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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플] 이순 암행기 43

루비(1.177) 2017.05.13 23:19:09
조회 146 추천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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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상 궁술을 자신의 승리로 이끈 이순은, 이제 겨우 한시름을

 

놓는 듯, 편안한 미소로 옥정이를 바라 보았다.

 

그 며칠 사이, 얼마나 애간장을 태우며 마음을 조렸던지, 이제서야

 

옥정이를 눈 앞에 두게 되자, 저도 모르게 옥정이의 손을 끌어

 

잡았다.

 

그리고 무언가 말을 하려다 말고, 돌연히 옥정이의 손에 시선이

 

닿은 이순은, 불현듯 애처러움이 밀려 들었다.

 

그것은 흉악한 검계들의 소굴 속에서 빠져 나오기 위해, 옥정이가

 

화약에 불을 붙였다는, 명구의 이야기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곳을 빠져 나오기 위해 그 작은 손으로 화약에 불을 붙여가며

 

애를 태웠을 옥정이를 생각하니, 안타까움과 안쓰러움이

 

뒤섞이며, 절로 한숨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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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비님, 무슨 걱정이라도 있으십니까.”

 

 


“휴……………내가 말했지 않느냐, 걱정없이 그대를 바라

 

보지 않을 수 없다고……………”

 

 


“……………송구합니다. 저로 하여, 늘 이런 걱정을 끼쳐

 

드려서……………”

 

 


“아니다. 옥정아, 일이 이렇게 되고 보니, 내 생각이 짧았구나.

 

너를 이리 고생시키게 될 줄 알았더라면, 이곳에 데리고

 

오는 것이 아니였는데……………”

 

 


“아닙니다. 그리 생각지 마셔요. 저는 이 또한, 선비님 곁에

 

있을 수 있어서…………그것만으로도 그저 기쁠 따름입니다.

 

하옵고, 선비님께서 같이 가자고, 애기해 주지 않으셨다면,

 

오히려, 제가 더 섭섭했을 것입니다.”

 

 


“그래…………그리 생각 해 준다면, 다행이지만…………”

 

 


옥정이는 지금, 그 어떠한 말로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 할 길이

 

없었다.

 

다만, 이순의 곁에서 또 다시 온전한 평온함을 맞이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만이, 믿기지 않을 만큼 기뻤다.

 

검계들에게 붙들려 있는 동안, 그 얼마나 암흑 속을 헤매는

 

시간들이었던가.

 

대장의 처소에 갇혀 버린 옥정이는, 더 이상 그 곳에서 벗어날

 

길이 없다는 절망감에, 한 동안 실의에 빠져 있었다.

 

그런 암담한 상황에, 너무나 버젓히 잠입을 시도한 이순은,

 

또 다시 위험 천만한 승부에 자신을 내 던진 것이다.

 

그 모든 결전을 지켜 보았던 옥정이는, 자신을 위해, 혼신을

 

다해 시합에 돌입하던 이순의 모습에, 그저 감복한 마음을

 

가눌 길이 없었다.

 

이내 옥정이는 한없이 따사롭게 전해지는 이순의 미소 앞에,

 

그저 말없이 이순을 우러러 볼 뿐이였다.

 

그리고 선비님 덕분에, 그 모든 고난을 버텨낼 수 있었던 것

 

이라며, 수 없이 마음 속으로 되뇌이고, 되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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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은 옥정이의 손에 지긋히 힘을 싣으며, 몇 차례나 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저 바라 보고만 있어도 닳을세라 애틋했던 옥정이였다.

 

그런 옥정이가 검계들에게 붙들려 버린 사이에, 그 얼마나

 

불안감에 목이 탔던가.

 

그 심정들을 마치, 한꺼번에 풀어 내기라도 하는 듯, 이순은

 

좀처럼 옥정이의 손을 풀어내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는 그 어떤 일이 있더라도, 옥정이를, 자신의 곁에만

 

있게 하고 싶었다.

 

그때였다.

 

옥정이를 향해, 달려온 달래가, 너무나 반갑다는 듯이 인사를

 

건네왔다.

 

 


“옥정 아가씨!”

 

 


“달래야………………”

 

 


“이렇게 다시 만날수 있게 되서, 정말 너무 기쁘구만요.”

 

 


얼마 후, 옥정이와 달래는, 두 손을 마주 잡으며, 재회의 기쁨을

 

나누게 되었고, 달래를 따라온 여치도, 이순에게 깊은 감사의

 

인사를 여쭈었다.

