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작 - 네버랜드는 존재하지 않는다 (30)
수도 일대에 통금이 깔리고 모두가 잠이 든 늦은 시간이다. 축축한 밤공기가 온 도시를 적셨다. 게다가 싸늘하기까지 하다.
흑색 제복을 입은 남자는 소리를 낮춰 마차를 향해 뛰어갔다. 남자가 마차에 노크를 했다. 마차 문이 열리더니 흑색 제복을 입은 청년이 내렸다. 청년은 초조한 기색을 보이며 남자의 보고를 받았다.
“대장님. 배치가 끝났습니다.”
“신호를 보내. 예정대로 1조부터 침입한다. 쥐새끼 한 마리 놓치지 마.”
“예!”
명령을 받은 남자는 포켓에서 호각을 꺼내 있는 힘껏 불었다. 높은 쇳소리가 밤의 정적을 깨우고, 수십 개의 등불이 동시에 켜졌다. 특무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특무대는 눈앞에 있는 대저택을 둘러싸 포위망을 만들었다. 별개의 조로 이루어진 침투조가 거칠게 저택의 문을 부수고 안에 난입했다. 그러자 안에는 경비병들과 돈을 주고 고용한 듯한 남자들이 무기를 들고 특무대를 기다리고 있었다. 흉흉한 시선이 꽂혔다.
“주인어르신께선 출타 중입니다. 아무도 저택 내에 들이지 말라고 이르셨지요. 이만 돌아들 가주시겠습니까?”
그 뒤에서 저택의 집사로 보이는 노인이 말했다.
“우리는 특무대다. 폐하의 명을 받들어 붸스텔 후작을 체포하기 위해 왔다. 순순히 협조하시지!”
“물러나라! 감히 평민 주제에 함부로 발을 들이밀다니!”
집사의 노성이 특무대원들을 찔렀다. 저절로 몸이 굳어졌다. 특무대의 대다수는 평민으로 구성되어있기 때문이다. 귀족을 모독한 평민은 그 자리에서 즉결 처분 되어도 할 말이 없었다. 서던에 남아있는 악습 중 하나다. 비록 법으로 금지되어있다고는 하나 공공연히 벌어지는 일이다. 귀족의 위세는 아직도 건재했다.
뒤늦게 저택 내로 뛰어 들어온 청년, 특무대 대장 한스 웨스터가드가 무기를 든 남자들을 보고 입을 열었다.
“뷔스텔 후작은 어디 있나?”
“주인어르신께선...”
“어차피 꼴사납게 도망가는 중이겠지. 집행을 시작해라. 저택 내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포박하고, 재산을 압류해. 또 후작의 서재에 비밀 장부가 있는지 확인하도록!”
“경비병!”
집사의 말에 무기를 든 남자들이 괴성을 지르며 특무대에게 달려들었다. 무언가에 홀린 것 마냥 발광을 했다. 죽음을 결사한 것이다. 한스는 순간 당황했지만, 이에 응대하여 특무대원들에게 명령했다.
“항명죄는 즉결처분 대상이다. 반항하는 자들은 다 죽여라!”
한편, 뷔스텔 후작은 한발 먼저 저택에서 탈출해 항구로 가고 있었다. 그는 저택에 남겨 둔 사람들 말고도 여덟 명의 용병을 따로 고용해 호위를 시켰다. 특무대가 정성껏 짠 포위망이 곳곳에 깔려있어 눈에 띄어선 안 되었다. 더군다나 통금이 지난 시간이니 경비대도 근처를 어슬렁거리고 있을 것이다. 말이나 마차, 자동차는 더더욱 안 되었다. 후작은 난생처음으로 헐레벌떡 뛰며 분통을 터트렸다. 날씨가 추웠기에 더 화가 났다.
“재수 없는 까마귀 놈들!”
한스 웨스터가드가 네버랜드에 목을 맨 시간은 자그마치 20년이었다. 그 20년간 왕실에는 차가운 피바람이 불어댔다.
왕자 13명. 즉, 왕위계승자가 13명이나 된다는 뜻이다. 서던의 왕은 맏이를 태자로 삼았으나 그 태자가 왕이 된다는 보장은 없었다. 고로, 태자와 왕자들이 서로를 죽이려드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막내 왕자는 브라이튼 제국에 볼모로서 유학을 가고, 돌아와서도 네버랜드, 네버랜드를 찾아대니, 그 한스를 제외한(제외당한) 12명이 서로를 속고 속이며 암투를 벌였다. 강한 후계자를 원했던 왕이 왕자들 간의 혈투를 묵인해주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귀족들은 제각기 왕자들을 선택해 힘을 모았다. 뷔스텔 후작도 마찬가지였다.
