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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사 여자 살인 사건 6

운영자 2009.11.26 10:31:48
조회 2754 추천 3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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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인청부를 받은 마기룡은 전전긍긍하고 있었다. 사실 그는 사채꾼 겸 건달일 뿐 살인 경험이 없었다. 오피스텔 월세도 밀릴 정도로 궁한 바람에 덥석 살인해 주겠다고 내뱉었다. 여대생을 없애달라고 심부름 온 용국이는 학교 때부터 좀 어리석었었다.

라벨을 뗀 쥐약 병을 특수 독극물이라고 하면서 쥐를 죽이니까 진짜로 속았다. 그러나 회장부인은 달랐다. 그가 사채심부름을 전주들을 보면 정말 의심 많은 냉혈한들이었다. 여대생 죽이는 일이 지체되자 회장부인은 돈을 도로 찾아오라고 조카인 김용국을 닦달 했다.

하지만 마기룡은 이미 받은 돈을 다 써 버렸다. 회장부인은 그냥 돈을 뜯길 여자가 아니었다. 어쨌든 정의택을 죽여야 일이 끝날 것이다. 성공하면 추가로 일 억원의 돈이 들어오는 것이다. 이상하게 정의택은 미끼를 던지는데도 덥썩 물지를 않았다.

그가 본 인간들이란 몇 푼의 돈에도 눈이 확 돌았다. 그렇다고 의심하는 눈치도 아니었다. 청년실업가 김기준으로 위장한 마기룡은 다시 며칠 후 강남구청 부근의 한 호프집에서 정의택을 만났다.

  “전번에 제가 영국에서 수입한 의류는 말씀대로 2억 손해보고 동대문시장 나까마에게 처분했습니다. 앞으로는 강남 중심가에 대형매장을 인수해서 수입물품을 판매하고 싶습니다.”

  마기룡은 예민하게 눈치를 살폈다. 정의택은 묵묵히 말을 듣고 있었다. 약간은 끌리는 눈치 같기도 했다. 오늘밤이라도 기회만 오면 끝내고 싶었다.
“사업 얘기는 그만두고 오늘 밤은 화끈하게 형님을 한 번 모시겠습니다.”

  두 사람은 기분 좋게 맥주를 들이켰다.

  “형님 기분도 그런데 제 단골 룸살롱이 있습니다. 물도 좋구요. 오늘저녁 제대로 모시겠습니다. 그리로 가시죠.”
마기룡은 정의택을 자극했다. 회장부인은 그가 술을 좋아한다고 했다. 정의택이 따라만 나서면 그날 밤 둘만 있는 골목에서 골로 보낼 자신이 있었다.

  “아니 그건 다음에 합시다. 오늘 몸이 좋지 않아서.”

  정의택이 사양했다. 이어서 그가 생각난 듯 덧붙였다.

  “참 지난번에 나를 소개한 사람이 누구라고 했죠?”
  “정 사장님을 소개한 저희회사 담당 이사가 영국으로 출장을 갔다 아직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돌아오면 물어서 알려드리겠습니다.”
  마기룡이 적당히 어물거렸다.

  마기룡은 살해 장소를 바꾸기로 했다. 부산이나 일본 같은 곳으로 일단 유인해 보고 그걸 거절하면 호텔방에서 실행하기로 했다. 정의택에게는 약간의 의심이 남아 있는 것 같았다. 김용국을 그의 비서로 위장해 연기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며칠 후 마기룡은 정의택에게 다시 연락했다.

  “상의드릴 일이 있으니까 아미로 호텔에서 잠시 만났으면 합니다.”

  “알았어요”

  정의택이 승락했다. 이십분 후 호텔 커피숍에서 기다리던 마기룡이 정의택을 보자 이렇게 말했다.

  “형님 호텔방을 임시사무실로 빌렸습니다. 거기서 얘기하시죠.”
  “그럽시다.”

  정의택은 별 생각 없이 마기룡을 따랐다. 두 사람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6층에서 내려 구석 끝의 방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동굴 같은 어둠침침한 분위기였다. 두터운 카펫은 발걸음소리를 흡수했다. 619호로 들어서자 마기룡이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때 정의택씨가 손을 저으면서 말했다.

  “잠깐! 답답하니까 방문은 그냥 열어놓고 얘기합시다.”

  그의 본능적인 경계행동이었다. 종합상사 직원으로 해외 곳곳을 다닌 정의택씨의 습관이었다. 개인 호텔 방은 위험이 따르는 곳이기도 했다. 정의택씨는 복도 쪽으로 시선을 두고 의자에 앉았다.

  “참치 도매업자가 부산에서 함께 투자해서 사업을 하자고 제의하더라고요. 부산에 가봤더니 규모도 크고 재미있어 보였습니다. 한번 바람도 쐬실 겸 부산에 가서 타당성 검토를 해 주시는 건 어떨까요?”

  위장한 마기룡이 말했다.

  “참치는 세계적인 보호자원이기 때문에 공급에 한계가 있어요. 지금 유행하는 참치집이 확대된다면 역시 공급에 문제점이 생기겠지요. 아니면 가격이 올라 대중성을 상실하구요. 하여튼 바람직한 아이템이 아니네요.”

  정의택씨가 진단을 해 주었다. 그는 순간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랐다. 오퍼상이라는 그 청년의 제안은 전부 타당성이 없는 바람 잡는 얘기들이었다.
 
정의택씨는 혹시 그 청년이 사기를 치기 위해 자신에게 접근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누구소개인지 아직도 말하지 않았다. 받은 명함이외에는 그 청년에 대해 아는 게 없었다. 그의 차량 번호판조차도 본 적이 없었다.
 