 

 


“나으리, 소인 참으로 나으리의 마상 실력에는 할 말을 잃었

 

소이다. 게다가 저희 움막촌 부락민들의 문제마저 이렇게

 

명쾌하게 해결을 지어주시다니, 이 은혜를 어찌 갚아야

 

할련지요.”

 

 


“이번 시합으로 검계 대장도, 여러분과 자신들의 부하 앞에서,

 

확실하게 확약을 했기때문데, 이제 더 이상은 검계들의 횡포로

 

불란스러워질 일은 없을 것입니다.”

 

 


“참말로 이 은혜를 어찌 다 말로 표현할 수 있겠습니까. 그저

 

감개 무량할 따름입니다요.”

 

 


“저야말로 그대들의 집회 소동이, 되려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렇치 않았더라면, 이런 일도 힘들었을 테지요.”

 


“큰 도움이 되었다니요?……………”

 

 


“검계들 사이에, 분열 조짐 보였었거든요. 게다가 대장이란

 

자의 성질이 워낙에 포악하고 다혈질인지라…………때 맟춰

 

움막촌 사람들까지 대거 동참을 하게 되니, 그 대장이란 자의

 

표정이, 아주 과간이 아니던 걸요. 오늘 아주 날을 잘 잡으신

 

듯 합니다.”

 

 


이내 여치는, 얼굴을 붉혀 보이더니, 한쪽에서 달래와 이야기를

 

나누는 옥정이에 대해 말을 들려왔다.

 

 


“실은………이제 와서 하는 말입니다만, 저야 말로, 나으리께

 

감사의 인사를 올려야지요. 저 아가씨가 아니였더라면, 우리

 

달래가 어찌 집으로 돌아 올 수 있었겠습니까요. 해서……………

 

아가씨일도 그렇고, 우리 움막촌에 아이들 일도 그렇고, 도저히

 

이대로 있어서는 안되겠길레, 이렇게 큰 마음을 먹게 된

 

것이지요 .”

 

 


“어찌 되었든, 잘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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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옵고, 나으리, 소인 생각해 보았습니다만, 나으리께서

 

그리 알고 싶으셨던 이야기를, 오늘 돌아 가거든, 소상히

 

여쭙도록 하겠습니다요.”

 

 


“………정말입니까!!……………”

 

 


“여부가 있겠습니까, 옥정이 아가씨는 우리 달래의 은인이시고,

 

나으리는 우리 부락민들의 은인이신데, 어찌 소인의 목숨하나

 

지키자고, 고집을 피우겠습니까. 오히려 그것으로 그 은덕에

 

보답이 된다면, 얼마든지 도와 드리겠습니다요.”

 

 


“그렇다면, 정말 잘 되었군요.”

 

 


갑자기 마음을 바꾼 여치의 태도에, 이순은 너무나 생각지

 

못했다는 듯, 환하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 동안 밀어내기만 했던 여치로 인해, 너무나 막연했었던

 

이순이였다.

 

그런데, 그 단단하게 막혀있던 물꼬를, 옥정이가 터준 셈이 된

 

것이다.

 

이순은, 너무나 모든 일이 잘 되었다는 듯이, 다시 한번 흐뭇한

 

표정으로 옥정이를 바라 보았다.

 

그때 한쪽에서 서성이던 칠용이가, 이순에게 다가와 말을

 

건네왔다.

 

 


“아니, 선비 양반은 처음에 내 칼에 놀라서, 꿀먹은 벙어리

 

처럼 꿈쩍도 못하는 것 같더니만, 이거 날 속여 먹은게

 

아니요?”

 

 


“속인적은 없소, 오히려 나야 말로 그쪽 들한테, 놀란 일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서 말이지………”

 

 


“내 아직까지도 선비한테, 뒷통수를 맞은 것 같이 얼얼

 

하외다. 대체 그 좋은 실력을 가지고, 왜 이제껏 풀어먹질

 

못하슈. 나같으면 이런 젊은 나이에 그만한 실력이면,

 

포도 대장을 열번은 해먹겠소이다.”

 

 


“포도대장이 아무나 해먹을 수 있는 자리는 아니지. 특히

 

그 쪽같은 출신들은 더욱 더…………하긴, 그렇게 생각없이

 

나대니, 뒷통수를 맞을 수 밖에…………”

 

 


“흠………거 언제한번 나하고 술이나 한잔 하십시다.

 

내가 술 한잔 거나하게 올리겠소.”

