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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갤문학] 파피루스가 실종되는 글

생활과윤리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6.05.09 00:2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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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U라 하긴 미묘해서 AU는 안 붙였는데 언텔샌과 머샌의 그 중간 어딘가에서 아직 언텔샌에 가까울 때임








 내가 그들을 죽이기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후의 일이었다. 스노우딘, 나와 네가 자리잡았던 그 마을, 그 마을의 주민들—적어도 날 갑작스레 탄막으로 공격할 정도의 싸울 의지가 있고 목숨이 아깝지 않았을—중 대부분은 내 EXP가 되어 나의 LV를 올리는 데에 한 목숨 아깝지 않게 나의 거름이 되어주었고, 그럼에도 아직 몇몇은 대피도 가지 못한 채 무기력하게 살고 있었다. 어차피 지하에서 이렇게 썩다 죽는 것 어찌 죽든 상관은 없을 거란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래, 나도 이해한다. 나도 사실 어찌 죽든 그리 상관은 없다. 모든 사실을 알고 나니 더욱 그랬다. 무슨 짓을 해도 이곳으로 눈치도 못 채고 다시 끌려올 걸, 뭐하러 매사에 최선을 다하냔 말인가. 그건 바보들이나 할 수 있는 일이었다. 


 너는 내가 네 친구들, 그리고 동시에 내 친구들, 한때 너와 즐거이 이야기하고 네게 호의를 배풀던 그들을 죽이고 있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는 사실 낌새조차 알 수 없었다. 너는 날로 같았다. 마을 사람들이 하나 둘씩 없어져 간다는 것을 너는 아마 알고 있었을테고, 다만 그것이 어느 작자의 소행인지는 알 수 없었을 거다. 그것은 네가 좀 더 침울하고 조용하게 만드는 것에 영향을 끼쳤지만 단지 그것뿐이었고, 넌 언제나 너였다. 너는 아직도 스파게티를 못했고, 아직도 인간을 찾는 순찰을 돌았으며, 퍼즐의 함정을 고쳐놓지 않는 나에게 펄펄 뛰며 화를 냈다. 그리고 넌 아직 내게 좋은 동생이었다, 그건 자명했다. 


 그러던 어느날이었다. 평소와 같은 날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너는, 내가 할로윈데이에 선물해준 그 바보같은 전투복과 붉은 스카프를 맸다. 사실 넌 그걸 매일 입었다. 너는 늘 그걸 입었을 때 기뻐 보였는데, 자신감이 넘쳐 보였는데, 그날따라 넌 유난히 맥이 빠져 서글픈 모양새였다. 나는 후드에 먼지를 가득 묻힌 채 그런 너를 걱정했다. 살인자의 걱정이라, 너는 아마 내게 나 역시도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 말했겠지만. 어쨌든 더러운 살인마는 역겹게도 널 걱정하고 있었다. 


 너는 네 방 안에 잘 숨겨 두었던 꼬깃꼬깃한 지폐─아마 지상에 나가면 스포츠카를 한 대 더 사겠다고 쟁여두던 돈이었을 거다─를 챙겨 지갑에 넣었고, 튼튼하게 스카프를 정비했다. 너는 그대로 집 밖으로 나가려다, 뒤돌아 나를 보았다. 나는 후드를 뒤집어 쓴 채 2층 난간에 서서는 현관문을 반 쯤 연 너를 바라보고 있었다. 너는 나를 바라보았다. 넌 내 눈을 똑바로 보고는, 그리고 한 번 시선을 내리고는, 그래서 결국 나와 눈을 마주치지 못한 채 말했다. 샌즈 형, 나 우유 좀 사러 갈게. 


 대답을 어떻게 했는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응, 그래. 라든지, 잘 다녀와, 라든지, 혹은 말을 입 밖에 내지 않고 그저 손을 흔들었을 수도 있겠지. 무엇이 어찌되었든 그리 특별한 언어나 행위는 아니었다. 무척이나 일상적인 언어와 행동, 딱히 기억할 가치조차 두지 않는 것들이었을 터. 딸칵 소리를 내며 문은 닫혔다. 사실 네가 우유를 사러 돈을 챙길 필요는 없었다, 그 토끼 가족은 사흘 전에 이사를 갔다. 물건 따위는 원하는 것을 그냥 집어올 수 있었으나 너는 마지막 남은 양심을 지키겠다는 듯 꿋꿋이 돈을 챙겼다. 그렇게 네가 갔다. 


