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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이래서 물건을 샀음 꼭 설명서부터 다 읽어야해모바일에서 작성

ㅇㅇ(111.8) 2017.04.19 00:13:39
조회 774 추천 18 댓글 6


화창한 봄날. 햇볕은 따스하고 새는 지저귀고, 풀밭에 누워 시간을 보내도 아깝지 않을 계절, 안나는 커튼으로 햇빛을 차단해 어두운 자신의 방으로 뛰어들어가 문을 닫았다.

"드디어, 드디어 왔어!"
                            
한달 전 주문한 '애인과 행복해지는 물약'이 택배로 왔다. 이것을 전문 판매하는 울긋불긋한 사이트와 달리 '유아용 사과주스' 라는 모순적인 이름이 붙어서 온 이 택배물에 조심스럽게 칼을 댄 안나의 얼굴엔 한가득 웃음이 번진다.

흠이 가지않게 소중하게 포장돼 온 약병을 꺼낸 안나는 같이 온 설명서를 꺼내 읽어본다. '애인과 행복해지는 물약을 이용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 물약은 성적 호르몬을 활발하게 해주며, 아무리 느끼지 못하는 고자 애인이라도 이 물약 하나면 해결!' 최근 계속 고민하는 안나에게 최고의 해결책이었다.

안나의 애인은 다름아닌 친언니였다. 사실 애인이라고 하기엔 가족간에 얼마든지 이루어질 수 있는 스킨쉽, 사랑한다는 말을 해도 상냥하게 웃을 뿐이니 물론 그 웃음이 안나의 심장을 여러번 폭행하고 들었다놨다 하는 듯했지만 안나에겐 불만족으로 다가왔고, 안나는 언니와 좀 더 많은 것을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오후 다섯시. 곧 언니가 돌아올 시간이다. 설명서의 의하면 인체에 무해한 딸기맛이라고 돼있었는데, 언니는 딸기맛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큰 변수였다. 혹시 다른 맛은 없나 물어보고 찾아봤지만 정열적인 딸기?가 무엇이 잘못됐냐 오히려 윽박지르던 판매자였다. 그래, 이 부분에 대해서는 스스로가 해결하자고 안나는 다짐했다.

저녁식사에 이걸 넣어볼까 생각하던 안나는 물약의 뚜껑을 땄다. 딸기를 설탕에 절여서 끓이고 거기에 설탕 두 포대와 딸기 합성착향료 더 넣고 끓여 완성시킨 것과 같은 냄새가 났다. 대체 뭘 넣고 만든건지 초콜렛보다 더 강렬한 향에 놀란 안나는 혹시 이걸 먹고 죽는건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조작이라고 하기엔 사이트내 매출 5위에 들고, 상품평 조차도 애인 사이가 물약 이름처럼 변했다느니, 하나같이 최고라고 별점을 만점으로 주니 믿지 않을 수가 없었다. 가게 간판에 걸려있던 여자인지 남자인지 모르는 파마머리에 수염있는 화장한 아줌마?는 썩 믿음직스럽지 않았지만 판매자가 중성이라면 뭐... 안나는 고개를 젓는다. 지금은 이런 고민을 할 때가 아니니까.
                
곧 언니가 애인이 된지 100일 되는 날이지만 키스도, 섹스도 못해봤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 그것도 매일 얼굴도 알몸도 보는 같은 집에서!  첫날 언니한테 고백했던 그 풋풋했던 기억은 모두 어디로 사라져 버린건지 지금 안나는 매우 찌들어있었다.

진정한 사랑을 이루기 위해서 어떤 희생이든 치를 수 있어야 한다는 모토로 지금껏 버텨온 안나는 오랜 생각끝에 샌드위치로 저녁메뉴를 정하였다. 샌드위치는 안나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었다. 안나가 좋아하는 음식은 안나의 언니도 좋아하니까 흔쾌히 먹어줄 것이다. 딸기향에 대해 질문해도 새 딸기잼을 샀다고 하면 그만! 좋은 식감을 위해 식빵을 자르고 다듬고, 버터로 구우며 즐겁게 시작했다. 각종 채소와 고기를 넣고 이것을 뿌려주면 잘 먹을 수 있을거야! 안나는 자신의 좋은 머리에 감탄하며 요리 삼매경에 빠져갔다.

"안나. 나 왔어."
                                    
그날 말한 시간을 칼같이 지키는 안나의 언니는 잘 나가는 커리어우먼이다. 얼굴도 예쁘고, 능력도 좋지만 연애면에선 매우 고자인 점이 유일무이한 문제점이라고 할 수 있다. 생각외로 단순한 부분이 많으니 이 딸기잼에 절인듯한 냄새가 나는 샌드위치를 먹겠지. 안나는 뛰어나와 언니를 맞이했다.

