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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장]손목터널증후군모바일에서 작성

최지민(211.246) 2018.11.07 10:34:55
조회 208 추천 2 댓글 0

  어둠이 코를 찌를 때
  축음기 바늘을 엘피판 위에 얹어 놓고 잠자리에 들던 당신
  나는 손가락 끝마디로 잠들지 못하는 당신의 손목을 짚어본다
  짙은 향수 냄새와 고기 타는 냄새가
  서로를 부축하며 비틀비틀 걸어 들어간 길목
  콧속을 찌르며 머릿속까지 비집고 들어선 후미진 골목,
  책꽂이에 꽂혀 있는 책들처럼
  1분 1초 갈피마다 빼곡히 꽂혀 있는 여인숙 간판들
  그것들 샅샅이 살펴보는데 문득,
                                                                
  비
    
  목
  
  이라 쓰인 주점 전광판에 전기가 감돌기 시작한다
  혈관을 따라 흘러 다니는 매미 울음소리,
  경련하듯 명멸하는 실핏줄,
  돌아 누운 당신,
  당신의 물방울 같은 엉덩이에
  주삿바늘을 찔러 넣듯 청각을 곤두세우면
  당신이 이 시공時空 밖으로 흩어져 버릴 것만 같은 저녁
  그렇게 서로 호시탐탐 촌각을 다투면서
  투명하게 팽창해가던 우리는 그러나
  점점 더 가까이 멀어져 가고 있었다
  번개 치듯 번쩍인 어둠이
  한순간 삼켜버린 눈부신 적막 속으로,
  그리하여 서로에게서 가장 머나먼 곳까지, 우리는
  눈이 멀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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