 

 


칠용이가 이순의 팔을 툭 치며, 반갑게 술자리를 권해오자,

 

이순은 먼지털듯 옷깃를 털어내며, 매몰차게 응답을 해

 

보였다.

 

 


“글쎄, 내가 워낙에 바쁜 몸이라서……………”

 

 


이순은 칠봉이에게 쌀쌀하게 내뱉은 몇마디로 등을 돌리고서,

 

또 다시 옥정이를 다가가고 있을 때였다.

 

여치는 건너 편에 있는 명구에게, 어서 오라며 반갑게 손짓을

 

해 보이다가, 돌연히 손짓을 멈춰 세웠다.

 

누군가 자신을 향해, 뚫어지고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이내 눈을 비비며, 물끄러미 그 곳을 향하던 여치는, 그대로

 

사색이 되고 말았다.

 

저것은 틀림없는 화승총이였다.

 

그리고 그 화승총을 조작하고 있는 이는, 분명 이곳의 부대장인

 

장쇠가 틀림없었다.

 

어찌된 일인지, 화승총을 만지작거리던 장쇠는, 우연의 일치인지

 

분명히 자신이 있는 쪽으로 총구를 들이대고 있었다.

 

여치는 장쇠의 행동을 의심쩍게 생각하며, 서둘러 주위를 둘러

 

보다가, 그 총구가 자신이 아닌, 이순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 차렸다.

 

이순이 옥정이를 향해, 다가가자, 총구가 그대로 이순을 따라

 

움직였기 때문이다.

 

여치는 더 이상 망설일 겨를 없이, 서둘러 이순에게 알려야 했다.

 

어떻게든 이 사단을 막아야 겠다는 생각에, 다급히 이순을

 

향하던 여치는 그 찰나, 발포 소리를 듣고 말았다.

 

이내, 날아드는 쇠꼽을 감지한 듯, 여치는 그대로 이순을 밀어

 

뜨렸다.

 

순간, 무언가 자신을 강타하는 반동에 밀려, 여치는 그대로

 

맥없이 쓰러지고 말았다.

 

갑자기 자신을 밀어낸 여치가 눈앞에서 쓰러지자, 이순과

 

더불어 그 근처에 있던 달래와 옥정이도 놀란 표정으로,

 

여치가 쓰러진 곳으로 다가섰다.

 

그 곳으로 다가오고 있던 명구도, 여치가 쓰러지는 모습에

 

한 달음에 달려들었다.

 

양 대인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웅천이는, 어디선가 들려왔던

 

발포 소리에 재빨리 그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쓰러졌던지, 한 쪽에서 움막촌 사람들의 비명 소리와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먼 발치에서 화승총을 소지한 체, 웃고 있는 장쇠를

 

발견하고는, 그대로 경악을 하고 말았다.

 

 


“이런 빌어먹을 놈같으니!!………………”

 

 


웅천은 또 다시 장쇠가 문제를 일으켜 오자, 서둘러 장쇠를 잡아

 

들이라는 지시를 내렸다.

 

미친듯이 실웃음을 짓고 있던 장쇠는, 이미 눈동자 마저 광기로

 

변해 있었고, 그 미친 광기가 자신을 향할 수도 있겠다는 불길함에

 

웅천은 서둘러, 그 자리를 빠져 나갔다.

 

장내는 여치가 쓰러지면서, 달래의 울부짓음과 사람들의 아우성

 

소리에, 한 층 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빠져 들었다.

 

얼마 후, 이순 일행과 움막촌 사람들은, 더 이상 지체할 것 없이,

 

부상을 입은 여치를 움막촌으로 옮겨야 했다.

 

여치는 상부의 가슴 쪽에 쇠꼽이 박히면서, 한동안 출혈이

 

멈추질 않았고, 다급히 불러들인 동리 의원에게서 긴급 조치를

 

받게 되었다.

 

하지만, 좀처럼 흔치 않았던, 화승총 부상으로 인해, 동리 의원도

 

무척이나 고전을 해가며, 여치의 상태를 돌보게 되었다.

 

이순은 여치의 생명이 위험해지면, 애써 기다려 왔던 숙부인의

 

증언을 들을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움에, 짐짓 씁쓸한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그렇게 암울한 시간 속에, 하루가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늦은 저녁 시간이 되어서야, 안정적으로 맥박이 돌아

 

왔다는 의원의 진단에, 그 자리를 지키고 있던 모든 이들은,

 

겨우나마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명구는 여전히 안심을 할 수 없다는 듯, 여치의 곁에서 자리를

 

지키기로 하고, 이순은 그제서야 옥정이를 데리고 주막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

 

 

 

 

 

 

 


움막촌에서 나온 이순은, 여전히 옥정이의 손을 꼬옥 쥐어

 

잡은 체, 무덤덤히 앞장을 서고 있었다.

