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GM 피오라입니다.
가급적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만, 커뮤니티가 지나치게 제 신상에 관한 이야기로 과열되는 것같아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회사 생활이 유쾌하지 않았던 것은 사실입니다. 그러나 퇴사 후 저는 대체로 잘 지냈습니다. GM Lars님이 제 이야기를 디스코드에 말씀하시기 전까지는요.
재직 당시, 저는 제 실명과 직책이 알려진 채로 일했습니다. 이직을 할 때도 경력사항에 아크베어즈에서 일했다고 적어넣었지요.
지금 제가 가장 걱정하는 것은, 다시 다니기 시작한 이 직장에서 또 다른 사람들이, 제 뒤에서 제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이야기하고, 추측하고, 제 행동에 대해 꼬투리를 잡지 않을까, 저를 ‘사내 따돌림을 당할 만한 하자가 있는 사람’으로 미리 낙인찍고 대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제 직속 상사였던 GM메이지님은, 회식 자리 때마다 자신이 모기업의 높은 분과 얼마나 절친한 사이인지 강조하며, 그 분에게 밉보이면 게임 업계에서 일을 할 수 없게 될 거라는 말씀을 자랑 삼아 하시곤 했습니다. 그러니 제가 정도 이상의 두려움을 갖는다고 생각하지 않아 주셨으면 합니다.
그러면, 제가 겪은 입장에서의 회사생활에 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1.
입사 후 제가 받은 교육 내용은 ‘서버와 클라이언트란 무엇인가’ ‘어떤 아마존 DB 서버의 사용료가 얼마쯤 하는가’ 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입사 면접에서 ‘학부 2학년 수준의 프로그래밍 능력이 있고, 실무에서 sql을 활용한 분석 업무를 진행한 적이 있다’ 라고 대답한, 3년차 경력직 시스템/경제 밸런스 기획자가 받을 인수인계의 내용으로는 그다지 적절하지 않은 내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반면 회사의 DB 구조가 어떻게 되어 있는지, 각종 재화를 어떤 DB에 어떻게 쌓고 있는지에 대한 교육은 전혀 받지 못했습니다.
그 상황에서 저는 퀘스트 시스템의 테이블을 짰고, 스킨 조각 시스템의 기획안을 냈고, 이에 필요한 자료는 물을 사람을 찾아 보거나 알아서 날것의 데이터를 보아 가며 이해해야 했습니다.
(그것도 대부분의 실 DB 구조에 대해서는 ‘알려줄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심지어 메이지님은 회사 서버가 ‘자바스크립트’로 구성되어 있다고 하셨지요. 제가 놀라서 두 번 물어보았지만 단호하게 말씀해 주셨어요.
5개월 뒤인 11월. 쿠폰 암호를 만들기 위해 암호를 제너레이트하는 알고리즘을 생각해 기획서를 써 오라시기에 해쉬값 찾아주는 JS 라이브러리를 기획서에 첨부했다가, ‘우리 서버 JS 안 쓰는데 이거 왜 첨부했냐’ 는 서버 개발자분의 말씀을 듣고 엄청나게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제게 기획서를 써 오라고 하신 시점에 이미 개발이 완료되었었다는 것도 나중에 알게 되었었어요.
사실, 개발자가 이미 개발을 진행하고 있는 부분에 대하여 알고리즘 단위의(지시받자마자 함수를 제가 고안해야 하나요? 하고 재확인했습니다.) 시스템 기획서가 필요한 이유를 저는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겠습니다.
UI 기획에서도 마찬가지 일이 있었지요, UI 기획서를 한참 쓰고 컨펌을 기다리면, 컨펌이 하루하고 반나절쯤 지연되다가 UI팀에서 만든 완성본을 제가 나중에야 보게 되는 식이었습니다. ‘이미 작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제 기획은 적용 불가능한 게 되어버렸습니다. 이런 일을 한 달쯤 반복하고, 저는 UI 개편 프로젝트에서 빠지게 되었지요.
