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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 61. txt (공지 사항 수정)

ㅇㅇ(119.207) 2016.02.27 21:0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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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파 전편




깨어나고 다시 잠든 그 첫 번 째 밤. 하나는 서진에게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잠이 들고. 




“하나야.”

“엄마.”


엄마였다. 하나는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었고 그래서 엄마를 찾아간 것일지도 몰랐다. 


“하나야, 엄마는..”

“엄마.”

“하나한테 너무 미안해.”

“……”

“그래서 보고 싶었고 그래서 만났는데.. 엄마가 욕심을 많이 부렸어.”

“아니에요.”

“우리 하나가 이렇게 클 동안 곁에 있어 주지 못해 미안해.”


하나는 깨달았다. 지난 3일 하나는 아이였고 엄마와 아빠를 잃은 사람일 뿐이었다는 것을. 그런 엄마에게 하나는 손을 잡았다. 


“엄마, 나.. 엄마가 무슨 말 할지 알아요.”

“알아?”

“네.”


하나는 미소를 잃지 않고 엄마에게 말했다. 


“아빠는.. 아마 이런 얘기하기 힘들어서 도망가셨을 거고 엄마는.. 그래도 엄마니까 오셨을 거 알아요.”

“하나야.”

“이제.. 다시는 못 보는 거잖아요.”

“미안해.”

“저 잘 지내요. 정말 잘 있어요. 엄마가 그리운 날에 숨이 막히게 운 적도 있었지만 그래도 시간이 치료해줬고 엄마가 사랑해준 기억이 날 살게 했어요.”

“우리 딸.”


어느새 두 사람은 나지막한 동산의 풀밭에 앉아 있었고 푸른 하늘에 산들바람이 불고 있었다. 하나는 멀리 서 있는 아버지의 모습을 보았다. 그리고 엄마의 손을 더 꼭 잡고 말했다. 


“사랑해요, 엄마.”

“엄마도, 우리 하나 정말 많이 사랑해.”

“엄마가 다시는 나타나지 않아도 이해해요.”

“미안해.”

“우리 언젠가는 만날 거니까.”

“하나야.”

“네.”

“서진이가 네 옆에 있어서 정말.. 다행이다.”

“그럼요, 서진 씨는..”

“서진이는 네가 제일 사랑하는 사람이잖아.”

“네.”

“엄마, 아빠가 서진이는 우리 하나 곁에 오래 있을 수 있게 기도할게.”

“고마워요.”

“엄마는 하나가 엄마 딸이어서 정말 행복하고 감사했어.”

“저도 엄마가 제 엄마여서 감사했어요.”

“우리.. 다시 만나자.”

“네.”

“사랑해, 하나야.”

“엄마.”

“응.”

“안녕.”

“그래, 하나야. 안녕.”


다시 볼 것처럼. 꼭 다시 만날 것처럼. 그렇게 엄마와 아빠가 사라졌다. 그제야 하나는 울음을 터뜨렸다. 아주 오래.




서진은 하나의 눈을 볼 수가 없었다. 자신도 하나도 울고 있다는 걸 알아서. 그러다가.


“엄마하고 아빠가 서진 씨를 지켜주신다고 했으니까 나.. 걱정 안 해요, 이제.”

“하나 씨.”

“그리고 우린 다시 만날 거니까.”


다시 만난다는 약속. 서진은 그렇게 하나를 오래도록 안고 있었다.






3년 후


“다현아, 그러면 다쳐.”


바람이 많이 부는 날이었다. 영찬의 가족과 서진과 하나는 모처럼 일을 마무리하고 일상으로 돌아와 소풍을 같이 갔다. 하나와 서진을 좋아하는 다미가 조르기도 했고 하나 역시 그동안 너무 바빠서 아이들을 제대로 만나지 못해 미안하기도 했다. 그리고 어제, 이제는 완치 판정을 눈앞에 둔 서율과 시간을 보냈고 지난달에는 미국에 서진과 같이 가서 데릭과 에이프릴을 만나고 돌아왔다. 서진 역시 연재하던 다른 웹툰을 마무리하고 업무 역시 줄어들어 겨우 숨통이 튼 차였다. 또한, 무엇보다 다행스러웠던 것은 지난 3년간 하나의 암세포 수치가 급격하게 줄어들었다는 것이고 그렇게 두 사람은 감사하고 또 감사한 시간을 보냈다. 게다가 작년에 마무리한 태양의 서커스단과의 합동 공연도 성공적이어서 원더랜드는 아시아의 최고 테마파크 중 하나로 명성을 얻었던 차였다. 


