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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찬가를 표방한 개소리 中

123(220.77) 2018.10.21 14:3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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짐승


  인간이 짐승이 됐다면 이는 퇴화인가, 아니면 진화인가. 이따위를 일주일간 생각했다. 거울에 비친 모습은 도저히 사람이라고 할 수 없다. 나는 짐승이 되었다. 퇴화했다고 하기에는 오감이 지나치게 예민하다. 쓰레기봉투를 배회하는 초파리 무리가 뚜렷이 보이고, 옷장 뒤 바퀴벌레가 알 까는 소리 또한 선명했으며, 사방에서 진동하는 썩은 내가 코를 자극한다. 무엇보다 예민한 감각은 촉각이었다. 피부에 먼지만 닿아도 거대한 압력에 짓눌리는 느낌이 든다. 하지만 몸은 가볍다. 그렇다면 진화일지도 모른다.

  정확하게 일주일이었다. 일수로 세자면 7일, 시간으로 따지면 168시간. 분으로 보자면 10,080분. 초를 들먹인다면 604,800초였다. 쓸모없는 부분조차도 순식간에 계산되었다. 어찌되든 좋을 일주일간의 사색이 끝났다. 어떤 냄새를 맡게 되었다.

  역겨우며 구토가 일고 온몸이 전기충격을 받은 듯 뻣뻣해진 채 본능이 아우성쳤다. 냄새를 찾아. 냄새를 쫓아. 냄새를 따라가. 냄새를 발견해. 냄새를 죽여. 짐승이 된 이유를 강제로 납득시키려는 본능의 이름은 ‘폭력성’이었다. 밑바닥에 내재되었던 폭력성이 스멀스멀 기어 올라온다. 어쩌면 진즉에 그래야했나. 너무 오랜 시간 억눌렀는지도 모른다. 사장에게 쓰기 좋지만 아무래도 좋을 취급을 받았을 때. 선임이 개인화기 개머리판을 내던졌을 때. 가족에게 버림받았을 때 터뜨려야 했다. 그러지 못했기에 짐승이 되었다. 그러는 편이 내게 더 어울렸다. 어떻게 되든 짐승이 되었을 운명이다. 그렇지 않았다면 변신에 이토록 감명 받지 않았을 테니.

  본능에 따르기로 했다. 인간이 짐승과 유일하게 다른 점은 생각할 줄 안다는 것이다. 어느 서적에서 본 문장이다. 제목이 뭐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럼에도 이 문장을 기억함은 문장 자체가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이를 마지막으로 생각을 그만두었다. 짐승은 본능에 충실하다. 생각은 사치다.

폭력성이 이끄는 방향은 사냥이다. 짐승은 입맛을 다신다.


사냥감


  남자의 호흡은 거칠었다. 남자는 한계가지 숨을 몰아쉬며 두 다리로 지면을 박찼다. 바짝 따라붙은 짐승에게서 지친 기색을 찾아볼 수 없다.

  씨발. 남자는 영문도 모르고 쫓기고 있었다. 고된 노가다가 끝나고 단골집에 들러 두부조림에 소주 한 병을 곁들여 먹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었다. 갑작스레 골목의 어두운 한복판에서 튀어나온 짐승은 인간과 비슷했다. 의미를 알 수 없는 말만 해대는 짐승에게 두려움을 느낀 남자는 재빨리 벗어나려 했지만 짐승의 추적이 한 발 빨랐다.

  야 이 개새끼야! 이유나 좀 알자! 한밤중에 지랄이야 씨발! 가뜩이나 혼란스러운 머릿속은 단조로운 욕설들로 채워졌다. 남자는 숨기지 않고 고래고래 내질렀다. 남자는 내심 외침을 듣고 누군가가 도움을 주었으면 했다. 하지만 현재 처한 상황과 남자가 있는 장소는 그를 원천봉쇄했다. 인적이 없기로 소문난 거리는 심야가 되면 벌레 한 마리도 얼쩡거리지 않는다. 짐승은 갓 태어났다고 말하기에는 모든 부분에서 능숙했다. 어떤 시간대에,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해야 완벽히 사냥감을 물어뜯을지 본능이 답을 내려주었다. 본능에게 적극적인 어드바이스를 받는 짐승에게 남자의 외침은 모기가 앵앵거리는 소리보다 하잘 것 없었다.

  남자에게 있어서 짐승은 미지의 생물이었다. 40년간 살아오면서 처음 본 기이한 생물. 분명 외관은 인간과 비슷하나, 행동과 생김새는 짐승에 가깝다. 공사판을 전전하며 살아온 남자의 어설픈 지식은 짐승을 정의하기에 적절하지 않았다. 남자는 20년 동안 배워온 노하우로 끈덕지게 욕설을 뱉어댔다. 짐승에게서 오래 도망친 것도 그 때문이었다. 다만 점점 한계가 다가오고 있었다.