대체로 이런 식이었다고 기억합니다. 그리고 제 직무가 시스템 기획자에서 데이터 분석으로 바뀌었지요.
2.
이런 일이 반복되다 보면 사람은 지치게 됩니다. 실제로 저는 약 한달 이후부터 정신과 상담을 받기 시작했어요. 밤에 잠을 잘 이룰 수가 없었고, 몸의 왼쪽 반에 감각이 무뎌졌고, 피부에 이유 없는 발진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애초에 제가 게임업계에 뛰어든 것은, 학업이 아닌 산업체에 들어온 것은, 제 결과물을 시장에서 확인하고 그 반응을 볼 수 있다는 것이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졌기 때문입니다. 회사에서 일하는 내내 저는 작업물의 거의 대부분을 납득이 가지 않는 이유로 폐기해야 했습니다.
한번은 제 기획안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가 너무 억울해서, 게임을 보여주며 내 아이디어가 이것보다 네가 보기에도 비효율적이냐고, 울면서 물어본 적도 있습니다
그러다 한 번은 꽤 크게 부딪쳤지요.UI개편안에 대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눌 때였습니다.
한 프로그래머 분이 시안을 보시고, 지금 시안보다 다른 안 – 제 기획서에 있었던 방식 – 이 더 낫지 않겠냐고 제안하신 적이 있었어요. 개인 메시지를 통해 저도 그렇게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바뀌었다고 했더니, 그 프로그래머분이 황급히 메시지를 삭제하더니, 원안을 유지하는 것이 좋겠다고 말을 바꾸셨어요.
그 2분 남짓 가량의 변화가 저는 대단히 당혹스러웠습니다. 눈물을 참기가 힘들었어요.
약 5시간 정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고, 그 이후 계속 울면서 물조차 마실 수 없는 상태에서 9시부터 새벽 4시까지 14번인가를 구토하다가 쓸개즙을 토하는 것을 보고 응급실에 실려가 수액을 네 팩인가 다섯 팩인가 맞았습니다.
회사가 완전한 자율 출근제를 시행하고 있었고, 저는 그날 정말 심하게 아팠기에 저는 그 다음날 오후에 출근해서 꽤 일찍 퇴근했어요.
점심 먹기 전에 회사에 출근하는 인원이 전체의 반이 겨우 될까말까한 회사였기에 큰 흉이 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커뮤니티에서 두 직장동료분이 개인 방송에서 제가 3시에 출근해서 7시에 퇴근한다고 낄낄거리며 비웃었다는 이야기를 읽었습니다. 대표님께서 저를 해고하실 때도 이 이야기를 하시더라고요.
이때 감정적으로 힘들었던 제게 뭐라도 먹으라고 음식을 챙겨주셨던 분, 그리고 우는 저를 안아주셨던(이상한 의미가 될까봐 명기합니다. 여자분입니다.) 퇴사하신 GM 나타폰님께 정말 감사했습니다.
3.
단체 톡방의 존재에 대해서 저는 어제, GM Lars님으로부터 처음 들었습니다. 저는 영어를 할 줄 알기는 하지만, 아주 능숙하지는 않습니다.
로살리오님의 일이 터지고 나서 해외 유저들은 이에 대해 궁금해 하는 상황이었고, 저는 번역을 아주 빠르게 하기에는 영어실력이 모자란 상황이었기 때문에 도움을 요청했습니다.
라스님은 설명에 필요하다며, 제가 당한 사내 따돌림에 대하여 언급해도 되냐고 물으셨어요. (저는 크게 생각하고 있지 않던 내용입니다.)


저는 ‘네, 그런데 뭐라고 쓸진 알려주세요’ 라고 했으나, 라스님은 제게 자세히 설명하기도 전에 디스코드에 이야기를 시작하시고는, GM 쇼우님이 접속하시고 얼마 되지 않아 디스코드 채널에서 나가셨습니다.