“엄마가 갈게.”


다현은 다미의 여동생이었고 다미는 다현을 끔찍하게도 챙기는 자상하고 따뜻한 언니였다. 돌을 지난 지 한참이라 이젠 어디든 힘차게 뛰어다니는 다현의 뒤를 쫓는 다미와 영찬이었다. 엄마인 시연 역시 결국 어린 다현을 잡으러 갔고 하나는 곁에 있던 서진에게 말했다. 


“서진 씨.”

“네.”

“다현이 예쁘죠?”

“..아기들은 다 예쁘죠.”

“매번 잘 도망가네요.”


서진은 하나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알았다. 그러나 하나의 부탁을 들어주기에는 서진이 하나를 너무 많이 사랑했다. 아기. 하나는 충수염 때문에 수술을 한 이후로는 정기 검사 외에 병원에 간 일이 없었다. 그만큼 건강해졌으니 아기를 낳고 싶다고, 꼭 한 달 전 있었던 하나의 이야기에 서진은 영찬을 빼고는 거의 처음으로 남이 보는 앞에서 하나에게 화를 냈다. 그리고는 이틀을 하나를 피해 다니기만 했다. 끝내 하나가 꼼짝도 못 하게 서진의 사무실로 ‘쳐들어가’ 그를 만나기 전까지 서진은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냥 생각해 보면 안 되냐는 뜻이었는데.”

“하나 씨.”

“알아요. 가끔은 나도 내가 이상해요. 그저 건강하게 서진 씨 곁에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다현이를 보면 너무 예뻐요.”


남자이고 아기를 그렇게 예뻐하지 않던 자신도 다현이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포근해지는 것을 절로 느꼈다. 그런데 하나는 아기라면 다 예뻐하고 아이들도 하나를 무척 잘 따랐다. 그러니 하나가 얼마나 아기를 가지고 싶을지 짐작하고도 남았다. 하지만 그런 하나의 바람에 대해 최 박사는 너무나 부정적이었다. 




한 달 전.


“박사님.”

“지금 글리벡 복용으로 안정적인 수치를 잡고 있는데 임신하게 되면 아니 임신 계획… 하나 씨. 이건.. 정말 말도 .. 아니 안 됩니다. 안 되는 일이에요.”


지금껏 이렇게 최 박사가 단호히 그러나 감정적으로 반대한 일은 없었다. 정기 검진에는 신혼여행지였던 제주도에서 혼자 가고 싶다고 해 그렇게 혼자 보냈는데 서진은 어느 날 같이 가면 좋겠다는 말에 놀랐고 아무 일도 아니라고 안심하라고 했지만, 마음을 놓지 못했었다. 그런데 하나가 최 박사와 자신에게 내놓은 뜻밖의 얘기에 머리가 아팠다. 


“일부러 임신하겠다는 게 아니에요, 박사님.”

“하나 씨!”


서진의 큰 목소리에도 하나는 놀라지도 않았고 그저 웃으며 말했다. 


“그냥 혹시라도 아이가 생기면 낳을 수 있지 않을까 해서요. 생기기 어려운 아기가 생겼다는 것 자체가 제가 많이 건강해졌다는 뜻일 수 있으니까요. 그냥 여쭤 보는 거예요, 박사님.”

“… 안 됩니다. 하나 씨.”

“..네.”


하나는 풀이 조금 죽었지만, 서진은 옆에서 크게 한 번 숨을 몰아쉬고 밖으로 나가버렸고 수치는 여전히 안정적이니 제발 다른 생각은 하지 말라는 최 박사의 잔소리에 가까운 충고를 들으며 하나도 화가 난 서진을 열심히 쫓아갔더랬다. 