  거리는 길다. 아무리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지만 남자의 끝은 보인다. 남자는 두려웠다. 왜 쫓기는지 모르기에. 정체를 모르기에. 똑같이 달렸는데 짐승의 숨소리가 평안했기에. 막연했던 죽음을 마주하게 되었기에. 마침내 온몸에서 힘이 빠졌다.

  씨발 안 해. 안한다고. 짐승은 도주를 포기한 사냥감에게 느긋하게 접근했다. 짐승의 숨소리가 가까울수록 고역이었다. 흐트러지지 않은 숨소리가 끔찍했다. 얼굴에 닿는 콧김이 소름끼쳤다. 눈매가 더럽다고 주변에서 한껏 지랄이란 지랄을 받아온 남자였다. 눈에 힘을 팍 줘보지만 헛수고다. 짐승 입장에서는 발악 축에도 끼지 못하는 안쓰러운 행위다.

  그만해. 그만해주세요. 어? 씨발새끼야! 뭔진 몰라도 그만하라고! 소용없다는 것을 깨달은 남자는 즉각 고개를 숙였다. 제 삼자가 본다면 측은하기까지 한 비굴함이었다. 짐승은 생각하지 않는다. 남자의 행동이 무엇을 뜻하는지. 그 행동이 인간의 사회에서 어떠한 의미로 통용되는지 알 리가 없다.

짐승은 본능에 따라 남자에게 얼굴을 들이밀었다. 악! 좆같이도 생겼네 씨발! 남자는 가까이서 본 짐승의 몰골에 기겁했다. 어렴풋하던 이미지가 한데로 모이니 경악스럽기 그지없었다. 남자는 그때서야 자신을 쫓아다니던 것에 대한 정체를 정의했다.

  왜. 남자의 입이 뻐끔뻐끔 열렸다. 나한테 왜 그래? 남자는 두려움에 기인한 한심한 목소리를 정성들여 내뱉었다. 그 순간 벽돌에 찍힌 듯한 강렬한 고통이 엄습한다. 여기 있는 모두에게 평등한 고통이 주어졌다. 남자는 신음했고 짐승은 포효했다. 서서히 고통은 잦아든다.

 

 이제 우리는 남자의 단면을 볼 수 있다.


  죄송해요, 아악! 죄송해요. 잘못했어요. 살려줘요. 아빠. 네? 소년은 비굴하게 기었다. 무릎을 꿇고 양손 양발을 싹싹 빌었다. 술 냄새가 절은 일 평 남짓한 좁은 방에서 애처로운 비명이 터졌다. 소년은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온갖 노폐물을 배출해대며 울부짖었다. 제 잘못이 아니에요. 알잖아요. 저는 아빠 말 잘 들어요. 그만해주세요. 제발. 소년은 차마 얼굴을 들지 못하고 바닥에 찧었다. 삼전도의 굴욕을 연상케 하는 처참함이었다. 이마에서 피가 터져 나와도 소년은 개의치 않았다. 소년은 이미 아득한 통각에서 해방된 상태였다. 아니, 사실상 자신을 옭아매는 모든 속박이 방금 사라졌다.

  아빠? 더 이상 껄떡이는 숨소리가 들리지 않았다. 두 눈이 커졌다. 아빠? 꿈틀거리던 손발이 멎었다. 몸이 떨렸다. 아빠. 항상 귓가에 메아리치던 호통이 멈췄다. 웃었다. 울었다. 격노했다. 환희했다. 만감이 뒤섞이고 교차하며 소년을 미지의 쾌락으로 내몰았다.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의지를 가져서, 처음으로 행동하고, 처음으로 성공했다. 소년은 13년의 족적을 걸쳐서 드디어 자아를 확립했다. 빠르다면 빠르되, 늦다면 한없이 늦은 자아성찰이었다. 한 번 비뚤어진 삶이 더 비뚤어진다고 하여도, 그 끝이 나락임은 변함없다. 그러니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너무나도 급격한 성장 탓에 반편이가 되어버린 것이다. 어떤 일이든 간에 반편이로서는 완벽한 일처리를 하지 못한다. 그것이 반편이가 가진 숙명이다.

  저기요? 왜 이러세요. 이거 놔요. 놓으라고요. 놓으라니까! 처음. 으레 그렇듯 처음이 힘들 뿐이다. 그 단계를 지나면 사람은 놀라울 만큼 익숙해지고 무덤덤해지게 된다. 반편이 또한 그랬다. 놔! 놓으라고! 누구 없어요? 도와줘요! 반편이는 입을 틀어막았다. 반편이라고 한들, 짐승의 문턱에 발을 걸친 완력은 감당하기 힘들었다. 수없이 취업경쟁에서 나가떨어지고 마침내 약소한 기업에 입사통보를 받은 여성은 울먹이며 반편이의 처음을 강제로 받았다. 그리고 죽었다. 굴러 떨어진 여성의 얼굴. 한계까지 뜬 억울한 눈동자가 피눈물을 흘렸다. 반편이는 눈동자까지 남김없이 파먹었다.

