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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전쟁 2부 10-12.txt

Neb(116.123) 2014.02.28 02:5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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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화 링크



10.



물안개가 잔뜩 낀 동틀 녘의 바다를 서던 제도의 작은 콜벳 한 척이 잔잔한 파도를 가르며 항해하고 있었다. 잠을 설치던 어린 사관생도 한명이 그 배 위에서 축축한 공기를 온몸으로 느끼며 짙은 백탁색의 허공을 멀거니 쳐다보았다.


그런 그의 눈에 희끄무레한 형체가 안개 속에서 유령처럼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이 보였다. 아니, 보였다기보다는 그냥 느껴졌다고 해야 할 정도로 확실치가 않았다. 퍼뜩 놀라 정신을 차린 그는 눈을 가늘게 뜨며 그것이 나타났던 곳을 다시 자세히 살펴보았으나 일렁이는 바닷물과 부유하는 수증기가 있을 뿐, 아무것도 찾아낼 수 없었다. 안개를 바라보다보면 그 안에 뭔가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드는 일은 흔했기에 그는 잠시 망설였지만 이번엔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어 고개를 돌려 뒤를 향해 외쳤다.


“장교님! 뭔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곧바로 당직 장교가 뱃머리에 있는 그에게로 뛰어와 물었다. “뭘 봤다는 거지?”


“저쪽, 그러니까 브로드 온 스타보드 보우 방향에, 잠깐 안개가 옅어지면서 뭔가가 슬쩍 보인 것 같습니다.”


장교는 품에서 단안경을 꺼내 그곳을 보았다. 하지만 역시 별다른 것을 찾지 못했던 그는 단안경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천천히 오른쪽으로 시야를 옮기며 그에게 물었다. 


“확실한가?”  


“확실치는 않습니다만, 뭔가 움직이는 게 느껴지긴 했습니다.”


장교가 단안경에서 눈을 떼지 못하자 다른 늙은 선원이 걸어와 걸걸한 목소리로 그에게 물었다.


“사람들 깨웁니까?”


저 너머에 뭔가 꾸물거리는 것이 보이는 듯도 했지만 그게 좀 멀리 있는 안개뭉치인지 다른 무언가인지 확신이 가지 않았던 젊은 장교는 잠시 미적거리다가 아마 그냥 바람에 움직이는 안개를 물체로 착각했을 거라는 결론을 내렸다. 


“됐어. 울리지 마. 그냥 눈이 피로해서 그런 거겠지.”


당직 장교는 긴장을 풀고 기지개를 뻗으며 크게 한차례 하품을 했다. 그러자 자극된 눈물샘으로부터 약간의 눈물이 나와 그의 건조한 눈을 촉촉하게 적셨고, 동시에 짭쪼름한 바닷바람 한 줄기가 뱃머리 방향으로부터 불어오며 눈물로 흐려진 그의 시야에 들어오는 안개의 일부를 잠시 걷어냈다. 그 사이로 커다란 뭔가를 본 장교는 황급히 소리쳤다.


“타종 울리고 선원들 다 깨워!”


메인마스트에 기대 꾸벅꾸벅 졸던 선원이 그의 외침을 듣고 잽싸게 달려가 타종을 울렸고 갑판 아래는 잠에서 막 깨어난 사람들이 내는 소리들로 시끄러워졌다. 고요한 해상에 타종소리가 멀리 울려 퍼지자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는 먼 곳에서도 같은 소리가 나기 시작했고, 곧 넓은 바다가 종을 두들겨대는 금속음으로 뒤덮였다. 



그 소리는 배를 갈아타며 희멀겋게 젖어있는 공기 속을 계속 질주해 최초로 소리가 시작되었던 배에서 3km 가량 떨어진 곳에 있는 로저스 리버풀 후작의 배에도 전해졌다. 곧 그의 전열함에서도 타종이 날카로운 음성으로 울어대기 시작했고, 자다 깬 부스스한 머리의 후작이 졸린 눈과 짜증이 섞인 표정을 하며 갑판 위로 걸어 나왔다. 그는 잘 떠지지 않는 눈을 억지로라도 크게 만든 뒤에 배의 선장을 찾았다. 


“제라드!”


“예, 후작님!”


