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어 한 마리, 연어 한 팩, 소고기 한 근의 가격이 동시에 치솟고 있다. 수입 식재료 가격이 일제히 오르면서 식탁 물가가 요동치고 있는데, 그 이면엔 환율 상승과 국제 수급 불안이라는 이중고가 자리하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 후반을 유지하는 가운데, 국제 어획 쿼터 감소와 기후변화까지 겹치면서 대형마트들은 아예 수입 산지 지도를 다시 그리기 시작했다. 칠레와 아일랜드, 캐나다처럼 낯선 이름의 산지가 진열대를 채우는 이유를 알아봤다. 국산 고등어 3.9%만 중·대형, 기후변화가 만든 수급난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수산업관측센터에 따르면 올해 1~9월 부산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된 국산 고등어 중 중·대형 어종 비중은 3.9%에 불과했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 13.3%의 3분의 1도 안 되는 수치이며, 평년 20.5%와 비교하면 5분의 1 수준으로 급감한 셈이다. 지난 10월에도 중·대형 고등어는 7%만 위판됐는데, 작년 9%보다 낮고 평년 30.2%와는 비교조차 어려운 상황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고수온 현상이 동해와 남해 연안의 고등어 어획량을 직격했고, 특히 크기가 큰 개체일수록 서식 환경 변화에 취약해 어획이 더욱 줄었다는 분석이다.
국산 고등어는 신선도가 높고 살이 부드러워 구이나 조림용으로 선호되지만, 공급 부족으로 대형마트 진열대를 채우기조차 어려운 실정이다. 이 과정에서 중국 수입업자들이 국내산 고등어를 적극 매수하면서 국내 가격은 더욱 치솟고 있다.
올해 이마트의 국산 고등어 판매 비중은 1~9월 기준 58%로 떨어졌는데, 이는 지난해 67%에서 9%p 하락한 수치다. 반면 수입산 비중은 지난해 33%에서 올해 42%로 늘어나 국산 의존도가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노르웨이 쿼터 70% 감축 권고, 수입 단가 23% 급등
국산 고등어 부족을 메우던 노르웨이산마저 공급난에 빠졌다. 국제해양탐사위원회(ICES)는 지난 9월 북동대서양 고등어 자원 고갈을 우려해 2025년 어획 쿼터를 70% 감축하라고 권고했다.
이에 따라 노르웨이의 한국 수출량은 급감했는데, 2025년 10월 기준 수출량은 전년 동월 대비 71%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공급이 줄자 가격은 즉시 반응했고, 올해 10월 노르웨이산 고등어 수입 단가는 kg당 2.81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23% 상승했다. 노르웨이 현지 가격도 kg당 47.16크로네로 작년 23.84크로네의 2배 가까이 뛰면서 국제 시장 전반에 충격을 줬다.
노르웨이산 고등어는 지방 함량이 높고 맛이 진해 냉동 상태로 유통되는데, 해동과 재냉동을 반복하면 식감이 떨어지는 특성이 있다. 그럼에도 안정적인 공급량 덕분에 국내 대형마트의 주력 상품이었지만, 쿼터 감축 이후엔 그마저도 불안정해졌다.
게다가 환율이 1400원대 후반에서 고착되면서 수입 비용이 더욱 늘어나 소비자 가격까지 연쇄 상승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 칠레산 간고등어 1손 5980원, 국산 대비 25% 저렴
대형마트들은 산지 다변화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이마트는 지난 12월 칠레산 간고등어를 정식 수입해 판매하기 시작했는데, 1손(8~9마리) 가격이 5980원으로 국산(7980원) 대비 25% 저렴하고 노르웨이산(1만1980원) 대비로는 50% 가까이 싸다.
칠레산은 국산과 동일한 어종인 참고등어 중에서도 중·대형만 선별해 수입하기 때문에 크기와 품질 면에서도 경쟁력이 있다는 평가다. 칠레는 남반구에 위치해 북반구와 어기가 달라 국내 고등어 부족 시기에 안정적인 공급이 가능하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롯데마트는 국산 연어 시범 판매에 나섰고, 세네갈산 갈치와 페루산·사우디산 새우를 신규 발굴해 진열대에 올렸다. 소고기 시장에서도 변화가 감지되는데, 미국산 갈비살 가격이 12월 20일 기준 100g당 4744원으로 평년 대비 22% 상승하자 대형마트들은 아일랜드산 소고기를 대안으로 주목하고 있다.
아일랜드산은 2025년 7월부터 무관세가 적용되면서 호주산 대비 5~6% 가격 우위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마트의 캐나다산 소고기 매출은 12월 1~22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했고, 일부 매장에선 이미 캐나다산이 미국산을 제치고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수입 먹거리 가격 급등은 환율과 국제 쿼터, 기후변화라는 복합 요인이 만든 구조적 문제다. 국산 고등어는 중·대형 어종 비중이 3.9%로 급감했고, 노르웨이산은 쿼터 감축으로 수입량이 71% 줄어들면서 가격이 23% 치솟았는데, 여기에 환율 1400원대 후반이 고착되면서 수입 비용이 더욱 늘어나는 셈이다. 대형마트들은 칠레와 아일랜드, 캐나다처럼 기존 산지를 대체할 새 공급처를 발굴하고 있지만, 이는 단기 대응책일 뿐이다.
중국이 국산 고등어를 적극 매수하면서 국내 공급난은 더욱 심화되고 있고, 기후변화로 인한 어획량 감소는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높다. 대형마트들은 6개월분 냉동육을 비축해 단기 가격 안정을 꾀하고 있지만, 환율과 기후라는 두 변수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식탁 물가 불안은 계속될 수밖에 없다. 소비자 입장에선 산지와 가격을 꼼꼼히 비교하는 게 최선이지만, 근본적으론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이 시급한 과제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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