최후의 승자는 울프릭 태자였다. 간신히 살아남은 왕자는 한스를 포함해 3명 밖에 되지 않았다. 둘 중 한 명은 먼 외국의 공주와 결혼해 부마가 되어, 쫓겨나듯 서던을 떠났다. 나머지 한 명은 병약했던 탓에 일찍이 태자의 발치 아래 무릎을 꿇고 간신히 목숨을 부지하는 중이다.
줄을 잘못 선 귀족들은 태자의 편을 들거나 중립을 표하며 울프릭 태자의 칼끝에서 벗어났다. 뷔스텔 후작도 뒤늦게나마 울프릭 태자를 편드는 시늉을 해서 몰락하지 않을 수 있었다.
왕족 숙청이 어느 정도 끝났으니 이제 남은 건 귀족 숙청뿐이다.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그러나 울프릭 태자가 왕위에 오르고 난 후에 숙청이 시작될 거라고 예상했다. 태자가 특무대를 이용해 귀족 사냥에 나설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미리 재산을 빼돌려 뒀다마는.... 이런 꼴을 당해야한다니!’
추위 말고도 기묘한 한기가 드는 밤이라서 그런지 저절로 몸이 움츠러들고 입에서 피 맛이 났다. 뷔스텔 후작은 슬금슬금 몰려오는 불안함을 물리치려 고개를 저었다.
이곳은 어두운 골목길이지만 무사히 항구로 갈 수 있는 유일한 지름길이기도 하다. 항구에 도착하는 즉시 미리 구해 놓은 배를 타고 외국으로 도망쳐서-
“막다른길이다!”
“뭐라구? 그럴 리가 없어!”
등불을 들고 앞장 선 남자가 소리쳤다. 익숙한 길인데 처음 보는 시퍼런 벽이 길을 가로막고 있었다. 뒤따라오던 후작이 무슨 일이냐며 눈을 부라렸다. 용병이 상황을 설명하자 후작은 그의 뺨을 후려갈겼다.
“길을 잘못 들었다고? 네까짓 것들이 감히 날 고생하게 만들어?!”
“죄송합니다! 이, 이럴 리가 없는-”
뺨을 얻어맞은 용병은 붉으락푸르락 달아오르는 얼굴을 감추었다. 상대는 귀족이고 고용주였다. 그가 몹시도 서두르고 있고, 자신도 그에 합당한 보수를 선불로 받았다. 그러니 따라야 한다. 하지만 정말로 길을 잘못 들지 않았다. 저 벽이 이상한 것이다! 용병이 변명을 하기 위해 입을 열려고 했을 때였다.
“-아뇨. 길은 맞게 찾으셨습니다.”
등 뒤에서 높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용병들은 깜짝 놀라 몸을 돌리고는 등불을 비추었다. 후작은 겁을 지레 먹고 용병들 뒤로 가서 숨었다. 분명 아무도 없는 외길을 뛰어왔을 터였다.
“귀공. 어디엘 가십니까? 이미 통금을 알리는 종이 친지 꽤 지났습니다만.”
막 그림자 속에서 튀어나오기라도 하듯, 까만 인영이 소리 없이 서있었다. 발목까지 오는 긴 외투에 옷깃을 바짝 올려 세워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등불 때문에 진한 금발처럼 보이는 머리칼을 제외하면 위아래 모두 검은색이었다.
“누, 누구냐!”
“재수 없는 까마귑니다.”
특무대!
뷔스텔 후작은 몸을 부르르 떨다가, 자신을 막고 있는 특무대원이 단 한명 뿐이라는 걸 알아채고는 코웃음을 쳤다. 특무대 전원이 막아서면 꼼짝없이 잡히겠지만 고작 한명이다. 무엇보다, 바로 ‘그’ 특무대다. 뷔스텔 후작은 비열하게 웃어보였다.
“특무대. 흥, 평민 놈이 감히 이 몸을 막아? 썩 물러가라!”
특무대원은 수사권을 갖고 있지만 체포권을 갖고 있지는 않다. 기사라면 수사권과 체포권을 가지나 대다수가 평민으로 구성된 특무대이니 자신을 가로막는 불경한 놈은 아마 평민일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 누가 아무런 권한도 없이 귀공의 길을 가로막겠습니까?”
특무대원은 웃음기를 머금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평민 출신인 특무대원이 귀족 신분인 사람을 체포할 때는 왕실의 인장이 찍힌 영장으로 체포권을 대신한다. 후작의 예상대로 그는 영장을 가지고 있었다.
“뷔스텔 후작. 살인, 마약매매, 인신매매 등의 죄로 체포한다.”
특무대원은 뷔스텔 후작이 고용한 용병들에게 눈길 하나 주지 않고, 왕실의 인장이 찍힌 영장을 내보였다. 후작은 자신만만하게 어깨를 쭉 폈다. 저 특무대원은 평민인 게 분명했다.
“그깟 종이로 날 붙잡을 수 있을 것 같으냐? 평민 놈!”