 그렇게 나간 너는 한참이나 돌아오지를 않았다. 1시간, 2시간, 6시간, 12시간, 난 널 기다렸다. 넌 통체 문을 열고 들어올 생각을 하지 않았고, 나는 널 하염없이 기다린다. 차마 문을 열고 나가 찾아볼 생각은 할 수도 없었다, 그러면 문을 열고 멀쩡한 모습으로 들어오는 너를, 손에 우유를 사들고 돌아온 너를, 그리고 오늘 저녁이라며 스파게티 재료도 같이 사버린 널 볼 수 없을 것만 같아, 그것이 난 두려웠다. 손이 덜덜 떨리고 스푼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나는, 나는 여전히 소파에 앉아 열리지 않는 문만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가 사흘 밤을 꼬박 새 나흘의 동녘이 찾아왔을 때, 나는 생각했다. 혹시 네가 인간의 손에 목숨을 잃은 건 아닐까. 가능한 가설이었다. 아니, 현재 상황에서는 가장 가능성 있는 추측이었다. 인간이 스노우딘을 떠난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않았더라면 말이다. 제 뜻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고 마음대로 이 시간선을 되돌려버리는, 단지 결과만을 보아 만족을 모르는 그 아이가 다시 왔던 길을 역행해 이 작고 보잘것 없는 마을로 올 일은 없었다. 


 아니면 혹시 네가 인간을 보겠다고 워터폴이나 핫랜드로 향했다가, 인간의 손에…… 끔찍한 예상들이 뇌내를 뒤엎었으나 나는 냉정하게 판단한다. 틀에 박힌 시간선에서 새로운 일은 생기지 않는다. 그 인간에게는 몇십 번이나 지겹게 반복되었을 이 거푸집 안에서 네가 그곳을 갔을 리 없다, 아니, 그렇게 생각하자면 나부터 이미 예외적인 존재였다. 내가 그러한데 네가 그럴 수도 있지 않는가. 아니, 넌 그럴 수 없다. 너는 그렇게 되면 안 된다. 너는, 너만은……. 나는 다시 내가 네 형이라는 사실을 저주했고, 자책했다. 자가당착적 발상에 나는 고립되어 무원하다. 


 아무리 고민해도 명확히 내 자신을 설득할 만한 답은 나오지 않는 것이 사실이었다. 나는 불필요할 정도로 의심이 많은 나약한 존재였으며, 그런 의심을 모른 체하고 나 하나조차도 합리화할 수 없을 정도로 멍청하고 무능력했다. 울 수도 없이 바짝 마른 채 네가 쓴 메모지와 편지를, 네가 좋아하던 스포츠카가 나오는 인간들의 잡지를 읽는다. 내 방에 있는 그 모든 것들이 어쩜 그리 하나같이 네 기억을 상기시키는 것들 밖에는 없는지. 사방을 바라보아도 난 널, 너를, 내 동생을 떠올릴 수 밖에는 없다, 시선을 둘 곳이 없었다.


 나흘만에 방 밖으로 나갔을 때 집안 구석구석엔 익숙한 먼지들이 쌓여 있었다. 나는 잠시 멈칫했고, 곧 매일 아침저녁으로 청소를 하던 네 부재를 깨달았다. 난간을 손가락 뼈로 쓸자 회색 먼지가 손끝에 묻어 날렸다. 너는 어디로 갔을까. 어디선가 이런 먼지로 화하여 내가 보지 못할 곳에 흐트러져 있는 것은 아닐까. 침울함을 깊게 파고들어 통증을 느낄 수 없을 정도까지 나는 아팠고, 그만큼 모든 것에 무감각하고 담담했다. 무뎌진 감정의 흔들림이라고는 찾을 수 없을. 수면 위 동심원은 잠시 흐트러지다가도 그 형체를 잃고 소멸한다. 본디 경멸스럽게도 살아 있는 것들이란 끔찍한 감정의 소용돌이 가운데에서도 본능적인 감각을 찾아 헤매는 존재였기 때문에, 나는 부엌으로 내려가 무언가 먹을 것이라도 뒤져보려 했다.


