다. 나뭇가지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그렇다고 해서 공격을 못 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프리스크도, 언다인도, 절대로 다치지 않을 것이다.

 언다인은 다시 창을 고쳐쥐었다. 머리에 힘줄이 잡히고 창을 세게 쥔 채로 이빨을 부득부득 거리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언다인의 입꼬리가 비틀리며 올라갔다.


 "너가, 나에게? 자비를 베푼다고? 하!"

 "저는 싸우고 싶지 않아요, 언다인 씨!"

 "그냥 죽어!"


 언다인의 일갈과 동시에 프리스크의 영혼이 다시 초록색으로 물들었다. 언다인이 내게 달려들었다. 좌상단에서 창 하나, 우상단으로 이어지는 창 하나, 머리를 향해 찍어내리듯 들어오는 창 하나, 언다인의 창술에 따라 프리스크의 몸을 움직였다. 이따금 내가 막아내지 못 하고 들어오는 창끝마저도, 영혼의 창 앞에서 별 효과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언다인이 찍어내리는 창술을 계속해서 막아냄에도 불구하고, 나의 팔과 다리에서는 피로감이 느껴지지 않았다. 힘들지 않았다. 역시, 프리스크일 것이다.

 언다인이 공격을 끝내자 뒤로 다시 물러섰다.


 "알피가 말했지, 인간들에게는 의지가 있다고. 그게 무슨 뜻이었는지 잘 알겠어."


 언다인이 등 뒤에서 다시 창을 만들어냈다. 또 창 세례다.


 "하지만, 나도 의지가 있어! 괴물들이 이 지하를 벗어나고자, 한 마음으로 고동치는 의지가 느껴져! 난 그 의지로!"


 언다인이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창을 만들어냈다. 저 창으로 스노우딘의 숲을 하나 더 만들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너의 영혼을 취하겠다!"


 솔직히 저건 멋있긴 한데, 그 멋진 행동이 하필 프리스크를 죽이는 거냐? 이런 젠장 배배 꼬인 자식들. 한 마음으로 고동치는 개자식들같으니라고.

 언다인이 창을 날리기 시작했다. 수많은 창들이 나 옆을 스쳐갔다. 내 다리 사이, 머리 위, 팔 아래, 가끔씩은 그냥 내 가슴을 관통했다. 그럴 때마다 영혼을 향해 쏟아지는 창줄기들을 피하다보면, 슬슬 내가 뭘 피하는 건지 감이 안 잡히기 시작한다. 이런 와중에도 나는 옆을 살펴봤다. 파피루스가 손으로 눈을 가리고 '오 안돼!'라고 소리치고 있었다. 옆에 있던 샌즈는 바닥에 있던 눈을 모아서 눈공을 만들고 있었다. 샌즈는 뭐하는 거야?

 나는 몸을 던져서 창 세례를 한 번 더 피하고 샌즈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샌즈는 자기가 만든 눈덩이를 혼자서 던지고 잡으며 하는 짓을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나를 쳐다봤다. 그 순간, 내 머리에 스쳐가는 생각이 있었다. 공격하지 않으면서 공격하는 방법이었다. 그 순간, 언다인이 창을 던지길 멈추고 다시 주먹으로 땅을 내리쳤다. 언다인의 시선은 살짝 아래를 향하고 있었다. 지금이 기회다 싶었다. 나는 달려가면서 한 손에 땅바닥에 있던 눈을 잡았고, 그것을 뭉쳤다. 나는 달려가면서 기회를 엿봤다. 창이 한 번, 두 번, 세 번 솟구쳤다. 지금이다. 나는 손에 들고 있던 눈뭉치를 언다인을 향해 던졌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언다인의 머리에서 그 눈뭉치가 부서졌다.


 "이…."


 언다인이 창 공격을 멈추고 날 바라봤다. 아까보다 더 한층 화난 표정이었다. 언다인은 일어나서 한층 더욱 화난 표정으로, 아니 이제 뭐라고 표현해야할지도 모르겠다, 자신의 목을 긋는 시늉을 했다. 저건 자살하고 싶다는 뜻이 분명했다. 절대로 프리스크를 죽여버리겠다는 동작이 아니라고 믿고 싶었다.


 "이 망할 꼬마! 제발 죽어!"


 나는 손에 눈을 한 움큼 더 잡았다. 언다인이 나에게 달려오자, 그 눈뭉치를 한 번 더 던졌다. 언다인은 머리에 눈뭉치를 맞았지만, 피할 생각 자체가 없어보였다. 프리스크의 영혼이 초록색으로 물들기 전에 한 번 더 눈을 집었다. 달려오는 언다인의 미간의 정통으로 눈을 던진다. 언다인이 달려오는 것을 멈췄다. 자신의 눈을 부여잡고 눈을 털어내고 있었다.


