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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사단(결전)]111 기보의 추억

구반장님(59.10) 2009.02.11 17:17:22
조회 1494 추천 0 댓글 0

89년9월에 논산에서 훈련을 끝내고 연무역에서 기차를 탔지요.
초저녁에 출발한 군용열차는  오는 기차 가는 기차 다 비켜주고 오리걸음 속도로 달려 달려
용산에서 공수부대 갈 놈들과 환상의 17사 갈놈들 그리고 때깔나는 군복을 입는다는 수방사 갈 놈들을 내려준 후
줄기차게 더 달려 새벽 5시쯤 
지금은 없어진 의정부 망월사 역에 나를 포함해서 쓰다남은 수십명의 보충병들을 내려줍디다. 

망월사 역에서 다블백 메고 구보로 달려 달려 5분 거리에  있던 의정부 보충대에 도착했지요.
다 쓰러져가는 기와집, 60년대에 만들고 계속 수리해 왔다는 관물대...  똥들이 탑처럼 쌓여있던 구 의정부 보충대....

며칠 후 막 입대한 훈련병들과 우리 보충병들을 모두 연병장에 몰아 세웁디다.
연병장 가득 도열해 있는 수송차량들...

입대 전 형님들이 조언 한 대로 
"옷이 이쁜 군대는 좃뺑이 치니 조심해라"
"앞서지 말고 뒤처지지도 말고 가운데에 서라"
"좋은 버스는 먼 곳으로 호로 없는 트럭은 가까운 곳으로 데려가니 좋은 차라고 좋아하지 마라"

그런데 이게 왠일    20사로 가게 된 20명만 놔두고 모든 수송차량이 떠나 버립니다.
"쉬파 우린 왜 안 데리고 가지?" 궁금증이 하늘 높이 증폭 될 때 쯤
사가지 없는 고삐리처럼 생긴 호송병 한명이 오더니 " 20사단 은 모두 지하철 역으로 구보한다"라고 외치더군요.
얼기설기 이등병 마크를 달고 공룡베게 같은 더블백을 짊어 맨 우리들과
퍼런색 활동화에 아무 마크 없는 군복을 입고 세면백을 오른쪽 허리띠에 달랑거리며 잡어 맨 신병들은
망월사 역으로 뛰어가 청량리 가는 지하철을 탔지요.

지하철 바닥에 거지처럼 줄지어 앉아 (그것도 앉은 차려 자세로) 호시탐탐 기회를 노리던 나는
우리를 경계하며 조금 떨어져 서있던 여대생에게  집 전화 번호와  부모님 저 20사로 갑니다. 라고 쓰인
쪽지를 거금 1000원 과 함께 간절하게 그리고 애타게 불쌍한 눈빛으로 쥐어주며 전화 부탁드린다고 속삭였다.

나중에 휴가 나와서 알고보니 왠 여자가 집에 전화해서 20사단으로 간다네요 라고 말하고 끊더란다.

청량리에서 기차들 타고 양평역에 내렸지요.
그래도 논산에서 훈련을 마치고 온  우리 보충병들은 20사단가 를 배워 부르며  걸어 갔지만
막 입대한 신병들은 오리걸음 으로 전진 후진을 반복하며 급기야 신교대 언덕길에 꺽일 무렵엔
조질나게 맞더이다. 퍽퍽 소리 종훈장에 울려 퍼질만큼...
뭐 그 당시야 맞는 거는 당연하다고 여기던 시절이라 그리 충격은 아니었지만....

신교대 도착해서 1주일을 보충대기 하는데
절보고 111기보대로 간다더군요 동기 한명과 함께
"씨벨 기보대가 뭐냐?" "몰라"  난생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에 당황이 후덜덜 몰려오더이다.

나름 유추해보고 머리를 굴려본 결과 "기보대" 란 "기마대" 처럼 말타는 군대인가보다....
라는 결론을 내렸지요... 아 씨파 이럴 줄 알았으면 제주도라도 가서 말 타는 거 배워 둘걸....

같이 111로 배치된 선배 (기갑학교 출신 조종수들)가 말하기를 기보대란 장갑차 부대라는 겁니다.
기계화 보병 부대 준 말이라며....  

