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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갈수록 흐려지는것과 선명해지는것

고양이망나니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25.01.31 02:04:37
조회 147 추천 1 댓글 0

어릴때는 하루가 길다.

세상 모든게 재밌어 보였고, 지루할 틈이 없었다


세상은 모든 가능성으로 가득차 보였고

마치 내 미래는 내가 선택할수 있는거처럼 보이기도 했다


선명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안개가 심한거처럼 한치 앞도 보이지않는건 아니었다.


그러나 대학까지 갈것도 없이

중학교 고등학교만 다니기 시작해도 빨리 깨닫는 애들은 벌써 깨닫는다


나는 세상의 주인공이 아니라는걸


그리고 어른들은 그런 너무 빨리 철든 아이들을 측은하게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세상에 던져졌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회사이름, 직종, 직무에 지원한다


우스운 일이다. 무슨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그 일을 하겠다고 

적어 내려가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에는 마치 나는 이 일을 위해 태어난 사람인거마냥 적어내려야한다.


더더욱 우스운것은, 그러한 사람들이 모인 좆소기업 면접자리에서는

그러한 사람들이 모여들어 내가 더 잘해요 내가 더 잘할게요를 외친다...


나는 내 생각보다도 못난 사람이라는걸 깨닫게 된다.


나는 나이기에 내 단점에 대해서 그럴만한 이유가 있고, 그럴 상회하는 장점도 있는 사람이라는걸 너무 잘 알기에

그걸 어필해야하는데, 내 입과 내 행동은 내 생각을 따라주질 않는다


억울함,짜증,분노... 하지만 결국 받아드리게 된다.. 그렇게 어릴적 꿈이 흐려져간다.


내 인생은 멀리서는 비극 가까이에서는 죽지 못해 살아가는 신파극이었다.


그렇게 어쨌든 일을 한다. 급여가 적던 나쁘던, 대우가 좋던 나쁘던...

좆같으면 소주 한잔에 털어내고, 개씨발좆같으면 룸빵이다

알콜에 절은 내 뇌가 더 이상 정상적인 판단을 하지 못하게 해야 버틸수 있다...


그렇게 나 스스로도 더이상 순수하지 못하다

아니 애초에 순수한 존재가 아니었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내 존재는 그냥 누군가의 발판이 되기 위해서였을지도 모른다

아니 애초에 난 진짜 제대로된 인간으로 태어나긴 한건가?

아니 애초에 나는 불량품이었던거 아닐까?


혼자 싸구려 소주에 취해 외로워져 세상 사람들 사는걸 보고 있자면

뭔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든다.

세상의 모든 행복은 저 작은 화면속에 꽉차 있고

그 반대급부로 모든 불행은 그걸 바라보는 나에게 향한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 모든 사람들이 아름다운 조명 밑에 화려한 차림으로 바라보는것만으로도 행복해질정도인데

나 혼자만 추레한 차림으로 어두운 구석에서 그들을 바라보는 느낌이 든다


그렇게 한때 푸르러렀던 내 싹은 흐려진다. 이제 그 형태도 술이 나를 먹어야 꿈에서나 잠깐 볼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반대로

지독하게 썩어버려, 그 형태라도 알아볼수 있을까하는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은 점점 선명해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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