“귀공 말이 맞습니다. 이건 그깟 종이지요.”
특무대원은 ‘그깟 종이’를 북북 찢어버렸다. 귀하디귀한 왕실 인장이 처참한 형태로 나뒹굴었다. 뷔스텔 후작은 놀라다 못해 어이를 상실해서 입을 떡 벌렸다. 국외도피를 감행 중인 자신의 행위보다 영장을 구겨서 버린 그의 행위를 더 충격적인 것으로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썩어도 귀족, 이라는 건가. ‘왕실의 권위’라는 게 귀족인 자신보다 높은 곳에 있는 존재라고 무의식적으로 여기고 있는 모양이었다.
“일단 저는 기사이니, 그깟 종이가 없어도 마땅히 귀공의 목을 잡을 귄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제야 특무대원은 제 신분을 밝혔다. 후작은 그의 어처구니없는 소속에 충격에서 빨리 깨어날 수 있었다.
“뭣? 하, 하하! 쓰레기통에 자진해서 간 멍청이 기사 중 한 명이었군!”
뷔스텔 후작은 특무대를 대강 알고 있다. 몇 안 되는 기사를 제외하면 다 평민으로 구성된 어중이떠중이 집단이다. 그 대장이 왕자여도 특무대 관서(官署)는 궁 밖에 위치해 있다. 특무대가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노골적으로 보여주는 일례기도 하다.
후작은 노기를 조금 풀었다. 건방지게 자신의 앞길을 막은 특무대원이지만 그에게 동정심이 갔기 때문이다. 특무대에 소속한 기사 중 제일 신분이 높은 건-왕자 한스를 제외하면-백작이고, 나머지는 남작 혹은 준남작에 지나지 않는다. 특히 준남작은 귀족이라고 하기에는 조금 부족한 계급이다. 그래도 귀족은 귀족. 하찮은 평민도 아니고 같은 귀족인데 이놈 저놈 하면 구분이 가지 않는다. 무릇 신분이란 겉부터 철저히 나눠져야 하는 법이다.
“그래봐야, 아니, 아니야. 겨우 혼자서 날 잡겠다고? 같은 귀족으로서 충고하지. 아까운 목숨 버리지 말고 이만 물러나. 특별히 살려주겠네. 목숨을 부지하면 바로 그 쓰레기통에서 벗어나는 게. 그 멍청이 왕자가 어떤 일을 벌이든 자네가 출세할,”
하나. 둘.
속으로 숫자를 세고 있던 특무대원은 사근사근한 태도를 싹 바꾸고는 한 발 앞으로 나섰다. 아까부터 눌러 참고 있던 인내심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이었다.
“그 반대다. 이 영장 덕분에 네놈은 목숨을 부지할 수 있어. 난 인신매매나 마약 같은 건 질색이라, 그딴 걸로 배를 불리는 놈들을 보면 산채로 찢어버리고 싶거든.”
그깟 종이처럼 말이야.
특무대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용병들이 적에게 돌진했다. 갑자기 드러난 살기에 몸이 반응한 것이다. 용병들의 손에서 떨어진 등불이 깨져서 요란한 소리를 냈다.
그는 조금도 동요하지 않고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손날을 세웠다. 그러더니 맨 먼저 달려든 남자를 향해 오른손을 무기 다루듯 크게 휘둘렀다. 빠악! 묵직한 소리가 났다. 마치 망치로 얼굴을 냅다 얻어맞은 것 같았다. 남자는 뒤로 자빠져서 일어나질 못했다.
용병들은 한방에 나가떨어진 동료를 보고 주춤했다. 특무대원이 싸늘하게 웃어보였다.
후작의 생각대로 일은 순식간에 끝났다. 그러나 상황은 정반대에 처해있었다. 용병들을 믿고 자신만만해있던 후작은 온몸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용병들이 단 한사람의 손에 쓰러진 것이다.
기특하게도 총을 안 썼으니 봐준 거다, 하고 그는 쓰러진 용병의 팔을 툭툭 걷어찼다. 이제 남은 건 뷔스텔 후작뿐이었다.
“영지 내에서 기괴한 사건 몇 개를 일으키고는, 약을 먹으면 저주를 피해갈 수 있다는 헛소문을 퍼뜨려서 약을 사지 않고는 못 배기게 만들다니. 후작이라는 새끼가 질 나쁜 약장수 노릇을 해?”
특무대원은 냉소를 거두고 이글거리는 분노를 드러냈다. 뷔스텔 후작은 숨 막히는 살기에 몸을 달달 떨었다.
“내가 진짜 저주를 보여주지.”
그는 오른쪽 소매를 걷어붙였다. 팔뚝까지 오는 긴 장갑도 벗었다. 그러자 붕대처럼 얇고 긴 파란 천이 팔을 감싸고 있었다. 그는 파란 천을 풀어 내렸다. 일련의 동작들이 마치 마술쇼를 보는 것처럼 우아하고 신비롭게 보였다.
