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시인사이드 갤러리

갤러리 이슈박스, 최근방문 갤러리

갤러리 본문 영역

운영자 2020.07.20 10:15:17
조회 140 추천 1 댓글 0

가난한 청년이 잠을 자다가 꿈을 꾼다. 부잣집의 빼어난 아름다운 딸과 결혼을 한다. 장인 회사가 있는 번쩍거리는 큰 빌딩의 경영기획실에서 핵심적인 업무를 수행한다. 주말에는 스포츠카를 몰고 아내와 드라이브를 하고 분위기 있는 바에서 음악을 들으며 칵테일 잔을 부딪친다. 그는 바라던 걸 거의 다 이룬다. 돈도 마음대로 써 보고 친구들과 파티를 하기도 한다. 그러다 점차 지루해진다. 모든 것이 시들해지고 그 옛날 가난했던 시절 반지하 방에서 라면을 끓여 먹던 걸 떠올리다가 잠을 깼다. 예전에 본 전설의 고향이라는 드라마를 보고 현대판으로 한 번 바꾸어 본 내용이다. 꿈이라도 그렇게 행복한 꿈을 꾸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 가난한 청년은 꿈에서 깨어났다고 하더라도 아주 귀한 것을 얻지 않았을까? 욕망은 그게 이루어졌을 때 공허를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말이다. 아니면 다른 새로운 욕망을 불러일으키거나 말이다.

나는 아직도 이따금 그 반대상황에 처하는 꿈을 꾸곤 한다. 꿈속에서 아직도 군복을 입은 육군 대위로 있다. 그런데 동기생 장교들은 모두 장군이 되어 근엄한 모습이다. 나 혼자만 초급장교였다. 나를 밉게 본 인사담당자가 끝까지 나의 진급을 방해했다. 내 마음속에는 바위가 들어앉은 듯 무겁다. 내가 왜? 하고 묻는다. 왜 나만? 하고 다시 허공을 향해 소리쳐 본다. 그러다 잠이 깨어 현실로 돌아온다. 나는 일찍 제대해서 육군 대위로 계급이 정지됐다. 다른 동기생들은 군에 계속 남아 장군들이 됐다. 그 사실을 깨닫는다. 나의 잠재의식 속에는 열등감이 있는 것 같았다.

더러는 아직도 산속 암자에서 고시 공부를 하는 꿈을 꾸기도 한다. 시험장에 가서 수많은 사람들 사이에 끼어 시험을 치르고 있다. 생각대로 답안지가 써지지 않는다. 그런데 이상한 느낌이 든다. 나는 고시에 합격하지 않았던가? 를 혼자서 묻는다. 합격했던 기억이 어렴풋이 떠오른다. 그런데 꿈속에서 어떤 존재가 그 사실을 부인한다. 다시 합격을 해야만 한다고 알려준다. 나는 앞이 캄캄해 진다. 합격할 자신이 없다. 내 처지가 왜 이렇게 됐을까 하고 고민하다가 불쑥 잠을 깬다. 그리고 한숨을 돌린다. 꿈속에서 아직도 삶의 정착지를 찾지 못해 헤매고 있는 나를 보고 현실의 나는 깨닫는다. 지금 가지고 있는 것들이 얼마나 귀하고 그것들에 감사해야 하는지를 말이다. 낚시꾼들은 이미 잡은 물고기에 대해서는 더 이상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인간도 자기가 가진 것에 대해서는 애착을 가지지 못하고 다른 것에 눈길을 돌리는 것 같다. 꿈이란 무엇일까? 생시는 길고 꿈을 짧은 것 외에 그 둘은 아무런 차이도 없는 게 아닐까. 꿈속의 일들은 그 순간에는 모두 실재한다. 꿈속에서 마음은 다른 몸을 취한다. 장자라는 옛날의 인물은 낮잠을 자다가 자신이 나비가 되는 꿈을 꾼다. 잠이 깨서는 내가 나비인가 아니면 사람인가하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성경을 읽어보면 천사 가브리엘이 예수의 아버지 요셉의 꿈에 나타나 이집트로 피신을 하라고 일러준다. 예수가 어린아이일 때 천사가 다시 요셉의 꿈에 나타나 이제 다시 돌아가도 된다고 알려주고 있다. 사도 바울의 꿈에 마케도니아 청년이 나타나 아시아로 가지 말고 그곳으로 오라고 알려준다. 사도 바울은 그 청년의 말을 따른다. 천사의 입장이라면 현실에 나타나거나 꿈에 나타나거나 자유이고 별 차이가 없을 것 같다. 나는 더러 어릴 때 내가 자라던 작은 집 내가 공부하던 다다미방에 있다.구석에 ‘도코노마’가 있고 그 옆에 ‘오시이레’가 있다. 혼자 있는 나에게 어머니와 아버지가 찾아오신다. 그런 때면 함박눈이 내릴 때처럼 마음이 푸근해 진다. 깨어나서도 하루종일 마음이 따뜻하다. 직접 보는 거나 꿈속에서 보는 거나 마찬가지인 것 같다. 나이를 먹어가면서 꿈이 점차로 변해간다. 높은 산 위에 좋은 집에서 통유리창을 통해 파도가 줄을 그으면서 다가드는 아름다운 해변을 보기도 한다. 내가 다니던 화동의 고등학교 잔디밭에 누워 안개같이 내리는 부슬비를 기분 좋게 맞기도 한다. 내가 꾼 최고의 꿈이 있다. 몇 년 전이다. 꿈속에서 맑은 물이 흐르는 개울가에 내가 서 있었다. 개울 저편에 빛이 날 정도로 하얀 옷을 입은 남자가 서 있었다. 검은 머리가 어깨 아래까지 늘어져 있었다. 예수였다. 드디어 나는 그 분을 본 것이다. 감사했다. 꿈은 시간도 공간도 없는 다른 세계로 갔다 오는 귀중한 통로인 것 같다. 돌아오는 순간 망각하지만 그게 잘못되어 남게 되는 게 꿈 아닐까.

