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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희 시 「학교 생활」읽기

박진성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08 18:13:28
조회 358 추천 10 댓글 1




학교 생활

 상담실

 

 

선생님죽고 싶어요죽고 싶어요

너는 날마다 아름다워지는구나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최소한 자퇴라도 해야겠어요 해야겠어요

넌 그렇게라도 하고 싶은 게 있으니

정말 아름답구나

 

급식 지도 선생님이 운동장 한가운데를 지나간다

 

선생님그래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

처음부터 다시 다시 다시

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없다구요

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살았나 봐요

 

운동장에 급식 지도 선생님이 지나간 길이 선명하다

 

잘못했어요

뭐든 다 잘못했어요

이 베개만은 가져가지 마세요

그게 베개였구나

근데 얘헤어롤 떨어지겠다 다시 말아 봐

 

선생님그게 아니구요

사는 게 왜 이래요

날마다 벼랑이고 끝 같아요

끝 같은 게 아니고 끝이어서

아름답구나

그 끝을 그렇게 발랄하게 넘어갈 수 있으니

그런 슬픔을 가져 본 적 없구나 

 

이승희,문예바다2016년 겨울호.

 

*

우리는 종종 구어체의 힘을 시에서 발견하곤 합니다. ‘구어체야말로 입말에 가장 가까운 언어이기 때문에 잘 사용하면 시에서 어떤 극적 효과를 얻을 수 있겠습니다. ‘과 일상에 보다 가까이 근접할 수 있는 언어가 구어체겠지요이 시가 선생님그래도 다시 태어나고 싶어요처음부터 다시 다시 다시아무런 희망이 없어요 없다구요너무 오래 살았나 봐요 살았나 봐요라고 직접적으로’ 말할 때그것은 곧 여학생의 육성이 됩니다. ‘肉聲이니까 그것은 몸의 소리고 보다 직접적으로 우리 삶에 육박할 수 있겠습니다.

 

하지만 이 시의 미학은 단지 구어체의 직접성에 머무는 것만은 아닐 것입니다. “날마다 벼랑이고 끝 같아요라고 시가 말할 때우리는 홀연우리가 지나온 어떤 시간을 환기하게 됩니다. “끝 같은 게 아니고 끝이어서아름다운 어떤 시절을 우리는 지나왔습니다이 시에서 가장 빛나는 구절, “그 끝을 그렇게 발랄하게 넘어갈 수 있으니그런 슬픔을 가져 본 적 없구나”, 그 을 발랄하게 넘기는 소녀들어떤 슬픔을 우리는 발랄하게 통과할 수 있을 것입니다발랄하게 통과했다고 해서 그 슬픔 자체가 발랄할 수 없겠지만 슬픔을 통과하는데도 태도가 필요하다고 이 시는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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