"근데 이게 무슨 냄새니? 웬 딸기 냄새가 집안에 가득해?"

아차. 창문과 환풍구도 열지않고 요리하다보니 딸기향이 온 집안에 퍼진것 같았다. "어...새, 새로 사온 딸기잼 향이 보통 강해야지!" 횡설수설거리는 안나에 이상한 점을 느낄만 하지만 안나의 언니는 웃기만 한다. 옷 갈아입고 씻으러 들어간다는 언니는 십분정도 걸린다고 한다. 안나는 급해졌다. 후라이팬을 급히 잡은 바람에 손을 데였지만 당장 오늘 저걸 먹이고 해피타임을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랑하는 언니와 보낼 수 있다면! 안나의 손놀림은 빨라진다.

겨우 완성시킨 샌드위치는 굉장한 딸기향을 품고 있었다. 빨리 약효가 돌라는 안나의 급한 마음이 만들어낸 참사였다. 물약병 속 물약은 반절도 남아있지 않다. 분명 적당량이 한 스푼정도 라고 읽은 기분이 들었지만 안나는 그냥 넘겨버렸다.

안나의 언니는 식탁앞에 앉아 샌드위치 모양을 하고있지만 딸기케이크에 딸기 착향료를 들이붓고 딸기시럽까지 덧바른 냄새가 나고 있었다. "오늘 저녁은 참 특이하구나." 동생을 매우 사랑하는 안나의 언니는 쓴소리 없이도 샌드위치를 손으로 집었다. 안나의 일생중 가장 긴장되는 순간이었다.

냠. 한입 먹은 엘사는 조용히 맛을 음미했다.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은 모양이다. 안나는 먹지 않겠냐는 말에 안나는 이것저것 주워먹었다는 핑계를 대고 언니를 주시했다. 약효가 한시간 뒤 즈음에 돌기 시작한다는데, 안나는 식탁 밑 자신의 손가락을 가만히 둘 수 없었다.

"음, 그 딸기잼 생각보다 맛있구나. 샌드위치와 어울리는 것 같아. 더 없니?"
"...더?"
                                
스스로 일어난 엘사는 주방으로 가더니 물약병을 찾아냈다. 딸기 그림이 있고 냄새도 나는걸 보면 이게 맞는듯했다. 그것을 가져온 엘사는 샌드위치에 전부 들이부으며 마지막까지 탈탈 털었다.

"어, 언니?! 그거 많이 먹으면...!"
"음? 살찐다고? 그래도 한번 먹을때 맛있게 먹는게 최고잖니?"

아니 내가 어떻게 감당할 수 있을지 몰라서 그래. 안나는 입을 꾹 다물고 말을 삼켰다. 혹시 홍수 나는거 아냐? 처음부터 그렇게 질척질척하면 어떡하지? 샌드위치를  전부 먹은 엘사는 잘먹었다는 인사와 함께 주방에 간다. 이젠 내가 잘 먹을 수 있을거야. 언니. 음흉한 웃음이 입술 밖을 비집고 나왔다.  

이제 분위기 탈 수 있게 핫한 영화를 준비한 안나는 자연스레 언니를 소파에 앉혔다. "금요일 밤이라서 이런걸 보는거니? 부끄러울텐데?" 안나는 이미 성인인데 안나의 언니 눈에 안나는 아직 애같이 보이는 듯했다.
                                                            
영화 속 분위기가 무르익기 시작할쯤 약효가 돌 것이다. 안나는 흥분된 마음으로 영화를 감상했다. 흘끔거리며 보는 언니의 상태는 생각보다 잠잠했다. 앞을 응시하는 눈은 좀처럼 티비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어라. 영화가 끝나갈 즈음에도 엘사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안나는 매우 당황스러웠다. 늦게 자면 안된다는 말과 밤인사를 하고 방으로 들어가버린 언니는 홍수는 커녕 땀한방울도 흘리지 않았다. 안나는 당장 방으로 들어가서 설명서를 뒤졌다. 빨리 약병을 쓸 생각에 무심코 넘어간 뒷부분을 읽어보던 안나는 큰 충격을 받았다.

'주의! 물약을 직접 먹이십시오. 다른 음식과 섞을시 효과가 나타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안나는 한방울도 입에대지 않고 전부 샌드위치에 뿌려먹던 언니의 모습을 기억했다. 안나는 말없이 침대로 쓰러졌다.      
                            


실-패

2.28 공약 (2/3)


(4.19공약) 밀린 공약 전부 써올리기 + 지키지 못할시 그 주에 5개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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