추천 비추천

1

고정닉 0

1

댓글 영역

전체 댓글 0
등록순정렬 기준선택
본문 보기

하단 갤러리 리스트 영역

왼쪽 컨텐츠 영역

갤러리 리스트 영역

갤러리 리스트
번호 제목 글쓴이 작성일 조회 추천
설문 힘들게 성공한 만큼 절대 논란 안 만들 것 같은 스타는? 운영자 24/06/10 - -
이슈 [디시人터뷰] 웃는 모습이 예쁜 누나, 아나운서 김나정 운영자 24/06/11 - -
2020 국회의원 운영자 20.08.17 214 2
2019 빈민건달 재벌건달 운영자 20.08.17 434 2
2018 인간정기의 빛 운영자 20.08.17 136 3
2017 인생 크루즈선 운영자 20.08.17 113 1
2016 마음의 눈 운영자 20.08.17 108 1
2015 다단계에 속는 사람들 운영자 20.08.17 168 3
2014 천직(天職) 운영자 20.08.10 200 5
2013 정말 행복한 사람 운영자 20.08.10 193 3
2012 행복을 포기하세요 운영자 20.08.10 171 3
2011 죽은 사람들과의 통화 운영자 20.08.10 202 1
2010 학생의 눈, 군인의 눈 운영자 20.08.10 128 1
2009 마음의 호수에 파도가 일었다. 운영자 20.08.10 111 1
2008 허깨비에 놀아나는 군중 운영자 20.08.10 150 3
2007 성추행 고소의 이면들 운영자 20.08.03 269 2
2006 죽음의 커튼 저쪽 운영자 20.08.03 182 5
2005 그들의 욕 운영자 20.08.03 214 2
2004 귀신 이야기 운영자 20.08.03 185 7
2003 돈은 얼마나 있으면 될까 운영자 20.08.03 151 4
2002 갈매기의 꿈 운영자 20.08.03 122 1
2001 무대의상을 입고 거리로 나간다면 운영자 20.08.03 111 1
2000 인생 여행길에서 만난 두 사람 운영자 20.07.27 197 6
1999 바닥짐이 없는 배 운영자 20.07.27 140 1
1998 아무것도 바라지 마세요 [1] 운영자 20.07.27 220 5
1997 한 밑천 잡고 싶습니까? 운영자 20.07.27 180 1
1996 사기 당한 변호사 운영자 20.07.27 167 2
1995 분노의 순간들 운영자 20.07.27 236 2
1994 천박한 국민 운영자 20.07.27 199 2
1993 악마의 특성 운영자 20.07.20 223 3
1992 진짜 축복 운영자 20.07.20 201 2
1991 악령을 보았다 운영자 20.07.20 166 2
1990 수십만의 저주 운영자 20.07.20 154 2
1989 돈과 지위, 지식이 충만한 무신론자 운영자 20.07.20 204 4
1988 신약성경 운영자 20.07.20 148 1
운영자 20.07.20 140 1
1986 좋은 건 아무것도 없었다. 운영자 20.07.13 230 6
1985 남의 땅을 가지고 크라우드 펀딩 운영자 20.07.13 182 2
1984 “이렇게 될 걸 모르고 아등바등했어” 운영자 20.07.13 217 4
1983 왕회장과 변호사 운영자 20.07.13 215 6
1982 두 재판장의 채찍 운영자 20.07.13 157 1
1981 쪽방과 하늘궁전 운영자 20.07.13 158 3
1980 무릎 꿇는 아버지들 운영자 20.07.13 172 1
1979 삶을 신이 준 선물로 즐기자 운영자 20.07.06 230 6
1978 모범생들의 법정 [1] 운영자 20.07.06 202 7
1977 마음의 프리즘 운영자 20.07.06 113 2
1976 알몸이 된다는 것 운영자 20.07.06 162 3
1975 가면 운영자 20.07.06 106 2
1974 고독과 싸우는 노인들 운영자 20.07.06 145 3
1973 가장 노릇 못할까 걱정돼 운영자 20.06.29 196 2
1972 할아버지 부자세요? 운영자 20.06.29 179 2
1971 뒷골목 작은 미용실 운영자 20.06.29 171 1
갤러리 내부 검색
제목+내용게시물 정렬 옵션

오른쪽 컨텐츠 영역

실시간 베스트

1/8

뉴스

디시미디어

디시이슈

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