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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평] 늑대와 향신료 - 잘 쓴 소설이라는 것

ㅇㅇ(211.53) 2017.06.05 01:37:49
조회 3715 추천 67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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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 작품(내 여동생이 이렇게 귀여울리 없어!) 1권 결말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늑대와 향신료에 대한 스포일러도 다소 있어요.



2006년 서브컬쳐를 강타한 하루히 붐은 그동안 비주류 문화인 오타쿠 문화, 

그 안에서도 라이트 노벨 시장을 크게 뒤 흔들었습니다.


당시에는 만화책을 애니화하는 것이 매우 일반적이었고, 

라이트노벨이 원작인 애니는 정말로 간간히 나오는 수준에 그쳤었으나

(대표적으로 풀메탈 패닉과 작안의 샤나라고 하면 지금은 모르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른다는 것에 격세지감을 느낍니다.)


하루히 붐을 계기로 많은 라이트노벨들이 애니화되기 시작했습니다.

늑대와 향신료도 애니화된 많은 라이트노벨 작품 중 하나였습니다.


당시에 나름 진성 덕후로서 어지간한 작품들을 다수 섭렵했었습니다만

늑대와 향신료는 상당히 충격이었습니다.


당시엔 다른 어떤 것도 아니었고 

작품에 등장하는 호로라는 강력한 히로인 그 하나 때문이었습니다.

어찌나 요망하던지, 군대 휴가를 나와 접했던 저는 정신차리고 보니 

휴가에 복귀할때 늑대와 향신료를 부대에 4권인가 5권까지 들고 갔었습니다.


늑대와 향신료 히로인 호로를 본 충격을 넘어서는 히로인은 약 1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없네요.

종종 애니메이션이 다시 제작되어 최신 작화로 호로를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

아직도 가슴 한켠에 자리잡고 있을 만큼 그 파괴력이란


솔직히 지금 늑대와 향신료 애니메이션을 봐도 호로는 요망하기 그지없을 것이라고 단언합니다

부대에도


라이트노벨에 관한 군부대 일화를 풀어내는 것은 원하는 분들이 별로 없을 것 같으니 여기까지 하죠.




'잘 쓴 소설'이라는 말은 주관적이기에 

사람마다 각자 기준이 다 달라 섣불리 입에 담는 것은 조심해야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늑대와 향신료를 감평하는데 

부재로 '잘 쓴 소설이라는 것'이라 붙여준 이유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은 기본적으로 캐릭터 소설입니다.

그만큼 캐릭터가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캐릭터 하나만 가지고 성공하는 소설은 또 아닙니다.


아주 매력적인 츤데레 히로인이 있더라도, 그 캐릭터 홀로 매력적인 츤데레라는 것을 뽐내는 것은 힘듭니다.

'츤'을 부각시킬 수 있는 주인공이나 다른 주연 및 조연들이 있어야하고, 

주인공에 대한 '데레'를 부각시킬 수 있는 사건사고가 필요합니다.

그리고 그 사건사고가 일어나는 배경이 필요합니다.


아무리 매력적인 캐릭터가 있더라도 그것을 부각시킬 인물이 필요하고, 사건이 필요하고, 배경이 필요한 것입니다.

이 자체가 '개연성'이라는 겁니다. 

작가나 작가지망생들이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가며 쥐어짜내는 

이 '개연성'을 우리는 전문용어로 '플롯'이라 합니다. 


'왕이 죽었다. 그것에 슬퍼한 여왕도 죽었다.' 따위 같은 것을 플롯이라 부르는 시대는 갔습니다.

인물간 벌어진 사건에 대한, 단순한 개연성을 만들어 주는 것 따위가 아닌 것입니다.

내여귀 1권 마지막에 키리노가 "오빠."라고 부르는 결말의 모에함을 극대화하기 위해 플롯이 짜여져있는 것처럼요.


플롯은 쓰는 것(write)이 아니라 쓰는 것(use) 입니다.

캐릭터 소설인 라이트노벨은 플롯을 휘둘러 캐릭터를 

어떻게 하면 가장 매력적으로 빛날 지 모색하는 작업이 바로 플롯입니다.