“지금 이 미친 상황은 뭐냐?”


“앞서 가던 초계함이 뭔가를 발견한 것 같습니다.”


“적 1급 전열함 쯤 되냐? 내 잠을 깨우려면 그 정도는 돼야겠지?”


“에렌델에는 1급 전열함이 없습니다, 후작님. 저기 연락선이 오고 있으니 곧 무슨 일인지 알 수 있을 겁니다.”


그의 눈이 선장의 시선을 따라 돌아가자 한 척의 작은 슬루프가 측풍을 타고 접근하는 것이 보였다. 날렵한 슬루프는 안개를 뚫고 나타난 지 얼마 되지 않아 목소리로 대화를 나눌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졌고, 그 갑판에서부터 굵은 목소리의 외침이 들려왔다.


“정지하십시오-! 앞에서 뭔가를 발견했습니다-!”


“뭘 봤다는 건데-!”


“저, 그게-!” 굵은 목소리는 잠시 망설인 뒤 다시 말했다. “그게 커다란 유빙입니다-!”


그것을 들은 후작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유빙? 이 위도에서 유빙이 돌아다니기도 하나?”


“크기가 워낙에 제각각인 만큼 충분히 큰 것이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저는 그런 희귀한 광경을 본 적이 없습니다. 자연적인 것이 가능성은 별로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이런 상황은 누구라도 이상하게 생각할 것이다. 마녀는 얼음을 만드는 능력이 있다는데, 쌀쌀한 11월의 바다에 난데없는 물안개가 계속되고 거기에 큰 얼음이 떠다닌다라. “당연히 그 안에 뭐가 들어있겠지.” 어린애라도 알아채겠다. 에렌델 수뇌부에서 머리를 쥐어짜내 나온 생각이 겨우 이런 거라니, 오지에 틀어박혀 찬바람만 쐬다 보면 사람이 좀 모자라지는 경향이 있나보다.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그냥 돌아가든지 해야겠지만, 아쉽게도 함대 대가리는 내가 아니니 기함에 물어보는 수밖에는, 뭐.”


그것을 들은 선장이 굵은 목소리 선장의 슬루프를 향해 크게 소리쳐 명령을 전달했고, 그 작은 배는 알았다는 대답과 함께 그들을 지나쳐 뒤편의 안개 속으로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보던 후작은 앞에서부터 불어오는 차가운 바닷바람에 갑작스러운 추위를 느껴 팔로 자기 몸을 끌어안고 덜덜 떨었다. 그러자 그는 갑자기 비참한 기분이 들어서 어쩌다 자기가 이런 꼴이 돼버렸는지 생각하기 시작했다.


십년 전 까지만 해도 리버풀 후작가는 맨체스터 대공가와도 서로 으르렁대며 싸울 수도 있을 정도로 세가 큰 가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형인 호지슨이라는 쓰레기가 장남이라는 이유만으로 작위를 물려받자, 후작가는 순식간에 내셔널 호구로 탈바꿈해 별의 별 잡것들에게도 두들겨 맞으며 몰락하기 시작했다. 그것에 실망한 가신들이 줄줄이 빠져나갔는데, 특히 리버풀 후작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토레스 재상까지도 첼시 공작가로 가버리자 후작가의 가세는 차마 눈 뜨고 못 볼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가문회의는 결국 호지슨에게서 수장 자리를 박탈하고 동생인 로저스를 가장으로 삼기로 했지만 이미 많은 것들을 잃은 뒤였다. 곧이어 전쟁이 터지고 성주파 귀족들이 자신에게 국왕의 원정에 따라가 영주들의 함대를 최대한 보존해보라는 지시를 내렸을 때 그에게는 거절할 권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 전쟁만 넘기면 리버풀 후작가에도 분명 기회는 올 것이다. 돈으로 작위를 산 중동의 부호 만수르 맨시티 공작이 서던 제도에 나타나고 맨체스터 대공가의 퍼거슨이 급사하면서 영주 세력의 판도는 혼란스러워지고 있었다. 부동의 정상 자리를 고수하던 대공가가 아스날 후작가보다도 세가 약해지며 남긴 거대한 공백을 노린다면, 리버풀 후작가는 화려한 부활의 날을 맞을 수 있을 것이다.