파란 천을 접어 안주머니에 넣은 특무대원은 후작을 향해 걸어왔다. 저벅저벅 무거운 발걸음 소리가 후작의 목을 죄여왔다. 도망치고 싶었으나 몸이 움직여지지 않았다. 갑자기 돋아난 얼음이 후작의 하반신을 붙들고 있기 때문이었다.
“으, 으으-”
특무대원은 손을 뻗으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곳까지 걸어왔다. 섬뜩한 달빛 사이로 어둠에 가려진 그의 얼굴이 보였다. 후작의 눈이 커졌다. 온갖 추문은 다 가지고 있는 바로 그 기사였다!
그의 손이 얼굴에 닿았다. 마치 얼음조각상의 팔을 잘라서 붙인 것 같았다. 팔뚝까지 얼어붙은 손은 뷔스텔 후작의 투실투실한 얼굴을 쥐어 터트리려는 듯 강하게 움켜쥐었다.
“마, 말도 안 돼... 그 소문이 사실이었다고?!”
“우리 두 사람, 사이좋게 저주를 받아서 쥐도 새도 모르게 얼어붙어 뒈지자고.”
“처, 천한 해, 해적 놈이... 괴, 괴물...! 살려줘! 사람 살,”
특무대원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후작의 안면에 꽂았다.
후작의 저택에서는 한창 혈전이 벌어지고 있었다. 죽을 각오로 시간을 벌려는 가신들이 악착같이 특무대의 발을 묶었다. 마음 같아서는 총으로 대응하여 후작의 뒤를 쫓고 싶었으나 이번 작전의 최대 목표는 ‘생포’였다. 증거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았다. 특히 뷔스텔 후작은 귀족들뿐만 아니라 밀무역상과도 연결된 요주의 인물이었다. 전자는 물론이거니와 후자는 꼭 잡아두어야 했다.
항명죄 운운하면 이들의 기세가 꺾이겠거니 싶었는데 완벽한 오판이었다. 한스는 입술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올 때가 되었는데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는, 자신의 아니꼬운 부하가 떠올랐다.
“삐익-”
혈투를 멈춘 건 날카로운 휘파람소리였다. 그 소리가 무슨 진정제라도 된 건지, 발광하듯 특무대를 공격한 남자들이 행동을 멈췄다. 그와 동시에 열린 대문 사이로 몸뚱아리 하나가 내팽개쳐졌다. 바로 저택의 주인인 뷔스텔 후작이었다.
후작은 포박을 당한 채 게거품을 물고 기절해있었다. 특히 얼굴이 볼썽사납게 변해있었다. 경비병들은 특무대와 피떡이 된 주인을 번갈아 보더니만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수준을 넘어서 패닉상태에 휩싸인듯했다.
“짜증나는 냄새가 진동을 하네.”
특무대의 흑색 제복을 입은 여자가 제집 드나들 듯 열린 대문으로 당당히 들어왔다. 귀족보다 더 오만해 보이는 태도에 아무도 그를 제지하지 못했다.
잘 꾸며진 홀의 카펫을 밟으면서 여자는 걷어붙인 오른팔 소매를 내렸다. 후작을 체포하자마자 바로 달려온 탓에 옷맵시를 단정하게 할 여유가 없었다.
“경! 라스무센 경!”
한스가 반갑게 ‘아니꼬운 부하’를 맞이했다. 모든 게 끝났다는 걸 깨달은 후작의 가신들은 손에서 무기를 놨다. 특무대는 그들을 체포했다. 한스는 제 몸을 추스르며 기사 라스무센에게 다가갔다.
“라스무센 경, 항구는 어찌 되었나?”
“부대장님이 항구를 봉쇄하고 있습니다. 잔당들도 금방 잡을 수 있을 겁니다.”
“수고 많았네. 비번 중에 불러내서.”
“아시면 됐습니다.”
특무대 대장이자 서던의 왕자에게 해선 안 되는 건방진 발언이었으나, 한스는 이를 가벼이 넘겼다. 이래봬도 그의 성질머리가 매우 많이 죽은 편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이런 모습은 극소수, 유독 한스에게만 보이는 모습이었다. 라스무센은 실력이 뛰어난 기사로 기사단 내에서 유명했다. 기사단 밖에서는 다른 이명으로 널리널리 알려져 있었다.
한스는 포박을 당한 채, 들것에 실려 가는 후작을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어디서 쥐어터지고 온 꼴이었다.
“경....”
“예.”
“아직 재판을 받기 전에는, 흠흠, 그는 후작일세.”
한스의 비난에도 라스무센은 당당했다. 핑계 없는 무덤은 없다고 그에게는 훌륭한 핑계거리가 있었다.
“하는 수 없었습니다. 후작이 영장을 찢었기에.”