저는 그것이 (Real talk) 로 시작하는 자극적인 문구로 시작해서, 저런 느낌의 어구로 수사되리라고는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그것도 제가 멀쩡히 해당 채널에 있는, 아무나 볼 수 있는 공개 디스코드에서는요……
그 이후 한 반나절동안은 조금…… 많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지, 제가 지금 무엇을 원하는지를 스스로 파악하기가 힘들었고…… 결정적으로 이 사람은 아야님 일을 설명해주는 걸 도와달라고 불렀더니 왜 사라졌는가…… 에 대해서 정상적인 이해가 되지 않았습니다.
GM Lars님은 개인적인 발언 실수로 (제가 여가시간에 글을 쓰는 것을 ‘저 사람, 투잡 뛴다’라고 회사에 보고하는 바람에, 해고당할 뻔한 일이 있습니다. 당시에도 말했지만 직장 일에 피해를 주지 않기 위해 퇴근 후, 정확히 9시부터 잠들기 전까지만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었고, 집중이 되지 않을까 봐 관련 웹 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조차 직장에서는 자제하고 있었습니다. 더 뭐라고 하기도 뭐해서 비싼 밥 사라고 하고 말았어요.) 이미 제게 주의하겠다고 하신 뒤였기 때문에 더더욱 황당했어요……
어쨌거나 전화를 통해 해당 단톡방에 어떤 사람들이 포함되어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다 있는 건 아닌’ 정도의 인원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해당 톡방의 존재를 알자마자 모든 직장동료 각각이 그 톡방에 있는지 아닌지를 맞출 수 있을 정도로 미움이 분명했기 때문에, 그 미움이 개별적이 것이 아니라 집단적인 것이었다는 것을 안 것 정도가 제게는 새로운 정보였네요……
감정이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남에게 화를 내면 도를 넘을 것같아, 그냥 ‘앗 나 빼놓고 피자를 먹었다니 맛있었냐 어디냐’ 정도로 농담을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결과적으로, 관련 일로 저는 만 하루 정도 사과를 받지 못했고, 그 상황에서 라스님이 DC에 ‘누가 내 글 퍼가서 기분 나쁘다’ 고 글을 올린 것을 발견했습니다. 저는 이 글을 보고 라스님의 해당 발언이 생각 없이 나온 것이었고, 그 일을 통해 제게 벌어질 일에 대해서는 조금도 생각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인에게 화를 냈고, 사과를 받았고, 사과의 의미로 제 해명글을 통해 법적 분쟁 소지가 생긴다면 그 비용을 대신 부담하겠다는 약속을 받았습니다.
저를 포함한 모든 사람이 늘 현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저도 종종 말실수를 하니까,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흐르면 가능할 것이라 믿습니다.
4.
저는 팀장님인 GM 메이지님과 꽤 오래, 자주 상담했던 편입니다.
시나리오 라이터분이 저를 이유 없이 미워한다는 것은 입사 아주 초기부터 알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며칠 뒤부터 UI 담당자분의 말투가 바뀐 것도 알고 있었어요. 저는 이런 종류의 미움을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할 지 팀장님께 상담했고, 팀장님은 ‘직접 네게 뭔가 하는 거 아니면 무시해라, 내가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 고 말씀하셨지요.
그러면서 메이지님은 한 여성분을 지목하시며 ‘네가 모르는 사내 여자 정치 집단이 있다. 관리자들은 네 생각보다 많은 것을 알고 있다’ 고 했지요.
훗날 메이지님이 저를 제외한 모두가 그 단체 톡방(이것이 성별 문제로 불거지지 않았으면 해서 명기합니다. 그 톡방은 남녀가 섞여 있는 곳이었습니다.)의 일원인 태스크포스를 만들었었다는 것을 알고 무척 놀랐습니다.
그 사실을 알고 나자 왜 그 태스크포스의 회식 내내 다른 분께는 끊임없이 말씀을 하셨으면서도 제게는 단 한 마디도 말을 걸지 않으셨는지는 이해가 되었고요.