“공격하라십니다-!”


굵은 목소리가 다시 후작의 고막을 때리며 그를 상념에서 끄집어냈다. 그가 고개를 돌려 함미 방향을 보자 그곳에는 사라졌던 방향에서 다시 안개를 뚫고 나타난 슬루프가 보였다.


“공격하라고 했냐-! 내가 들은 게 맞냐-!”


“예-! 맞습니다-! 후작가 소속 초계함들로 유빙을 못 빠져나가게 포위한 다음 함포로 공격하라십니다-!”


선장이 그를 돌아보며 황당하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안에 마녀라도 들어있으면 우린 다 죽을 수도 있지 않습니까?”


“국왕은 HMS(His Majesty's Ship)가 붙지 않은 배들 따윈 자기 배가 아니니까 불타든 침몰하든 상관없다는 거겠지, 아마. 그래도 말 안 들으면 지시불이행에 적전도주로 처형당할 게 뻔하니까 후닥 쏘고 튀자. 뭐 일단 마법에 대한 대책이 아예 없지는 않기도 하니까.”


후작이 누가 입에 똥이라도 쑤셔 넣은 것 같은 표정을 지으며 씹어 내뱉듯 말하자 선장의 지시가 갑판 위를 달려 나가고 타륜과 돛들이 방향을 바꾸며 뱃머리가 서서히 오른쪽으로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제법 커다란 크기의 불투명한 얼음덩어리와 그것을 빙 둘러싸고 있는 함선 십수 척의 모습이 안개 속에서부터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유빙은 조금 작은 배 한척, 그러니까 예를 들면 작은 2마스트 스쿠너 한 대라도 들어있으면 딱 맞을 정도의 크기였다. 안에 아무것도 없으면 오히려 더 이상할 정도였다. 역시 마녀가 안에 들어있는 것이 분명하다고 생각한 후작은 조금이라도 피해를 줄여야겠다고 생각했다.


“시야가 확보되는 선에서 최대한 거리를 두고 포격하자.”


마스트 위로 다시 수기가 펄럭이며 배들이 유빙으로부터 천천히 물러나기 시작했다. 곧 모든 배들이 자리를 잡고 포문이 일제히 열렸다. 수기로 유빙의 위치와 흘러오는 속도에 관한 정보를 교환하던 배들이 하나 둘씩 준비완료의 신호를 보내왔고, 후작의 배에서 붉은 깃발이 크게 휘둘러지는 것을 시작으로 수백 문의 화포가 일제히 불을 뿜으며 포성으로 해수면을 뒤흔들었다. 그리고 뭔가가 무너지는 듯한 소리가 안개 속에서부터 들려왔지만 그것 말고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잔뜩 긴장한 채 최대속력으로 도망가라는 명령을 내릴 준비를 하던 후작은 맥이 빠지는 기분을 느끼며 단안경에 눈을 대고 유빙 쪽을 바라보던 선장에게 물었다.


“어떻게 됐냐?”


“반쯤 무너졌습니다. 얼음치고는 정말 단단한데요?”


“마법 얼음이니 달라도 뭔가 다르겠지. 안에 뭐가 있는 것 같냐?”


“일단 없는 것 같긴 한데, 나머지 반을 까봐야 확실히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럼 지금 뭐해, 당장 쏴봐.”


몇 분 뒤 다시 한 번 함포들이 발사되고, 무너지는 소리도 다시 들렸다.


“아무래도 그냥 유빙 같습니다.”


그 문제의 얼음덩어리가 해류를 타고 천천히 다가오자 후작의 육안으로도 그 모습이 보였다. 유빙은 단단한 철제 라운드 포탄 수백 발을 두들겨 맞아 높이가 사람 키 정도로 낮아져 있었지만 그 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12.



빙산의 일각이라는 말이 있다. 


