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계층.

페엑 시절에는 푸른 해저에 난파선들이 떠다니던 영역이지만

신지에 의해 성배전쟁을 포기한 마스터들이 사는 도시로 변한 영역임.

예선전이 재현이었다는 걸 모르면, 이곳에서 만나는 신지나 린이 하쿠노를 처음 보는 사람 취급하는 것이 혼란스러웠을 순 있을 듯.

다만, 신지의 경우는 마지막 전투 전 회화에서 자길 게임 챔피언이라 부른 하쿠노를 보고 뭔가를 깨달은 듯한 뉘앙스를 풍기긴 함.

<과거의 제1계층>

신지는 1회전에서 승리한 후 이긴 상대가 죽는 것을 보고서

성배전쟁이 정말로 상대를 죽이는 것이란 사실에 싸움을 포기한 마스터임.

때문에 래더를 타지 않고 1계층에 홀로 남았으며, 그 14일 후 차크라 바르틴이 성립하자,

유일하게 남은 마스터이므로 자동적으로 플로어 마스터가 되었음.

<천년 전 차크라 바르틴 성립의 순간>

문제는 애니에선 이 부분의 연출을 엉망으로 해놓은 것.

홈페이지에선 신지가 싸움을 포기한 것과 차크라 바르틴 성립 사이에는 14일의 간격이 있다고 확실하게 명시했지만, 

정작 애니에서는 1회전을 이긴 직후에 바로 하늘에 빛의 고리가 떠오름. 

각본과 결과물이 따로 놀았다는 증거임.

이래서야 애니만 보고서는 사건의 흐름을 제대로 이해할 수가 없음.

세라프가 끝장 났다는 것을 알게 된 그는

2명이나 되는 인명을 희생시켜 놓고서,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죽는 결말을 인정할 수 없었음.

1계층에 도시를 세우고 싸움을 포기한 마스터들과 힘을 합친다면

세라프를 구할 수는 없어도, 무언가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를 걸었던 것.

그 후로 1계층은 위층에서 싸움을 포기하고 내려온 마스터들과 다음에 치뤄진 

예선전에서 올라온 마스터들이 서번트를 포기하고 평화롭게 사는 영역이 됨.

아무리 예선전이 다시 치뤄져도, 1층에 도착하면 서번트를 포기하는 

마스터만 속출했기 때문에 실질적으로 성배전쟁을 정지시킨 원인이라 할 수 있음.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의 꿈은 물거품으로 끝남.

천년 동안 그가 본 것은 인간이 얼마나 무가치한가 뿐이었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 그가 선택한 것은 적어도 계속 남아있겠다는 것이었음.

이 상황을 뒤집을 힘도 용기도 없지만, 이대로 사라져버린다면

인간은 정말로 가치가 없다는 확인사살이 되버릴 것 같았으니까.

<1화의 예선전과 신지의 기억 속에서 죽인 장소가 다른 걸 알 수 있다>

하쿠노는 왜 위로 오르려 하는지 이유도 확실치 않은 채로

그를 구성하는 패자 중 하나의 기억. 신지의 친구였을 누군가의 원한에 따라

신지가 미우니까 그에게 승부를 걸게 됨.

오랜 세월 전투와 떨어져서 보낸 신지와 드레이크의 실력은 녹슬어 있었고,

전투 중 불운하게도 총이 격발 불량이라도 일으킨 건지 탄이 나가지 않아서 패하게 됨.

본인은 이런 결말이 올 것을 예상하면서도

신지의 뜻에 따라 싸움을 벗어나는 길에 동의해줬던 모양.

신지와 라이더를 쓰러뜨린 후에 보게 된 제1계층은 살아있는 자가 아무도 없는 폐허였음.

그들이 보았던 도시는 환상이었을지도 모른단 네로의 말을 감안하면,

어쩌면 1계층은 그들이 도착했던 시점에서 이미 신지와 린 말고는 아무도 남지 않은 무인지대였을 수도 있음.

계속 이곳에 남아 있으려 했던 신지의 대사가 더 절절하게 느껴지는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