저는 말을 하는 것도 듣는 것도 좋아하는 편입니다. 입사 초기에 메이지님은 저를 종종 근처의 카페로 불러내서 잡담을 하시곤 했어요. 나쁘지 않았습니다. 재미도 있었고요. 아버지와 항상 비슷한 계열의 현실과 크게 관련없는 이야기를 하곤 했으니까요. 헤겔과 칸트에 대해서 이야기하시길래 들었던 기억이 납니다.
대부분의 유저분들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하지만, 저는 블랙서바이벌의 열렬한 팬이었습니다. 저는 당장 일을 하고 싶었고, 기획하고 싶은 게 많았습니다. 아마도 제가 관련된 이야기를 떠들었으리라고 생각합니다. (제가 느끼기에는, 갑자기) 메이지님은 자신은 기획자는 사람들과 사적으로 친해지는 것도 능력이라고 생각한다며, 논리적으로 설파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다른 사람들과 술을 마신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친해져서 일을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하셨어요.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말씀을 하시며 제게 술을 마실 수 있냐고 물으셨고, 알코올 알레르기가 있어 마시면 죽는다고, 못 먹는다고 말씀드렸어요. 아쉬워하시기에 대신 제일 취한 사람처럼 놀 수 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실제로 저는 몇 년간 동아리 회장 같은 것을 하면서 그렇게 사람들과 어울렸거든요. 몇 번 회식을 하고 나서야 제가 정말로 술을 못 한다는 것을 믿으시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에도 종종 메이지님은 회의 자리에서 팀원들에게 ‘이 일 더 자세히 듣고 싶으면 개인적으로 나중에 술한잔 하면서 이야기하는 걸로 해요’ 같은 발언을 하시곤 했어요. 개인적으로는 꽤 아쉬웠습니다.
카페에서 들은 이야기들이 꽤 인상적이었던 것으로 미루어 판단하건대, 아마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지 않았을까 했거든요. 대다수 인간관계에 관한 것들이었습니다.
여자 프로그래머분이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시기 좋아하시기에 프로그래머인 제 남자친구 이야기를 한 적이 있는데 ‘회사에서 남자친구 이야기를 하는 건 별로인 것같다’ 고 하시거나, ‘피오라님은 어떻게 생각하실지 모르겠지만, 저는 피오라님을 경력이나 능력 때문에 뽑은 게 아니에요. 인간적으로 마음에 들어서 뽑은 거에요.’ 라고 하시거나 하는 식이었습니다.
(오해의 여지가 있을까 하여 다시 부연하여 적습니다. 저는 이 문장을 ‘나는 너의 사고 방식이 아크베어즈의 이념과 잘 맞다고 생각해 뽑았다’라고 이해하였으며, 당시의 반응도 ‘어 진짜요?’ 였습니다.. 속으로도 앗, 경력 때문에 뽑은 게 아니었다니..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어요. 정황적으로는 개발팀장님이 컴퓨터 프로그래밍 이론에 대한 제 이해 수준을 입사 면접에서 테스트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제가 코드를 봐도 이해하지 못할 것이라 확신하신 것에 대한 불만을 표시한 직후였습니다.)
직장의 누군가가 저를 이유 없이 미워한다는 생각을 하고, 그것을 팀장님과 다른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알고 있는 상황에서 누군가 저에게 인간적인 행동에 대한 조언을 해 준다는 것은 꽤 큰 심정적 도움이 됩니다. 실제로 팀장님은 제게 이런저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라는 조언을 주셨고, 저는 대체로 따른 편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당시에도 말했지만, 대단히 현명한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생각했었습니다.
사내 메신저 개인 메시지로 저에 대한 욕이 날아온다고 하곤 하셨죠. 제가 단 한번도 그 내용에 대해 물어본 적이 없음도 기억하고 계시리라 믿습니다. 그걸 아시면서 저렇게 배치했다는 것이 제게는 사실 가장 충격적이었습니다. 저는 당연히.. 저를 싫어하지 않는 사람들 사이에 배치하셨으리라고 믿었으니까요...