 그러다 난 냉장고 안에 가득 쌓여 있는 스파게티 재료들과, 계란 판들, 시금치, 설탕, 그 외의 식재료들을 보게 되었다. 나는 둔한 머리로 곧 그것이 나흘 전까지만 해도 이 크고 썰렁한 냉장고 안에 없었던 것들이란 것을 깨닫는다. 내가 모르는 사이 네가 왔던가. 그렇다면 난 드디어 미쳐버린 것일 터였다. 학수고대하던 순간이었음은 자명했으나, 이 정도 시간으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무언가 다른 증거가 있을 것이 분명하겠지. 이것만을 남기고 사라진 실종자라면, 그것이야말로 미스테리함의 끝이었을 것이다. 나는 늘 미스테리한 것이 싫었다. 결과, 난 이전부터 지금까지 늘 결과를 원했다. 나는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으로 네 흔적을 찾아 방황한다. 그리고, 난 네가 늘 빨래통에 붙여두던, 노란색 포스트잇을 하나 발견한다.


 네 성격은 지극히도 꼼꼼하고 철저했으나, 일체 쓸모없는 것에 대해서만 영민했던 내 머리와는 반대로 네 글씨는 삐뚤빼뚤 개발괴발 마치 5살짜리 어린 괴물이 쓴 것과도 같았다. 그리고 이건 마치 글씨를 잘 쓰려고 최대한의 노력을 가했던 5살짜리 어린 괴물의 글씨와 흡사했다. 샌즈 형에게. 네 메모지로 추정되는 종이는─아니, 사실 읽기도 전에 네 메모지라고 믿고 싶지도 않았으나─ 그렇게 서두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뒤로 이어지는 것들은 문장도 아니었다. 단지 넌 서투른 글씨로, 마치 이런 것을 처음 써보는 자와 같이, 네가 만들던 스파게티의 조리법을 쓰고 있었다. 토마토 소스: 팬을 가득 채울 수 있을 만큼, 스파게티 면: 찬장에 있음, 12분 동안 삶기, ……. 키슈 만드는 법: 준비물 - 시금치, 계란, 토마토, ……. 나는 읽다가 포기하기를 몇 번 반복했고, 곧 다시 시선을 올리려다 바닥으로 떨구기를 수십 번이나 연속했다. ※ 형이 만드는 계란이 없고 엄청 단 키슈는 어떻게 만드는지 모르므로 적지 않음. 형이 알 거라 믿는다. 나는, 네게 그것이 파이라는 음식이라고, 화목한 가족들은 보통 그것을 먹는다고 들었다고, 단 한 번도 너에게 말한 적이 없었다.


 메모지는 그렇게 끝났고, 뒷장으로 글씨가 이어졌다. 펜에 힘을 잔뜩 줬던 건지 앞장까지 글자가 뚫고 나올 듯 해 모를 수가 없었다. 형, 나는 여전히 형이 좋은 사람이라고 믿고 있어! 나는 계속 읽는다. 형은 좀 더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거야! 아냐, 내 동생. 나는 이제 그럴 수 없어. 형이 그렇게 생각하지 않더라도 말이지! 아냐, 난 그럴 수 없어, 난,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고……. 그렇지도 않아. 시야가 흐릿하게 뭉개진다. 나는 차라리 이것이 집 안에 안개가 끼고, 유령이 들어왔다는 초현실적인 이야기라도 맹목적으로 믿고만 싶었다. 내가 보증할게. 나는, 파피루스, 나는……. 아냐, 제발. 믿지 마. 아무것도 믿지 마. 나는 네가 믿을만한 사람이, 네가 형이라고 부를만한 사람이 될 수 없어. 그럼 그때 다시 돌아올게. 너는 이 부분에는 아주 세게, 메모지의 앞면이 너덜너덜해질 정도로 펜으로 지운 흔적을 남겼다. 나는, 가만히 서서 네가 나에게 마지막으로 한 말을 떠올려낸다.



 '샌즈 형, 나 우유 좀 사러 갈게.' 



 ……생각해보니, 넌 우유를 사러 간다고만 했지 사오겠다고는 하지 않았다. 


 텅 빈 부엌에서 나는 쭈그려 앉아 계속 울었다.













=========================================================


사실 마지막에서 세 번째랑 두 번째 줄만 생각하고 오 이거 괜찮네 싶은 상태에서 나머지를 썼음

파피가 샌즈 몰살하고 있는 거 알고 자기가 다른 괴물들 다 대피시키고 샌즈에게서 빠져나오는 게 보고 싶었다

생각한 것보단 못 나온 듯 내가 그렇지 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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