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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규원 시 「고요」읽기

박진성x갤로그로 이동합니다. 2018.11.07 11:07:54
조회 206 추천 7 댓글 1



고요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바람이 나무 밑에서 그림자를 흔들어도 고요는 고요하다 

비비추 밑에는 비비추의 고요가 쌓여 있고 

때죽나무 밑에는 개미들이 줄을 지어 

때죽나무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 

창 앞의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다

 

  - 오규원시집 두두.

 

  *

  이 시는 오규원 시인의 사후에 출간된 시집 두두에 실린 시입니다시인이 말년에 쓴 시입니다대가들의 시에서는 어떤 경지가 느껴집니다쉽게 쓰여진 듯한 구절 어디에서도 가벼움이 느껴지지 않습니다마음이 소란할 때 저는 이 시를 꺼내 읽어보곤 하는데 고요라는 단어가 정말 고요하게 읽힙니다. “라일락 나무 밑에는 라일락 나무의 고요가 있다”. 정말 그렇습니다. “고요는 고요하다는 구절이나 고요를 밟으며 가고 있다는 구절이나 고요라는 관념이 어떤 물질처럼 느껴집니다이 시의 백미는 마지막 부분의 문장이라고 해야겠는데 장미 한 송이는 위의 고요에서 아래의고요로 지고 있다고 말할 때 우리는 고요의 부피감과 높이 같은 것도 느낄 수 있는 것 같습니다위의 고요에서 아래의 고요로 지고 있는 장미 한 송이의 절대 적막짧은 시이지만 결코 짧지 않은 내력을 닮고 있는 시라고 생각합니다관념을 물질로 바꿔내는 것그것이 또한 시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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