 "느아아아아아아!!"


 그 와중에 나는 한 번 더 눈을 집었다. 심장이 꿰뚫려 죽는 것보단 덜 고통스러울 거다, 이 미친 물고기 새끼야. 

 

 "차갑다고!"


 차가운 건, 죽는 것보다 낫다. 이것도 나름 자비를 베푸는 거였다. 내가 눈을 또 집으려 했지만, 내 손, 아니, 프리스크의 손이 움직이길 거부했다. 더 이상 눈싸움으로 언다인을 짜증나게 하지 말라는 프리스크의 의지인 것 같았다. 나름의 공격수단이 생긴 것 같아서 좋았지만, 프리스크가 하길 원하지 않는다면 따라야 했다. 이 전투를 영원히 할 수는 없었다. 언다인은 끊임없이 날 공격할 것이고, 나는 끊임없이 피할 것이다. 어느 쪽이 불리한지 생각해보면 당연히 내가 불리했다. 언젠가 언다인은 이길 것이었다. 이 전투를 끝낼 방법을 생각해내야만 했다. 단순히 공격하지 않는 것으로 언다인의 마음을 돌리는 것은 불가능했다. 언다인이 나를 공격을 멈추는 일은, 자신이 패배했다고 느끼는 순간밖에 없을 것이었다. 단순히 공격하지 않는 것만으로는 그런 상황을 만들 수도 없었다.

 문제는 어느 방면으로 생각해도 그런 상황을 만들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어떻게 해야할 지 난감했다. 평생동안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지도 모르겠다. 옆에 있던 해골들이 도와주길 바라는 것도 무리였다. 파피루스는 아예 그럴 수가 없어보였고, 샌즈를 개입시키면 샌즈의 입장이 곤란해진다. 이건 내가 알아서 해야하는 문제인 것이다.


 "언제까지 도망만 치며 그 따위 수작을 부릴 수 있는지 보자고!"


 언다인이 다시 등 뒤에서 창을 만들어냈다. 또 엄청난 양이었다. 창이 공기를 가르며 내는 소리가 날카로워서 고막을 찢을 듯 했지만, 나는 다시 그걸 피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뒤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렸다.


 "요, 요! 언다인 님! 제가 도와드릴 게요!"


 창은 계속 해서 날아오고 있었고, 나는 뒤를 돌아볼 틈이 없었다. 언다인을 도와주겠다는 앳된 어린 아이의 목소리였다. 타박타박 불안정한 달음질 소리가 들렸다. 그런데, 언다인의 표정이 경악으로 바뀌었고, 동시에 엄청나게 큰 목소리로 외쳤다.


 "오지 마! 안 돼!"


 나는 뒤를 돌아볼 수 없었다. 하지만, 뒤에서 뭔가 이상한 놈이 오고 있고, 그걸 보고 언다인이 놀란 것이리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나는 그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나는 눈 앞의 창을 피해야 했다. 그 순간, 내 몸이 반사적으로 뒤를 돌아보았고, 날아가는 창을 향해 몸을 던졌다. 뒤에는 팔이 없는 노란색 공룡 괴물이 놀란 표정으로 서 있었고, 그 괴물은 날아오는 창 앞에서 아무런 미동조차 하지 못 하고 가만히 서 있었다. 나는, 아니, 너는 그 창을 향해 몸을 던졌다.

 너는 노란 괴물을 지키기 위해 창을 대신 맞았다. 창을 피할 순 없었다. 네 영혼을 향하는 창마저도 피하지 못 했다. 너의 등허리에 창이 박혔다가 사라졌다. 안 돼, 프리스크! 뭐 하는 짓이야? 차라리 내가 창을 대신 맞게 했어야지!

 하지만, 너는 쓰러진 채로 고개를 들어 노란 괴물에게 말했다.


 "괜, 괜찮아요?"

 "지, 지금 나를 지켜준 거야…? 언다인 님이 너 같은 애를 싸울 리가…."


 너의 의식이 점점 흐려졌다. 저번만큼 고통스럽진 않았지만, 그래도 버티기는 힘들었다. 이 정도로 목숨을 잃진 않을 테지만, 그래도 너에게는 겪고 싶지 않은 고통이었다. 너는 착하다고 표현하기엔 이상했다. 너는 자비로웠다. 왜, 굳이 그 상황에서 뜬금없이 난입한 괴물 하나를 구하려고 몸을 날리는 거야?

 멀어져가는 의식 속에서, 너에게 다가오는 갑옷의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철컹 거리는 소리가 너의 귓가에 더욱 가까이 다가왔지만, 의식은 멀어졌다. 멀찍이 떨어진 곳에서 해골들이 달려오는 소리도 들렸다. 언다인이 작게 말하는 것이 들렸다.


 "이런 젠장…."


 너의 의식이 끊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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