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컬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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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한 대형 포털 사이트의 쇼핑몰에서 가격표기 오류 사건이 일어났다. 냉풍기의 가격에서 제일 뒤의 숫자 “0”이 빠진 채로 버젓이 올라왔다. 그야말로 엄청난 차이인 10분의 1의 가격. 워낙 대형 포털이다 보니 네티즌들이 들끓었다. 삽시간에 수천 개의 상품이 판매되어 버렸다. 뒤늦게 이 사실을 알게 된 업체 측에서는 이와 비슷한 사건의 판례도 있거니와 공정거래위원회의 의견에 의거해서 가격이 시중가격과 30% 이상으로, 비정상적으로 낮게 등록됐을 시에는 업체의 임의대로 주문을 취소할 수 있다며 진화에 나섰다.
일부 네티즌들은 쇼핑몰 측이 요구하는 대로 주문 절차와 결제를 모두 마쳤으므로 정상적인 거래가 모두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일부 네티즌들이 이런 가격표기 사건에 민감하게 대응하는 이유는 몇 번의 보상을 받았던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지난 컬럼에서도 밝혔다시피 한 대기업 계열의 쇼핑몰도 잘못 기재된 가격 그대로 디지털카메라를 공급했던 일이 있는가하면 지난 해 말에도 국내 유명 컴퓨터 업체가 200만 원이 넘는 노트북 가격을 10만 원으로 올려 1시간 동안 100여 명이 주문한 일이 벌어졌다. 회사 측은 입력 오류를 들어 계약 취소를 주장했으나 네티즌들은 회사의 명성을 믿고 구매했으므로 제품을 인도하라고 항의했다. 결국 이 사건은 회사 측에서 해당 노트북의 가격을 35% 할인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해외에서도 가격표기 오류 사건은 종종 화제가 되곤 한다. 일본의 종합상사인 마루베니는 자사의 쇼핑몰에 220만 원짜리 컴퓨터를 22만 원으로 잘못 올렸지만 회사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서 모두 1,500명에게 해당 컴퓨터를 22만원에 공급했다. 미국의 유나이티드 항공사는 파리 왕복 티켓 가격을 25달러로 올려놓았다가 이 티켓을 주문한 140여 명에게 항공권을 보내준 전력이 있다.
냉풍기 가격 오류 사건은 해당 포털 측에서 자사의 사이버 머니를 3천 원에서 2만 원 사이에서 보상해 주는 것으로 마무리됐다. 왜 보상 규정이 다른 가하면, 주문 취소 요청에 순순하게 응하는 주문자에게는 3천 원을, 심하게 반발하는 네티즌에게는 4천 원에서 2만 원까지 차등 지급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네티즌들은 서로의 사례를 공유하며 최대 2만 원까지 받을 수 있으므로 더욱 강하게 밀고 나가라는 글을 남기기도 했다.
네티즌 대부분은 일부 네티즌들의 이런 행태에 대해서 강하게 비판하고 있다. 남의 실수를 이용하여 일종의 보상을 노리는 요행심리가 아니냐는 지적이다. 세상이 먹고 살기 힘들 정도로 각박해져서 실수 하나 용납하지 못하는 사회가 됐다며 한탄한다. 그러나 반대로 실수를 했으면 책임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 쇼핑몰 운영자는 공정거래약관을 통해도 쇼핑몰 입장에서의 가격표기 오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방법인즉, 쇼핑몰 측에서 상품의 가격을 잘못 표기했고, 주문자가 취소 요청에 응하지 않을 때는 박스에 배추 한 포기를 넣어서 보내라는 것. 약관 상, “주문자는 쇼핑몰 측이 제공한 재화나 용역이 주문 제품과 다를 경우에는 취소를 요청할 수 있다.”는 규정을 못되게(?) 해석한 경우다. 이때 주문자는 취소 외에는 방법이 없다. 세상이 이렇게까지 되어서는 곤란하다. 실수에 보다 너그러워질 수는 없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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