겉보기로 드러난 것은 실제 본질보다 얼마든지 훨씬 작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지닌 말인데, 물보다 가볍기는 하지만 비중이 얼마 차이나지 않는 얼음이 수면에 떠 있을 때 부피의 십 분지 일가량만이 수면 위로 드러나는 데서 유래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에 생각이 닿지 못했다고 해서 서던 제도 장교들의 무능함을 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제대로 된 극지탐험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잠수함도 없던 시대에 살던 그들이 수면 아래에 배가 숨어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에렌델의 여왕을 태운 작은 스쿠너는 수면 아래에 잠긴 거대한 얼음덩어리 안의 작은 공간에 들이찬 어둠 속에 고요히 묻혀있었다. 그때, 등불이 켜지고 어둠이 잠시 물러나며 아름다운 백금발 여성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리고 엘사의 허스키한 목소리가 약간의 긴장감과 함께 유빙의 내부를 울리며 정적을 깨트렸다.


“소리가 멈췄네요. 그들이 뭔가 알아챈 것 같나요?”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저게-”


선장은 잠망경의 렌즈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대답했다. 엘사가 어린 시절 책에서 봤던 페리스코프의 구조를 떠올리며 얼음으로 급조해낸 그것에 맺히는 상은 별로 선명하지도 않았고, 거기에 수면 위를 뒤덮은 물안개까지 더해지자 가시거리는 100미터도 채 되지 않을 정도로 짧아졌다. 그는 안개 너머로 보이는 흐릿한 형체를 한참동안이나 노려본 뒤에서야 다시 말을 이었다.


“-지금 움직이질 않습니다. 저희가 여기 있는지는 모르는 것 같기는 한데, 그래도 뭔가 수상한 느낌이 드나 봅니다.”


“여왕님,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그냥 다시 북쪽으로 달아난 다음에 원래 계획대로 안전하게 한 척씩만 상대하세요.”


카이가 걱정스러운 어조로 그녀에게 말하자, 엘사는 고개를 단호하게 내저은 뒤 대답했다.


“이 함대만 잡을 수 있다면 전쟁은 끝나요. 서던 제도는 전시에 국왕이 친정을 나가는 경우가 잦기도 하고, 단스 왕자도 이 함대 기함에 국왕이 타고 있다고 했어요. 국왕 자신과 소수의 왕당파 귀족들 외에는 누구도 전쟁을 원하지 않으니 왕만 사로잡으면 아무도 죽지 않으면서 전쟁을 끝낼 수 있을 뿐만이 아니라 우리에게 유리한 조건으로 종전 협상을 할 수도 있어요. 그리고 실패한다 하더라도 그냥 도망가 버리면 되잖아요? 아직 역풍이 불어주기도 하고 저쪽에서 공격을 한다 해도 포탄은 제겐 큰 문제가 되지 않으니까요.”


“실패할 경우 도망간다고 해서 다 끝나는 게 아닙니다. 원래의 그 계획은 회의와 인가를 거쳐서 결정된 사항이에요. 여왕님께서 그냥 뒤집어버리신다고 해서 뒤집히는 게 아니란 말입니다. 실패한다면, 그것 때문에 에렌델에 조금이라도 더 피해가 가게 된다면 정치생명에 큰 타격이 될 수 있어요.”


“이건 제가 책임지고 하는 거예요, 카이. 당신에게 해가 갈 일은 없으니 조용히 하시죠.”


“여왕님, 제가 지금 무슨 손해를 볼 까봐 무서워서 말씀드리는 게 아니라-” “명령입니다. 그만해요.”


엘사가 고개를 돌려 카이를 쏘아보며 날이 선 말투로 명령하자 그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지만, 얼굴에 가득한 걱정까지는 지울 수 없었다. 그 얼굴을 본 엘사는 갓난아이 시절부터 자신을 돌봐와 준 그를 강압적인 태도로 대한 것이 배은망덕한 행위처럼 느껴져 죄책감이 들었다.



“카이, 당신이 저를 걱정해서 충고한다는 것을 저도 알아요. 하지만 이건 정말 커다란 기회에요. 성공만 한다면 전쟁은 끝나고, 누구도 죽지 않을 거예요. 물론 제 정치생명도 중요해요. 하지만 원래 계획대로 했을 때 죽을 사람들은요? 그들의 희생은 누가 보상해 주나요? 과연 제 정치적 영향력이 그 사람들의 목숨보다 중요할까요?”


