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 지금...뭐라고...?"
"우에사토 히나타 님을 포함한 6명의 무녀님들은 방금 봉화제에 바쳐지셨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신관들은 고개 숙이고 인사하며 가버렸다.
"...하...하하...아니지...아닐 거야...히나타...그런 얘기는 나한테 한마디도..."
정신을 차렸을 땐 히나타의 방으로 향하고 있었고, 문을 열었을 때 느낀 건 아무도 없다는 걸 알리는 듯한 정막과 싸늘함 뿐이었다. 그리고 히나타의 책상위에 나에게 보낸다고 표시한 편지 한 봉투만이 놓여 있었다.
"...히...나타..."
그 편지에 적힌 미안하다는 말과 함께 나는 선뜻 깨달았어.

...더 이상 넌 없다고.

"...우에사토 양의 얘기 들었어. 그것보다 꼴이 가관이네."
웅크린채로 하루종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초라한 내 모습을 보고 말을 꺼낸 건 스와지역 담당 용사 시라토리 우타노였다.

우타노와는 무전으로 우동과 소바 둘 중 어느 쪽이 위인지 티격태격 하면서도 웃으며 이야기하는 친구였다. 스와가 함락당하고 우타노가 스와사람들과 피신하여 시코쿠에 왔다는 걸 알았을 땐 진심으로 기뻤다. 하지만 우릴 만난 우타노의 눈은 공허함과 허무함 뿐이었고 초췌해 보였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그녀의 무녀 후지모리 미토가 스와의 토착신께 빌어서 받은 기운으로 버텍스들을 유인하여 혼자 희생하고, 우타노와 시민들을 탈출시켰다는 걸 알게 되었다.

버텍스와 상대할 때의 우타노의 눈빛은 증오서리고 매서워서 아무도 함부로 말을 걸지 못했다.
"있잖아, 지금 무슨 생각해?"
"......"
"세상이 무너진 느낌? 믿었던 것이 다 등을 돌려버렸다는 배신감? 아니면 쓰레기 같은 자기 자신에 대한 저주?"
"...그만해."
"아마 둘 다일걸. 나도 그랬거든. 이제야 와카바도 그걸 공감하게 됬구나. 왠일이니, 경사났네."
"그만하라고."
"처음부터 너도 이런 걸 뼈저리게 느꼈어야 했어. 넌 내가 미짱을 읽어서 나 자신을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하는 걸 이해하지 못했던 거야. 있잖아, 미짱은 나에겐 길을 터주고 옆을 따뜻하게 해주는 빛 같은 사람이었어. 근데 한 순간에 내 앞에서 사라지고 두 번 다시 볼 수 없게 됬어. 네 년도 그 기분을 평생 느껴야 돼. 그래야 나도 통쾌하기 그지 없..."
"닥치랬다."
그 순간 난 그녀의 멱살을 붙잡고 침대에 넘어뜨렸다. 지금 그녀를 보는 내 표정은 어떨까? 아마 변변찮은 표정이겠지.
"...재밌겠다. 나도 좀 껴주지."
그 때 뒤에서 익숙하고 비아냥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녀는 도이 타마코. 완전형 버텍스 스콜피온과의 싸움에서자신을 밀쳐 구해내고 대신 희생한 이요지마 안즈와 가까운 사이의 용사다. 본래는 농담과 유쾌한 장난을 많이 일삼았었지만 지금 그녀의 허무한 미소를 보면 이젠 옛날일처럼 느껴진다.
"왜, 더 안 해? 볼거리가 있는 것 같아서 좀 즐기려고 했는데. 알잖아, 타마 이제 좀 너희들 꼴이 보기 좋게 느껴지거든. 이젠 혼자서만 흐느낄일도 비참함에 짓눌릴 일도 없어 졌으니까. 니들 꼴을 봐. 거울 보라고. 정말이지 너흴 떠난 무녀년들이 인생낭비한 게 눈물겨워 진..."
그 말을 끝으로 우타노는 눈 깜짝할 사이에 내 손에서 벗어나 타마코의 안면에 주먹을 날렸다. 타마코는 켁 소리와 함께 입에서 각혈을 일으키며 뒤로 넘어졌다.
"죽여버리겠어! 개 미친 년이-----------!!!"
난 타마코가 우타노에게 계속 얻어맞는 걸 허망하게 바라보았다. 치카게를 지키지도, 유우나와 함께 돌아오지도 못했다. 더 이상 히나타도 없다.

...창문에 비친 흐린 하늘이 더 비참하게 보였다.

전에 쓴 소설이 픽시브의 소설이랑 똑같은 것 같아서 바로 지운 후 이번에 새로 다시 썼습니다. 부족한 실력이지만 재미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