팀장님은 그리고 나서 한 번, 제게 어두운 회의실에서(특별한 일은 아니었습니다. 몇 달 전인가제가 불을 켜려고 하자, ‘나는 어두운 게 좋아’라며, 불을 끄고 이야기 나누는 것을 좋아하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갑자기 맥락과 전혀 상관 없이, 한숨을 한번 쉬시더니 너는 왜 그렇게 눈치가 없니! 하셨어요. 그리고 저는 얼마 있어 기획팀이 아닌 사람이 되었고, 곧 회사에서 해고당했습니다.
아야님 이야기를 개인적으로 먼저 듣고, 저는 이것이 혹시 다른 의미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에 개인적으로 다소 괴로웠습니다. 아닐 거라 믿고 싶고, 아니리라 믿겠습니다. 그것이 제가 생활을 이어나가는 데 더 큰 도움이 됩니다. 다른 분들도 그렇게 생각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조직생활을 더 이어나가고 싶고, 제가 그런 의미를 전혀 눈치챌 수 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조직생활을 하는 데 부적절한 사람이라고 판단할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5.
저는 인간적인 결점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누군가 저를 미워하는 것에 대해 크게 비난하고 싶지 않습니다.
시나리오라이터님이 저를 미워하신 것은 아마도, 누군가가 자신의 글 작업을 ‘도와’주는 것이 싫었기 때문에 시작된 일이라 생각합니다. (당시 저는 컨펌이 늦어지는 시간동안 할 게 없었고, 시나리오라이터분은 주어진 업무량을 다 해내려면 시간이 모자랄 것이라고 회의에서 발언한 참이었습니다. 주어진 조건에 맞추어 일 3천자 정도의 글을 쓰는 것은 저에게는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훗날 다른 분으로부터 시나리오라이터 분이 ‘쟤가 남의 밥그릇을 뺏으려 한다’ 고 발언했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으니까요. 다른 분들이 저를 불쾌한 사람으로 인식한 데에도 별달리 큰 이유가 있었으리라곤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감할 수는 없더라도 이해는 되는, 사소한 것에서 시작되어 커지는 흔한 감정이겠지요.
그래서 누군가 저를 싫어하는 것을 알아도, 그 사람의 의견을 먼저 듣고, 수긍할 수 있는 것이면 수긍하려고 노력했습니다. 그 의견이 제게는 대단히 무논리한 것으로 느껴질 때도, 그것은 결국 내가 그 사람이 나를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고개를 끄덕일 만한 답을 내지 못했기 때문일 거라고 생각하면서요. 감정적으로 무척 힘든 일이었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회사에서 점심을 먹지 않게 되었고, 가급적 제가 맡은 일이 없으면 빨리 집에 가고 싶었습니다.
입사하신 분들에게 이것저것 잘 해주고 싶었지만, 이 회사가 근무조건이 좋은 것은 맞기 때문에 오래 근무했으면 좋겠었습니다. 싫어하는 사람과 친한 사람은 대개 사람들이 싫어하니까. 잘해주다가도 어느 정도 친해진 것같으면 앞으로는 회사에서 제 말에 웃지 마라, 저랑 밥먹지 말고 거리 두어라, 모른 척해라, 제 뒷담을 해라, 하고 말하곤 했습니다. 그 이야기를 디렉터님께는 드렸었어요. 믿고 있는 분이었으니까요. 이 이야기가 다른 사람들에게 전해졌는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대표님이 저를 해고하겠다고 하신 것도 이해합니다. 결국 설득할 수 없으니 무능한 직원이 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요. 그에 대해 크게 언급하고 싶지 않습니다. 납득할 만한 인사조치라 생각합니다.
여전히 게임을 만들고 싶다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아직도 블랙서바이벌을 좋아한다는 것이 가장 서러웠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을 겪고 싶지 않은데, 이번 일로 다시 겪게 될까 봐 무척 두렵습니다.
그 카톡방에 있었던 사람들 중 다수를 미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회사생활이란 그런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더는 업무능력 외의 일에서, 그것도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보는 앞에서 자신을 증명해야 일이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요일 하루는 편히 쉬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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