그 말을 들은 카이는 한숨을 푹 내쉬었다. 어둠 속에서 희미한 등불에 비친 그의 얼굴은 이제 지쳐 보였다. 그는 한참을 뜸들이다가 뭔가를 결심한 듯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플래튼 씨의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여왕님께서는 지금보다 더 비정해지셔야 합니다. 에렌델은 본래 평화로운 나라였지만, 이제는 아닙니다. 지금은 타자 위로 군림하셔야 살아남으실 수 있어요. 그리고 다른 사람을 해치치 않으면 그건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원래 그런 동물이-” “아, 움직입니다!”


선장의 외침이 카이의 말을 가로막으며 어둑어둑한 내부공간을 울리자 엘사가 눈빛에 기대 반 걱정 반을 담아 선장을 물끄러미 쳐다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상황이 어떤 것 같나요? 여기를 돌아서 가려고 하나요? 아니면 빠른 배를 따로 추려서 다른 방향으로 보내고 있나요?”


“지금은 함대의 극히 일부만을 볼 수 있어서 확신은 하지 못하겠습니다만,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배가 원래 진행하던 북서쪽을 향해 가고 있는 것을 보면 그냥 그대로 가려는 것 같습니다.”


엘사의 얼굴이 활짝 펴졌다. 그녀는 기쁜 기색으로 카이를 돌아보며 그에게 자신만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것 봐요. 걱정할 건 아무것도 없어요, 카이. 제가 분명히 여기를 돌아가지도, 함대를 나누지도 않을 거라고 말했죠? 이젠 전부 얼려서 전쟁을 끝내는 것만 남았네요.”


하지만 여전히 걱정이 가득한 얼굴을 한 카이는 비록 지금의 전쟁을 넘긴다 해도 나중에 이 문제가 언제고 그녀의 발목을 붙잡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정말 오랜만에 그녀의 얼굴에 나타난 진심어린 웃음을 보자 괜한 소리를 해서 그녀의 기분을 망치고 싶지 않아졌다. 그때 여전히 렌즈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뻑뻑한 회전축을 중심으로 낑낑대며 잠망경의 방향을 돌리던 선장이 갑작스레 얼굴을 떼고 말했다. 


“거기 갑판장! 내 선실에 가서 서던 제도 해군 선적부 좀 가져와봐라!”


곧바로 “예!” 하는 대답소리와 함께 갑판 아래로 뛰어 내려간 고급선원이 얼마 지나지 않아 두꺼운 책자 한 권을 들고 선장을 향해 뛰어왔다. 엘사는 그것을 건네받아 읽고 있는 선장의 옆으로 가서 같이 선적부를 보며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죠? 뭔가 문제가 있나요?”


“아니, 딱히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저쪽 배의 함명이 잠깐 보였는데 그것과 단스 왕자가 줬던 정보를 토대로 우리 위치가 함대 중심부에서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 알아보려는 겁니다. 안필드, 안필드, 여기 있습니다. 64문 3급 전열함 안필드. 소유주가 리버풀 후작가로군요. 이들은 함대의 우측 전방에 위치할 예정이었으니 저희가 함대의 왼쪽, 그러니까 남서쪽으로 약간 이동할 필요가 있습니다.”


“어, 그럼-” 엘사는 나침반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우리 쪽에서 볼 때 오른쪽 방향으로 가야겠군요. 얼마나 가야 할까요?”


“거리는 신경 쓰지 마시고 저쪽에서 이상한 낌새를 눈치 채지 못할 정도로만 천천히 움직이시면 됩니다. 제가 밖을 보면서 언제 멈추셔야 할지를 알려드리겠습니다.”


엘사는 눈을 슬쩍 감고 머릿속으로 본체의 대부분이 바닷물에 잠긴 채 수면을 둥둥 떠다니는 유빙의 모습을 그렸다. 그리고 그것이 오른쪽으로 움직이는 것을 상상했다. 오른쪽, 오른쪽, 천천히, 그러자 몸이 왼쪽으로 살짝 쏠리며 유빙이 오른쪽으로 서서히 가속하는 것이 느껴졌다. 그녀는 선장이 언제 멈추라고 할지에 신경을 쓰며 계속 유빙을 이동시켰다. 