지난번 호프집에서 나와 그와 헤어진 후 우연히 그가 인근의 공중전화박스에 있는 걸 봤다. 휴대폰을 가진 사람이 공중전화를 사용하는 게 이상했다. 사기꾼일 가능성이 많았다.

그렇다면 대상을 잘못 잡았다. 그 자신은 재산이 없었다. 그렇다면 그냥 속아주는 체 하고 끝내자는 마음이었다. 그때 사십대 초쯤으로 보이는 남자가 방으로 들어왔다. 곱슬머리에 검은 뿔테안경을 쓴 김용국이었다. 그가 비서처럼 마기룡에게 보고했다.

  “오늘 약속한 김 사장님이 시간이 맞지 않아 다음날 만나자고 하시는데요.”
  비서로 위장한 김용국은 공손하게 허리를 굽히고 슬쩍 정의택을 살폈다.

  “알았어. 그렇게 하지. 나가 봐.”
  마기룡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정의택에게 말을 계속했다.

  “참, 일본의 우동아이템을 가지고 국내에서 체인사업을 하는 건 어떻습니까? 일주일 정도 여정으로 같이 일본에 가셔서 검토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 비용은 충분히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론  제가 아이템을 결정할 게 아니라 형님이 투자를 결정하시면 저는 거기에도 참여하겠습니다.
그리고 형님에게 필요한 자금이 있으면 제가 지원하겠습니다.”

  “감사한 말씀이죠.”

 정의택씨가 생각에 잠긴 표정으로 대답했다. 마기룡이 그를 끌어들이려는 노력은 집요했다. 순간 까닭 없이 정의택의 뇌리에 회장부인의 영상이 뇌리를 스쳐갔다.

  ‘혹시 그 여자가 보낸 놈들이 아닐까?’
  앞에 앉은 그 청년의 만만치 않은 눈빛과 그의 순진한 어조는 너무 대조적이었다. 제안 하는걸 보면 순진한 청년인데 미심쩍은 부분이 많았다.

  ‘아니야. 소송에서 졌는데 더 이상 회장부인이 나를 괴롭힐 이유가 없어.’
  그는 스스로 생각을 지워 버리려고 애썼다.

  “좀 더 시간을 두고 생각해 봅시다. 그럼 오늘은 내가 바쁜 일이 있어서”
 
 정의택이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기룡은 이미 정의택이 낌새를 눈치챘다고 단정했다. 두 번째 살인마저 실패하자 김용국을 통해 전해오는 회장부인의 닦달에 피가 마를 것 같았다.

살인이라는 게 정말 힘든 일이었다. 보는 눈도 많고 기회도 없었다. 짐승도 도살장에 갈 때 본능적으로 느끼는데 사람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었다. 마기룡은 돈에 코가 꿰어 주먹노예가 되어 버렸다. 이제는 누구를 뒤따르라고 하면 뒤따르고 폭행하라고 하면 폭행하고 죽이라면 죽여야 하는 신세였다. 회장부인은 세 번째로 그룹의 김 감사를 죽이라고 했다. 한번은 미행하는 차 안에서 김용국이 이렇게 내뱉었다.

  “지금 미행하는 김 감사가 회장이 없을 때 간부들과 짜고 회사를 통째로 들어먹으려고 한다는 거야. 어르신이 그걸 알고 펄펄 뛰는 거지.”

 그 무렵 회장은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이 됐었다. 이번에는 살인의 방법을 교통사고와 독극물로 바꾸기로 계획했다. 뒤에서 차로 따라가다가 김 감사가 혼자 걸어가는 기회가 오면 그대로 밀어버리기로 했다.

목격자가 없으면 그대로 차에 싣고 가져가 버리면 되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접촉사고를 내고 합의하는 과정에서 독극물이 든 음료수를 먹이는 방법을 쓰기로 했다. 마기룡은 가명으로 SM5 렌트카를 빌렸다.

이번에는 건달 후배를 동원했다. 김 감사는 의외로 운전버릇이 거칠었다. 과속은 보통이고 미꾸라지 같이 차량들 사이를 빠져 다녔다. 따라가다가 오히려 마기룡이 교통사고로 죽을 것 같았다.

다행히 이번에는 신호등에서 대기하고 있는 김 감사의 차를 건달후배가 들이받는데 성공했다. 후배는 김 감사와 다음날 지정된 자동차 수리 센터에서 만나기로 약속했다. 마기룡은 포도주스를 구입해서 주사기로 그 안에 독극물을 주입했다.
 
수리공장에서 그를 만나 합의하는 체 하고 안심시키며 그걸 먹게만 하면 성공하는 것이다. 다음날 오후 2시경 마기룡은 수리공장에 가서 김 감사에게 공손하게 사과했다. 충분한 보상을 약속했다. 김 감사도 기분이 좋아진 것 같았다.

마기룡은 차로 가서 미리 준비한 포도주스를 가지고 왔다. 수리 센터 직원들은 둘이 안면이 있는 사이로 알 것이다. 주스를 먹인 후 휘청거리면 병원 가는 척 하면서 자기 차로 끌고 가면 되는 것이다.

  “어르신 목이라도 축이시죠.”
  마기룡이 포도주스를 권했다.

  “고맙지만 사양하겠어요. 내가 장이 좋지 않아 한약을 먹고 있기 때문에 차가운 포도주스는 먹지 않아요.”
또 실패였다.

마기룡은 독이 오르기 시작했다. 중간에서 심부름을 하던 김용국이 돈을 돌려달라고 못살게 굴었다. 회장부인은 오히려 칠성파를 시켜 마기룡을 그냥 두지 않겠다는 얘기도 전해왔다. 마기룡은 사면초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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