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중단편소설] 돈키호테 노인 2

운영자 2018.09.10 10:42:28
조회 176 추천 1 댓글 0
2

아파트의 왕

김일배 노인은 어느 날 우연히 그가 사는 서민아파트 하수구 준설공사를 하는 현장을 지나쳤다. 나뭇가지나 흙이 쌓여 막힌 하수구를 뚫는 공사였다. 맨홀 속에 내시경 같이 렌즈가 달린 관을 집어넣어 막힌 곳을 정확히 찾아내고 있었다. 그런 관만 있으면 단지 내 하수도를 핏줄같이 정확히 분석할 것 같았다. 예전에 주먹구구식으로 여기저기 파보던 때와는 공법이 확실히 달라졌다. 칠천만원으로 가격이 책정된 공사였습니다. 그런데 공사 후 얼마 안 되어 다시 그 옆 다른 곳이 막혔다고 공사를 하고 있었다. 몇 달 후 하수관 교체공사를 하는 게 보였다. 한번 꼼꼼히 하수관 내부를 점검하면 될 것들이 이중삼중의 공사발주로 이어지고 있었다. 뭔가 부정의 냄새가 났다. 아파트 주민들은 관심이 없었다. 반상회가 있어도 사람들은 모이지 않았다. 그는 노인정에 가서 몇 사람들한테서 우연히 이런저런 얘기를 들었다. 그 아파트 단지를 두 사람이 오랫동안 꽉 잡고 있다는 것이었다. 아파트 각 동의 대표는 모두 두 사람이 추천한 사람이 되고 단지 전체의 대표도 그들이 지정하는 사람이 된다고 했다. 두 사람은 아파트 단지의 왕이었다. 김일배씨는 어느 날 우연히 사람들의 눈길이 닿지 않는 구석에 붙어있는 전단지 한 장을 발견했다. 동대표 선거 입후보 공고였다. 깨알 같은 글씨로 동 대표 입후보이름이 적혀 있었다. 공고가 아니라 사람들이 보지 않기를 바라는 것 같았다. 김일배씨는 관리사무소로 가서 동대표로 후보등록을 했다. 그는 입후보자들의 면면을 살펴보았다. 학력 경력등 아무것도 적힌 것이 없었다. 초등학교 졸업 정도의 정체를 모를 사람들도 있었다. 아파트 단지를 장악하고 있는 두명 중의 한명인 노인회장 강승희가 선거관리위원장이었다. 김일배씨는 선거관리위원장을 찾아가 입후보자의 학력 경력도 알리지 않고 하는 선거가 어디 있느냐고 따졌다. 그는 아파트의 동대표가 됐다. 그렇게 뽑힌 동대표중에서 전체 입주자 대표가 선출되도록 되어 있었다. 그동안은 단지를 잡고 있는 두 명이 지명한 후보가 당선되는 구조였다.

그는 복마전 안을 한번 들여다보고 싶었다. 내친김에 그는 전체 입주자대표회장으로 출마했다. 아파트 관리회사가 후원이라는 이름으로 선거전의 돈을 풀고 있었다. 그 돈을 받는 선거관리위원장이라는 인물이 전세버스를 동원해서 단지내 노인들을 태우고 야유회를 갔다. 야유회에는 단지 전체의 대표로 지명을 받은 김미자가 타고 있었다. 김미자는 노인회 회원이 아니었다. 김미자가 선거관리위원장인 강승희와 고스톱을 치면서 놀고 있었다. 투표일이었다. 노인정 앞에 투표함이 한군데 있을 뿐이었다. 일반주민들은 찾기 힘든 장소였다. 투표는 선거인명부와 신분증을 확인하는 절차도 없이 이루어졌다. 다른 사람이 와서 대리투표를 하는 것 같았다. 투표 참관인이 도중에 없어지기도 하고 어떤 참관인은 입후보자와 밥을 먹으러 갔다. 이건 선거가 아니었다. 개표과정에서 투표수가 투표인과 맞지 않았다. 백장쯤 미리 특정인을 찍은 투표지를 만들어 넣는 것 같았다. 2265세대가 사는 서민아파트 단지는 작은 마을이 아니었다. 그 속에서 투표를 한 사람은 300명도 되지 않았다. 그나마도 동원한 노인정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후보로 나섰던 김일배씨가 문제점을 따졌다. 아파트 단지의 권력을 잡고 있는 두명의 인물은 화합차원에서 조용히 있어달라고 부탁했다. 김일배씨는 관심을 가지고 아파트 관리상황을 보았다. 바로 눈에 들어오는 것들이 있었다. 두명의 아파트 내 권력자가 하는 일은 공사업자들로부터 뒷돈을 받아 챙기는 것 같았다. 그 결과는 부실공사가 되고 겨룩 자기 집이 붕괴의 위험에 부딪치게 되는 꼴이었다. 사람들의 무관심을 틈타 단지 내 왕이 된 두 사람에 의해 아파트 전체가 농락당하고 있었다. 어쩌면 그 뒤에 있는 위탁 관리회사의 손아귀에서 놀아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 대표라는 사람들을 보면 하는 일이 없이 아파트 관리업무 근처에 기생하면서 뜯어먹고 사는 사람들이었다. 기생충으로 한 통속이 된 그들은 김일배씨 같은 다른 주민의 접근을 막는 구조였다. 