“....영장을 찢었다고?”
“터무니없는 불경죄가 아닙니까. 귀족이 감히 왕실의 인장을 찢다니. 기사된 도리로서 그에 합당한 응징을 가했을 뿐입니다.”
만일 후작이 깨어있었다면, 뒷목을 잡고 다시 기절해버렸을 정도로 뻔뻔한 거짓말이었다.
한스는 다시금 후작을 쳐다보았다. 단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투실투실한 몸이다. 검을 다루는 솜씨만큼이나 매운 주먹을 가진 기사 라스무센이 마음먹고 한 대 치면 곧바로 눈을 감았을 텐데, 저지경이 되었다는 건.
‘기절했든 말든 그냥 두들겨 팼군’
새삼 그가 무서워지는 한스다. 그의 성질을 알고 있지만 막상 결과물을 보니 다시금 공포가 스멀스멀 몰려왔다.
그의 성질을 알고, 그가 어떤 범죄를 끔찍이 싫어하는지를 아는 한스로서는, 라스무센이 불경죄 운운하며 정당하게 후작을 팼다는 핑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래도 내 몫까지 때릴 필요는 없잖은가.”
물론 한스 또한 인신매매 같은 범죄를 끔찍이 싫어했다.
“이만 가 봐도 좋네. 아, 내일 열리는 파티에는 폐하께서 직접 공을 치하하실 테니, 반드시 참석해주길 바라네.”
“알겠습니다.”
서던의 기사이자 특무대 대장의 부관인 엘사 라스무센은 예의바른 태도로 경례를 하고는 먼저 저택을 나섰다.
다음날 저녁.
한스는 치장을 마치자마자 파티가 열리는 궁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이미 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시종이 한스의 등장을 알렸다. 그러자 한스에게 말을 걸기 위해 여러 귀족들이 모여들었다. 한스는 적당히 귀족들을 상대한 후,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엘사는 이미 와있었다. 그는 기사 예복을 입고 있었다. 은은한 하늘색에 흰색 바지 정장, 그리고 왕실의 문양이 새겨진 은단추가 반짝반짝 빛을 냈다. 검은색 특무대 정복도 잘 어울렸는데 기사 예복을 입은 엘사는 드레스를 입은 귀족 영애보다 더 아름다워 보였다.
한스가 엘사에게 다가가려고 했을 때, 엘사의 뒤에서 귀족들이 무어라 수군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우뚝 멈춰 섰다.
“여기저기 다리를 벌리고 다니니 정말로 ‘공’이 될지 도요.”
“‘공’이 될지 ‘비 마마’가 되실지 어찌 압니까. 그땐 제대로 고개를 숙일 수밖에요.”
네버랜드의 캡틴 훅이 해적들을 이끌고 귀순한 지도 이래저래 2년이 다 되어 갔으나, 아직까지도 귀족들의 입에 자주 오르락내리락 했다.
‘악명 높은 여 선장’, ‘천민해적의 벼락출세’, ‘출세 코스 꽉 막힌 특무대로 자진해서 간 멍청이’는 준수한 편에 속했다. 소문의 소문은 꼬리를 물고, 일부 사실을 까맣게 물들여 제멋대로 부풀어갔다.
울프릭 태자가 자주 엘사를 부른다든가, 가끔 왕의 침전까지 들어간다든가, 기사단장이 엘사를 눈여겨보고 있다든가, 심지어 마구간지기와도 관계가 있다든가 기타 등등 기타 등등. 귀족들은 서로 자기네 머리가 얼마나 비어있는지를 알려줄 참인지 쉬지 않고 입을 놀렸다.
나이 먹은 귀족들이야 뒤에서 떠들고 말겠지만, 젊고 혈기왕성한 귀족들은
“어어, 후크 공 아니신가!”
하고 앞에서 말을 걸며 저들끼리 킬킬 웃어댔다.
‘대체 왜?’
한스는 입술을 깨물었다.
- 쭈욱 실패에 실패를 거듭하다가 간신히 성공. 여태껏 특무대가 존재했던 게 신기하군요
특무대에 배임을 명받은 엘사가 그 첫날, 과거 자료들을 훑어보며 던진 말이었다. 이제는 서던의 기사로서, 준남작으로서 명백하게 한스보다 아랫사람이 된 엘사는 전보다 더 공손해진 태도였다. 그러나 말 만큼은 그가 태우던 시가보다 더 독했다.
- 네버랜드는 없어졌어. 특무대가 있을 이유가 사라진 셈이지. 그런데 왜 특무대에 왔나? 당신이라면 군부의... 장교에 취임할 수도 있었고, 기사단에 남을 수도 있었어
- 정말 이게 끝이라고 생각하십니까? 이거 참
엘사는 혀를 찼다.
- 그나저나 배임 첫 날인데 환영인사는 없는 겁니까? 앞으론 죽을 만큼 바빠질 텐데
- 바빠진다고?