그렇게 수 분이 지나자 초조해진 엘사는 선장이 있을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 뒤 조그맣게 속삭여 물었다. “아직 멀었나요?” “조금만 더 하시면 됩니다. 아주 조금 더, 조금 더, 이제 됐습니다.” 그녀가 그 말을 듣는 순간 눈을 뜨며 유빙을 움직이던 힘을 놓아버리자 유빙이 바닷물의 저항을 받아 빠르게 감속했고 몸이 오른쪽으로 확 쏠린 엘사가 “어, 어, 어?” 하는 얼빠진 소리를 내며 비틀거렸다. 그러자 카이가 얼른 다가와 막 자빠지려는 그녀의 어께를 손으로 붙든 뒤 자세를 똑바로 세웠다. “오, 고마워요, 카이.” 그 광경을 보며 풋 소리를 내며 웃었다가 황급히 자기 입을 틀어막은 선장은 마치 자신은 그런 적 없다는 것처럼 얼굴을 포커페이스로 되돌리고는 다시 잠망경으로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


“이제 그냥 해류를 따라 흘러가기만 하면 함대 중심부에 도달할 수 있을 겁니다.”


“얼마나 오래 걸릴까요?”


“그리 오랜 시간이 필요하진 않을 겁니다. 사실, 그냥 여기서 시작하셔도 상관은 없을 것 같습니다. 그저 여왕님께서 확실하게 하고 싶으시다면-” 그는 엘사의 손을 흘끔 훔쳐보았다. “-좀 더 기다렸다가 주력함들 바로 아래에 왔을 때부터 시작하는 게 더 좋지요.”


“얼마나 넓어야 한다고 하셨죠?”


“반경 1해리에서 1.5해리(약 1.8km~2.7km)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러면 중심부에 뭉쳐 있을 주력함들뿐만 아니라 앞서 초계중인 프리깃들도 묶을 수 있을 겁니다. 나머지 작은 배들은 돌아다니면서 천천히 하나씩 정리하면 되기도 하고, 만약 잡지 못하더라도 그 정도 전력으로는 에렌델에 별다른 위협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녀의 들떴던 기분이 다시 침중하게 가라앉았다. 정확히 직경 2마일짜리 원형 구역의 바닷물만 딱 얼린다라. 그런 것은 시도해본적도 없다. 어떻게 해야 하지? 힘을 살짝 바다 안에 풀어놓았다가 의식적으로 멈추면 될까? 살짝 더 많이 얼려도 괜찮겠지? 그러다가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퍼져버리면 또 안 되는데.


힘이 그녀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서 퍼져버릴 경우 제어되지 않은 힘은 끝없이 달려나가 어마어마한 면적의 바다를 모조리 얼려버릴 수도 있었고, 그걸 그대로 뒀다간 에렌델은 무역로가 틀어 막힌 많은 국가의 공분을 살 것이다. 그렇다고 그 힘들을 다시 모두 거두어 없애버렸다간 기껏 포획한 함대가 다시 풀려난다. 그들은 똑같은 수에 두 번 당할 만큼 멍청하지는 않으니 다시는 이런 기회를 잡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


“이제 거의 다 왔는데…. 좀 이상한 게 있습니다.”


“뭐죠?”


“배들 중에 갑판 위에 무슨 나무판자 같은 것에 날을 붙여놓은 걸 잔뜩 쌓아놓은 배가 있는데, 이건 마치-” 그는 적합한 단어를 찾기 위해 잠깐 말을 멈추고 머릿속에서 자신이 알고 있는 단어들을 뒤적거렸다. “-무슨 납작한 썰매처럼 생겼군요. 하지만 썰매와는 조금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래가 평평한 카약에 날을 달아 놓은 느낌입니다.”


“그게 뭘까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나저나 여왕님, 이제 슬슬-” “아, 알았어요.”


엘사는 손을 앞으로 뿌려 갑판 위에 난간이 달린 낮은 계단을 만들어낸 뒤 손바닥을 펴고  앞으로 팔을 쭉 뻗은 채 그것을 계속 위로 연장시키며 유빙의 위쪽 내벽으로 달려 올라갔다. 계단을 만들면서 뿌려진 빛이 내벽에 반사되어 반짝이는 것을 보며 계단을 올라가던 그녀는 벽에 다다르자 거기에 손바닥을 가져다 댄 뒤 무언가를 벌리듯이 천천히 손을 양 옆으로 움직였고, 그러자 벽이 갈라지며 그 틈새로 빛이 들어왔다. 그걸 본 그녀의 가슴이 긴장으로 두근대기 시작했다. 