현재


소풍을 마치고 집에 돌아온 후 서진은 쉬고 있던 하나에게 갔다. 서재에서 며칠 뒤 있을 회의의 자료와 넘겨받은 서류를 보았지만 ,글자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던 탓이었다. 그리고.


“하나 씨.”

“네.”

“하나 씨가 그랬어요. 하나 씨 자신이 건강해지기 전까지는 아기는 입양하지 않겠다고. 하나 씨가 곁에 있어 줄 수 없을지도 모르니까. 그런데.. 왜 생각이 바뀐 거예요?”

“…….”

“하나 씨.”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아기가 생기지 않으면 안 낳으면 되지만 혹시라도 아기가 우리에게 와 주면 포기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요.”

“하나 씨.”

“우리 결혼 한지 이제 햇수로 4년이에요. 나도 서진 씨도 나이가 있고 또 특히 내가 아프니까 더 뒤에는 힘들 것 같아서요. 처음엔 진짜 내가 많이 안 좋은 상황이어서 꿈도 못 꾼 일이었는데 3년이나 괜찮았으니까.. 몰라요. 말 타면 경마 잡고 싶다고..  또 임신 기간은 딱 9개월 하고 2주 정도 되고 그 기간만 약을 안 먹으면 되는 거니까..”

“하나 씨.”

“나도 내 욕심이 큰 거 알아요.”

“하나 씨, 나는 하나 씨만 있으면 돼요.”

“나도 그래요. 나도 서진 씨만 있으면 돼요.”

“그런데..”

“그런데 그래도 라는 생각이 자꾸 머리를 헤집어요.”

“하나 씨.”

“미안해요. 걱정시켜서. 절대 걱정하지 않게 할게요.”

“…….”

“진짜예요.”

“…….”

“어차피 우리 결혼하고 한 번도 아기 생긴 적 없잖아요. 거의 불가능한 일이에요. 그게 나 때문이니까.”


만성골수성 백혈병 환자들은 임신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현재 국내에서 출산에 무사히 성공한 케이스는 6건이 채 안 됩니다. 그러니 하나 씨가 더 마음을 먹기 전에 막아야 합니다. 최 박사가 처음으로 서진에게 직접 전화를 해서 전한 말이었다. 서진과 하나는 정말 많이 사랑하고 있고 그래서 떨어져 지내지 않았으니 한 번이라도 아기가 생길 만 했지만 하나의 말처럼 하나가 아픈 이유에서인지 아기는 두 사람에게 오지 않았다. 서진은 그로 인해 섭섭하거나 스트레스를 받은 적은 단 한 순간도 없었다. 오히려 아무리 자신이 조심해도 아기가 생길까 봐, 하나가 안 다면 무척 섭섭해 할 생각을 자주 하긴 했다. 그게 스트레스라면 스트레스였다. 


“난 하나 씨 없으면 못살아요.”

“서진 씨.”

“하나 씨하고 아기를 바꾸는 짓은 안 해요.”

“서진 씨..”

“그러니까 내 옆에 오래 있어 줄 생각만 해요. 약속했잖아요. 네?”


서진의 애원 섞인 목소리에 하나는 그저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서진은 하나를 안고 한숨을 쉬었고 미안한 하나는 그의 등을 토닥이며 걱정하지 말라는 부탁만 할 뿐이었다. 




석 달 후 


해가 바뀐 지 두 달 정도가 흐르고 있었다. 서진과 하나는 바빴던 연말을 보내고 더 큰 다현이 이젠 제법 전화 통화에서도 이모, 삼촌 소리를 할 줄 알아 가끔 통화를 하며 행복해했다. 올해 열 살이 된 다미는 서진과 하나의 생일이나 기념일도 챙겨서 부모인 영찬과 시연까지 놀라게 했고 재작년 결혼한 진주는 남편되는 사람이 해외로 발령을 받아 작년에 낳은 예쁜 아들아이와 함께 영국으로 간 터였다. 은창도 올해 우정과의 결혼을 앞두고 있었고 하나가 서커스단만이 아닌 원더랜드 공연 책임 사장이 되면서 서커스단 단장도 되었다. 게다가 어제는 드디어 온전한 완치 판정을 받았다는 서율의 전화를 받고 하나는 끝내 울고 말아서 서진을 놀라게 했다. 그런 바쁘고 힘들지만, 마음 벅차고 감사한 시간을 보낸 서진과 하나에게 주말을 포함한 며칠 간의 여유가 생겼다. 정말 오랜만에 휴가를 받은 터라 두 사람은 달콤한 늦잠을 누리는 중이었다. 아니 그럴 예정이었다. 그러나 하나는 새벽같이 일어나 달력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서진 몰래 어제 사둔 것을 가방에서 꺼내 욕실로 갔다. 