소설의 3요소에서 그 3 요소가 평범한 것은 작품적인 의미에서 죽음을 뜻합니다.


인물이 평범하다면, 사건이나 배경이 비범해야하고

사건이 평범하다면, 인물이나 배경이 비범해야하며

배경이 평범하다면, 인물이나 사건이 비범해야합니다.


쉽게 말하면

인물이 주는 재미가 있거나 

사건이 주는 재미가 있거나 

배경이 주는 재미가 있어야한다는 말입니다.


반대로 그 3요소가 두루 우수하다면 저는 '잘 쓴 소설'이라 말합니다.





서두가 굉장히 길었네요.


잘 익은 보리이삭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을 '늑대가 달린다.'


늑대와 향신료는 첫장 페이지를 넘기면, 고소한 벼이삭 냄새가 날만큼 근사한 이 표현을 씁니다.

이 표현을 시작으로 로렌스라고 하는 행상인이 한 마을에 들리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이 세계가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 로렌스의 독백이나 설명으로 전부 표현하지 않습니다.

홀로 이곳저곳을 전전긍긍하는, 같이 세계를 도는 말이 사람으로 변할 것을 대비해서

암컷 말을 사야했나 하며 쓴웃음 짓는 독백으로 행상인의 절절한 고독감으로 시작해


기사를 만나 정보를 얻고 싶다는 구실로 아주 조금 세계 정세가 토속신앙을 이교도로 치부하고

교회가 핍박하고 있는 세계관이라는 걸 로렌스와 기사의 대화를 통해 독자들에게 귀뜸해줍니다. 


벼이삭의 고소한 냄새에 유도됐던 독자들은 

고독감에 사무치던 행상인 로렌스의 눈으로, 

호로를 곁에 두고 간접적으로 세계를 돌아다닙니다.


매권마다 나오는 등장인물들은 인위적으로 조형된 것이 아니라 

마치 그 중세 시대를 기반으로 하는 세계에 그 모습 그대로 살아가는 사람 같습니다.

칼을 휘두르는 전투가 아니라 돈을 두고 싸우는 상전(商戰)이라

대개는 상인들과 그와 관련된 사람들의 모습이지만요.


우리가 평소에 겪어보지 못했던, '돈' 그리고 '시장'에 관해 

작품 속에 살아가는 상인이 그것을 어떻게 보고 판단하며

뭍밑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이익 싸움은 신선하면서 흥미진진합니다.


뼛속까지 상인이던 로렌스의 눈으로 그것을 두루보지만,

상인의 눈으로 세상을 봐왔던 로렌스는 생각할 수 없는 부분을

호로가 조언해주는 모습을 통해 호로의 연륜과 지혜로움이 부각되지요.


단순히 표현하자면 상전의 연속이지만, 언제나 그 사건들 내면에는

로렌스와 호로의 유대관계, 서로에 대한 감정들이 절절히 들어나고 있습니다.


농작물을 추수하는 마을에 찾아가, 그들이 어떤 토속신앙을 믿고 어떤 축제를 벌이고 있는지

잠깐 쉬기 위해 들른 교회라는 곳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고 있는지

도시에 도착해 매매하는 상인들의 치열한 신경전

맥주와 구운 고깃내음이 가득한 술집에서 나누는 정보

로렌스와 호로가 마차를 끌고 풀내음 가득한 초원과 평원을 거닐며 

깨소금이 떨어지는 로렌스와 호로의 담소들


직접 찾아가 로렌스와 호로의 곁에서 

마을과 마을, 

마을과 도시, 

도시와 도시 사이를 돌아다니며

같이 돈을 어떻게 하면 좀 더 챙길 수 있을지 서로 머리를 굴리고 싶은

로렌스와 호로의 옆에 같이 앉아 여행하고 싶은 아주 멋진 세계가 책 안에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용들이 어설픈 이야기 였다면 같은 시대에 출판됐던 많은 라이트 노벨처럼

오늘날 서점에서 구하기 조금 힘든, 절판된 라이트노벨이었을 지도 모릅니다만

늑대와 향신료는 아직까지도 서브컬쳐를 즐기는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며

10년이 넘는 세월동안 굳건히 버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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