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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편
쿠당탕! 둔탁한 무언가가 바닥에 무너지는 소리가 집안에 울렸다. 2층에서 자고 있던 파피루스는 화들짝 놀라 근처에 있던 뼈다귀를 집어 들고 거의 밀치듯이 방문을 열고 계단 아래로 내려가며 소리쳤다.
“녜 헤 헤! 이 도둑 녀석, 이 위대한 파피루스 님의 집에 숨어들다니! 이 파피루스 님께서…뭐야. 왜 그래, 샌즈?”
다급하게 뛰쳐 내려온 파피루스가 본 것은 파란 후드티를 앞으로 덮고 바닥에 굴러 떨어진 샌즈의 모습이었다. 샌즈는 귀신이라도 본 것 마냥 눈을 동그랗게 뜨고 파피루스를 올려보았지만,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에 파피루스 쪽으로 손을 휘적이며 말했다.
“이런. 파피루스, 소파에서 떨어진 해골을 ‘본’적 있어?”
“샌즈!!!”
잠옷 대신 평소에 입던 ‘전투 육체’ 그대로에 머리에 팬티를 뒤집어 쓴 파피루스가 화난 듯이 소리쳤다. 샌즈는 잠깐 움찔했지만, 평소와 같은 웃음을 지으며 자리를 툭툭 털고 일어났다.
“잠버릇이 안 좋아서 말이야. 다음부턴 내 방에서 자야겠는걸.”
“…….”
파피루스는 탐탁지 않다는 듯이 손으로 턱을 짚었지만, 샌즈의 평소와 같은 태도에 별 상관하지 않으며 어깨를 으쓱하곤 다시 2층으로 올라가 방문을 닫았다. 뒤에서 그 모습은 잠깐 쳐다보던 샌즈는 파피루스를 따라하려는 듯 어깨를 으쓱하고 소파에 털썩 주저앉았다.
“……헤. 그 꿈은 뭐지?”
샌즈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 넣으며 혼자 중얼거렸다. 샌즈가 굴러 떨어진 이유는 단순한 잠버릇이 아닌, 악몽을 꿨기 때문이다.
“………..”
처음엔 너무도 생생해서 꿈인지 아닌지조차 구별되지 않았다. 꿈 속에서 샌즈는, 스노우딘 나무 사이에 숨어 있었다. 그리고 그는, 줄무늬 옷을 입은 인간을 보았다. 그 인간은 일말의 감정도 표현하지 않는 무표정한 얼굴로 두 팔을 벌리고 웃어 보이는 파피루스에게 다가갔다.
파피루스는 굉장히 뿌듯한 표정으로 서 있었다. 꿈 속에서 그는, 아마 파피루스가 인간을 찾은 기쁨에 취했다고 생각하며 덩달아 푸근한 표정으로 둘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인간이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갈수록 심장을 짓누르는 무거운 감각이 샌즈를 덮쳤다. 그리고 그 감각은 이내 현실이 되었다. 인간의 등에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을 보았다고 생각한 찰나, 인간은 빠르게 튀어나가 파피루스를 칼로 베어버린 것이다. 칼. 그것은 진짜 칼마저 아니었다. 멀리서 보는 한 그것은 아이들이 쓸 법한 장난감 칼이었다. 하지만, 그 칼은 전설에 나올 법 한 용사의 칼인 마냥 너무도 가볍고 무참하게 파피루스를 베어버렸다.
촤악! 칼이 뼈를 가르는 소리가 스노우딘 근처에서 잔인하게 울려 퍼졌다. 파피루스의 당황하는 얼굴이 시간이 멈춘 듯 이상하게도 느리고, 오랫동안 보였다. 샌즈는 당황하여 절망스럽게 소리쳤지만 목소리가 나오기는 커녕 몸이 움직여지지도 않았다.
툭.
샌즈의 무언가와 함께 파피루스의 머리가 눈밭에 떨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피루스는 인간에게 무언가 말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들은 채도 하지 않고 이상한 먼지 같은 것이 묻은 칼을 툭툭 털더니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다음 순간, 파피루스의 머리와 몸은 가루가 되어 스노우딘의 눈 사이로 흩날려 사라졌다.
샌즈는 영혼이 찢어지며 울부짖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당장이라도 저 곳으로 뛰쳐나가 인간을 갈기갈기 찢어 놓고 싶었다. 하지만 몸은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속으로 벌써 수백, 수천번도 되뇌었다. 이건 그냥 악몽일 뿐이야. 파피루스가 죽을 리가 없잖아. 인간이 떨어질 리가 없잖아. 설사 떨어졌다고 해도, 이런 일이 벌어질 리가 없잖아. 내 몸이 움직이지 않을 리가 없잖아.
거기까지 생각했을 때, 샌즈의 눈을 타고 흐를 리 없는 눈물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그 눈물은, 붉은 색이었다.
이것까지가 샌즈가 꾼 꿈이었다. 그 꿈의 내용이 떠오르자, 샌즈는 다시 불쾌한 듯이 눈을 찌푸리며 2층을 올려다 보았다. 다행히도 그것은 꿈에 불과했다.
꿈에 불과했을까?
불현듯 그런 생각이 샌즈의 가슴을 스쳐 지나갔다. 전에도 종종 이런 일이 있었다. 시공간을 다루는 능력이 생기고 난 후부터 가끔씩, ‘예지몽’을 꿨을 때가. 하지만 애써 그런 생각을 지워버렸다. 단순히 최근에 지쳐서 그랬을 뿐이라고. 그냥 힘든 몸이 주인을 놀리려고 이런 꿈을 꾸게 한 것일 거라고.
샌즈는 그렇게 생각을 넘겨버리고, 케첩이라도 마시고 다시 방에 가서 잠을 자야겠다는 생각으로 부엌 냉장고로 가 문을 열었다. 하지만, 열면서 이틀 전 일이 생각났다.
‘이런. 파피루스가 스파게티 소스를 만든다고 케첩을 다 썻던가. 사둔다는 걸 깜빡 했군.’
하지만, 샌즈의 생각과는 다르게 냉장고엔 반쯤 남아있는 케첩이 놓여 있었다. 샌즈는 의문을 가졌다.
‘왜 케첩이 남아있지? 분명 다 썻을텐데. 흠, 내 기억이 잘못된 건가.”
샌즈는 냉장고의 다 먹은 감자칩 봉투를 꺼내 쓰레기통에 버리며 케첩을 같이 꺼내 의자에 앉았다.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잠깐. 냉장고에, 감자칩 봉투? 아니야. 그럴 리가.’
샌즈는 다시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의 문을 거칠게 열었다. 안에 들어있는 것들이 요란하게 흔들리는 소리가 들렸지만 무시하고 내용물을 살펴보았다.
틀림없다. 자신이 어제 버렸을 것이 분명한 감자칩 봉투와 빈 스파게티 접시가 보였다. 이 케첩 역시 이틀 전에 파피루스가 소스를 만든 후에 다 써버린 것이다. 그리고 당장 어제까지만 해도 케첩이 없었는데, 설사 어제 파피루스가 사놨다고 해도 벌써 반이나 없어졌다는 것은 말이 안되기 때문이다.
샌즈는 다급하게 자신의 방으로 향하는 ‘지름길’을 통해 들어가, 책상에 던져놓은 물건들을 보았다.
“……헤. 이거 정말 골때리는 걸?“
불길한 예감이 적중하고 말았다.
‘어제’ 사놨던 파이가 없었다.
몰살 곧 나올걸요
짤은 갤럼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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