- 왕자님. 우린 겨우 네버랜드 하나를 없앴을 뿐입니다
엘사의 말은 현실이 되었다.
첫 시작은 안나 P. 팬이 자주 출몰했던 도시에서부터였다. 실종된 아이들의 수와 네버랜드에 끌려 간 아이들의 수가 맞지 않다는 점이 밝혀지면서, 그 도시에 있던 범죄조직을 조사해나갔다. 범죄조직은 또 다른 범죄와 연루되고, 그들의 뒤를 봐주는 사람들은 다름 아닌 귀족들이었다. 왕실에서 피바람이 부는 사이 부패한 귀족들이 배를 불린 것이다. 서류 한 장이 수백 묶음으로 늘어나는 건 삽시간의 일로, 퇴근이라는 단어가 기억나지 않을 정도로 매일매일 격무에 휩싸였다.
2년간 죽을 만큼 고생했다. 허탕을 치기도 했지만 혁혁한 공을 세운 일도 있었다. 덕분에 한스는 골칫거리 왕자에서 벗어나 특무대 대장이 되었다. 한스의 오른팔인 린베르크 또한 백작 위를 하사받고 특무대 부대장으로 승진했다.
반면, 엘사의 평가는 여전히 ‘요녀’ 혹은 ‘검을 잘 쓰는 기사’다.
‘왜 라스무센 경만 저딴 취급을 받고 있는 거지?’
한스는 불쾌감을 넘어서서 분노까지 느껴졌다. 옛일이야 어쨌건 간에 엘사 라스무센은 서던의 기사이자 자신의 부관이다. 가끔은 아니꼽지만 유능한 부하다. 린베르크처럼 자진해서 특무대로 와서 특무대를 지금까지 존재하게 해준 사람이다.
자신이 책임을 져야 하는 부하다.
“불쾌하군.”
한스는 분노를 드러냈다.
“왕자님을 뵙습니다.”
엘사가 먼저 예를 취하자, 그들도 재빨리 허리를 숙였다. 그러나 한스는 귀족들의 인사를 받아주지 않고 살얼음 낀 목소리로 말했다.
“후크라. 여기에 후크라는 이름을 가진 자는 없을 텐데. 내 기억이 틀렸나?”
“그, 그것이...”
“엘사 라스무센 경은 폐하의 검이 되겠다고 맹세했고, 이에 새로운 이름을 하사받았다. 그런데도 옛 이름을 떠들어대는 건 라스무센 경뿐만 아니라 그 이름을 하사하신 폐하까지도 모욕을 하는 것이지.”
순식간에 젊은 귀족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버렸다. 왕 모독죄는 신분을 막론하고 무조건 사형이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부, 부디...”
“사과는 내가 아니라 라스무센 경에게 해야 할 것 같네만?”
왕자가 저러고 나서니 싫어도 사과를 해야 했다. 안 그랬다가는 목이 달아날 판이다. 먼저 엘사를 모욕한 귀족은 일그러진 얼굴을 애써 감추며 엘사에게 말했다.
“말이.... 지나친 모양이네.... 용서하시게.”
엘사는 말없이 고개를 숙였다. 사과를 건네면서도 자신이 한 말이 농담은 아니라는 것은 분명히 밝히는 태도를 보고 속으로 혀를 내둘렀다.
작은 소동을 끝나자 주변이 한산해졌다. 한스는 냉큼 인적이 없는 테라스로 발을 옮겼다. 엘사가 뒤를 따랐다.
‘타이밍이 맞은 거지’
그들이 엘사의 출신 성분, 즉, 천한 피 운운했다면 한스는 단순한 부하 감싸기밖에 해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들이 공격한건 ‘후크’라는 이름이었기에 왕자인 한스가 그들을 물리칠 수 있었다.
정작 엘사는 아무렇지도 않아보였다. 한스가 감탄하며 말했다.
“모욕을 듣고도 가만히 있다니, 생각보다 인내심이 대단하군.”
“생각보다 고상한 표현들이서 좀 따분했습니다.”
하기야 엘사는 말씨가 거친 뱃사람, 그것도 해적 출신이다. 한스는 문득 엘사가 순진한 귀족들을 기절시킬 수 있을 만큼 고오쌍한 욕을 하는 걸 상상해보고는 입을 틀어막았다. 웃음이 터져 나올 것 같았다.
“여기 계셨습니까?”
“오, 오오. 어서 오게.”
린베르크는 엘사처럼 기사 예복을 입고 있었는데, 피곤해 보이는 표정을 보아하니 방금까지 업무를 보다가 옷만 갈아입고 온 모양이었다. 사실 이 세 명 모두 한가하게 파티에 참여할 시간은 없었다. 하지만 왕이 오라고 했으니 어쩌겠는가.
린베르크는 주변을 살피고는 목소리를 낮췄다.