(계속)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0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경제관념 부족해서 돈 막 쓸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5/13 - -
3351 좋은 사람의 기준을 깨달았다 운영자 24.05.13 14 1
3350 너도 도둑이지만 윗놈들이 더 도둑이야 운영자 24.05.13 10 0
3349 국무총리와 도둑 누가 거짓말을 했을까. 운영자 24.05.13 11 0
3348 도둑계의 전설 운영자 24.05.13 12 1
3347 바꿔 먹읍시다 운영자 24.05.13 11 0
3346 반갑지 않은 소명 운영자 24.05.13 11 0
3345 대도 사건을 통해 말하고 싶었던 것 운영자 24.05.13 8 0
3344 재판을 흥미성 보도자료로 만듭니다. 운영자 24.05.06 50 1
3343 부자들의 비밀금고 운영자 24.05.06 54 1
3342 죄 값 이상을 강요할 권리가 있나? 운영자 24.05.06 39 0
3341 입을 틀어막히는 분노 운영자 24.05.06 40 0
3340 변호사로 정상이라고 생각합니까 운영자 24.05.06 44 0
3339 도둑 일기 운영자 24.05.06 45 1
3338 숯불 나르는 청년의 외침 운영자 24.05.06 42 1
3337 당신은 꽂히면 바로 내 지르는 사람이야 운영자 24.04.29 73 1
3336 아들의 좋은 친구가 되어 주세요 운영자 24.04.29 55 1
3335 도대체 저의가 뭡니까? 운영자 24.04.29 61 1
3334 기억 사진첩 속 어떤 재판광경 운영자 24.04.29 53 1
3333 내가 체험한 언론의 색깔 운영자 24.04.29 58 1
3332 변호사란 직업의 숨은 고뇌 운영자 24.04.29 60 1
3331 저세상으로 가는 법 운영자 24.04.29 65 1
3330 인권변호사의 첫걸음 운영자 24.04.22 87 1
3329 깨어있는 시민의 의무 운영자 24.04.22 76 1
3328 죄수가 전하는 사회정의 운영자 24.04.22 86 1
3327 이민자의 슬픔 운영자 24.04.22 87 1
3326 강도에게 성질을 냈었다. 운영자 24.04.22 78 1
3325 외국의 감옥 운영자 24.04.22 81 1
3324 벗꽃 잎 같이 진 친구 운영자 24.04.15 111 1
3323 조용한 기적 운영자 24.04.15 115 2
3322 감옥은 좋은 독서실 운영자 24.04.15 92 1
3321 앞이 안 보이는 사람들 운영자 24.04.15 90 1
3320 미녀 탈랜트의 숨겨진 사랑 운영자 24.04.15 113 1
3319 두 건달의 독백 운영자 24.04.15 96 1
3318 명품이 갑옷인가 운영자 24.04.15 84 1
3317 나는 될 것이라는 믿음 운영자 24.04.15 91 1
3316 오랜 꿈 운영자 24.04.08 109 2
3315 그들은 각자 소설이 됐다. 운영자 24.04.08 120 1
3314 나이 값 [1] 운영자 24.04.08 172 1
3313 검은 은혜 [1] 운영자 24.04.08 167 3
3312 실버타운은 반은 천국 반은 지옥 [1] 운영자 24.04.08 175 2
3311 늙어서 만난 친구 운영자 24.04.08 101 1
3310 그들을 이어주는 끈 [1] 운영자 24.04.01 293 2
3309 그가 노숙자가 됐다 [1] 운영자 24.04.01 190 3
3308 밥벌이를 졸업하려고 한다 [1] 운영자 24.04.01 195 2
3307 허망한 부자 [1] 운영자 24.04.01 214 2
3306 죽은 소설가가 말을 걸었다. [1] 운영자 24.04.01 195 2
3305 개인의 신비체험 [2] 운영자 24.04.01 197 2
3304 나는 책장을 정리하고 있다. [1] 운영자 24.04.01 186 2
3303 노인의 집짓기 [1] 운영자 24.04.01 185 1
3302 똑똑한 노인 [1] 운영자 24.03.25 223 2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