“하나 씨?”


어느새 눈을 떴다. 익숙하다 못해 늘 없으면 불안하고 힘든 하나의 체온이 곁에서 느껴지지 않자 서진은 바로 일어나 하나를 찾았고 침대 옆 의자에 조용히 걸터앉아있는 하나를 보았다. 


“왜 그래요? 무슨 일 있어요?”

“..정말 욕심이라고 마음 접었었어요. 서진 씨한테 미안하고 나도 서진 씨 떠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나 씨.”

“내가.. 진짜 싫어요. 이걸 기뻐할 수 없는 것도 싫고 막상 닥치면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던 내 오만도 싫어요.”

“하나 씨, 나 봐요. 무슨 일이에요. 네?”

“서진 씨.”


하나는 울고 있었다. 이렇게 우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았다. 


“내가 이제 서른 두 살이에요.”

“하나 씨.”


갑작스러운 나이 얘기에 서진은 사고가 정지된 것 같았다. 어떤 의미인지.


“서진 씨도 나도 서른이 넘었으니까 이건 기뻐해야 하는 일인데.. 내가 괜찮으면..”

“하나 씨. 나 답답해요.”

“이거.. 봐요.”


하나가 서진에게 건넨 것은. 아무리 여자가 아니어도 또 한 번도 받아보지 못했다고 해도 이게 뭔지 정도는 서진도 알 수 있었다. 선명한 두 줄. 서진은 순간 휘청이는 자신을 견디지 못해 하나 앞에 양 무릎으로 주저앉았다. 


“서진 씨.”


그는 정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한 달전 검사 결과에서도 역시 안정적인 결과가 나왔고 최 박사는 제발 이렇게만 유지하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했다고 했다. 서진은 손에 든 것을 떨어뜨리고 하나를 일으켜 세우더니 꼭 안았다. 


“미안해요, 하나 씨.”

“서진 씨.”

“정말 미안해요.”

“서진 씨.”

“이번 한 번만 내 말 들어주면.. 나 평생 하나 씨가 하자는 대로 할게요. 이번만 내 말 들어줘요.”

“……”

“우리.. 포기해요. 포기해요.”

“서진 씨!”

“미안해요. 벌은 내가 다 받을게요. 우리 그냥..”

“서진 씨..”

“난 당신 잃을 수 없어요.”

“그래도..”

“그래도는 없어요. 최 박사님이 안 된다고 하셨잖아요. 안 되는 일이에요.”

“…….”

“하나 씨.”

“난.. 내가..”

“하나 씨 잘못 아니에요. 누구 잘못도 아니에요. 그냥.. 우리 잊어요. 보내고 잊으면 돼요.”

“어떻게.. 그래요.”

“하나 씨.”


서진도 결국 울면서 애원했다. 보내자고. 포기하자고.


“우리.. 아이잖아요. 서진 씨 아이예요. 나.. 서진 씨 아이여서 더 못 보내겠어요.”

“하나 씨!”


절규였다. 서진은 하나를 더욱 세게 안았다. 하나는 그런 남편을 다독였다. 거짓말처럼 어떻게 해야 하는지 결심이 섰다. 





어.. 실은 아기 문제는 어떻게 결론 낼지 고민 중이야. 크게는 두 가지가 있어. 내가 원하는 건 있는데.. 그동안 읽어준 고마운 갤러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지만 그래도 내가 생각하는 결말이 더 현실적일 것 같기도 하고. 여튼.. 다음 주에 올게.


내가 실은 곧 이사를 해서 (셀털 미안) 이번 주에는 못 와. 미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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