“뷔스텔 후작의 장부에서 나온 프리스 백작 건입니다만. 밀무역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얻었습니다. 브라이튼 제국이 확실합니다.”
밀무역은 나라가 금하고 있는데도 꾸준히 성행을 한다. 처음에는 그러려니 했지만, 더는 가만 놔둘 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서던의 우방인 브라이튼 제국에서 마약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브라이튼 제국 측에 바로 항의를 할 순 없었다. 확실한 증거가 있어도 제국 측이 발뺌을 한다거나, 이를 이용해서 일부러 전쟁을 일으킬 가능성이 농후했다. 브라이튼 제국은 해상국가 아렌델을 멸망시킨 대국이었다. 서던보다도 더 잘 나가는 나라가 아렌델이었다. 인접국이자 아렌델의 최후를 본 서던으로서는 매우 껄끄러운 일이다.
게다가 서던은 또 다른 인접국인 위즐튼 공국보다 더 매력적인 나라가 되고 말았다. 이유는 바로 네버랜드에 있었다.
네버랜드에 접근할 수 있는 건 극소수의 사람들뿐이었다. 즉, 네버랜드 해를 건너 남구(南區)나 신대륙으로 가는 일직선 항로를 아무나 이용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했다. 당시엔 얀센 상단이 후크 해적단의 비호를 받으며 네버랜드 항로를 독점하다시피 써왔다.
네버랜드가 없어진 이후, 그 얀센 상단이 서던에 뿌리를 박고 항로를 새로 닦았다. 전직 네버랜드의 해적들이 이에 큰 도움을 주었다. 네버랜드라면 눈을 감고도 다닐 정도로 바닷길을 훤히 꿰뚫고 있기 때문이다.
누구보다도 더 빨리, 더 안전하게 배들이 다니기 시작했다. 버려지다시피 한 베리온 요새는 중개 지점이 되어 빠르게 발전했고, 서던의 항구마을은 수도만큼 번창해갔다.그렇게 독점 무역이 시작되자, 서던에 금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다. 서던의 무역상은 갈퀴로 돈을 긁어모았다. 왕실도 상인들의 활동을 적극 지지하며 이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다. 서던의 상인들이 돈을 벌면 벌수록 나라가 부유해졌다.브라이튼 제국이 맛있어진 먹잇감을 놔둘 리가 없었다.
그냥 손을 놓고 있을 서던도 아니었다. 먼저 위즐튼 공국과 관계를 돈독히 하는 한편, 대대적인 군제 개편에 착수했다. 전쟁의 위기감은 군에 소속된 해적들의 대우에도 영향을 주었다. 국왕은 해적들을 홀대하지 말라고 직접 명했다. 항해에 익숙하고 위계질서를 아는, 살인 경험이 있는 병사야말로 국왕이 필요로 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적기라고는 하지만 너무...’
엘사도 이 점을 노리고 있었다. 지금이라면 전직 해적이든 천민이든 간에 홀대하려야 홀대할 수 없다. 공을 세우면 그만큼의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런 분위기에서라면 해적들은 그 누구보다도 빠르게 ‘사회’에 적응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전쟁이 터지면. 엘사는 표정을 굳혔다. 해적들을 위해 대비책을 마련해두었으나 모든 일이 순조롭게 흘러가진 않을 터다.
“전쟁이 그렇게 쉽게 일어나진 않네. 그리고 해적 출신이라고 해도 무조건 선두에 세우진 않아.”
“내가 그러지 않도록 최선을 다 할 걸세. 차별을 둘 생각은 아니지만 부당한 취급은 당하지 않게.”
린베르크가 엘사의 염려를 헤아리고는 입을 열었다. 뒤이어 한스도 말을 보탰다. 엘사는 굳어진 표정을 풀었다. 그는 말을 하려다가 그만두었다. 엘사의 눈동자가 잠시 아래를 응시하더니 이내 정면을 향했다.
“벌써 시간이 다 된 것 같습니다. 홀 중앙에서 시종장이 저흴 찾고 있군요.”
“시종장이? 아. 예장을 갖춰야하니까....”
한스는 엘사의 말을 받았으나 곧, 놀란 눈으로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엘사는 씨익 웃었다.
“제가 귀가 좀 밝습니다. 왕자님. 린베르크 경. 이만 홀로 갈까요?”
“그, 그러지.... 이만 가세.”
엘사의 말대로, 시종장과 세 개의 망토를 챙겨 든 시녀들이 홀에서 대기 중이었다. 한스는 삐질삐질 새어 나오는 식은땀을 손수건으로 닦았다.
‘본 것도 아니고 들은 거라고?’
한스는 특히 엘사 라스무센에 관한 건 무슨 일이 있어도 말조심하자, 고 속으로 수십 번 다짐했다.