 

그런 이순을 따라, 발걸음을 옮기던 옥정이도 한 동안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 쯤 지났을까.

 

뒤에서 옥정이의 기운없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달래 아버지께서 상처가 더 깊어지면

 

어찌 되실지, 정말 마음이 놓이질 않습니다.”

 

 


“글쎄 말이다. 너무나 갑작스러운 일이라서, 당황스럽긴

 

했지만, 어찌 되었든, 그만하길 다행이라고 생각해야겠지……………”

 

 


“…………선비님…………………”

 

 


“……………?……………………”

 

 


“…………저는……………………”

 

 


순간 떨리던 목소리로 이순을 불러세운 옥정이는, 눈물이 그렁진

 

얼굴로, 걷던 걸음을 그대로 멈춰서고 말았다.

 

이순은 그제서야 화승 총에 놀랐을 옥정이를 생각지 못했다는

 

사실에, 조심스럽게 옥정이의 표정을 살폈다.

 

그리고 미세하게 떨고 있는 옥정이의 어깨를, 서둘러 한손으로

 

감싸쥐었다.

 

 


“정말………생각할수록 무서웠습니다. 그때 그 분이 선비님을

 

밀어내지 않았더라면……………”

 

 


어느 새, 옥정이의 눈물이 볼 위를 타고 흘렀다.

 

옥정이는 목이 메이는 듯, 더 이상 말을 잇지 못했고, 아직까지도

 

그 순간의 두려움을 잊지 못하는 듯, 떨고 있었다.

 

이순은 옥정이의 눈물을 조심스럽게 닦아 주더니, 차분하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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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강하다니깐!……………그렇게 허망없이 쓰러지지 않아.”

 

 


“하지만, 어떻게 그리 장담하실 수 있답니까, 선비님이

 

옥황 상제도 아니시면서…………사람 일이 순간 어찌 될지,

 

아무도 모르질 않습니까.” 

 

 


순간, 두 눈망울에 가득 맺혀있던 눈물을 여실히 떨어뜨리며,

 

어린 아이가 떼를 쓰듯 말을 들려오는 옥정이를, 이순은

 

당혹스러운 듯이 내려다 보았다.

 

그 사이, 놀랬던 일들로, 감정이 격해져 있었던지, 옥정이는

 

무척이나 울컥해하며, 자신의 감정을 토로해 왔다.

 

왈콱 눈물을 쏟아내는 옥정이를, 보며, 이순은, 안타까움을

 

금할 길 없었다.

 

검계들에게 붙들려 있는 동안, 그 얼마나 무섭고 두려웠을지,

 

보지 않아도 뻔한 일이었다.

 

게다가, 그 모든 일이 끝난지 얼마 되지 않아, 눈앞에서

 

달래 아버지의 총상을 목격하고 말았으니, 그 충격 또한,

 

감당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이순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돌연히 옥정이의 손을 잡아 이끌고,

 

어디론가 자리를 이동했다.

 

잠시 후, 사람들이 없는 외진 길가로 빠져 나온 이순은, 그대로

 

옥정이를 자신의 가슴으로 품어 안았다.

 

검계들에게 끌려 간 이후 부터, 얼마나 애태우며 찾아냈던

 

옥정이였는데, 이제서야 자신의 품에 안을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리고 조심스럽게나마 옥정이를 다독여가며, 한동안 옥정이의

 

놀란 가슴을 진정시켜야 했다.

 

옥정이는 이순의 품에 안기는 순간, 그 며칠 사이에 있었던 모든

 

긴장이, 한꺼번에 풀려버린 듯, 또 다시 누르고 있었던 감정들이,

 

봇물 터지듯 눈물로 터져나왔다.

 

이순은 그런 옥정이를 한층 더 포근하게 감싸 안으며, 얼마 간

 

옥정이가 진정되기를 기다려야 했다.

 

어느 새 주위는, 칠흙 같은 어둠에 묻혀 내렸고, 밤 하늘에는

 

구름에 가려졌던 초승달이 슬그머니 얼굴을 내밀었다.

