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15년 만에 자랑갤에 남기는 글입니다.

코로나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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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은 자연의 섭리를 두려워하고 그 앞에서 꽤 나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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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겨내며 살아왔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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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의 우리가 있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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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을 위해서인지 내일을 위해서인지 모르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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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현으로 이사 후 처음으로 미용실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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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머리카락만 자르는 여자(?)가 아니지만 단돈 3천원에 커트를 할 수 있었다, 그것도 강남에서.

미용실에 자주 가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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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한 달에 한 번 정도, 주말 이른 저녁 즈음에 논현초등학교 근처의 살롱드츄츄란 미용실에서 커트를 하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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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에 월 1회 정도 가서 커트를 하는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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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바른 SK씨가 잘하기도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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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드라이(1만 8천원)'와 '머리카락을 자른 후 미용사가 왁스를 발라주는 것(3만 5천원, 커트만해도 동일 가격)'에 별 차이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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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카락을 잘라야 할 때면 클럽 입장 전에 몇 시간이나마 기분을 내면서 일타이피(一擧兩得)의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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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오후에 가는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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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흥업소에 출근하는 여자 분들과 호돌이 분들이 거기에서 머리와 화장을 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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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들로 북적일 때 가면 기다리는 시간은 둘째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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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려오는 대화들이 노말하거나 캐쥬얼하지 않고 거북해서(그들은 거북이처럼 느린 걸 싫어하고 보통은 성격이 급한 편이기도 하더라, 뜬금없는 아재 개그 죄송). 그리고 그들 사이에 앉아있는 스스로에게서 극도의 어색함을 느낄 때가 있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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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 이렇게 다니던 샬롱드츄츄가 아니라 HAIR 20에 다녀왔던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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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두컷(龜頭 cut)으로 명성이 자자한 블루클럽에서조차 기본 커트가 1만원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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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원에 머리카락을 잘라주는 곳이 있다길래 궁금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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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하는 커뮤니티의 찌찌맨 회원이 알려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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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미용실은 논현동이 아닌 선릉역 1번 출구 근처(지번상 대치동)에 위치해 있다.

들어가면서 신사역 2번 출구 '음감맛집' 클럽 +LABLE이 떠오르던 내가 클창인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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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그런 하찮은 기억이 담겨있던 덥수룩하게 자란 머리는

3천원으로

단정해질 수 있었다.

'싸니까 막 하는 건 아닌지' 궁금한 분들이 있을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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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건 기우일 뿐, 대략 30분 동안이나 자르더다. 3층에 위치해 있고 이발을 하는데 30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해서 3,000원만 받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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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원들은 논현초등학교 주변의 미용실에서 일하는 분들보다 무척이나 순수해보였다, 아니 순수했다. 그리고 친절했다. 다소 불편한 사실이지만 그들과 언행 자체가 달랐다.

머리를 자르는데 문득 옛 생각이 나기도 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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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도 3,000원을 주고 머리를 자르던 때가 있었거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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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명문고등학교라 불리는 광주제일고(보통은 광주일고 or 일고라고 칭함)에서 중등교육을 이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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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명문고의 기준엔 전통, SKY 진학생 수, 정권 주요 인사 수 등 여러 요소가 있겠지만

일고(一高)는 이런 학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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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게도 평준화 세대는 선배님들이 인정하지 않는다(?)고 듣기도 해서, 명문과 나 사이엔 먼 거리가 있다. 행여나 이 글을 보시는 자랑거리 갤러리 유저님들 중 정치에 민감한 분은 편견을 가질까 싶기도 해서 말씀드리자면, 개인적으로 특정 정당을 지지하지 않고 그저 인물을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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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이야길 하려고 했던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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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 구내 이용원이 있었는데, 어떤 고등학교길래 이발소가 있는지 궁금해 할 분들도 계실거 같아서.

10대 후반에 이곳에서 머리를 치곤했다, 그 때 역시 3천원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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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발사 아저씨가 가끔 흥미로운 이야기를 해주셨던 기억이 새록새록하다, 일본 생활이나 흑인 친구 따위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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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추억에 대한 보답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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엉망인 이 문장을

Barbershop for foreign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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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lcome everyo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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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 will do my best for yo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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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수정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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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시트지에 출력 후 붙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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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한때 수재들만 진학할 수 있었다는 고등학교에서도 타인의 삶에 관심을 갖는 분들이 없었던 듯 싶다. 물론 공부에 전념하느라 그랬을 수도. 당시의 나는 모자랐을 뿐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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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못생긴 사람은 머리를 어떻게 다듬든 물짜게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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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시선을 배려한다면 단정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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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생겼든 못생겼든 이 글을 보시는 분들께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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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멀리에 위치한 일고 이용원이 아니라, 선릉역 근처에서 3,000원을 써보는 것도 좋겠단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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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어느 정도 진정세에 접어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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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인 10분 정도를 모시고 가서 커트를 선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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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시대를 살고있는 그들의 삶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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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누군가의 스킨쉽이 어떤 계기가 될 수도 있을거란 바람을 담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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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