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한번 글을 올렸는데 임란 중 조선이 대명관계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가 두 번 있었어.   한번은 원병 청하러, 다음은 정응태 무고 때문에.

정응태 무고를 해명하러 이항복이 정사가 되어서 사행길을 떠날 때 일이야.   서장관 황여일이 용만에 정을 두었던 여자가 있었대.

황여일은 공무로 지나가는 길이라서 그 여자를 남장을 하고 오게 했어.   그리고는 종에게 누가 오나 나가서 기다리라고 시켰지.

종은 그 여자가 인산첨사인 줄 오해하고 황여일에게 인산첨사가 지나갔을 뿐이라고 고했어.   남장이 썩 잘되었나봐.

어째든 이 일화로 용만 일대에서 인산첨사하면 황여일의 숨겨진 여인으로 통했대.   이런 이야기를 듣고 지나칠 이항복이 아니지.

이항복은 활이 부족하다는 군관에게 황여일이 인산첨사하고 친하니 가서 부탁하면 인산첨사에게 말을 넣어주리라고 말해.

아무 것도 모르는 군관은 황여일에게 인산첨사에게 말해서 활을 구해달라고 하지.   황여일은 희롱을 당해서 화를 내고.

그 당시 사람들은 이 이야기가 엄청 재미있었나봐.   다들 배를 잡고 웃었대.   요즘에는 별로 웃기지도 않는 이야기인데.

내가 이 이야기를 왜 하냐하면 이항복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해서야.   나라가 위기에 처해서 명나라에 해명하러 가는 길인데도 평상 시 같아.

하기야 일본군에게 쫒겨서 급박한 상황에서도 사람들을 웃기는 사람이니 이 정도야 당연한 일화일지도 모르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