세 사람은 예식용 망토를 두르고 어전에 나가서 무릎을 꿇었다. 먼저 왕자 한스가 공을 치하 받고, 그 다음에는 린베르크였다. 엘사는 마지막 순서였다.
어좌에 앉은 왕을 대신해 시종장이 왕홀을 들었다. 식의 순서대로, 나라를 지키고 왕과 왕실에 대한 충성을 맹세하는 기도문을 짧게 읊은 다음 고개를 숙였다. 왕홀이 엘사의 어깨에 닿았다가 떨어졌다.
“-삼가 받들겠습니다. 서던에 무궁한 영광을!”
엘사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어좌에 앉아 있던 왕이 입을 열었다.
“라스무센 경. 지난번엔 꽤 즐거웠네. 다음에 또 와주게나.”
늙은 왕은 쉰 목소리였지만, 들뜬 티를 숨기지 않고 말했다. 소음 하나 없었기에 왕의 말은 홀 구석구석에까지 퍼졌다. 이 말을 들은 귀족들은 이건 또 무슨 얘긴가 하고 말없이 수군거렸다. 역시 그 소문이 사실이었네, 지금이라도 줄을 타야하네 따위의 시끄러운 눈빛이 오고갔다. 한스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엘사는 여봐라는 듯, 속내를 알 수 없는 미소를 지었다.
“폐하의 부르심이라면 언제든 달려가겠습니다.”
공을 치하하는 파티는 그윽한 어둠이 깔리고 나서야 끝이 났다. 하지만 세 사람은 곧장 특무관서로 복귀했다. 산더미같이 쌓인 서류가 그들을 반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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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길어져서 상하편으로 나눴어! 30편에서 2년 경과함. 늦어서 죄송합니다!! 뭔가 더... 뭘 써야할까 필사적으로 고민하고 있습니다 ㅠㅠㅠㅠㅠ 결말은 이미 정해져 이지만 그 과정이 어렵다. 하편은 바로 올라옵니다!
psps. 우리의 엘기사님은 여기저기서 많은 말을 듣고 다니시는데 제일 긍정적인 말이 검실력... 나머지는...
pspsps. 상하로 나눠서 내용이 좀 줄었음. 일단 서던의 국내외 상황을 간략히 썼는데 지루하지? 그래서 원작 발췌본을 들고옴
네버랜드 아이들을 자기 자식들로 아빠는 피터팬, 엄마는 웬디로 엄빠놀이를 하던 중(매우 순수한 놀이임. 소꿉놀이)
“피터, 나에 대해서 정확하게 어떤 감정을 갖고 있죠?”
웬디는 무언가 분명히 해 두어야겠다는 듯 말했다.
“착한 아들이 엄마에게 갖는 감정이지, 웬디.”
“내 생각이 옳았군요.”
웬디는 그렇게 말하고는 혼자 방 한구석에 가서 앉았다.
“웬디는 정말 이상해.”
피터는 혼란스러워하며 말했다
“타이거 릴리도 마찬가지고. 타이거 릴리는 내게 누군가 중요한 사람이 되고 싶은 모양이야. 하지만 내 엄마가 되고 싶은 것은 아니래.”
“물론 그게 아니겠죠.”
웬디가 힘주어 말했다. 이제 우리는 웬디가 인디언에 대해 왜 편견을 갖고 있는지 알 수 있다.
“그럼, 그게 뭐지?”
“말 안 할 거예요.”
(다른 책에서는 이건 숙녀가 할 말이 아니라고 덧붙임.)
“아, 좋아. 아마 팅커벨이 말해 줄지도 몰라.”
약간 초조해진 피터가 말했다.....(중략)
“아, 그래요. 팅커 벨이 말해주겠죠. 버림받은 꼬마 요정 팅커 벨 말이죠.”
웬디가 비꼬았다.
자기 침실에서 이들의 대화를 엿듣고 있던 팅커 벨은..(중략)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중략)
“팅크는 버려진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는데.”
피터가 뜻을 통역해주다가 문득 어떤 생각이 떠올랐다.
“팅크도 내 엄마가 되고 싶은가봐.”
“이 바보 멍청아!”
팅커 벨이 화가 나서 소리쳤다
팅크가 하도 자주 이 말을 했기 때문에, 웬디는 통역이 따로 필요 없었다
“나도 팅커 벨과 같은 생각이야.”
1. 웬디가 집으로 돌아간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 아닐까.
2. 어느쪽이냐
피터팬이 너무 순수한 고자인 걸 까야하나
아니면 저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한테 떡치... 연애 혹은 결혼 혹은 교미를 하자고 어필하는 쪽을 까야하나
저렇게 말을 해도 못 알아먹는 피터팬을 까야하나. 요정들이 피터팬한테 인간 짝짓기교육을 시켜줄리는 없겠는데 피터팬 내꺼라고 독점욕 보이는 팅커 벨 대체 너란 요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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