 

그 으슥한 사이로, 밤 바람이 소리없이 스쳐 지나는 듯 싶더니,

 

바람에 떨어져 나온 나뭇잎들이 그 주위를 맴돌며, 이곳

 

저곳으로 나뒹굴었다.

 

옥정이는 아스락거리는 나뭇잎 소리를 들으면서도, 그렇게

 

한 동안 이순의 품안에 안겨 있었다.

 

겨우나마 불안했던 마음이 진정되어 왔지만, 왠지 그 동안의

 

일들을 진정 시키기에는, 여전히 믿겨지지 않는 일들 투성이였다.

 

그런 옥정이를 측은하게 내려다 보던 이순이, 나직히 말을

 

들려왔다.

 

 


“참으로 그 많은 눈물은 어디서 그렇게 쏟아져 나는지………………

 

내, 그대의 눈물 만은, 막아 낼 재간이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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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구합니다………………”

 

 


“이제 조금이나마, 진정이 되었느냐.”

 

 


이순의 말에 겨우나마 고개를 들어 올린 옥정이는, 발그랗게

 

 

달아오른 얼굴로 작게나마 고개짓을 해보였다.

 

그리고 이순의 품에서 벗어 나려고 하자, 이순은 그런 옥정이를

 

다시 한번 자신의 품 안으로 끌어 안았다.

 

그리고 작은 한숨과 더불어, 애닳았던, 자신의 심정을 그대로

 

토로해왔다.

 

 


“참으로 울고 싶었던 사람은 나다. 옥정아, 그대가 없어진 이후로,

 

그대를 찾아, 얼마나 해맸던지…………두번 다시 그대를 만나지

 

못하게 될까, 그것이……………너무나 두려웠다.”

 

 


“저도…………무서웠습니다. 그래서 어떻게든 선비님을 다시

 

만나고 싶어서라도, 정말 그대로 있을 수 만은 없었습니다.

 

지금도 이 모든 사실이…………너무나 꿈만 같습니다.”

 

 

 

아직까지도 미세하게 떨려오는 옥정이의 목소리에, 이순은

 

조심스럽게 옥정이의 얼굴을 감싸 안았다.

 

그리고 그 동안의 시라린 심정을 드러내듯, 애틋한 눈길로

 

옥정이를 바라다 보았다.

 

옥정이는 이순의 따스한 손길 아래, 또 다시 올려다 보던

 

눈망울이 촉촉히 젖어 들었다.

 

이내 옥정이를 향한 마음이 복받쳐 오자, 이순은, 더 이상

 

주체할 수 없다는 듯이, 그대로 옥정이의 입술에 부딪쳐 갔다.

 

그 동안 너무나 애가 타서 목이 바짝 말라버린 것처럼, 그로

 

인해 그 목 마름을 한번에 적셔내는 듯이, 이순은 그렇게

 

절실하고 애틋한 심정을 담아, 뜨거운 키스를 쏟아냈다.

 

마치 한 동안 참고 있었던 감정들이, 한꺼번에 터져 버린 것 같이,

 

격정적으로 입맞춰가던 이순은, 옥정이의 작은 숨소리 조차

 

비어낼 겨를 없이, 옥정이의 입안을 탐해 나갔다.

 

이순의 애끊는 키스에, 옥정이는 어느 결에 두 눈을 질끈 감아

 

내렸고, 사무치게 와 닿는 그 설레임 속에, 길고 잔잔하던

 

속눈썹 마져, 파르르 떨려왔다.

 

그렇게 아찔하고도 감미로운 이순의 입맞춤에, 옥정이는

 

속절없이 이끌려 들었다.

 

무언가 너무나 온유하고 아늑한 이순의 품 속에서, 포근하게

 

감싸오는 그의 사랑에, 옥정이는 그대로 이 순간이 멈춰

 

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얼마 후, 두 사람의 뜨거웠던 호흡이 가까스로 잦아들자,

 

겨우나마 이순의 가슴에 기대어 안긴 옥정이는, 빨갛게

 

상기 된 얼굴로, 좀처럼 이순을 올려다 보지 못했다.

 

왠지 눈을 뜨면, 이 꿈같은 순간들이 깨어나 버릴것 같아,

 

그저 조용히 이순의 품안에서, 제 마음을 진정시켜야 했다.

 

차가워진 밤 바람에, 옥정이가 이순의 가슴 속에 파고 들자,

 

이순은 다시금 포근하게 품어 안으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조근하게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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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달래의 아버지가 호전되면, 다시 회양으로 돌아가서

 

나머지 일들을 해결 지어야 겠지만, 그 일만 무사히 마무리를

 

짓고 나면, 그 때는 마음 편히 그대와 어디라도 다닐 수 있을

 

것이야. 그러니, 그때까지 만이라도 잘 견뎌줄 수 있겠느냐.”