  열두 명. 반편이가 흔적을 들켜 잡힐 때까지 희생당한 사냥감의 수. 하나같이 제대로 된 시신이 없었다. 흔적을 들킨 것도, 뒤처리를 하지 못한 것도, 소년이 반편이어서였다. 먼저 반편이를 체포한 형사가 놀랐다. 다음으로는 취조하던 반장이 경악했고, 재판관이 아연실색했으며 국민이 질겁했다. 장기 소년원 송치 5년. 재판 결과에 온 국민이 한 마음으로 병신 같은 사법부를 욕했다. 사법부는 자기들끼리 머저리 같은 법을 욕했다.

  반편이는 오년 간 소년원에서 썩었다. 그 기간 동안 문턱까지 들인 발조차 내뺀 그는 반편이조차 아니게 되었다. 수없이 많은 밑바닥 인생 중 한 인생을 담당하게 되었다. 으레 그렇듯 반편이의 흔한 말로였다. 소년은 그 후로 공사판을 전전했다. 그것 말고는 소년이 먹고 살 길이 없었다.


 “그러지 말았어야지.”


  날 자극하지 말았어야 해. 남자가 틀어쥔 주먹을 내질렀다. 정확히 짐승의 턱에 꽂아 넣었다. 빠각. 부러지는 소리가 났다. 짐승의 턱이 돌아갔다. 조용히 살려 했어. 열두 명을 죽였을 때의 기억을 되살아난다. 뭉툭한 펜치로 짐승의 무릎 뒤편을 쑤셨다. 분수처럼 솟구치는 피가 얼굴에 튀자 남자의 얼굴이 희열에 젖었다. 근데 네가 날 깨운 거야. 남자는 끈질기게 짐승의 치명적인 곳을 찔렀다. 짐승은 반항하는 기미가 없다. 그 점이 남자를 더욱 고양시켰다. 힘이 폭발적으로 솟구쳤다. 오랫동안 참아와 마멸됐을 거라 여겼던 반편이의 본능은 녹슬지 않고 더욱 날카로워졌다.

  내 잘못이 아니야. 이 말을 남자가 내뱉은 순간, 잠잠하던 짐승이 움직였다. 꺾인 줄 알았던 목이 비인간적인 소리와 함께 제자리로 돌아왔다. 반편이는 처음으로 초조함을 느꼈다. 반편이였을 때는 느끼지 못한 감정. 인간이었을 때는 수도 없이 느낀 감정.

  내 잘못이 아니야. 그 말을 들은 순간 짐승은 이빨을 드러냈다. 몸은 본능에 맡기면서도 머리로는 이성을 찾았다. 어째서 이 남자를 격하게 죽이고 싶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 남자에게서 왜 역겨운 악취가 나는지도 납득했다. 짐승은 깨트리고 싶어졌다. 반편이가 가진 본질적인 오만을.

  “착각하지 마.”

  짐승은 짐승이 된 이후 처음으로 인간의 말을 했다. 음산한 기운이 도사린 음울한 목소리는 초저주파를 인간이 들을 수 있게 발성하는 것 같기도 했다. 사냥감은 너다. 발톱을 살에 박았다. 박은 발톱을 움켜쥐자 살갗이 움푹 움파이고 반편이가 신음했다. 사냥꾼은 나고. 거칠게 빼내자 한 움큼의 피부 덩어리가 손 안에서 꿈틀댔다. 짐승은 덩어리를 입 안으로 가져가 잘근잘근 씹어냈다.

  “넌 여기서 잡아먹히는 거야.”

  이 반편이 새끼야. 다시 짐승은 몸과 머리를 온전히 본능에게 맡겼다. 반편이는 필사적으로 저항했다. 하지만 짐승에게 반편이라고 간파될 만큼, 반편이는 완전한 짐승 앞에서 미숙한 아종이었다. 우둑. 짐승은 반편이의 뼈를 으스러트렸다. 몸의 모든 뼈를 부숴내니 반편이는 연체동물처럼 흐느적댔다. 우스운 꼴이었다. 이런 새끼한테 희생당한 열두 명은 운이 없다는 말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인적이 없는 거리에서 한참동안 짐승의 게걸스러운 사냥이 이어졌다. 남자는 주검이 돼서야 악취가 풍기지 않았다. 짐승의 첫 사냥이 성공적으로 손쉽게 끝난 것이다.

  사냥을 끝낸 짐승은 삐걱대는 목을 들었다. 악취가 사라지니, 새로운 악취가 드리웠다. 이것이 짐승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하듯 본능이 울부짖었다. 악취를 찾아. 악취를 쫓아. 악취를 따라가. 악취를 발견해. 악취를 죽여.

  짐승은 기꺼이 사냥꾼을 자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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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 세 파트가 있습니다. 파트마다 상 중 하가 있습니다. 여튼 이거 라노벨임. 미소녀 나왔음. Q.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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