신교대에서 그 추운날 호로도 안 씌운 트럭에 우리를 실고 드디어 그 눈물나는 위병소 언덕배기를 통과 할 때
위병을 서던 놈이 우릴 보고 씨익 웃으며 하던 말이 생각나는군요.
" (발음대로 적자면) 이런 존만한 쒸입 새끼들 니들 이제 뒤져부렀어"

다음날.... 독사교육 이라며 우릴 빈 내무반에 집어 넣더군요.
하사 두명이 조교라고 쓰인 완장을 차고 들어 오더니 다짜고짜
야삽으로 줘 패기 시작 하더군요. 정말 개패듯 패기 시작하는데 정신이 번쩍 들더이다.
"아 시파 군대 잘못 왔구나"....
다음날 아침 신고식을 한 후 완전군장 뺑뺑이에 순환도로 수십바퀴를 돌리는 데
정말 죽고 싶더이다....

3일 째 되는 날  팔뚝이 뽀빠이가 된다는 목봉 체조를 오전 내내 시키는데
꿈처럼.. 환상처럼... 비가 내리더이다.
"야 비오니까 목봉 체조 안하고 내무반 대기 하겠다" 라는 생각은 헛된 망상이었지요.

목봉을 들고 내무반으로 들어가서 오후내내 목봉체조 했습니다. 

밤이면 육군수첩에 적힌 모든 글귀를 다 외워야 하고 한글자라도 틀리면 
개머리 판이나 야삽으로 줘맞았지요. 그땐 육군수첩의 내용이 숙지사항이 아니라 암기사항이었거든요...
20년이 지난 지금도 가끔 술먹으면 줄줄 외워집니다 나도 모르게 머리 속에 인이 박혀버린 모양입니다. 

그 좃같은 독사교육을 끝마치고 3중대 3소대로 배치 받았습니다.

첫날을 제외하곤 매일 맞았습니다. 구타가 허용되던 시절의 군대라서 때려도 별 생각없이 맞고
지냈지요. 점호 끝나고 소대별 점호 한다며 문을 닫으면 지옥으로 변하곤 했습니다.
차렷 자세 하라는데 발꼬락을 꿈지럭 거린다며 야삽으로 내려 쳐서 아직도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돌아가 있지요. 

군번줄 감고 깍지 끼고 상단 관물대 발올리고 푸시업... 쓰러지면 구타....

그 기나긴 점호가 끝나고 좀 잘만 하면 (12시 쯤 되면) 상병 왕고가 결산 한다며 
뻬치카 뒤로 부릅니다. 부른다기 보단 그 시간 되면 알아서 나가지요.. 고참들 잠 깨지 않게 조심 조심...
칠흙같은 어둠 속에서 라이터를 탁탁 켜서 얼굴만 확인하고 죽탱이 한대씩 갈깁니다.
보고자 열외 막내열외... 
매일 매일.. 추석에도 설날에도 일일 결산을 꼭 하고 잡니다. 회식하고 술먹을 때 빼곤
그렇게 매일 한대씩 맞다보면  아무리 깊이 잠들어도 12시 쯤엔 눈이 떠집니다. 그리고 조심조심
뻬치카 뒤로 나가지요... 가끔 왕고가 피곤해서 결산을 안하는 날이면 잠이 안옵니다.
한대 맞고 푹자야 할텐데 왜 안부르지...
하루라도 안맞으면 잠이 안온다는 말  그거 사실입디다. 

그시절 111에 근무하신분을 아시겠지만  수요일과 주말엔 술이 허용되었지요.
보고만 하면 px에서 살 수 있었던 "북내막걸리" 그 사이다보다 더 시원하던 북내막걸리 
국관통  물관통 하나씩 들고가 순서를 기다리며 사오던 기억이 납니다.
 
매일 매일 실시되던 전투체력행사  4시만 되면 연병장에 모여  국군도수체조 , 군무 를 한 후 
순환도로 두바퀴 씩 뛰던.... 그래서 111기보 애들이 달리기는 제일 잘한다던... 

(다음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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