 

 


“얼마든지…………견뎌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저도 선비님

 

곁에서 작게나마 도움이 되고 싶습니다.”

 

 


“도움이라…………난, 옥정이 네가 곁에 있어주는 것 만으로도,

 

이미 그 도움을 받고 있는 걸, 어찌되었든 그대가 마음 편히

 

웃을 수 있도록, 어서 이 모든 문제가 잘 해결 되어야 겠지만

 

말이다.”

 

 


“………………………”

 

 


옥정이는 이제 이순의 밝아진 목소리에, 그의 품에서 벗어나,

 

겨우나마 이순을 올려다 보게 되었다.

 

이순은, 그런 옥정이의 어깨를 마주잡고는, 차분히 가라앉은

 

목소리로 말을 이어 나갔다.

 

 


“오늘은 주막에 돌아가면, 어쩔 수 없이 봉놋방에서 지내야

 

겠지만, 이곳에서 여치의 증언을 확인하게 될 때까지는,

 

얼마 간 더 소모가 될 듯하니, 내일부터는 민가로 옮기는

 

것이 어떻겠느냐.”

 

 


순간 옥정이는, 또 다시 이순에게 닥칠 불안들을 걱정하며,

 

그대로 이순의 옷자락을 여며 잡았다.

 

 


“…………선비님, 제가 남장을 단단히 갖춰서라도 당분간은

 

선비님을 지켜 드리고 싶습니다. 하오니 불편하시더라도,

 

지금은 선비님의 곁에 있게 해 주셔요.”

 

 


이순은 옥정이의 그 말에, 잠시 웃음이 실려 나왔다.

 

대체 무슨 힘으로, 자신을 지켜 주겠다고 저리 완강히 나서는지……………

 

이순은 그런 옥정이가 안쓰러우면서도, 그지없이 사랑스러웠다.

 

 


“옥정아, 네가 과연 나를 지켜줄 힘이 있겠느냐.”

 

 


“네, 아무래도 선비님 곁에 아무도 없는 것보다는, 저라도

 

곁에서 주변을 감시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또 다시, 그

 

부대장이란 검계가 선비님을 노린다면……………”

 

 


옥정이는 그말을 내 뱉으며, 또 다시 두려움에 떠는듯 말을

 

잇지못했다.

 

이순은 그런 옥정이의 모습을 애처러웠던지, 애써 목에 힘을

 

줘가며, 어린 아이 달래듯이, 말을 들려왔다.

 

 


“이렇게 눈물많은 네가, 과연 나를 잘 지켜낼 수 있겠냐

 

이말이다. 난 아무래도…………”

 

 


이순이 걱정스럽게 뜸을 들여보이자, 옥정이는 무언가 생각해

 

낸 듯이, 밝은 목소리로, 이순에게 여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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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오면…………선비님께서 저에게 무술을 가르쳐 주십시오.

 

검술이라도 좋고, 궁술이라도 좋으니, 그 무엇이라도 배워

 

둔다면,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겠습니까.”

 

 


“흠……옥정이 네가 검술을…………………”

 

 


“…………………………”

 


이순은 호기심 어린 눈으로, 자신의 대답을 기다리는 옥정이의

 

모습에, 허심탄회하게 웃음을 짓고 말았다.

 

 


“좋다, 그렇다면 잠시 시간이 지체되는 동안, 간단한 기본기라도

 

배워 보겠느냐.”

 

 


“……………정말 가르쳐 주시는 것이지요?”

 

 


“대신, 실수할 시에는, 여차없이 아주 엄하게 다스릴 것이야.”

 

 


“…………………………”

 

 


옥정이는 엄포를 주는 이순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없이, 당장

 

이라도 배울 기세로, 이순의 팔에 매달려 왔다.

 

이순은 저 홀로 굳게 결의를 다지는 옥정이의 모습에, 마지못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어느 새 밤 하늘의 초승달은, 흘러가던 구름 속에 가려져 버렸고,

 

주변은 일시에 어둠에 잠겨져 왔다.

 

하지만, 옥정이는 더 이상, 두려울 것이 없었다.

 

밤 하늘의 달이 하나 이듯, 옥정이의 마음 속으로, 어느 새,

 

이순이라는 존재가 하나 가득 채워져 왔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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