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제트 전투기의 개발에 독일이 가장 큰 공헌을 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진실을
이야기 하자면, 독일은 최초의 실전 전투기를 배치했다는 것에 큰 의의가 있을 뿐 - 마치 1차
세계대전 영국이 탱크를 가장 먼저 실전에 투입한 것 처럼 - 오히려 영국과 미국의 제트 전투기
기술이 더 발전되어 있었다고 봐야 합니다.

가장 큰 차이는 제트엔진에서 나옵니다. 영국과 독일의 제트엔진은 비슷한 추진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추진방식에 근본적인 차이가 있었습니다.

짤방의 첫 번째 나오는 엔진이 바로 영국 글로스터 미디어의 원심식 엔진입니다. 엔진 앞 쪽에
부착된 커다란 압축기 디스크가, 원심력을 이용해 중앙 데스크를 감싼 연소실로 공기를 밀어
보내는 방식입니다. 압력이 충분해지면 연로를 흘러보낸 후 조종사가 스위치를 누르면 점화가
되는 방식이죠. 동시대 ME262에 탑재된 엔진보다 훨씬 우수하고 혁신적이며 안정적인 엔진
이었습니다.

반면에 독일의 측류식 엔진은 하나의 커다란 압축기 디스크가 아닌 여러 개의 작은 압축기
디스크를 연속으로 사용하여, 각 디스크가 공기를 점점 압축하여 하나의 중앙 연소실로 보내는
방식입니다. 이것을 측류식 엔진이라고 합니다. 공기가 엔진의 축을 따라 가속이 되는 방식인데,
문제는 당시의 독일 합금기술이 엔진이 만들어내는 온도와 압력을 견뎌내지 못한다는 거죠.

결국 ME262는 25시간 밖에 비행을 하지 못하는 철저한 실패작이 되었습니다. 이런 실패작은
원래 공중에 띄워서도 안 되지만, 독일의 상황이 워낙 급박했기에 띄울 수 밖에 없었고,
따라서 최초의 실전 제트전투기가 되고 만 것이죠. 오히려 진짜 최초의 실전 제트기는 영국의
글로스터 미디어라고 봐야 합니다.

전후의 많은 영국 조종사들이 독일의 제트기로 실험비행을 하였는데, 이륙하기도 전에 엔진이
폭발하거나 고장을 일으키는 일이 매우 잦았습니다.

그러나 우수한 영국제 제트엔진을 장착한 글로스터 미디어의 경우는, 만들어진지 60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원래의 엔진 그대로 하늘이 잘 날고 있습니다. 영국의 제트엔진이 독일보다 더
우수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아울러 영국 기술자들의 놀라운 선견지명을 증명해 줍니다.

독일 전투기 총감이었던 아돌프 갈란트는 전후 아르헨티나에 정착하게 되었는데,
그 때 영국의 글로스터 미디어를 조종해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글로스터 미디어의 성능에 큰
감명을 받아

"ME262에 글로스터 미디어의 엔진을 장착하면 최강의 전투기가 될 거에요!"

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실제 제트 전투기 개발에서 오히려 미국과 영국이 더 앞서 있었음을 잘 알 수 있죠.
독일은 레이더, 엔진, 암호해독, 전투기, 핵무기, 혹은 전차 설계 등 진짜 필요한 전쟁기술은
연합군에게 전부 뒤쳐지고, 아무짝에 쓸모 V-1이나 V-2 혹은 기상천외한 무기 만드는 기술만
약간 더 우수했을 뿐입니다. 글로스터 미디어의 유일한 단점은 외모가 ME262보다 못하다는
것 밖에 없었죠. 실제로 ME262와 글로스터 미디어가 2차 대전 때 격돌했다면, 최후의 승자는
글로스터 미디어가 되었을 것입니다.

실제로 전후에 미국에 가서 제대로 대접받은 사람도 V-2 기술자들 밖에는 없다고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