심장의 박동이 갈수록 점점 더 빨라지는 것을 느끼며 자신이 만든 틈새를 걸어 올라간 그녀는 통로가 끝나는 곳에 도착하자 막다른 곳의 반투명한 빙막(氷膜)을 통해 보이는 수면 위로 머리를 살짝 내밀어 바깥을 내다보았다. 밖에서는 안개가 부유하는 희뿌연 하늘을 배경으로 전열함들이 천천히 그 거체를 움직여 바다를 가르며 북서쪽으로 나아가고 있었다. 엘사는 그녀의 앞으로 지나가는 거대한 군함 옆면에 다닥다닥 붙어있는 수많은 포문을 보자 그녀의 가슴 속에 생겨난 두려움이 혈관을 타고 퍼져나가 온몸을 서서히 잠식하는 것을 느꼈다. 저걸 막아야 한다고? 엘사의 이성은 자신의 능력이 저런 배들 따위는 충분히 제압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녀의 감성은 당장 몸을 돌려 도망칠 것을 그녀에게 명령하고 있었다. 


그녀는 가늘게 떨리는 손으로 빙막의 수면 아래 부분을 짚은 뒤 깊게 심호흡을 하고 머릿속으로 자신감을 불러일으킬만한 문장을 되뇌며 스스로를 안심시키려 노력했다. 엘사, 너는 에렌델을 통째로 얼린 적도 있어.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야. 가슴 속에서 미친 듯 날뛰던 심장이 어느 정도 진정되자 눈을 꾹 감고는 자신의 힘을 몸 밖으로 풀어내버렸다. 


액체가 급속도로 얼어붙다 갈라지는 쩍 소리와 함께 유빙 주변의 해수면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 그녀가 풀어놓은 힘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속도를 더하며 주변 해역을 모조리 뒤덮었다. 마음속으로 천천히 숫자를 세던 그녀는 숫자가 10에 도달하자 힘을 풀어내던 것을 멈추고 자신의 몸에서 끊임없이 뿜어져 나와 밖으로 퍼트려지던 것들을 제어하여 안으로 갈무리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힘이 잔뜩 들어간 팔이 부들부들 떨리고 이마에서 새어나온 땀방울이 붉어진 얼굴을 타고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얼마 뒤 힘이 퍼지는 속도가 서서히 감속하는 것을 느낀 그녀는 차오르는 성취감에 웃음을 지으며 옷소매로 이마의 땀을 훔친 뒤 눈을 서서히 떴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수많은 소총수들이 빙판에 갇힌 군함으로부터 풀쩍 뛰어내려 그녀가 있는 유빙을 향해 흉흉한 기세로 뛰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엘사는 황급히 몸을 돌려 서둘러 통로의 계단을 달려 내려온 뒤 팔을 있는 힘껏 뒤쪽으로 휘둘러 재빨리 벽의 틈새를 닫아버리고는, 잠시 계단 난간에 몸을 기대고 달리느라 가빠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갑판 위에서 기다리다가 여왕이 돌아온 것을 발견한 카이가 그녀에게 다가가며 물었다.


“여왕님, 성공하셨습니까?” 


“그런 것, 같아요, 아마! 확실하지는, 않지만-”


그때 갑자기 쿵 하는 둔중한 폭음과 함께 유빙이 흔들리기 시작했고, 화들짝 놀란 엘사는 후닥닥 갑판으로 내려오며 말했다. “저, 저게 뭐죠?” “벽을 뚫고 내부로 들어오려는 모양입니다!” “어, 어떡하죠?” “일단 여기서 달아나야-” 폭음이 다시 유빙의 내부를 뒤흔들자 천장에서 얼음 조각들이 후드득 떨어져 내렸다. 엘사는 팔을 양쪽으로 쭉 벌려 작은 스쿠너에 딱 맞는 크기의 얼음으로 만들어진 투명한 구를 만들어 배의 주변을 감싼 뒤, 오른손을 난폭하게 휘둘러서 유빙의 한쪽 내벽을 없애버렸다. 


바닷물이 유빙의 내부로 쏟아져 들어오고 얼음 속의 배가 벽이 무너진 곳을 통해 유빙의 밖으로 빠져나왔다. 스쿠너를 감싼 얼음은 계속 움직였고 수면을 뒤덮고 있는 빙판이 끝나는 곳을 지나치고 나서도 한참을 달린 뒤에야 위로 부상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마침내 배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이제는 많이 옅어진 안개 너머로 파란 하늘이 시야에 들어오자 엘사는 몸에 힘을 풀고 갑판에 주저앉아 가쁜 숨을 내쉬며 놀란 가슴을 가라앉혔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난 뒤, 귓가에서 빠르게 쿵쿵거리던 자신의 심장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게 되자 그녀는 한 손으로 바닥을 짚고 천천히 일어서며 선장을 불렀다.


“선장, 함대는 어떻게 됐죠?”


선장이 대답을 하지 않자 엘사는 그의 무례함에 살짝 아미를 찌푸리며 몸을 일으켰다. 그런 그녀에게 앞에서 단안경을 눈에 대고 묵묵히 함미 방향을 바라보는 선장의 모습이 보였다. 슬슬 그가 괘씸해지기 시작한 엘사는 목소리에 짜증을 섞어 한 번 더 물었다. 


“함대는 어떻게 됐냐고요. 선장, 대답 좀 하세요.”


선장이 단안경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돌려 여왕을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제가 말로 설명해 드리는 것 보다는 직접 보시는 게 더 기분이 좋으실 겁니다.” 


그리고 그는 손에 든 단안경을 그녀에게 넘겼다. 그러나 엘사에게는 그것이 필요 없었다.


때마침 북서풍이 등 뒤에서부터 세차게 불어오며 자욱한 안개를 서서히 걷어내고, 곧 그녀가 만들어낸 거대한 빙판의 일부와 그것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게 된 군함들이 하나둘씩 모습을 드러냈다. 그 광경을 본 엘사의 눈이 동그래지며 커다란 성취감과 안도감이 그녀의 안으로 가득 들이찼다. 승리의 희열로 가슴이 벅차오르는 것을 느끼며 하늘을 향해 양팔을 번쩍 들어 올린 그녀의 입 밖으로 저도 모르게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전쟁은 끝났고, 아무도 죽지 않았다.


그녀는 이제 괴물이 되지 않아도 된다





-----------------------------




대충 군함 크기를 설명하자면


슬루프-콜벳-프리깃-전열함 순서로 커지고


거기서 다시 포문 숫자로 프리깃/중프리깃이 나뉘고 3/2/1급 전열함 (1급이 제일 크당)으로 나뉘었음.


물론 슬루프나 콜벳도 급에 따라 크기가 천차만별이기도 하고... 나중엔 콜벳이 프리깃보다 크게 건조되기도 하고 했지만


그래도 대충 저 순서가 맞음.


무조건 작다고 속도가 빠른 건 아니고, 슬루프/콜벳/프리깃은 함선 종류와 상황에 따라 어느게 빠를 때도 있고 느릴 때도 있고 그랬음. 


상선 같은 경우는 커도 속도가 빠를 때가 많았는데, 특히 대형 클리퍼는 막 22노트 그러니까 범선이 낼 수 있는 최고속도도 내고 그랬다.


근데 전열함은 존나 느렸음. 커질수록 점점 더 느려져서 100문이상 1급 전열함은 진짜 굼벵이수준;





슬루프/콜벳은 연안순찰용이나 근해 무역로 보호, 연락선, 초계선으로 많이 쓰였고 


프리깃은 이것저것 다 하는 만능배. 전투에도 좋아서 사략선으로 자주 쓰였지. 그래도 본격적인 함대전이 벌어지면 전열함한테 끔살당함;;


그리고 전열함은 진짜 평소에는 군항에 박혀있거나 자국 근해나 싸돌아다니다 진짜 전쟁이 벌어지면 꺼내는 결전병기였제. 건조비도 유지비도 조-온나 비싸서 강대국 아니면 얼마 갖고 있지도 못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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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게 콜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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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이 74문 3급 전열함, 오른쪽이 104문 1급 전열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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